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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5 00:24

마리사-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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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윳쿠리 숍. 손님이 제일 없을 한가한 시간인 오후 2시다. 직원은 하품을 하면서 먼지털이개로 윳쿠리들이 담긴 수조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수조 안의 윳쿠리들은 직원을 보자마자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건방지게 굴거나 인사하거나 등등. 직원은 이것들이 언제 들어왔나 체크하고 들어온지 오래된 녀석들은 가격표를 바꾸었다. 

 

들어온지 꽤나 오래된 녀석의 가격은 처음에는 10만원이었지만 2주정도 지나서 5천원 정도로 떨어졌다. 직원이 한참 가게를 정리하고 있을때쯤에 한부녀가 손을 잡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여기 안온지 몇년 됐는데 아직까지 기억해 주시니 고맙네요. 오늘은 우리 딸 윳쿠리 사주러 왔어요."

 

 

보통 유치원에는 금붕어 길러보고 보고서 쓰기따위의 과제를 많이 내주지만 요즈음 들어서는 금붕어 대신에 윳쿠리를 사용한다. 물 안갈아줘도 되고 아무거나 먹여도 되고 가격도 금붕어보다 무지막지하게 싸기때문에 과제용으로 아주 적합했다. 어디까지나 동뱃지도 합격못한 녀석들에 한해서지만.

 

"설아, 한번 골라볼래?"

 

"응, 설이 마음에 드는거 살거야."

 

설이라고 불린 여자아이는 가게안을 돌아다니면서 윳쿠리들을 보았다. 한 수조에 너무 고개를 가까이 들이미는 바람에 안에 있는 윳쿠리 가족을 울릴 뻔도 하였다. 몇분동안 마구 돌아다니다가 설이가 멈춰선 곳은 어딘가 매우 건방져보이는 성체 마리사 우리의 앞이었다.

 

"얘로 할래!"

 

"굳이 이걸? 얘보다 더 착해보이는 애들도 많은데 왜 하필 얘니?"

 

"맛있어보여!"

 

그 말을 들었는지 안에있던 마리사는 고개를 땅바닥에 묻고 엉덩이를 마구 실룩거렸다. 아마 자기는 맛없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은 마리사를 꺼내 라무네 스프레이를 뿌렸다. 마리사는 곧바로 잠에 들어 추욱 처졌다.

 

"근데 은뱃지로 보이는데 왜이렇게 싼건가요?"

 

"마리사종 아시잖아요? 성격 드러운거. 올때부터 유독 심한 녀석이라 가격을 저렇게 내렸는데도 안팔렸어요. 저 성격 때문에 금뱃지를 못딴 것 같아요. 상자에 담아드릴까요?"

 

"네 담아주세요. 카드로 할...어라 지갑이 어디갔지."

 

그때 뒤에서 누가 남자의 등짝을 세게 후렸다. 남자는 고통 때문에 뒤를 돌아보았고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으이구, 내가 몇번을 말해요? 빠진거 없나 잘 살피라니까. 지갑 신발장에 놓고 갔네요."

 

"미안해요 당신. 다음엔 잘 챙길게요."

 

 

 

직원은 부부를 살짝 보고서는 마리사를 상자 안에 넣었다. 곤히 잠들었으니 2시간 뒤에야 깨어날 것이다. 

 

"그래서 카드로 하실 건가요?"

 

"예, 카드로 하겠습니다."

 

"성함이?"

 

"단입니다. 외자에요."

 

직원은 카드를 긁고 그 이름을 입력해서 포인트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였다. 예전에는 윳쿠리 애호가였던 인물이 틀림 없었다고 직원은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포인트가 몇십만이나 쌓여있을리가 없으니까.

 

"포인트 쌓인걸로만 해도 그냥 구매 가능한데 하시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아참, 부인분도 회원가입하시겠어요?"

 

"전 됐어요. 이미 가입되어 있을텐데요? 혼이라는 이름 검색해 보세요."

 

 

 

결제가 끝난 후 단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딸인 설을 안고 가게를 나갔다. 옆에는 그의 아내가 함께 따라나갔다. 직원은 성격 드러운 마리사가 완전히 가게를 나가자 환호를 외쳤다.

 

"예스! 드디어 골칫거리 하나가 사라졌다! 야호! 그녀석  막말하는 거 듣기 싫었는데 잘됐다!"

 

"저기, 식용, 윳쿠리, 있나요."

 

직원은 느닷없는 물음에 목소리가 들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키가 크고 갈색머리카락에 갈색피부를 한 여성이 문을 조심스래 열고 들어왔다. 직원은 키가 엄청 크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거의 2미터는 되어보였다. 그녀는 가게안에 들어와 윳쿠리들이 있는 수조로 직행하고 방금 팔린 마리사가 있던 수조를 가리켰다.

 

"여기, 있던, 마리사, 어디, 갔나요."

 

"아 거기있던 마리사요? 좀 전에 팔렸습니다."

 

사실 지금 들어온 여성도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다. 몇년 전쯤에 처음 와서는 식용윳쿠리가 있냐고 물어보았고 직원이 얼떨결에 있냐고 대답하자 그녀는 냉큼 가장 싼 처분용 레이무 한마리를 집어 즉석에서 뜯어먹었다. 직원은 그것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쉬운지 혀로 입술을 핥았고 뒤통수를 박박 긁었다. 머리카락이 길어 어깨까지 내려오는걸 보자 직원은 샴푸 엄청 쓰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거, 라도, 주세요."

 

"네, 윳쿠리 레이무 가족세트군요. 총 4만원입니다. 성체 레이무 하나, 아기 레이무 셋, 성체 파츄리 하나, 아기 파츄리 하나입니다."

 

"여기, 카드요."

 

직원은 그녀에게서 카드를 받고 긁었다. 카드가 긁히자마자 직원은 어떻게 담아줄지를 물으려 했으나 딱히 그럴필요가 없다는걸 떠올렸다.

 

"레이무의 아가야들을 먹지 말라구우우우!!!!!! 아가야들도 소중한 생명이란 말이야!!!!!"

 

"엄마야 살려져!!!!!"

 

계산된 즉시 그녀는 윳쿠리 가족이 있던 수조로 달려가 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안에서 벌벌 떨고 있던 아기 레이무 한마리를 꺼내 우왁스럽게 쥐고는 한입에 넣었다. 그 광경을 본 다른 아기윳쿠리들은 어미의 뒤에 숨으려고 엉덩이를 실룩거렸다. 어미는 어미 나름대로  살고싶어서 새끼들 생명타령을 하였다.

 

"느붸에에에에에엙!"

 

"아가야는 크림씨를 토하면 안된다구요 무큐우우우!!!"

 

윳쿠리들이 외치던지 말던지 그녀의 손에는 이미 다른 아기 윳들이 쥐여져 있었다. 

 

"저기요, 손님? 드시는건 좋은데요. 담아드릴테니까 집에가서 드시면 안될까요? 다른 윳쿠리들이 무서워 합니다."

 

그녀는 순간 직원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직원은 그 눈빛에 압도되어 살짝 뒷걸음질쳤다. 그녀는 뭔가 정신이 들었는지 수조안의 윳쿠리들을 가리켰다.

 

"담아, 주세요."

 

"라무네 뿌려드려요?"

 

"됐어요. 그리고, 미안, 합니다. 배가, 많이, 고파요."

 

직원은 매일 얼마나 배고프면 여기와서 식사로 윳쿠리를 먹지 하는 생각을 하며 윳쿠리 가족을 포장했다. 레이무의 죽기싫다는 절규가 들렸지만 직원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녀는 비닐봉지를 받고는 가게를 나갔다.

 

"아참 손님! 포인트 적립하셔야죠. 이름 말해주세요."

 

"퀸, 입니다."

 

직원은 이번에도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역시나 무지막지한 포인트가 쌓여있었다. 자신이 여기 입사했을때부터 본 인간이지만 어지간히 많이 사갔다는 생각을 하였다.

매일같이 성체 윳쿠리 한마리 이상을 사갔으니 말이다.

 

--------------

윳요리 아이디어가 안떠올라서 당분간은 본편 연재입니다.

근데 본편이 더 재미없잖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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