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6.01.20 16:57

추운날 밤의 윳쿠리들

조회 수 624 추천 수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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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가 영하 이십도..."

TV의 뉴스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윳쿠리들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도시윳들에게 참혹한 겨울이라는 계절이 왔다는건 알고 있다. 

"북극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고기압에 막혀 남하.."

어려운 말보다 짦은 말이 윳쿠리들에겐 훨씬 더 전달되기 쉬웠다.

 

"좀..좀...좀뎌어..느..느그치이..이꼬오오오...시퍼써어..."

얼어 죽은 길윳이 내뱉은 단말마.

 

거친 도시의 삶에게 겨울잠을 잔다는 선택지조차도 빼았겨 오늘도 살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는.

추운 겨울 밤의 도시윳들에 대한 이야기다. 

 

 

"부타김니다아.. 아가야를 따드타게 해듀세여어..."

한 레이무가 지나가던 인간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있었다.

"아가야가 추워추워함니다아아!!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느긋해짐니다아아...!!"

자세히보면 그 옆에 아기 마리사 하나가 있다.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눈동자는 마구 뒤틀리듯 흔들리고 있다. 오래 못갈것이다.

 

"오늘 나이트 물 거지같네.."

"야, 이렇게 추운데 치마 입고 나왔다 얼어죽을일 있냐. 오늘같은날 나오자고 한 니잘못이야 새꺄."

"누가 좋아서 이러냐. 니들도 군대를 가봐야 휴가 소중한줄 알지."

"군바리새끼가 물따지긴 치마만 둘렀으면 감지덕지 해야지."

"야, 춥다 빨리가자."

"인간씨이이..제바아알... 아가야를 따듯하게에..."

"응?"

레이무의 간절함이 닿았던 것일까. 한 인간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야, 뭐하는데?"

"윳쿠리따윈 무시하고 가자 가자."

"아냐 잠깐만."

 그 인간은 레이무에게 허리를 숙였다.

"아가야를 따듯하게 해달라고?"

"그러씀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말을 들어준 레이무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무시하던 인간들에게 걷어 차인 아픔이 날아간것만 같았다. 참으로 아가야를 사랑하는 어미다. 이렇게 추운날에 아가야를 위해서 덜덜 떨면서 자비를 구걸했으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지."

인간은 가볍게 대답했다

"늣! 그..그러시다면 어서 아가야를...따듯따듯하게에에!!"

"아. 그래. 따듯하게 해주고 말고."

 

.....

 

"뉴끼야아악!!!!!!"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다 죽어가던 아기윳이 힘차게 외쳤다. 

아니. 비명을 질렀다.

 

"하하 따듯하냐. 따듯해?"

인간은 물고 있던 담배를 아기윳에게 지져버렸던것이다.

"후끈 후끈 할꺼다!"

"하하 이새끼보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최곤데."

인간의 동료들도 합세하여 물고있던 담배를 지진다. 

"규먕뗘!!!!!!!마리쨔 듀거뻐려어어어!!!"

"오오~ 지랄한다."

"얼어죽든 타죽든 어차피 뒈지는건데 우리좀 즐겁게 하고 뒈지니까 이득이지 새끼야."

"그망듀세여어!! 아가야를 괴로피지 마세여어어어!!"

 

"어라. 꺼졌다."

"얌마 그냥 막 지지니까 꺼지지."

"아 씨발..애..야.. 라이터 없냐."

"물론 있지....크크크크 어따 붙일까."

"역시 이 댕기머리 아니겠냐."

"모자도 태워버려."

"그망뎌어어어어어!!!!!!!!!"

 

추위속에 얼어 죽어가던 아기 마리사는 작열지옥에서 불타죽었다.

 

 

 

"따듯하다제에..."

한 공사장의 콘크리트 파이프 안에서 마리사 한마리가 바닥에 몸을 비비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극..락..이라제에..."

뭐가 그렇게 좋은것일까. 

마리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마리사는 그 밑에 일회용 손난로를 깔고 거기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

누군가가 실수로 떨어뜨린것일까. 따듯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일회용 손난로는 점점 더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이 따끈따끈씨만 있다면 겨울씨에게도 무! 적! 인거라제!!!"

영하 십도가 넘는 추위도 잊은듯 마리사는 즐거이 중얼거렸다

 

"느읏..그런데..졸립다제... 뜨끈뜨끈씨를 안고...잘거라제.."

춥다가 갑자기 따듯해지면 졸립기 마련이다. 마리사는 손난로를 끌어안은채로 곧 잠이 들었다. 평소라면 집에 있는 푹신푹신씨를 다 덮어쓰고도 추위에 덜덜 떨며 얼어죽지 않으려고 잠들지 않은채로 눈을 부릅뜬채 버텨야 했지만 이 따끈따끈씨만 있다면 추위는 무섭지 않으니까. 푹신푹신씨를 깔고 느긋하게 몸을 누이고 잠이든 마리사의 얼굴은 행복해보였다.

 

 

일회용 손난로의 지속시간이 몇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면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진 못했으리라.

 

 

 

"늣헷늣헷.. 오늘은 대박! 인거라제 늣헷 늣헷."

추운 길거리를 기뻐하며 마리사 한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대박이란 의미는 모자 위에 얹어진 뜯지도 않은 편의점 도시락을 의미하리라. 유통기한을 지난도시락이라도 길윳에겐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니까.

"레이무가 기뻐할거라제... 아가야들도.."

아마도 이 마리사는 진수성찬을 가지고 자신의 집과 가족에게 돌아가는듯 했다. 

 

"다 와 간다제..."

마리사의 눈에 골판지 상자가 보인다. 인간이 보기엔 더러운 골판지 쓰레기지만 윳쿠리에겐 소중한 보금자리다. 인간으로 치면 단독주택인것이다. 길윳으로서는 성공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재산이기도 했다. 이 마리사는 겨울을 보낼수 있는 따듯한 집. 가족. 그리고 식량을 가진 나름대로 성공한 윳쿠리다.

 

"늣?! 느아아앗?!"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강도로 치자면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 뒤에 있던 남자라면 '오늘 운이 좋은데...' 라고 생각할 정도의 바람. 

"느아아앙!! 마리사의 모자씨!! 느그타게 도라와아아아아!!"

아가씨의 치마는 바람에 들어올려질지언정 제대로 허리에 붙어있겠지만 마리사의 모자는 그렇지 못했다. 잠깐의 돌풍에 마리사의 모자는 시원하게 날아가버렸다. 

"어째서..이렁이리..."

 

마리사는 낙담했다. 목숨만큼 소중한 모자를 잃어버리다니 마리사는 패배한윳쿠리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윳생의 승리자였건만. 마리사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제 마리사에게 남은건 죽음뿐이라고 마리사는 생각했다.

 

"늣.. 마리사 온거냐구..?"

"늇...? 아빠야의 목쑈리를 드러따규!"

"마리쨔도 듀른꼬쪠!"

"늣......!" 

 

골판지 상자에서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사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모자가 없더라도 죽을수는 없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라선 그 어떤 모욕도..

 

"늇!! 뉴규탈쓔 엄는 유꾸리가 이써!!!"

"무쎠어어어어!!"

"모자가 엄는 게스유쿠리야아아!!"

하지만 돌아온건 가족의 냉대뿐. 모자가 날아간 마리사를 인식하지 못하는것 같다.

 

"느으읏!! 게쓰으으으!!! 마리사와 레이무의 보금자리를 노리는 게스구나아아아!! 머그라구 몸통박치기!!"

이럴수가. 사랑하는 반려 레이무가 몸통박치기를 가해왔다. 데이부가 아닌데다가 집에서만 얌전히 살았던 양갓집 길윳(?)이기에 아프지는 않았지만 마리사에겐 인간의 발차기에 맞먹는 고통이 마음에 느껴진다.

 

"어째서!!이렁이리이이!!!!!"

마리사는 눈물을 철철흘리며 집에서 도망칠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자가 바로 옆 블록까지밖에 날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른채로 

 

 

"늇헴!"

"마먀가 게쓰를 무찔러따규!"

"옴마야아!! 요기 도쉬락쒸가 이써!!"

"마먀의 전뤼푸민고네!!!"

"늣. 아가야들. 가지고 가서 아빠야가 오면 같이 먹는거라구."

"알게따쪠!"

"그런데 마리사는 언제 오는거냐구..."

레이무는 걱정하며 아가야들과 함께 골판지 상자로 들어갔다 

 

 

 

 

"느오오옹!! 마시쪙!! 팥 아이스크림씨 마시쪄어어어!!!"

뒷골목에서 약간 무섭기까지 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꾀죄제한 길윳 레이무와 그 아가야들이였다. 

 

"아쮸끄림!! 아쮸끄림!!"

"마시쪄어어어!!!"

"이건 커스터드 아이스크림이라구!"

레이무는 간만에 먹을걸 먹는지 참으로 게걸스레 처먹고 아가야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콤달콤을 먹는듯 행복시시로 흥건해질 지경이였다.

 

하지만. 뒷골목에 아이스크림이 있을리가 없다.

이 아이스크림들은 모두 동사한 윳쿠리들의 시체다. 낮에 있었던 뒷골목 청소로 인해 이곳에 살던 윳쿠리들의 집이 치워졌기에. 결국 밤을 보내지 못하고 얼어죽었다. 

그리고 주인 잃은 장식은 바람에 날려 길윳 레이무로서는 맛난 아이스크림으로 보이는것이다. 

 

"마이쪙!!"

"더머귤꼬야아!!"

"아이스크림은 널렸다구!! 아가야들 배불리 먹는거야!!"

그렇게 한참을 쳐먹던 가족은 어느순간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기쁨시시와. 기쁨의 눈물을 흥건하게 흘린나머지 저부가 살짝 젖었는데 그 체액들이 강추위에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살아있는채로 천천히 얼어죽어갔다. 배불리 먹은 '아이스크림'들은 체온유지를 오래할수 있게 도왔지만 저부가 얼어붙은한 그대로...

 

"늣! 아이스크림씨가 있다제!!"

"냉동만쥬네에!!"

'뭐..뭐하는거야아아!! 레이무를 먹지마아아!!'

'레-뮤의 쁘리띠한..'

'마리쨔가 머킨다제에에에!!!'

 

얼어붙기만 했지 아직 죽지는 않았던 가족의 장식은 어느샌가 바람에 날려갔고 새로 등장한 마리사-앨리스 부부가 살아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파퍄..온제 오냐제에.."

"곧 올거라구.. 늣 무슨 소리가 났다구?"

마리사가 온거라고 생각한 윳쿠리들은 집의 문을 열었다.

 

"어서오라구!"

"다녀오셨냐쪠!"

"뉴규치 기다려...쪄..?"

 

하지만 그 앞에 있는건 반려이자 아버지인 마리사가 아니였다.

마리사는 자신의 모자가 날아간 방향과 반대방향을 뒤지다가 얼어 죽었으니까.

그 대신 앞에 서있는건...

 

길고양이였다

 

"어째서어어어어어!!!!!!!"

"아뺘아아아!! 사려져여!!"

 

 

...

 

"냐옹..."

 

길고양이는 팥소가 묻은 사진의 앞발을 낼름낼름 핥았다. 그리고는 골판지 상자 안에서 몇번 몸을 뒹굴었다.

길고양이는 새로운 집이 마음에 든 모양이였다. 푹신푹신한게 깔려있는 골판지 상자는 윳쿠리만 좋아하는게 아니다. 윳쿠리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그리고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다음 끼니거리까지 확보한 고양이는 만족한듯 골판지 상자 안에서 조용히 잠에 들었다.

 

 

 

 

 

 

---------------------------

 

골판지 하우스 명의 변경. 

 

마리사 - 레이무 → 고양이

 

 

 

 

퇴근하다가 엄청 춥길래 써봤어요. 

  • profile
    캐시 2016.01.27 10:16
    추운날에는 따뜻한 이불속에서 뒹구는게 최고죠
  • ?
    건달바 2016.01.27 10:16
    역시 곰복님 소설은 즐길거리가 많다구!
  • profile
    노비코프 2016.01.27 10:16
    역시 대부분의 길윳이 겨울에 죽는건 흔한 일이군요.
  • profile
    미리내미르 2016.01.27 10:16
    이번 겨울은 훠어어얼씬 더 춥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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