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극의 코지마씨한테서 직접적으로 연구를 부탁받았다.
레티의 현 식생활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한다. 특히 선호하는 음식에 대해서 말이다.
아예 필요한 거 있음 사라고 돈까지 보내주셨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연구일지를 안쓸 수도 없지.
그래서 오늘은 좀 여러가지를 사왔다.
"와아! 많다! 마사히로, 이거 다 먹을거?"
"응, 남극의 코지마씨가 레티가 어떤 먹을 걸 더 좋아하는지 알아봐달래서."
"레티, 아이스크림 좋다. 그래도 마사히로가 주는 건 다 좋다."
"그거 기쁜 말이지만 이번엔 연구라고 하니까 솔직한 감상을 말해줘."
"응! 알았다! 레티, 열심히 연구 도운다!"
우선 맛으로 따져본다.
단맛의 설탕, 신맛의 식초, 짠맛의 소금, 쓴맛의 커피가루, 지방맛의 식용유, 감칠맛의 생고기, 떫은맛의 덜익은 감
매운맛은 나름 종류가 있다고 해서 코지마씨가 지정해 주셨는데
톡 쏘는 듯한 매운맛인 휘발성 매운맛으로 마늘과 양파를
화끈하게 매운맛인 비휘발성 매운맛으로 생강과 고추를 지정해줬다.
여튼 이 재료들을 살짝 맛보는 식으로 레티의 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먼저 단맛. 레티는 거부감 없이 단맛을 좋아했다. 이런 맛이 단맛이라고 알려주었고, 레티의 한마디.
"단맛, 맛있다. 단거 먹으면 힘난다."
다음은 신맛. 식초를 아주 약간만 마시게 해봤다. 얼굴이 귀엽게 찡그려지는게 보인다.
이런 맛이 신맛이라고 알려주었다. 신맛에 대한 레티의 한마디.
"신맛, 찌릿찌릿하다. 신맛 많이 못먹겠다."
짠맛의 소금은 손가락 끝으로 살짝 찍어먹어보게 했다. 양이 적어선지 표정엔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맛이 짠맛이라고 알려줬다. 짠맛에 대한 레티의 소감.
"짠맛, 바다향기난다. 하지만 건조하다. 물 있어야 할 것 같다."
커피원두를 빻은 가루를 아까 소금 먹듯이 살짝 찍어먹어보게 했다. 얼굴이 신맛때보다 더 일그러진다.
이런 맛이 쓴맛이다, 라고 알려줬다. 쓴맛에 대한 소감.
"쓴맛, 싫다. 레티, 쓴맛 싫다."
라고 대놓고 싫어한다.
여하튼 이러한 식으로 계속해서 실험을 이어나갔다. 레티의 각각의 반응은 이렇다.
"기름맛, 미끌미끌하다. 좀 맛있다. 근데 뭔가 이상하기도 하다."
"감칠맛! 고기맛이 감칠맛! 레티, 고기 좋아한다! 남극에서 많이 먹었다! 레티, 감칠맛 좋다!"
"떫은맛, 맛없다. 혀 이상해진다. 레티, 떫은 맛 싫다."
"우우우... 아프다. 혀 아프다. 매운맛, 혀랑 코 아프게 한다. 매운맛 나쁘다."
"이것도 매운맛... 근데 이건 코 안아프다. 혀만 아프다. 그래도 나쁘다. 레티, 매운맛 흥이다!"
이것이 레티가 보여준 각각의 맛에 대한 반응이다.
기름에서 느꼈다던 이상하다는 감각은 아무래도 느끼한 감각인 것 같다.
휘발성 매운맛이란 건 코까지 매운 류의 맛이라 그런지 코도 아프다고 하고
비휘발성은 흔히 말하는 캡사이신계통의 입만 매운 맛이라 혀만 아프다 하지만 어쨌든 매운맛은 싫어한다.
정리하자면, 레티가 좋아하는 맛은 단맛과 감칠맛이며, 그럭저럭인 맛은 짠맛과 기름맛이고
싫어하는 맛은 신맛, 쓴맛, 떫은맛, 매운맛이 되겠다.
레티에게 잠깐 물 좀 마시면서 쉬게 해주고, 몇시간 뒤 실험을 재개했다.
레티가 좋아하는 맛들 중에서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나열해보고 조금씩 맛보게 해봤다.
나열한 것은 아이스크림, 초콜릿, 생고기, 구운 고기, 귤, 사과, 프링글스, 포키, 길가에서 잡아와 씻긴 노숙윳 넷.
노숙윳은 네종류로 레이무, 마리사, 앨리스, 파츄리로 되었다. 맛만 보면 되는거니 죽든말든 알 바 아니고.
실험 전의 사족으로, 이녀석들 전부 게스라 내가 노예고 자기들을 주인으로 떠받든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자, 레티. 먼저 뭐부터 맛볼래?"
"아이스크림! 레티, 아이스크림 좋다!"
"무슨소릴 하는고야! 달콤달콤씨는 전부 데이부꺼인 게 당연하잖아!"
"...레티, 저 시끄러운 녀석들 다물게 하고 싶은데 윳쿠리부터 맛보면 안될까?"
"우웅, 아이스크림 먹고는 싶지만, 마사히로 부탁, 들어준다."
"어차피 다 맛봐야 하니까 아이스크림도 먹게 해줄거야. 걱정마."
"응! 그럼 레티, 윳쿠리부터 먹는다!"
"제화하하하! 하찮은 할망구따위가 마리사님을 먹을 수 있을리가 없..."
그 게스 마리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마리사의 안면은 레티에게 깔끔이 먹혀버렸다.
레티, 정말 뭘 먹을 때만큼은 입을 크게 잘 벌린다니까.
"느, 느아아아아아! 데이부의 머찐 마리사가아아아아아아!"
"레티, 일단은 이것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왜 마리사부터 먹은거야?"
"이거, 전에 먹어봤다. 익숙하다. 그래서 먼저 먹었다."
아아,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내가 괴롭히려고 주워온 마리사를 먹었었지.
익숙하단 이유로 먼저 먹은건가.
"무, 무큑!"
"데, 데이부는 느긋하게 도망칠거라구!"
도망 못쳤다. 단 몇초만에 아까전의 마리사랑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다음은 팥소를 토하며 죽으려 하던 파츄리에게 페니페니를 세우며 상쾌하려던 앨리스도
마찬가지로 안면을 뜯겼고, 마지막으로 파츄리까지 똑같은 방법으로 먹혔다.
"흐음? 왜 다 안면을 뜯어먹은거야?"
"마사히로가 이것들 시끄럽댔다. 입 없애면 조용해진다."
"아아, 그런 이유였구나. 그런 것까지 신경쓰다니 레티는 섬세하구나? 대단하네."
"에헤헤, 칭찬받았다."
"그럼, 윳쿠리를 먹은 순서는?"
"마리사, 익숙해서 먼저 먹었다. 레이무, 도망치려 해서 다음으로 먹었다. 파츄리, 힘없어서 마지막에 먹었다."
이건 또 꽤나 합리적인 판단이네. 남극의 야생에서 쌓아온 경험에 의한건가?
이 부분은 메모에 밑줄 쳐놨다가 코지마씨한테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이후로도 레티는 나머지 음식들도 하나씩 맛보았다.
귤과 사과에서 단맛과 신맛이 맛있게 어우러진 것에 신기해했고
짜고 고소한 감자칩은 적당하다고 평가했으며
초콜릿과 포키는 단맛이 나는 게 좋다고 했다.
고기는 구운 것보다 날것을 더 선호했고, 제일로 좋아한 건 역시 아이스크림이다.
선호도 순위로는 1위가 아이스크림, 2위가 생고기, 3위가 윳쿠리라고 한다.
1위가 아이스크림인 이유는 제일 시원하고 달콤해서이다. 달콤한 눈이라고 표현했으니 그만큼 좋아하는 건가.
2위가 생고기인 이유는 남극에서 자주 먹었고 제일 익숙해서였다. 이건 꽤나 야생적인 선택이네.
3위를 차지한 윳쿠리는 달콤함이 많아서 금방 기운이 나고, 제일 힘 안들이고도 잡아먹기 쉬워서라고.
아무래도 레티에게 윳쿠리란 그 어떠한 동물보다 사냥하기 만만하면서 영양가 높은 사냥감인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다고 해도 레티가 말하길
"레티, 혼자먹는 건 이제 싫다. 이젠 친구들이랑 다같이 먹고싶다. 다같이 먹는거 즐겁다."
"...혼자서 쓸쓸했구나, 레티."
"응... 남극, 춥고 거칠다. 그리고 혼자였다. 맛있는거 먹어도 혼자면 슬프다. 맛없어도 마사히로랑 같이 먹고싶다."
"좋아, 코지마씨가 주신 돈도 남았으니, 오늘은 레티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 크게 사줄게! 같이먹자!"
"응! 레티, 맛있는 건 친구랑 나눠먹는다! 그게 제일 맛있다!"
맛있는 건 나눠먹는게 제일. 게스 윳쿠리들은 생각도 못할 최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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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치다 마사히로의 남극쇼와기지로의 메세지4※
이번에 부탁하신 연구의 결과, 파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궁금한게 있는데 레티는 마리사, 레이무, 앨리스, 파츄리 순으로 윳쿠리를 먹었습니다.
레티가 윳쿠리를 잡아먹은 순서, 역시 야생에서의 삶과 큰 관계가 있는 건가요?
※남극쇼와기지에서 코지마 연구원의 답장※
음, 첨부파일 잘 받았다. 좋은 연구자료가 되겠어. 만약 논문을 쓰게 된다면 이 부분엔 자네 이름도 올려주지.
그리고 자네가 물어본 그거 말인데, 역시 야생에서 터득한 경험이 본능적으로 반영된 것 같네.
가장 강한 육식동물도 다치거나 병든 사냥감을 우선으로 노리지. 잡기 쉽거든.
그리고 낯선 것보단 익숙한 것을 먼저 먹게 되지. 익숙한 것은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니까.
레티는 이미 한번 먹어봐서 안전함을 안 마리사를 첫번째로 먹었고
두번째인 레이무는 윳쿠리의 속도는 어차피 느린데다 집안에 갇혀있으니 결국은 잡히겠지만
어쨌든 남은 셋중에선 도망치려는 시도를 했으니 우선적으로 잡아먹은 거겠지.
세번째인 앨리스는 파츄리가 생사를 오락가락하니 아직 생기가 있어 도망칠 가능성이 있기에 먼저 먹었겠고
도망칠 가능성 자체가 없어진 파츄리가 마지막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것과는 별개로 일부러 안면만 먹은 건 자네의 말을 신경쓴 이성적 배려라고 여겨지네.
입을 제거해버리는 것으로 윳쿠리가 살든 죽든 더이상 시끄럽지 않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일세.
내 의견이 자네의 의문에 답이 되어줬으면 좋겠군.
그럼, 이번 연구 도와줘서 다시한번 고맙네. 다음에 또 신세지게 되면 그때도 부탁하지.
아무쪼록 레티를 잘 부탁하네.
추신. 어제부로 아사쿠라 연구원이 도쿄로 출발했다네. 이쪽으론 새 신입연구원이 자리를 대신할거네.
아사쿠라는 연구데이터를 도쿄로 전달함과 동시에 한동안 휴가를 받게 되었네만
아무래도 자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이군. 그녀석이 전에 했던 전적을 생각하면... 조심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