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2017.03.03 20:00

남극에서 온 그녀 -10-

mad
조회 수 161 추천 수 3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새는 레티 혼자 산책을 갔다오는 일도 생겼다.

이 근방의 지형에 많이 익숙해졌고, 본인 자신도 사람에 견줄만큼 튼튼해서 다칠 염려도 안든다.

호기심이 크다는 게 좀 걱정이긴 하지만 아무나 따라가지 말거나 낯선 곳엔 가지 말라는 등의 주의를 줬으니

내 말을 잘 따라주는 레티니까 아마 괜찮을거다.

한편으론, 먹이를 미리 구해 쌓아놓고 겨울잠을 지내는 야생윳과 달리

노숙윳은 언제나 먹이가 부족하고 겨울잠을 잘 만큼 제대로 된 보금자리도 없어

추운 겨울에도 언제나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며 고생하곤 한다.

이건 그런 노숙윳과 혼자 만난 레티의 이야기다.

 

"하아~ 아이스크림 맛있다!"

 

레티는 그동안 내가 돈을 쓰는 모습을 보며 배웠고, 또 내가 경제관념을 종종 알려준 덕에

이제는 내가 용돈을 주는 것으로 혼자서 간식거리를 사먹을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산책하던 도중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끽하고 있다.

 

"이거, 얼음처럼 딱딱한데 오렌지맛 난다. 맛있었다. 이번엔 어떤 걸 먹을까?"

"잠깐! 그 아이스크림은 데이부의 아가야꺼잖아!"

 

여러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한 봉지 가득 사서 하나씩 맛보고 있는 레티에게 게스 레이무, 통칭 데이부가 다가왔다.

 

"당장 데이부의 아가야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려달라구! 당장이 좋다구!"

"그러타꾸! 세께의 아이돌찌인 레-뮤에게 아이쯔끄림찌 돌려달라꾸!"

 

데이부의 머리 위엔 딱봐도 게스인 걸 알 수 있는 와사종 아기 레이무가 있었다.

 

"으응? 그치만, 이건 마사히로가 준 용돈으로 산 아이스크림이다."

"무슨 헛소릴 하는거야 이 게스가! 데이부의 아가야의 아이스크림인 게 당연하잖아!"

"마사히로, 말했다. 정해진 만큼의 돈을 내면 그 물건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레티, 아이스크림 값 냈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소유권, 레티꺼다."

"정말 멍청한 게스 할망구네! 그런 영문모를 소리따윈 아무래도 좋고 데이부꺼인 게 당연하잖아!!"

 

사실 데이부가 이렇게 말한 시점에서 이미 데이부의 속내는 드러났다.

지 새끼가 아니라 지가 먹고 싶어서 새끼핑계를 댄 것일 뿐이었다.

 

"레티가 샀는데, 왜 레이무꺼야?"

"그야 당연히 세상의 모든 아이스크림씨는 데이부꺼인 게 당연하잖아!"

"당연한 거, 없다."

"하아?"

"세상에 당연한 거, 없다. 전부, 이유 있다. 남극에서 배웠다. 야생에서부터 배웠다.

다들 노력한다. 전부 노력한다. 펭귄은 살기 위해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다.

펭귄이 먹는 생선도 저절로 생기지 않고 언제나 살기 위해 노력한다.

펭귄이 태어나는 알도 다른 새가 살기 위해 먹는 일도 있다.

레티, 살기 위해서 싸웠고, 사냥했고, 그래서 고기 먹었다. 고기,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다.

마사히로도 그렇다. 마사히로, 일한다. 일한만큼, 돈 받는다. 그 돈으로 필요한 거 산다. 당연한 거 아니다.

윳쿠리도 그렇다. 살기 위해 돌아다닌다. 먹이 찾는다. 숨는다. 먹이, 그냥 생기지 않고, 안움직이는데 숨어지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다. 당연한 거 없다. 전부 이유 있다. 수많은 것이 얽히고 얽혀서 이루어진다. 그게 세상이다.

아이스크림도 당연하지 않다. 누군가가 노력해서 만들었고, 누군가가 노력해서 파는거다.

레티는 그걸 정당한 만큼의 댓가를 내고 샀다. 레이무는 세상 모든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나?"

 

보통의 윳쿠리라면 이렇게 긴 이야기 이해할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레티는 사실상 사람이나 다름없는 외관이지만 일단은 몸첨부 윳쿠리.

게다가 아직 언어가 완전히 익숙치 않아 끊어말하는 특징이, 역으로 윳쿠리에겐 더욱 이해를 도왔다.

똑같은 말이라도 인간이 하는 말이라면 데이부는 귀를 닫았겠지만

레티의 말은 전부 들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걸 인정하거나 공감하는 건 별개의 문제겠지만 적어도 레티가 한 말을 이해는 했다.

그렇기때문에 데이부는 벙쪄서는 아무런 반박은 커녕 억지도 부리지 못했다.

 

"레티, 다시 물어본다. 세상 모든 아이스크림, 레이무가 만들었나? 레이무가 노력했나? 레이무가 값을 냈나?"

"데, 데이부는..."

"모야 증말! 쑬모업는 엄마야네!"

"아, 아가야!?"

"레-뮤에게 아이쯔끄림찌를 바치지 모타는 엄마야따위 피료업써! 게쓰는 느그타게 주그라꾸!"

"어...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거야!!"

"고기 할망꾸! 빠리 레-뮤에게 아이쯔끄림찌를 바치라꾸! 세께의 아이돌찌가 아이쯔끄림찌 머거준다꾸! 영광이라꾸!"

"우웅... 레티가 산 아이스크림인데... 그래도 윳쿠리, 돈 가질 힘 없다. 그러니까 먹고싶어도 살 수 없을거다.

맛있는 건 다같이 나눠먹어야 더욱 맛있다. 응! 레티, 아이스크림 나눠준다!"

"이쩨야 이해한고네? 빠리빠리 아이쯔끄림찌 달랴꾸! 댱쟝이 죠타꾸!"

 

그리고 레티는 커다란 컵에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을 꺼내 뚜껑을 열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친절하게도 그 작은 아기윳이 스스로 컵 안으로 들어가 먹을 수 있게 컵을 눕혀줬다.

어린 와사종 레-뮤는 자신에게 있어 무능한 노예라서 버린 어미를 뒤로 하고 아이스크림 컵안으로 들어갔다.

어미인 데이부는 자기 새끼의 매도에 혼란에 빠져있었다.

 

"뉴와아아! 다꾬다꾬찌가 쟌!뜩!이라꾸! 져~언부 레-뮤꼬라구!"

"아, 아가야..."

"쓸모업는 써글 노예찌는 오지 말라꾸! 아이쯔끄림찌는 젼부 레-뮤꼬라구!"

"레이무의 아가야, 엄마야 버렸다."

"고럼, 느그타게 우꺽!우꺽!한다꾸!"

 

그렇게 레-뮤는 큼지막하게 입을 벌려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그렇다. 먹지 못하고 물기만 했다.

지금은 한겨울이다. 그런데다 구매되기 전까진 편의점 냉장고의 냉동실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던

그런 대형 컵 아이스크림이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상태였다는 건 말 안해도 알 수 있다.

사람이라면 숟가락으로 떠서 어떻게든 먹었겠지. 레티는 더 튼튼한데다 지금은 숟가락도 가지고 있고.

윳쿠리도 성체라면 어떻게든 먹을 수 있는 녀석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스크림을 문 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어린 새끼.

엿으로 된 치아는 아직 물렁하기만 하고, 치아의 고정상태도 성체보다 불안정하다.

아이스크림을 물었을 때 치아가 박혔고, 그걸 먹겠다고 있는 힘껏 입을 닫은 순간

복실복실한 귀밑털을 있는힘껏 흔들어대며 좋아하던 그 어린 레-뮤의 이빨은 하나도 남지 않고 전부 뽑혀버렸다.

 

"느? 입찌가 아푸다구?"

 

입안에서 통증을 느낌에도 상황파악이 안되던 레-뮤.

아이스크림에 박힌 자기 이빨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뉴와아아아악! 오재서 레-뮤의 벼빗가치 비나는 이바씨가 뽀힌고야아아아아아!"

"아, 아가야아아아!"

"아이스크림, 딱딱했다. 추워서, 얼었다. 아가야, 약하다. 딱딱한 거, 혼자 못먹는다. 그래서 말했다. 나눠먹자고."

 

그제서야 레티는 숟가락으로 레-뮤의 치아가 박힌 부분의 아이스크림을 퍼내 모녀 앞에 놓았다.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아이스크림이 부드럽게 녹기엔 어림도 없다.

레-뮤 혼자선 이렇게 떠준 아이스크림조차 제대로 핥아먹을 수 없다.

그나마 어미가 입안에서 녹여준다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 부분은 레-뮤도 금방 깨달았는지, 직전까지 쓸모없는 노예라며 매도하던 어미에게 달라붙어 부비부비를 했다.

 

"어마야, 레-므 어마야 제~루 조아하다후? 고로니가 오마야가 아이수구리시 노여다라후?"

 

치아가 전부 나가버려 발음이 부정확하다.

그럼에도 이 레-뮤가 어미에게 앙탈부리며 자신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여달라고 요구하는 건 알 수 있다.

그런 레-뮤를 내려다보는 어미의 눈은 차갑다.

정성가득한 모성애 넘치는 눈빛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자기 새끼를 보는 눈빛이 아니다.

어미인 데이부는 어린 새끼를 가볍게 밀쳐내고는 바닥에 놓여진 아이스크림 조각을 통째로 삼켰다.

자기 새끼의 치아까지 전부.

그대로 아이스크림도, 자기 아가야의 치아도 입안에서 녹여 삼켰다.

 

"...데이부, 언니야의 말 이해했다구. 세상은 당연히 데이부를 위해 존재한다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구."

"레티, 안다. 세상은 그저 세상으로만 존재한다. 홀로 존재한다. 그 어느 누구만을 편애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또 모두에게 가혹하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 위해선 노력해야 하는거다. 그래야 느긋할 수 있다."

"데이부, 깨달았다구. 앞으로 노력해서 살거라구. 열심히 살겠다구. 언니야의 친절, 고맙다구."

"다들 열심히 노력한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윳쿠리도."

"데이부는 이만 가본다구. 해가 지기 전에 먹이씨를 사냥해야 한다구."

"레이무, 아가야는?"

"느아아아아아아! 레-므의 아이스시아아아아아아아!"

"...저런 아가야, 느긋할 수 없다구. 저런 아가야랑 살면 노력한 게 다 헛수고가 될 거라구."

 

데이부는 그런 말을 남기고는 오늘을 무사히 보내기 위한 사냥을 나서기 위해 풀숲으로 사라졌다.

레티는 그런 데이부를 아무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 레티에게 이빨이 모두 없어진 와사종 레-뮤가 구걸하며 다가왔다.

 

"오니야, 레-므 브사하아우? 으오니하 오아아라후?"

 

아마도 자긴 불쌍한 존재니까 도와달란 소리인 것 같다.

하지만 레티도 바닥에 놓았던 아이스크림의 뚜껑을 닫고 봉지에 넣은 뒤

아이스크림 가득한 봉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든 동물, 오래 못산다. 많은 동물들, 병든 아가야 포기한다. 다음 아가야한테 기대한다.

아가야 레이무, 마음이 병들었다. 그리고 이젠 몸도 병들었다.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거다. 그게 자연이 섭리다."

 

그렇게 레티도 그 자릴 떠났다.

그저 알아듣지도 못할 부정확한 발음으로 빽빽대는 와사종 레-뮤를 뒤로 하며.

그 작은 윳쿠리는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와서 불쌍한 자신을 가엽게 여겨

거두어가 보살펴주길 바랄 뿐이다. 호사스런 생활을 바쳐주길 바랄 뿐이다.

덧없는 바램이고, 무의미한 희망이다.

한마리의 비둘기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그 작은 윳쿠리는 보지 못했다.

 

"마사히로! 레티, 산책 다녀왔다!"

"그래, 잘 다녀왔... 우와 그 아이스크림들 다 뭐아?"

"에헤헤, 레티, 너무 사버렸다."

"뭐, 둘이서 나눠먹으면 되겠지. 그래서, 혼자 산책한 건 어땠어?"

"데이부가 레이무가 됐다."

"응?"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공지 글 창작물 게시판 이용안내 2 류민혜 2015.09.05 1143 0
670 일반 윳쿠리의 논리 1 미카엘 2017.03.06 141 0
669 학대 아기 2 미카엘 2017.03.05 191 0
668 학대 안락사. 1 미카엘 2017.03.05 207 1
667 애호 교훈 미카엘 2017.03.05 162 0
666 일반 입맛 1 미카엘 2017.03.05 132 0
665 애호 윳쿠리의 정신구조. 미카엘 2017.03.04 168 1
664 애호 윳쿠리의 신체구조 미카엘 2017.03.04 232 1
663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0- 3 mad 2017.03.03 177 4
» 일반 남극에서 온 그녀 -10- 5 mad 2017.03.03 161 3
661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9- 3 mad 2017.03.02 180 4
660 일반 남극에서 온 그녀 -9- 3 mad 2017.03.02 123 2
659 학대 잘못. 2 미카엘 2017.03.02 185 1
658 학대 말빨. 5 미카엘 2017.03.02 215 1
657 학대 윳학오빠는 조용히 윳학살하고 싶다 4(完) 탄핵남자 2017.03.01 154 0
656 애호 느긋한 윳쿠리의 이야기 2 미카엘 2017.03.01 211 0
655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8- 4 mad 2017.02.28 175 3
654 일반 남극에서 온 그녀 -8- 2 mad 2017.02.28 136 2
653 학대 윳쿠리 스테이크 2 느늣 2017.02.28 203 0
652 일반 윳아는 느긋할 수 있어! 미카엘 2017.02.28 160 0
651 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7- 6 mad 2017.02.28 199 6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81 Next
/ 81

규칙을 잘 지킵시다
비로그인
비로그인
느긋함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