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1.03 20:32

아포칼립스 속 윳쿠리 -4-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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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고등학생 때 짝사랑하던 선배가 있었다.

웨이브가 아름다운 검은 머릿결에

매사 침착하고 냉철한 여장부같은 성격

자연미인 그대로의 얼굴과 몸매

학교의 인기여학생 TOP5에 들 정도의 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당시의 난 특징도 없고 소극적인 평범한 학생이었고,

그 사람은 그야말로 학교의 유명인

이어질 리 없겠지만 이 첫사랑을 짝사랑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

1달씩이나 전전긍긍해 고민한 뒤에야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저기..."

"안사귄다."

 

0.5초만에 차였다.

그날 이후로 내 별명은 광탈군이 되었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비웃은 한 윳쿠리 부부를 찢어발긴 걸 계기로 학대파가 되었다.

지금 이 얘기를 왜 하나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생명의 은인이 다름아닌 그 본인이신 것이다.

하느님 맙소사...

정말 고맙다 신이란 새꺄아아아아!! 평생 따르겠습니다아아아아!!

 

"설마 너가 그때의 그 쑥맥이었을 줄이야."

"하하, 저도 설마 이런 지옥 속에서 선배를 만날 줄은 몰랐네요."

"너같은 녀석이 제일 먼저 죽을 줄 알았는데 설마 제일 오래 살아남는 녀석이었다니."

"하하하..."

 

나도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게 신기한데 뭘...

그나저나 선배한텐 실례지만 설마 선배도 여태까지 살아있던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넌 윳쿠리를 좋아하나봐?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다니고."

"아뇨, 어쩌다 보니 함께하게 된 것일 뿐이에요. 아참, 이 두 금뱃지는 전 주인이 있었다던데, 혹시 선배가..."

"난 윳쿠리 안키워."

"말 잘라먹는건 여전하시네요"

"우- 레미랴의 언니야는 저 언니야가 아니다도-"

"플랑의 언니야는 갈색 생머리에 저 언니야보다 머리카락이 짧았어요."

"확연히 다른 특징이군."

 

두 금뱃지 포식종의 주인의 특징은 알겠다.

갈색 생머리에 단발이라... 기억해둬야지.

근데 여기, 하수구인데도 그렇게 더럽지가 않다. 냄새는 좀 나지만.

 

"하수구 치고는 꽤 깨끗하네요? 전 오물 둥둥 떠다니는 더러운 녹색 터널을 생각했는데."

"한번 대량의 강물로 싹 쓸린 모양이야. 게다가 더이상 흘러올 오물도 없잖아?"

"아... 그럴 사람들이 없죠 이젠..."

"여기야. 하수도를 청소하던 사람들의 휴게실이었던 곳이 내 거처야."

 

그 맨홀뚜껑에서 걸어온 지 20여분, 하수도 벽 한곳에 붙어있는 낡은 철제 문짝 하나

문 옆엔 흐릿하게 퇴색된 글자의 흔적이 있었다. 아마 휴게실이라고 써 있었겠지.

 

"자, 들어와. 누추하지만."

"이정도면 여태까지 중에서 제일 화려한데요?"

"오오? 안은 생각보다 깨끗하다제."

"닥쳐 블루베리색 거인 만나기 싫으니까."

"뭔 소리냐제?"

"그런 게 있다."

 

휴게실이라기엔 꽤나 화려하다.

사람 10명은 족히 거주할 수 있을만한 넓직한 공간

아직 멀쩡한 테이블과 6개의 의자

테이블 위엔 버너와 냄비가 올려져 있고 건전지로 작동되는 듯한 전기랜턴이 안을 밝히고 있다.

벽면엔 서랍이 달려있어 선배가 여태껏 사용해왔을, 또는 사용할 것인 생필품들이 가지런하다.

부탄가스도 대량으로 있어 조리하는 덴 문제가 없을 것 같고

휴게실 안쪽에 열려있는 또다른 문엔 침대 몇개가 보인다

왼쪽엔 아직 잘 붙어있는 간판에 창고라고 써있고

오른쪽 문은 화장실이라 써있다

지금같은 상황으로도 호화판이지만 하수구 청소부의 휴게실 치고도 화려한 거 아냐?

 

"청소부의 휴게실이라기엔 거의 간이 방공호급이네요."

"뭐, 대부분의 물품은 가져온 거지만."

"가져왔다고요? 이만큼의 물건을 선배가 다 모아온 건가요?"

"아니, 여기 처음 왔을 때 같이 온 몇명이 있었거든."

"그럼,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없어 이젠."

 

아... 괜한 소릴 했나

아마 선배와 같이 왔었던 동료들은 불의의 사고나 그런 걸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모양인가보다.

 

"저... 죄송해요, 선배. 제가 괜한 소릴..."

"넌 여전히 쑥맥이구나. 이정도로 나약해지면 내가 여태 살아 있었겠니?"

 

또 쑥맥소릴 들어버렸다

아무래도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다

선배는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는데...

 

난 침대방 구석에 수건 두장과 손수건 사이즈의 천을 펼쳐놓고 여태 안고 있었던 윳쿠리들을 내려놨다

그리고 4개의 2층침대 중 하나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포근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푹신하다. 침대란 걸 만난 건 얼마만이냐. 여태껏 딱딱한 돌바닥에서만 잤더니 이 낡은 침대도 감사하다.

 

"한숨 자 둬. 난 주변을 수색하고 올게."

"이런 데서 수색할 게 있나요?"

"여긴 가끔 물의 흐름이 거세지거든. 어디서 흘러오는진 몰라도 갑자기 급류가 되는 때가 있어.

그때 쓸모있는 것들이 흘러올 때도 있으니까 말이지. 하수도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도 아직 모르고."

"그럼 저도 같이..."

"너 아까 개고생했잖아. 여태 편히 자지도 못했을텐데 지금 피로 좀 풀어둬. 난 됐으니까."

"고맙습니다, 선배."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창고는 들어가지마. 어두운데다 위험한 물건이 많으니까."

"네, 조심할게요."

 

철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선배가 나간 것이겠지.

여태까지의 피로가 몰려온다... 가방을 배게삼아 서서히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다. 시계가 없으니 얼마나 잠들었는진 모른다.

윳쿠리들은 여전히 자고 있다. 네마리 다 편안하게 자는 게 세상만사 다 태평한 것처럼 보인다.

가방 안을 확인한다. 이젠 안전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랄까 습관이 되어 버렸다.

맥가이버칼 하나, 물통 1.5L 하나, 500ml 하나, 반쯤남은 생수 하나, 속옷 하나, 양말 한쌍, 성인잡지 하나...

어쩌다가 챙긴 성인잡지

지금은 므흐흣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용도보다 불 붙이는 심지로 쓰고 있지만

이런 걸 선배한테 보여버렸다간 지금 내 이미지가 이 상황에서도 에로잡지 챙기는 변태가 되어버릴거다.

혹시 모르니 아예 옷 안쪽에 숨겨버리자.

팬티고무줄에 고정시켜 배를 덮게 만들어서 숨겨놨다. 겉옷이 좀 널널하니 티는 안나겠지.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 왔다. 잘 잤냐?"

"아, 선배! 다녀오셨어요?"

"그래. 수확이랄 건 없지만."

"그런가요? 그거 유감이네요..."

"이런 때가 오히려 흔해. 뭘 구하는게 희귀한 경우지."

"하긴 그렇겠죠."

"배고프지? 창고에서 통조림 좀 꺼내올게."

"아, 저도 도와줄게요."

"내가 창고는 들어오지 말랬지? 위험하니까 그냥 앉아있어."

"네..."

 

윳쿠리들은 뭘 먹일까? 지금은 구할 잡초도 없고, 벽에 끼인 이끼라도 먹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선배는 창고에서 참치통조림 두개와 라면 하나를 가지고 왔다.

난 여태 수색하면서 통조림 하나 보지도 못했는데.

선배는 벽 한면에 있는 수납장을 열어 플라스틱 그릇 두개와 젓가락 두쌍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난 물은 여기 하수도의 물을 끓여먹지만, 넌 아직 거북할 수도 있을텐데...'

"그럼 제가 가진 물로 하죠. 확실히 여기 물보단 깨끗해요."

 

난 이때다 싶어 어필하듯 그 강에서 떠온 물 500ml를 냄비에 몽땅 부었다.

선배가 가스버너에 부탄가스를 넣고 불을 붙이니 그리운 장면이 연출된다.

자취할 때도 친구들이랑 이렇게 라면을 나눠먹곤 했는데.

지금은 첫사랑이던 선배랑 라면을...

아니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지금은 비상시고 이건 그냥 식사다.

착한생각 착한생각...

 

"이런 식사는 뭔가 오랜만이네요. 참치캔에 라면이라니..."

"왜? 여자랑 라면 먹으니까 흥분되냐?"

"겤, 아 아니아니 절대 그런 생각 안했습니다!"

"훗, 귀여운 녀석."

 

근데 솔직히 긴장되고 흥분되잖아?

첫사랑이던 선배랑 같이 라면이라고?

그날 차인 이후로 솔로부대에 입대해서

커플은 죽창이다! 리얼충 폭발해라! 만 외쳐대던 나인데

그러면서 윳쿠리 학대하던 나인데 이제와서 여자랑 같이 라면이라니 어떤 남자가 흥분 안하고 넘어가냐?

 

"그나저나 너 지금까진 어떻게 버텨온거야? 식량이라던가."

"그, 그건..."

 

솔직하게 말 못하겠다. 윳쿠리들의 새끼를 잡아먹고 살아왔다곤.

이런 학대파나 할 듯한 모습 보이면 정나미 떨어지겠지.

하지만 이 선배 앞에선 거짓말은 못할 것 같다. 뭔가 다 간파하는 듯한 눈빛이...

 

"하아... 저한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신경안써. 말해봐."

"저기 있는 윳쿠리 마리사와 레이무 있잖아요? 부부에요. 둘 사이에 생긴 애를 먹는 걸 댓가로 보호해준다 했죠."

"흐~음?"

"저기 금뱃지 두마리는 얼마 전에 만난 애들이에요. 같은 내용의 약속은 했지만 아직 새끼를 잡아먹진 않았고요."

"그래?"

"저... 역시 거북한가요? 이런 윳쿠리 학대파같은 면모가?"

"난 딱히 윳쿠리가 어찌되든 상관없어. 게다가 지금은 사는 게 급박한거잖아?

오히려 그런 안정적인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는 게 부러운걸?"

"그, 그런가요...?"

"난 말이야, 여기 남아있는 식량이 다 떨어지면 끝이라고. 여기서 더 나갈 길도 모르겠고."

"죄송해요..."

"너가 미안할 게 뭐 있어? 누가 고의로 이런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런 땐 다들 무력하다고."

 

라면이 부글댄다.

 

"다 익었다. 먹자."

"네..."

"어이, 망할 할아범! 마리사님의 밥씨는 언제 주는거냐제!?"

"맞아 맞아, 인간씨! 레이무는 배고프다고! 이제 아가야도 새로 생겨서 더 먹어야 한다고!"

"...시끌벅적하네."

"죄송합니다, 저녀석들 먹일 이끼라도 갖다주고 올게요."

"빨리 안오면 내가 다 먹어버릴거야."

"하하하, 네."

 

난 철문을 나서 문 주변의 이끼를 적당히 뜯어왔다

그리고 네마리의 윳쿠리에게 그 이끼를 던져줬다

 

"자, 너네 밥이다."

"이건 뭐냐제?"

"너네 밥이잖아?"

"여태까지의 밥씨하고 다르다제! 잡초씨라도 우걱우걱하는거 참아줬더니 이건 또 뭐냐제!"

"이끼다. 이런 데서만 자라는 잡초 비스무리한 거다. 이것밖에 없으니까 먹어."

"저기선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레이무는 이딴거 먹고 인간씨만 맛있는거 먹기야?"

"저건 매운거다. 너넨 매운거 먹으면 죽잖아. 인간씨한텐 밥이지만 너네한텐 독이라고. 꼬우면 먹고 죽던지."

"느그그... 매운거는 느긋할 수 없어... 어쩐지 냄새부터가 맵고..."

"죄송해요, 오빠야... 저희가 식사를 방해해서."

"아냐, 뭐. 갑자기 상황이 변한걸. 그나저나 너넨 이끼로도 괜찮겠어?"

"우- 맛없을 것 같지만 참고 먹겠다도-"

"플랑도 살고 싶으니까요. 먹을 수 있는 건 먹어야죠."

"너넨 참 대견하구나. 저 두마리도 좀 본받았으면"

"무걱무걱, 뭐랬냐제?"

"아무것도. 밥이나 먹어라."

 

그렇게 돌아갔더니 라면은 국물만 남았다.

...에?

 

"이런 때가 되고나선 밥 먹는 속도가 빨라져서 말이야. 늦으면 없다고 했잖아?"

"하하하... 국물이라도 어딥니까."

 

일부러 놀려먹는 건지, 선배는 얄궂은 웃음으로 나를 놀렸다.

라면국물과 건데기, 그리고 한캔의 참치통조림

지금은 이것마저 호사다. 감사하게 먹자.

식사가 끝나고, 다시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선배는 나와는 맞은편에 있는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잠깐, 여자와 같은 방에서 잔다니, 침대가 달라도 같은 방에서 잔다니, 안돼안돼 착한생각

 

"후훗, 혹시나 하는 소리지만 덮치지 마라?"

"겤, 그, 그런 생각 안했습니다!?"

"후후후, 혹시나 덮치면 가랑이 사이의 구슬 뽑아버릴거야?"

"그거 소름돋네요..."

"아, 그리고 아까 수색할 때 봤는데, 너랑 나랑 같이 내려왔던 그 맨홀, 역시 무너졌더라."

"와아... 거기서 얼쩡댔으면 위험했겠네요."

"이 하수도 자체는 윗쪽이 두꺼워서 무너지진 않지만, 맨홀뚜껑은 취약하단 말이지."

"무너진 데가 거기 한군데 뿐인가요?"

"아니, 몇군데 더 있긴 하지만 그중 한군데는 덕분에 반대로 넘어갈 수 있게 다리가 되어줘서 말이지."

"그럼 수색가능한 범위가 넓어진 거네요?"

"불행 중 다행이란 거지. 뭐, 물이 좀 막힌 건 걱정이지만."

"물이 넘쳐서 잠길까봐요?'

"위치적으로 여기보다 하류긴 하지만, 틈새로는 계속 물이 흐르거든. 하지만 그게 무너지면..."

"갑자기 급류가 되겠군요."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그럴 때 빠지면 살아나올 수 없을거야."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겠군요."

"그렇지 뭐. 그럼 잘자."

"네, 안녕히 주무세요, 선배."

 

오랜만의 포만감 속에서 곤히 잠들었다.

꿈속에서 선배를 만났다. 어째선지 속옷차림이다.

나 몽정하나? 안돼 위험해 지금은.

꿈속의 선배가 내게 다가온다. 속옷차림으로.

이, 이건 위험해... 백프로 못참고 싼다 나.

선배가 내개 고혹적으로 안겨오고, 내 귓속에 이렇게 속삭인다.

 

'나 있지... 실은 언제나 욕구불만이란다?'

 

아, 안돼요 선배... 꿈속이라도 그런 소릴 했다간...

 

'그동안은 윳쿠리로 만족해 왔었는데, 이젠 그것도 안되겠어...'

'진짜가 아니면... 진짜 사람이 아니면 만족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

'그러니까... 네가 날 만족시켜주렴?'

 

꿈속의 선배는 어느새 팥소와 붉은 액체투성이로 더럽혀진 채 흰자위 없는 새까만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꿈에서 깼다.

몽롱한 상태에서 몇초, 정신차리고 팬티의 상태를 살펴봤다.

다행인지 아닌지 몽정은 안했다.

옆자리의 침대를 보니 선배는 자리에 없다. 거실? 이라고 할만한 가운뎃방에도, 문 열려있는 화장실에도.

아무래도 선배는 또 수색을 나선 모양인가보다. 성실한 사람이다.

 

"우- 이상하다도-"

"뭐가? 레미랴."

"어제부터 느낀건데 이상한 비린내가 계속 난다도-"

"비린내라니? 난 아무것도..."

"레미랴도 여기 냄새가 지독해서 잘 몰랐지만 계속 이상한 비린내가 난다도-"

"물비린내 아냐?"

"우- 아닌 것 같다도- 비씨가 내릴 때랑은 다른 냄새다도-"

 

레미랴가 이렇게 후각이 좋았나?

금뱃지라도 윳쿠리. 무언가 착각한 거겠지. 하기엔, 오늘 꾼 꿈도 그렇고 자꾸 뭔가 불안하다.

 

"우- 여기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도-!"

"거기? 창고말이야?"

 

나는 모르겠는 그 비린내를 계속 따라가던 레미랴는 창고 앞에서 서성였다.

레미랴가 말하는 비린내는 창고에서 나는 모양이다.

선배가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말랬는데...

하지만 아까부터 느껴지는 찝찝한 불안감과 호기심이 선배의 명령을 거부했다.

난 테이블에 놓여진 전기랜턴을 들고 조심스럽게 창고 문을 열었다.

그걸 여는 게 좋은 행동이었는지 나쁜 행동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을 열자마자 나는 이상한 비린내. 이젠 나도 느껴진다.

창고 안을 랜턴으로 밝혔다. 여러 식량이 나뒹굴고 있다.

통조림, 라면, 건조식품, 그밖의 보존식 등등...

천천히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창고는 ㄱ자 모양으로 꺾여있다. 그 코너를 돌고나니 비린내의 정체가 나타났다.

몇구의 시체.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은 해골과 남아있는 살점.

부자연스럽게 모여있는 시체의 형상. 그리고 살점들에서 보여지는 칼로 도려낸 듯한 흔적.

이 사람들, 살해당한거다. 그것도 죽은 뒤 살이 도려져서... 그 다음은 아마도...

 

"어머? 내가 창고는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뒤를 돌아봤다.

부엌칼을 든 선배가 창고 문앞에 있었다.

그 눈빛은 이미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아쉽네, 이번엔 그래도 좀 더 이야기할 상대가 되줄 줄 알았는데."

"선배가 말한 위험은 어떤 종류의 위험이었습니까?"

"내 식량이 달아나는 위험?"

"하하하... 신이란 새낀 진짜..."

 

신이란 새낀 날 싫어하는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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