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5.18 15:42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50-

mad
조회 수 147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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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라는 것은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의 인식과 의식과 관념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크나큰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서서히 바꾸어 나가거나, 강렬한 임팩트로 일시에 바꾸거나.

아포칼립스는 혁명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윳쿠리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진작에 깨닫고 있었다.

 

"나의 혁명을 윳쿠리만으로 이끌어 나가기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동안 많은 죽음을 맞이하겠지.

인간과 친화적인 혁명은 이루어질 때까지 많은 윳쿠리들이 지금처럼 죽어나갈 것이다.

인간에게 공격적인 혁명은 쌍방의 피해를 일으키지만, 나약한 윳쿠리들이 더 많은 죽음을 맞이하겠지.

그러니 나의 혁명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어야 하고, 그러려면 윳쿠리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즉, 인간. 내가 마주하는 대상인 인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럼 나에게 협력해 줄 만한 인간들은 누구인가?"

 

아포가 몸첨부가 되기 전, 제 26 가공소에 있었을 무렵에 인터넷으로 조사한 정보 중 하나는

윳쿠리에 대한 인간들의 가치관이 다양하며, 이를 바탕으로 집단을 만든 이들이 있다는 것.

그 중에 특히 눈여겨볼만한 이들이 바로 과격애호파인 <윳쿠리 자유 협회>였다.

 

"가히 게스 인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어리석음과 폭력성이군. 이들의 뒤틀린 방향성도 역으로 윳쿠리 학대를 유발하는

일종의 반발작용이 되고 있고. 하지만 좋다. 이정도로 어리석고 윳쿠리에게 맹목적인 인간들이라면 이용할 수 있어.

윳쿠리만으론 부족한, 혁명에 필요한 힘을, 이들을 통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포가 이들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 초안부터 마련된 계획.

아포는 이들의 어리석음을 역겨워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자 다가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들과 조우하기 가장 좋은 때는, 다름아닌 겨울.

모든 윳쿠리들이 월동을 준비하는 시기.

자신에게 있어서도 혁명을 행할 수가 없는 시기.

이것은 이미 시로이 쿄우진도, 가공소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적합한 시기인 것이다.

자신이 활동할 리가 없는 시기에, 만날 리가 없는 이들과 만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

그걸 위해 자신의 존재가 적에게 들키면 모든 것이 끝장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아포칼립스는 인간의 땅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름만 윳쿠리 애호일 뿐 무지한 폭력이라는 자신이 역겨워 마지않는 가장 추악한 본질을 품은 이들에게

협력을 구하러 온 것이다.

 

"이런 세상에, 몸첨부 도스라니...! 그것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윳쿠리를 위한 혁명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협회의 회장... 이라고 하셨죠?"

"네! 제가 바로 이 윳쿠리 자유 협회의 회장입니다!"

"혁명을 꾸미신다면 인간만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저같은 윳쿠리들을 이용해 프로파간다를 겸하는 것이 더 유효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저도 혁명을 위해 윳쿠리 무리를 성장시키고 있거든요."

"오오오! 윳신님이 우리에게 승리의 여신을 보내주셨군요! 당신만 있으면 혁명은 분명 성공할 것입니다!"

"그 전에, 여러분들이 계획하시던 혁명은 어떤 방식으로 하실 생각인거죠?"

 

협회장은 명랑하고 천진한 얼굴로 광기어린 문장을 나열했다.

 

"대량의 자본을 모아 뒷세계의 거래를 통해 대량의 무기와 폭탄을 구할 겁니다. 그걸로 가장 큰 가공소인 제 1 가공소를

격멸시키고 그곳에 갇힌 윳쿠리들을 야생의 자유로운 세계로 구출시킬 겁니다. 가장 상징적인 가공소가 무너지면

분명 사람들도 윳쿠리들에 대한 학대가 어떤 참혹한 결말을 맞이할 지 깨닫고 학대를 멈출 겁니다."

 

아포는 얼굴이 일그러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최대한 미소지어보였다.

 

'이것들은 바보인가! 그래서야 단순한 테러집단에 불과하지 않지 않나! 절대적인 역효과만 일으킬거다! 일단 좀 더 정보를...'

 

"그 계획을 실행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할테고 또 실행하면 인간 사상자도 많이 나올텐데요?"

"가공소의 인간들은 윳쿠리들을 억압하는 악마들입니다! 그런 쓰레기들은 죽어도 쌉니다!"

"걱정마세요 도스님. 우리의 계획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윳쿠리들의 해방을 약속하죠."

"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원들에게 사채든 뭐든 해서라도 돈을 긁어모으라고 할테니까요."

"...일단 알겠습니다. 전 가공소에 쫓기는 몸이라 자주 나타날 수 없으니 제 처신대로 이곳에 찾아오도록 하죠.

제가 이곳에 온 건 모쪼록 비밀로 해주십시오. 저도 무리의 상태를 보며 여러분과의 일정을 조정하겠습니다."

"협회가 든든한 협력자를 얻었군요. 회장으로써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혁명의 성공은 신중함에서 나옵니다. 의표를 찔러야 하죠. 최소한 겨울동안은 비밀리에 준비에만 전념해 주십시오."

"그렇군요! 좋은 생각입니다! 아, 결코 제가 그걸 생각 못한 건 아니고..."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무리가 기다리는지라."

"저희도 다음에 뵐 날을 기다리지요."

 

아포는 협회 건물은 나서고, 최대한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도시를 벗어났다.

무리가 은거하는 산에 들어서자 아포는 혼잣말로 불쾌한 진심을 털어놓았다.

 

"저런 멍청한 것들! 이용가치만 제외하면 게스 윳쿠리나 다를 바 없는것들! 진정으로 윳쿠리를 위해서도 아니야!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스스로를 깎아먹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족속들! 정말 저게 인간이란 종족인지조차 의심스럽다!

하아... 목적을 위해서라지만 같이하기도 싫군. 그래도 참아야지 어쩌겠어..."

 

아포는 뒤를 돌아봐 도시의 야경을 눈에 새기며 중얼거렸다.

 

"저 집단도 내 거대한 혁명을 위한 장기말에 불과한 것을."

 

그것이 아포칼립스의 계획.

저러한 집단의 존재는 역으로 윳쿠리가 존중받을 존재임을 대중이 부정하게끔 만드는 암덩어리와도 같은 존재.

결국 혁명 때엔 버림패로써 없애버려야 할 이들인 것이다.

단지 지금은 저들이 할 수 있는 행위들, 저들이 모아올 자본과 무기들이 필요할 뿐.

이 몸첨부 도스의 지도에 혁명 당일에 저들이 나설 곳은 없다.

 

"나의 혁명에선, 인명의 피해는 결단코 일어나선 안된다. 그 순간 인간은 윳쿠리를 적대적 위험생물로 규정할테니까.

가장 필요한 것은 윳쿠리만으론 집중시킬 수 없는 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물건. 즉 화약품. 폭탄같은 것.

폭발을 인지한 인간들은 분명 도주하겠지만, 한편으론 SNS란 기술로 세상에 그 모습을 올리겠지. 그것이 핵심.

일본의 수도 한 지역으로만 그쳐선 안돼. 전세계에 이 혁명이 전하는 메세지를 퍼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들이 애용하는 SNS를 역이용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인 행위.

인간들 스스로가 우리의 메세지를 퍼뜨리게 한다. 분명 유럽권의 인식은 동북아시아보다 우호적인 편이었지.

최종적으론 전세계의 애호파들이 전세계의 학대파들과 대립하고, 승리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 윳쿠리만으론 윳쿠리에게 무관심한 수많은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없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사고나 사건, 테러의 형태를 띈다면 어떤 인간도 시선을 돌릴 수 없겠지.

저 역겨운 집단은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시킬 하나의 폭발사건에 죄인이 되어줄 미끼. 그때까진 너희에게 우호적인 척 해주지."

 

과거 <윳쿠리 권리 보장회>라 불리던 과격 애호단체는 10마리가 넘는 윳쿠리 도스와 그 산하의 무리를 포섭해

자신들의 '자칭' 윳쿠리 혁명에 이용했었다. 연발적인 도스 스파크는 가공소의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해쳤으며

그 무의미한 파괴는 우습게도 가공소의 어떤 윳쿠리도 구출하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 단체는 테러단체로써 주요 인물이 체포되어 와해되었고

가공소는 도스 윳쿠리들에게 더욱 예민해져 도스에 대해 더더욱 엄격하고 잔인하게 되었다.

그 일례 중 하나가 몇달 전에 일어난 도스 이상발생사건.

시로이 쿄우진의 무기화 계획 1기 윳쿠리들인 '엘리니카'가 가공소에 임시취업해 활약한 사건.

그리고 시로이 쿄우진의 손아귀에서 중추팥만 남아 목숨만 연명했던 원종 도스가 아종의 몸을 취하게 된 사건.

아포칼립스라는 몸첨부 도스가 탄생할 계기가 된 사건.

 

"어찌보면 모든 사건들이 운명인 양 연결되는구만. 세상 일 알다가도 모른다고 했던가..."

 

그 혼잣말을 끝으로 아포는 자신이 성장시키고 있는 무리에게로 돌아갔다.

  • profile
    느그시 2017.05.18 23:32
    윳연자 50화 돌파 축하한다9
    앞으로도 이런 느긋할 수 있는 글씨를 많이 보고싶다9
    힘내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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