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나니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소재를 주신 류민혜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뿐입니다.
태클은 환영입니다.
"이만 갈게."
그 말과 함께 친구씨가 일어난 것은 레이무와 파츄리가 영상을 거의 다 볼 쯤이었다.
파츄리는 그녀의 주인이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반색하며 주인에게로 이동했다.
"느,늣!"
뒤늦게 레이무도 정신을 차리고 언니야쪽으로 튀어갔다.
가볍게 파츄리를 안아 올리는 친구씨와 달리 언니야는 레이무에게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친구씨를 배웅할 뿐이었다.
레이무는 그 사실에 가볍게 실망하면서 떠나는 친구씨를 보았다.
"또 올게."
"잘 가."
"레이무도 잘 있어."
친구씨는 파츄리의 귀밑털을 잡고 휙휙 저으며 레이무에게도 인사를 건냈다. 파츄리가 무큐큐하는 웃음 소리를 냈고, 레이무는 멍하니 그것을 보았다.
그러다 레이무는 뒤늦게 자신이 인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황급히 화답했다.
"느, 느! 느긋하게 있으라구!"
"헤에, 졸린가보네. 그럼 바이."
약간 넋이 나간 상태의 레이무를 보며 친구씨는 피식 웃고는 그대로 집을 떠났다.
"어휴, 드디어 갔네."
언니야는 그렇게 친구씨를 배웅한 다음, 터덜걸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레이무의 앞에 있던 노트북을 들고 책상으로 갔다.
[사나에....그렇게 갈 줄 알았으면 평소에 잘할걸...흑...]
레이무는 어제 보았던 영상 중 주인의 회고를 떠올렸다.
사나에를 그리며 후회하며 슬퍼하는 모습이 팥소를 스쳐지나갔다.
"느읏..."
레이무에게 관심이 없던 언니야가 자연스럽게 뒤따라 상기되자, 레이무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굳이 느긋할 수 없는 상상을 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데-굴...데-굴"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데굴데굴을 해보았지만, 그다지 흥이 나지 않았다.
레이무는 벽에 비뚜름이 기댄 채, 조용히 우울한 시선을 아무데나 던졌다.
"..늣...리사는...냥꾼..라제...!"
그렇게 있던 레이무는 책장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을 들었다.
"느?"
레이무는 소리를 듣자 몸을 기우뚱 일으켰다. 당연하지만 언니야의 집에 사는 것은 레이무와 언니
뿐이었고, 이곳에 또다른 주민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들려온 것은 분명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거기 누구 있냐구?"
호기심을 따라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물으며 책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레이무는 책장 뒤에 미묘하게 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마리 윳쿠리가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한마리의 콩윳쿠리가 있었다.
"느?"
콩윳쿠리 마리사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책장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머리에 이는 그림자를 깨닫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느히이익! 마리사는 도망친다제!"
마리사는 레이무를 확인하자마자 사색이 되며 몸을 돌려 도망쳤다. 시시가 줄줄 새고 있었고, 씰룩씰룩 움직이는 동작은 윳쿠리인 레이무가 보더라도 굼뜨기 그지 없었다.
이러한 희극적인 광경 속에 레이무는 조용히 마리사를 불렀다.
"마리사?"
"느히이이이익? 전속!전진!한다제!"
그러나 자신보다 월등히 큰 상대에 마리사는 겁을 먹고 도망칠 뿐이었다. 물론 전속전진을 외치고 있는 것과 달리 속도는 아까보다도 더 느렸다.
레이무는 피식거리곤 마리사를 멈추기 위한 대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제!"
과연 마리사는 더할 나위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 돌려 대답했다.
"여기 먹으라구..."
자신이 해를 끼칠 의향이 없다는 것을 전달하고 나서 레이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마리사에게 자신의 윳쿠리 푸드를 주는 것이었다.
비록 크기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레이무와 마리사는 서로가 모두 같은 윳쿠리라는 자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레이무는 마리사가 굶주린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마리사는 레이무가 윳쿠리 푸드를 건내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레이무의 선물을 받았다.
"느와아아아! 고맙다제!"
다행히 마리사는 그럭저럭 선한 개체였는지, 레이무를 노예 취급하지 않고 감사 인사를 하며 윳쿠리 푸드에 달라 붙었다.
"우꺽! 우꺽! 캐캐캐캐캥보오오오옥!"
"느으..."
레이무는 마리사가 게걸스럽게 윳쿠리 푸드를 먹는 것을 보며 가볍게 신음을 흘렸다. 어찌되었건 브리더에 의한 정식 교육을 받은 그녀로서는 조금의 품위도, 자제성도 없이 본능에 맡겨 음식을 입에 넣는 장면이 꺼림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레이무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사는 윳쿠리 푸드를 잔뜩 흘려가며 먹은 뒤, 정말 순수하게 감탄하며 외쳤다.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거제! 이건 어디서 사냥! 해온거라제?"
"느으... 이건 레이무가 사냥해온 게 아니라구..."
"느읏?"
"이건 언니야가 준 거라구."
레이무는 언니야의 결계씨-문-을 한번 힐끔거리며 대답했다. 마리사는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니야? 아아, 똥인간 말이냐제?"
"느읏?!"
그 말을 듣자마자 레이무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물론 분노에 의한 것이었다.
어찌되었건 언니야는 레이무의 주인이었다. 펫숍에서 처분되기 직전에 있던 그녀를 구한 은인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뿌꾸가 되어버리기 직전의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질겁했다.
"느와아아아!"
"언니야를 그렇게 심하게 말하지 말라구!"
"느늣! 미안하다제!"
솔직하게 사과하는 마리사를 보며 레이무는 숨을 내뱉었다. 마리사는 레이무가 숨을 내뱉는 것을 보며 가볍게 안도한 뒤, 레이무에게 물었다.
"느, 그렇다면 언니야는 어떤 인간씨인거냐제?"
"느..."
마리사의 질문에 레이무는 순간 멈칫했다.
언니야는 과연 어떤 인간씨일까.
레이무는 잠시 고민하다가 브리더에게 받은 교육대로 따르기로 했다.
"언니야는 레이무의 사육주씨라구!"
"느으...언니야 늦는다구..."
레이무는 힐끔 시계를 보았다. 어찌되었건 레이무는 은뱃지였기에 그녀는 조금 힘겹지만 현재 시간이 23시를 넘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평소 언니야가 퇴근하는 시간인 20시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늦은 시간이었다.
레이무는 언니야의 결계씨-문-을 보다가 힐끔 책장 뒤쪽을 보았다. 콩윳쿠리인 마리사의 집이 있는 곳이었다.
평소라면 외로웠을테지만, 오늘만큼은 마리사와 대화를 하느라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언니야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철컥
그리고 때마침, 문이 열렸다.
"...그게 어째서 제 책임인건데요?"
"느! 언니야 어서 오라구!"
레이무는 언니야가 오자마자 반기며 인사했다.
그러나 언니야는 네모난 판씨-스마트폰-을 귀에 댄채 왈칵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어,언니야..."
평소 이럴때 언니야에게 말을 걸면 화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레이무는 멈칫했다. 언니야는 레이무의 배려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판씨에 화를 내며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왔다.
"아 비켜봐."
"느뷧!"
언니야는 앞을 막는 레이무를 발로 걷어 치웠다. 레이무는 비명과 함께 가볍게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냉대받아오긴 했지만, 물리적인 충격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비명을 지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뭉개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아직 남아있었기에 레이무는 신음을 씹어 삼키며 황급히 일어나 언니야를 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원청에서 알아서 해야할 일이지..."
"느으..."
물론 언니야는 레이무를 걷어치웠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듯했다. 언니야는 그저 판씨에 대고 보이지 않는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뿐이었다.
"아, 됐어요! 꺼져!"
"...느..."
"때려쳐! 때려쳐!"
급기야는 평소 쓰지 않던 말까지 하는 언니야였다. 언니야는 그렇게 욕설을 쏘아붙이곤 그대로 판씨를 침대로 던졌다.
레이무는 그런 언니야를 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언니야..."
고민 끝에 작게 언니야를 부르는 레이무였다. 그러나 언니야는 레이무를 힐끔 보고는, 경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리 안가?"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언니야는 오늘도 아침 일찍 어디론가 나갔고, 레이무는 혼자 집에 남아있었다.
레이무는 멍하니 있다가, 책장쪽으로 다가가 마리사가 있는지 확인했다.
교육받지 않은 개체였기 때문이었을까, 마리사는 아직 깨어있지 않았다.
레이무는 이전에 파츄리와 보았던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사나에가 자살하고 울부짖는 주인의 모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레이무는 사나에가 자살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이런 저런 말로 꾸몄지만 결국은 외로움에 의해 죽은 것이 분명했다.
자료 화면으로서 나온 장면에서 보인 사나에의 표정을 통해 레이무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 레이무는 언니야를 떠올렸다.
평소에도 레이무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던 언니야였지만, 이제 언니야는 무관심을 넘어 레이무를 경멸하고 있었다.
느긋할 수 없는 것과 느긋할 수 있는 것에서 만큼은 인간을 뛰어넘는 감각과 민감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윳쿠리였다.
언니야의 시선이 결코 느긋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만큼은 레이무는 쓸데없을 정도로 느낄 수 있었다.
레이무는 다시 사나에를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홀로 남아 '먹으십시오'를 외치고 떠난 사나에의 주인을 떠올렸다.
사나에의 그런 표정을 보건데, 그 주인 역시 레이무의 언니야와 마찬가지로 사나에에게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방송 속의 사나에의 주인은 레이무가 본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슬퍼하고 있었다.
나아가 사나에를 평생 잊을 수 없다고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죽음으로써 주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무는 다시 언니야를 떠올렸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지금 언니야에게 그 어떠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집에 올 적에 다짐했던, 언니야를 느긋하게 해주겠다는 다짐을 지키기는커녕, 이제는 경멸만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레이무는 입술을 깨물었다. 짧지만 속 깊은 다짐 끝에 레이무는 천천히 리본을 떼어냈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그랬다니까!"
"아이 진짜."
언니야는 친구씨에게 하소연을 하며 문을 열었다. 언니야는 친구씨의 파츄리를 안고 있었기에 양
손 가벼운 친구씨가 먼저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친구씨는 집에 들어가자마 깜짝 놀랐다.
"꺄아!"
"왜 그래?"
"무큣?!"
친구씨의 가벼운 비명에 언니야와 파츄리가 덩달아 놀랐다.
언니야는 황급히 들어가 보았고, 곧 친구씨가 무엇에 놀란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는 반으로 뚝 쪼개져있던 레이무가 있었다.
"에이씨..."
레이무를 보자마자 언니야를 혀를 찼다.
"도와줄까."
"아니 됐어."
언니야는 짜증나는 표정을 한번 짓고는 방 한켠에서 비닐 봉지를 가져와 레이무를 담았다. 파츄리는 그녀의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에 당황해 허둥대고 있었고, 친구씨는 작게나마 언니야를 도와 레이무를 치웠다.
"무큐..."
"이건 어떻게 할거야?"
그러던 중 친구씨가 언니야에게 리본을 보이며 물었다.
언니야는 반으로 갈라진 레이무의 시체를 비닐 봉지에 넣으며 말했다.
"버려."
"무큣?!"
언니야의 반응에 파츄리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너무나도 비정한 말에 파츄리는 황급히 그녀의 주인을 보았다.
"응."
그러나 그녀의 주인은 파츄리와 달리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듯 했다.
파츄리는 혼란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헤맸다.
그러던 중 책장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짓이냐제!"
"음?"
"에?"
두 명의 인간과 한 마리의 윳쿠리는 일제히 책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콩윳쿠리 한마리가 있었다.
검은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마리사종인 것으로 보이는 그 윳쿠리는 땋은 머리를 파닥거리며 이어 호통쳤다.
"레이무의 리본씨를 함부로 다루지 말라제! 레이무는 똥인간을 언니야라고 하면서..."
-콰직
그리고 그렇게 마리사의 호통은 중단되었다.
언니야는 마리사의 시체를 레이무를 담았던 봉투에 털어 넣으며 불평했다.
"에이씨, 언제 콩윳쿠리가 들어왔대."
"약 좀 쳐놔."
"그래야겠다."
곧 마리사의 죽음으로 죽음의 냄새가 풍겨왔다. 그러나 그런 냄새를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평온한 어조로 투덜투덜 대화를 나눌뿐이었다.
파츄리는 얼굴을 찌푸렸다.
"무,무큐..."
"아, 파츄리 괜찮아?"
그러던 중 친구씨가 파츄리에게 물었다. 파츄리는 친구씨의 표정을 보았다.
그렇게 그녀는 친구씨의 얼굴에 여전히 슬픔 등의 별 다른 감정이 배어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자신의 상식!과 배치되는 현실 속에서 파츄리는 순간적으로 토할 뻔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했고, 그 명제는 윳쿠리 또한 포함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던 그녀였다.
비록 인간보다 미력한 존재라고 할지 몰라도, 어쨌든 인간과 정 정도는 나눌 수 있다고 믿어왔다.
당장 지난번 노트북에서 보았던 사나에와 주인 또한 그러지 않았는가.
그러나 파츄리는 금뱃지 애완 윳쿠리였다.
"괜찮다구!"
짙은 죽음의 냄새 속에서 파츄리는 해맑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레이무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그녀의 주인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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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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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편



그녀는 빅 시스터를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