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손님. 이쪽이 이번 시즌의 전채요리인 '카르파쵸'와 '키쉬'입니다."
"오...?"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던 식전주 덕분에 기대감이 더해질 즈음 나온 전채요리. 카르파쵸와 키쉬라면 내가 아는 그 요리들이 맞는 것 같긴 한데ㅡ.
"...만쥬?"
생선회와 육회, 닭고기 타다끼로 보이는 주재료 위에 하나씩 올려진, 조금 큰 방울토마토 크기 정도의 만쥬들.
원래 카르파쵸가 만쥬가 들어가는 음식이었던가...? 괜히 이상한 퓨전 느낌을 내려다 맛을 망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거, 역시 만쥬인겁니까?"
"네. 만쥬입니다."
"그...괜찮은...건가요?"
"네?"
"그 뭐냐...원래 이런 요리인가 해서."
내 불안감을 읽기라도 한 걸까. 점원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쁘다.
"확실히, 저희 가게에서 내는 음식은 '사용하는 재료' 때문인지 일반적인 요리점에 비해서 특이한 것들이 많습니다. 불안해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만, 혹시라도 이상한 맛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본 점은 언제나 최상의 요리를 고객님에게 제공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아...."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클레임은 언제든지 접수중이랍니다."
확신을 넘어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목소리에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져간다.
그래, 이 사람들 프로였지. 그리고, 조금 전 식전주의 기대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금은 이 기세를 몰아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잘 먹겠습니다."
먼저 신선함이 생명인 생선회로 만들어진 것부터.
윤기가 흐르는 연어회를 곁들여져 있던 야채와 만쥬와 함께 입에 넣는다.
처음에 느껴지는 것은 기름지면서도 매끄러운 연어의 감칠맛. 그 뒤를 따라 올려둔 양파가 알싸하고 깔끔한 맛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함께 씹힌 만쥬에서 흘러나온 건ㅡ크림?
'오호...이렇게 나왔나.'
어째서 함께 나온 양파의 매운맛을 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된다.
입 안에 퍼져나가던 양파의 알싸한 맛을 부드럽고 신선한 크림이 중화시켜준다. 그러면서도 연어의 맛을 거스르지 않아. 그리고ㅡ이런 식으로 만쥬 안에 소스를 담아서 먹을 때 소스가 지저분하게 흐르는 걸 막다니, 아이디어가 좋다. 게다가 얇은 껍질이 톡, 톡 터지는 식감도 괜찮고.
'그럼 다음은 닭고기를...'
오, 이쪽은 화이트 초콜릿 소스. 위에 뿌려진 유자 소스가 상쾌함을 더해 기분 좋은 맛이 난다. 닭고기도 적당히 익어서 겉은 고소하고 안쪽은 쫄깃쫄깃. 식감이 아주 좋아.
'마지막으로 육회.'
이쪽은 다크 초콜릿 소스인가! 멋들어진 달콤쌉쌀한 맛이 입 안에 즐겁게 퍼져나간다. 게다가 뭐라고 해야 할까, 소스가 하나같이 신선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갓 만든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분명하게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소스는 처음 만나본다.
"후우...좋네요. 개성적인 맛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웃지 마세요, 두근거리잖아.
갑자기 쑥스러워지는 기분을 감추면서 함께 나온 키쉬로 눈길을 돌린다.
'이쪽은 평범해 보이는데...'
황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키쉬에서 풍겨나오는 고소한 향기가 식욕을 돋운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요리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 개인적으론 첫인상의 기대치는 이쪽이 더 높다.
'어디....'
부드럽게 잘린 키쉬를 입에 넣자 퍼져나가는 고소한 맛. 그 맛을 음미하며 씹는 순간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식감의 무언가가 입 안에 퍼져나간다. 뭐지? 이런 야채는 처음 먹어보는데. 아스파라거스나 샐러리는 아닌 것 같고. 식감으로 치자면 우엉이나 연근이랑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맛이 전혀 다르다. 게다가 무턱대고 단 것도 아니고...뭐랄까, 달달하게 타진 녹차를 '씹어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쪽도 아까의 만쥬 못지않게 신기한 맛이다.
'그건 그렇고 즐거운 맛이네~.'
역시 음식은 식감이 중요한 법이구나. 씹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요리가 확 달라져 보이다니. 이런 요리를 상상하려면 얼마나 궁리를 했을지...아무래도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에...예?"
"죄송합니다. 어쩐지 즐거운 표정을 하고 계시기에."
"아, 아하하! 그랬나요? 이야...부끄럽네요."
어째서 표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거냐, 나란 바보는!!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럼 다음 요리를 내오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길."
"아, 네! 부탁드릴게요."
에라 모르겠다. 방금 요리로 믿음도 생겼겠다. 지금부터는 한껏 즐겨주겠다, 이거야!
-조리실-
"어땠어? 우리 초보 손님 반응은."
"초보 손님이라니...손님에겐 언제나 정중하게, 몰라?"
"안 들리는데선 나랏님 뒷담도 한다는데 이 정도야 뭐...그리고 귀엽잖아? 초.보.손.님."
"어련하겠어...반응은 꽤 좋아보였어. 잘하면 우리 단골이 되실지도 모르겠던데?"
"오호~. 그건 감사하네."
즐겁게 말하면서 '재료'를 손질하는 주방장. 리듬을 타듯 몸을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흉부의 '그것'에 점원의 시선이 가 닿는다. 같은 또래에 친구인 주제에 혼자서 저렇게 이기적인 크기라니. 가끔씩 부러워 죽겠ㅡ아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럼 좀 더 수고해 줘."
"으응~."
짧은 대화 후 다음으로 내갈 요리인 수프 쪽 파트로 이동하는 점원.
조금 슬랜더한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주방장은 입맛을 다셨다. 저 친구를 어떻게 해야 꼬셔서 먹을 수 있ㅡ아, 요리중에 잡생각은 금물이었지.
"집중, 집중~."
들뜨려던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다음으로 손질할 재료에 손을 뻗는 주방장.
바들바들 떨리는 줄기에서 주방장이 따낸 것은ㅡ이제 막 눈을 뜨기 직전까지 자란 파츄리 종의 새끼 윳쿠리였다.
[브으으으으으! 브으으읍으으으브브븝!!] (해석 : 아가야를 놔줘어어어어어!!)
"네에~조용히. 재료 손질할 땐 집중해야 한단 말야."
저부가 구워지고, 입이 막힌 채, 원망과 분노의 눈길로 자기 새끼를 가져간 인간을 바라보는 어미 파츄리.
그런 파츄리에게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인 주방장의 손에, 자그마한 패티 나이프가 들린다.
"재료는~신선도가~생명!"
"느으ㅡ삣!?"
[브으으으으으으으!!] (해석 : 아가야아아아아!!)
어미로부터의 크림 공급이 끊긴 걸 새끼 파츄리가 알아차리기 전에 작업에 착수한 주방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새끼 파츄리의 등으로 패티나이프를 넣어서 중추팥소 부근의 크림을 헤집어 놓는 것이었다.
윳쿠리는 전신의 팥소가 신경계나 다름없는 희한한 구조를 가진 생물. 그렇기에 핵심 기관이자 신선도에 관련된 기관인 중추 팥소가 몸에 생긴 이변을 알아차리기 전에 신경계를 끊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덤으로 일종의 마취효과까지 있어서 막 따낸 새끼의 신선한 맛에 변화가 생기지 않아 일석이조. 물론 사용하기엔 숙달된 실력이 필요하다지만 수행을 거듭한 주방장의 손에 걸린 이상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다음은, 표면을 매끈매끈하게 만들어 봅시다아~."
다음으로 패티나이프가 향한 곳은 새끼 파츄리의 눈 부분. 젤리같은 윳쿠리 눈의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적어도 이 요리에서 그런 젤리같은 감각은 필요 없기에 제거한다.
"아, 아퍄아아아! 어므야아아아아! 므규으으으으으으으!! 아퍄아아아아아아아아!!"
[으브으브으으으으으!!] (해석 : 아가야에게 심한 짓 하지 마아아아!!)
"므웨에에에에엑!! 므웨에에에에에에엑!!"
"아, 그거 무리무리. 포기하라구."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본능적으로 크림을 뱉어내기 위해 구역질을 하는 새끼 파츄리였지만, 애석하게도 단 한방울의 크림도 입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먼저 처리해둔 '중추팥소 부근 신경계 절단'의 효과다. '크림을 토해내라!'고 내린 중추팥소의 명령을 신체가 인식하질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선한 크림이 흘러나가면 곤란하단 말야. 얌전히 손질 당하라구?"
"찌려어어어어어! 므으으으으으아아아아!! 어므야아아아아아! 워쨰서 구햬쥬지 아나아아아아아!! 안 보여어어어어어!!"
있는 힘껏 절규하는 새끼 파츄리. 분명 신경계를 죄다 헤집어 놨는데도 입 만큼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걸 보면, 이 만쥬들의 신체구조는 아직도 밝힐 점이 많은 것 같다.
"네에~1차 작업 완료."
있는 힘껏 절규했는데도 불구하고 두 눈을 빼앗긴 새끼 파츄리. 하지만,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그럼 다음은, 입을 막습니다."
"어므야아아아! 어므ㅡ븝! 믑브브븝브브브븝!!"
강제로 입이 닫겨 가볍게 소맥분을 푼 물로 입이 막힌다.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새끼 윳쿠리 따위의 힘으론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접착력. 새끼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자 어미 파츄리의 몸부림이 한결 거세진다.
[므우우우우우우우우! 므우우우우우웅!!] (해석 : 썩을 인가아아안! 망할 인가아아아아아아안!!)
"네, 네. 느긋히 느긋히."
어미의 저항은 완전히 무시한 채 작업을 이어나가는 주방장.
휑하게 뚫린 눈구멍을 막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시시구멍과 야나루, 등 쪽에 뚫어둔 구멍도 깔끔히 막는다.
물론, 머리장식과 머리카락을 전부 제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표면을 매끄럽게 정리하면ㅡ.
"완성! 크림소스 만쥬! 아, 이런 경우엔 슈크림인가?"
조심스럽게 연어 카르파쵸 위로 옮겨지는 새끼 파츄리ㅡ가 아닌 크림소스 만쥬. 이제 손님의 입 안에서 예쁘게(?) 먹힐 일만 남았다.
"아, 방금 녀석이 마지막이었나. 그럼 보충해야겠지? 앨리스!"
"응호오오오오오!! 앨리스 등자아아아아앙!!"
[으브으으으으으으으!!] (해석 : 레이퍼다아아아아아!!)
"가라 앨리스! 페니페니 어택!!"
"응홋! 도시파적으로 간다구욧!!"
[쁘으으으으으으으으!!] (해석 : 오지마아아아아아아아!!)
"응홋! 응홋! 응호오오옷! 응호오오오오오오오!! 상쾌에에에에에에에!!"
[으흐으으으으으으! 쁘브으으으으으으!!] (시러어어어어어! 상쾌에에에에에에!!)
레이퍼라고 믿을 수 없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파츄리의 마무마무를 공격(?)해 나가는 앨리스.
여타의 레이퍼들과는 달리 추접하지도 않고, 군더더기도 없는 깔끔한 동작은 그녀가 '최상급의 생산용 레이퍼'(?)라는 것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진면목이었다.
게다가ㅡ.
"오오, 이번에도 대량이네. 줄기도 엄청 굵고."
월등한 커스터드의 레이퍼다 보니 생산되는 새끼와 줄기의 품질, 양도 훌륭하다. 훌륭한 굵기로 한번에 자라난 줄기만 무려 세 개. 한 가지당 매달린 새끼 윳쿠리만 해도 십 수 마리가 넙는다. 역시 투자한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비율을 뽑아주는 파트너. 개인적으로 주방장이 가장 고마움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앨리스다.
"땡큐, 앨리스. 다시 휴식을 취하도록!"
"응홋! 근데 언니야는 언제 점원 언니야랑 상쾌ㅡ."
"조용히 안 하면 커스터드 범벅으로 만들어 버린다아아아?"
"때론 무리하게 상쾌하는 것도 방법ㅡ."
"앨리스으으으으으?"
"..........응호오오오."
아무리 겁을 상실한 레이퍼라지만 주방장의 저 박력에는 이길 수 없다. 조용히 둥지로 돌아간 앨리스를 매의 눈으로 쏘아보던 주방장은 새끼를 다 떼어낸 줄기를 파츄리의 머리에서 떼어내 옆의 바구니에 집어넣고 옆의 키쉬 파트에서 일하는 담당 요리사를 불렀다.
"어이! 이거 가져가!"
"네에~!"
"자, 그럼 다음은ㅡ."
바구니를 넘기고 파츄리의 옆으로 시선을 돌리는 주방장. 그곳에는 아직 새끼가 달린 줄기를 매달고 있는 첸종과 요우무 종의 윳쿠리 두 마리가 부들부들 떨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 재료도 손질 해야겠지?"
손을 뻗는 주방장에 입가에 서리는 미소. 역시, 요리는 즐겁다.
"주방장 언니, 즐거워보이네...."
미리 만들어둔 파이 반죽에 방금 가져온 윳쿠리의 줄기를 길게 잘라 넣는 요리사. 요리할 때 즐거워 보이는 건 좋다만 너무 흥이 오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실력은 좋으시니 상관 없지만...그치? 모코우."
"모콧!"
"그래, 그래. 착하지."
화덕 안에서 힘차게 대답하는 모코우를 가볍게 쓰다듬는 요리사. 주방장의 파트너가 엘리트 레이퍼인 앨리스라면 자신의 파트너는 바로 이 '화덕 담당' 모코우다.
"잘 부탁할게~."
"모콧! 모코옷!!"
잘라낸 줄기를 채워넣은 파이 틀에 고소한 맛을 내는 반죽을 붓고 화덕에 넣는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모코우의 차례다.
"모코오오오오오오오!!"
순식간에 전신에서 불을 내뿜으며 타오르기 시작하는 모코우. 강렬한 화력이 화덕 안을 가득 채우고, 키쉬의 반죽이 노릇하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음~냄새 좋다."
역시 단시간에 여기까지 화력을 올릴 수 있는 건 모코우 밖에 없다. 기존의 화덕이라면 예열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신기하게도 모코우의 불은 그런 작업조차 필요 없으니 얼마나 편한가.
그리고 말하는 건 또 얼마나 잘 알아듣는지, 여열(남은 열)로 익혀야 하는 요리가 있을 땐 솜씨 좋게 적당한 양의 열을 남겨주니 기계와 가스를 사용해서 조리해야 하는 조리대보다 백번 천번 편하다.
"그리고 가스비도 절약되니까, 얼마나 고마워."
일 끝나면 매운 닭볶음을 만들어줘야지.
모코우를 바라보는 요리사의 눈에선 오늘도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
"아, 모코우. 불 좀만 약하게 해 줄래?"
"모코오오오오."
"에구, 귀엽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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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본 점은 윳쿠리와 상생하는 가게를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오오
(재료 윳쿠리는 논외로 칩니다)
오오, 다음은 스프와 샐러드, 입가심 되겠습니다 오오.



모코우 윳쿠리.. 매우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