애호
2016.09.27 09:32

첸과 오빠야 -2-

조회 수 301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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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나. 어느덧 첸이 고대하던 산책날이 되었다. 다행히 구름한점 끼지 않은 맑은 날. 바깥에는 따뜻한 봄날에 맞춰서 색색의 꽃들이 주변에 피어있었다. 겨우내 번데기 생활을 끝낸 나비가 날아다니고 나무의 새순에 연두빛 잎사귀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날씨가 참 좋지 첸?"

 

"따뜻한거네! 첸은 알고 있어!!"

 

 오빠야의 팔에 안긴 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봄날씨를 즐기고 있다. 햇빛을 받아 모자에 달린 은빛 뱃지가 반짝였다. 오빠야는 한쪽 손으로 첸을 안고, 한쪽 손에는 같이 먹을 도시락과 돗자리가 들었다.

 

"느와아아~! 오빠야! 꽃씨 굉장한 거라구! 첸은 알고 있어!!"

 

 공원 깊숙히 들어가니 벚꽃이 화사하게 펴진 공간이 나왔다. 오빠야가 산책을 하자고 한 이유다. 이쯤되면 산책이 아니라 소풍같지만 그건 아무래도 괜찮겠지.

 

 주변을 둘러보면 첸과 오빠처럼 벚꽃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기르는 애완 윳쿠리를 가지고 온 사람들도 어느정도 된다. 울음소리만 내는 고양이와 개와는 달리 개념이 잘 잡힌 윳쿠리는 그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듯. 소풍도 이렇게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늣늣.... 늣늣늣늣..."

 

 물론. 사람들뿐만이 아닌, 불청객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풍온 사람들이 버리거나 떨어뜨리고 갈 부산물을 노리는 녀석들.

 

"퍄퍄... 밥씨는 아직이야...??"

 

"느긋하게 기다리는 고제... 인간씨는 욕심이 많아 가진걸 쉽게 나눠주지 않는고제..."

 

 야생의 윳쿠리들 몇몇이 보인다. 아무래도 자신은 안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몸통은 풀로 어떻게든 가려도 크거나 눈에 확 들어오는 머리장식이 돋아나 있으니 아무래도 안들킬리가 없다.

 

"첸. 말한건 기억하고 있지?"

 

"응! 뱃지 달리지 않은 윳쿠리하고는 말하지 않는거! 첸은 기억하고 있는거네!"

 

 종종 야생의 몇몇이 달콤한 말로 유혹해 애완윳들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에, 미리미리 교육을 한다. 답이 없는 게스가 아니고서야 인간과 윳쿠리의 격차를 모르는 들윳은 거의 없기에 대놓고 인간의 앞에 나와서 요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자기가 사육윳쿠리라고 하는 뱃지 없는 윳쿠리는?"

 

"무시한다!"

 

"갑작스레 접근하면?"

 

"오빠야한테 도망친다!"

 

"잘기억하고 있네~ 착하다 착해~"

 

"오빠야 간지러워~"

 

 첸과 오빠가 돗자리에 앉은채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 그 둘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윳쿠리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애완 윳쿠리와 사이좋게 말을 나누며 놀고 있다. 벚꽃이 휘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가족과 같이 먹는 도시락의 풍미가 환상적이다.

 

"닭튀김씨! 첸은 닭튀김씨 좋아하는거네!!"

 

 바삭바삭하게 구워져 노릇노릇한 빛을 띤 닭튀김. 바삭한 튀김옷의 식감안에 부드러운 살코기와 짭자름한 육즙을 거부할만한 생명체는 초식동물 말고는 거의 없다. 거기에 윳쿠리가 먹어도 괜찮을 데리야키 소스를 찍어서 첸에게 하나를 준다.

 

"느으읍!!!"

 

 닭튀김을 베어 물은 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애완윳으로 교육받은 것을 잊어버렸다면 하마터면 '깽뽀옥!!'이라고 외쳤을지도 몰랐을 맛. 닭튀김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애완윳쿠리들이 그 아래에서 신이 나서 뛰어논다. 사람들의 축제. 그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애완윳쿠리들의 행복한 시간. 

 

"늣늣늣늣..."

 

"느그치...."

 

 그 자리에 참여할 수 없는 야생 윳쿠리들은 그저 나무나 풀에 몸을 숨겨서 파티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보이고, 자신과 같은 동족 윳쿠리도 몇몇 보인다. 그러나 자신들과는 다른 윳쿠리. 야생의 더러움에 때가 잔뜩 묻은 몸, 언제 손상되었는지도 모른체 구멍이 숭숭뚫리고 구겨진 머리장식, 삶의 풍파에 구겨질대로 구겨진 자신들의 표정과는 달리 애완윳들에게는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들이 잔뜩 존재했다.

 

"퍄퍄... 마리쨔 배고픈거제..."

 

 멍하니 축제의 장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사를 자식인 마리사가 불러서야 정신을 차린다.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황. 저기에서 계속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지만 아비 마리사가 절대 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기다리는 고제... 어쩔 수 없는 고제..."

 

 축제에는 부산물들이 떨어지는 법. 그 부산물 사이에서 운이 좋다면 먹기 힘든 것들을 찾을 수 있기에, 축제의 현장은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인기있는 곳. 하지만 간다고 무조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러운 육체는 인간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들키면 쫒기는 것은 행운이고 왠만하면 축제를 거니는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줄어들어 한산해질 시기를 노리고 있다.

 

"실은 고제! 마리쨔 배고픈 고제!! 저렇게 맛좋은 냄새가 나고 있는데 왜 가만히 기다려야하는 고제!! 파파는 겁쟁이인고제! 먹을 것도 구하지 못하는 겁쟁이인고제!!!! 마리쨔는 영윳이 될 윳인 고제! 파파로부터 독립인고제!!"

 

"아가야! 가면 안되는 고제!! 안되는 고제에!!!"

 

 아비의 말을 무시하고 벚꽃축제의 장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 마리사. 아비는 아이를 급히 부르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의 말대로, 아비 마리사는 겁쟁이였다. 사람의 무서움을 알고 스스로 몸을 사리는 윳쿠리. 아이가 스스로 사지로 가는데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저 외칠뿐, 어느새 아이 마리사는 축제의 현장으로 들어가 있는지 오래다.

 

"느늣??? 마...마리쨔...!!"

 

 아이 마리사가 축제의 장에 진입해서 깨달은 것은 인간의 발 뿐. 숲안에서 나무가 보이지 않듯이, 멀리서는 자그마하게 느껴졌던 인간의 모습이 지금 와서는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사람의 발이라는 기관의 기둥. 그 기둥이 움직인다. 땅을 찍는다. 그 아래에 있던 것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는 그 자비없는 발걸음에 아이 마리사는 압도되었다. 두려움에 질린 아이 마리사는 크게 소리질렀다.

 

"퍄퍄아!!!! 아무래도 마리쨔!! 독립은 아직 이른 거... 지븃!!"

 

 체 말을 끝내기 전에 오고가던 사람에 의해 짓밟혔다. 마리쨔를 짓밟은 사람이 곧바로 아래를 살펴본다. 윳쿠리의 찐득한 팥소가 신발에 묻어있다. 애완윳이면 곤란하다. 급히 살펴보지만 아무리 봐도 뱃지는 안보인다. 그저 들윳이었나 보다.

 

"깜짝이야. 잘못밟은 줄 알았네."

 

 그대로 지나가는 남자. 들윳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첸. 많이 재밌어?"

 

"재밌는 고네! 하지만 첸은 오빠야랑 같이 놀때가 가장 재밌다구!"

 

 개인지 고양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주인사랑이다. 도시락을 먹고, 벚꽃을 모아 가지고 놀고. 돗자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놀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지나갔다. 놀만큼 놀았겠다 슬슬 돌아가려고 오빠는 마음먹었다.

 

"슬슬 돌아갈까?"

 

"응! 같이 가는 고네! 첸은 정말로 재미있었어!"

 

"그래그래. 집에 돌아가면 따뜻한 물에서 씻자꾸나"

 

"늣...?!"

 

 갑자기 첸의 눈이 커진다. 그래도 고양이이긴 한가보다. 씻는 걸 싫어하는 걸 보니.

 

 첸과 오빠야가 돌아간 자리는 얼마 안가 다른 사람이 자리잡는다. 윳쿠리들이 그 자리에 떨어진 것을 찾을 틈도 없이 곧바로 자리가 매꿔진다. 앞으로 3일간은 계속 될 벚꽃 축제. 해가 지고 저녁이 내려앉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도무지 끊기지 않는다. 애완윳쿠리들이 없을 뿐이지 사람으로 가득찬 것은 변하지 않는다.

 

"미안하다제 아가야... 미안하다제..."

 

 마리사는 발걸음을 돌려 돌아간다. 축제에 얻은 먹을 것으로 배부르게 가족을 먹이고 싶었지만 마리사는 처음부터 전략을 잘못짰다. 마지막날에 가면 됬을 것을 첫날부터 간 것부터가 문제. 먹을 것은 얻지도 못하고 소중한 자식의 시체조차 제대로 되찾지 못하는 서글픈 발걸음이다. 모자에 담긴건 오전에 뜯어서 오후내내 말라 비틀어진 풀쪼가리. 가족을 볼 낯이 없다.

 

"느으... 느으..."

 

 포식종들이 찾아올까봐 큰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마리사는 다시 한번 축제의 장을 돌아본다. 환하게 빛나는 불빛과 기분 좋은 웃음소리로 가득찬 그곳. 언제나 동경해왔지만 결고 주어지지 않는 인간들의 공간. 윳쿠리중에서 오로지 애완 윳들에게. 그 중에서도 극소수에 허락된 그 공간 언저리에 빌붙어서 살 수밖에 없는 마리사는 오늘도 들윳의 하루를 끝내기 위해 집에 돌아갈 뿐이다.

 

-To be continue-

 

 자유와는 달리 완전 애호물로 쓰고 있는 첸과 오빠야.

물론 애호받는 건 애완윳뿐이고 야생에는 가차없죠.

사실 그저 폭력뿐인 학대보다는 어찌어찌 삶을 연명하는 가운데 희망만 바라보고 살아가지만 주어지지 않는 것이 더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쪽의 야생가족처럼 말이죠

 

  • ?
    지나가던윳쿠리 2016.09.27 20:07
    테- 이야기의 소프트버젼이군요. 펫은 가족이니까 상냥하지만 야생에게는 한없이 잔혹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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