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5.10 17:28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46-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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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의 판단은 옳았다.

아포 자신도 모르고는 있지만 굴을 파서 그곳에 자신과 무리 전원을 숨기는 선택은 아포에게 있어서 매우 큰 이득이었다.

아포의 무리가 산의 땅굴로 파고든 지 3일 정도 뒤에 시로이의 전투윳쿠리인 오메가가 그 인근을 순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시로이의 예상과는 달리 아포는 도쿄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철저하게 은폐된 땅굴의 입구와 전투광인 탓에 순찰을 주의깊게 하지 않은 오메가가 이 굴을 찾지 못한 것이

우연에 우연이 겹치듯 운명이 되어 아포의 존재를 숨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주변을 지나간 오메가도, 그 오메가에게 결과를 보고받은 알파도 이를 모른다.

그렇게 나온 잘못된 정보가 시로이에게 그대로 들어갔으니 시로이 역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추리를 할 수밖에.

그 결과 어지간한 가공소보다 우수한 시로이의 무기화 윳쿠리들이 수색작업에서 이탈한 것은 아포에겐 천운이었다.

물론 아포 자신도 이 천운에 대해선 모르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지만 말이다.

 

"사냥팀, 실적 보고해라."

"묭! 오늘도 문제없이 먹이씨를 잔뜩 구했다묭! 오늘은 어제보다 절반정도 더 구했다묭!"

"좋아, 사냥팀은 그대로 구해온 먹이를 저장고에 옮기도록. 방위팀도 보고해라."

"가공소씨들이 더 자주 보이게 되었다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윳쿠리는 아닌 것 같다제."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산에 다른 무리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가공소씨가 찾아냈다제. 하지만 가공소씨는 무리를 둘러보더니 그냥 갔다제."

"알았다. 방위팀은 앞으로도 은밀히 행동하면서 주변을 경계하도록."

"느긋하게 이해했다제."

 

아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공소가 수색하고 있는 거라면 역시 나겠지. 굴로 숨어든 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군.'

"느? 아포, 무슨 생각하세요?"

"아, 방금 전 보고에 대해서 좀. 그래, 관리팀 보고해라."

 

지난번 관리팀 대표였던 데이부가 먹이횡령으로 처형되고 나서 팀의 2인자였던 앨리스가 새로운 대표가 되었다.

 

"먹이씨의 저장은 순조롭다고요. 얻어온 기간별로 나눠서 보관하고 오래된 것부터 배급하고 있어요."

"썩기 쉬운 것들도 우선적으로 배급하게끔 했을텐데 기억하나?"

"도시파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요. 아포가 얘기해준 것들은 따로 분리해서 사냥팀이 구해온 날 바로 배급하고 있어요."

"좋아, 이전 대표의 일에 대해선 잊지 말도록. 먹이의 배분은 냉정하고 철저해야 한다. 그것이 생존으로 이어진다."

"도시파적으로 이해했어요."

"육아팀, 보고해라."

"느으, 아가야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구. 전에는 항상 엄마야들이랑 같이 있었으니까..."

"언제까지고 어미 밑에서 보살핌만 받으면 사회성이 길러지지 않는다. 녀석들끼리 어울리는 법도 배워야지."

"느으... 알고는 있지만..."

 

육아팀 대표는 무리에서 가장 상냥한 성격의 레이무가 맡았다만

아무래도 육아팀의 일은 순조롭지 않은 모양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 무리는 이전까지는 어미가 자기 아가야를 돌보았기 때문이다.

이 무리의 아가야들은 나가서 다른 아기윳들과 놀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어미에게 보살핌만 받으며 자라왔었다.

그것이 한순간에 바뀌어 육아팀 윳쿠리들의 교육과 보살핌 하에 아기윳들끼리 어울려 놀아야 했다.

벌써부터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며 떼를 쓰는 아기윳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기윳들은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미래의 리더들이다. 지금 올바르게 키우지 않으면 안돼."

"느으으... 레이무도 알고 있다구..."

"하는 수 없지, 내일부턴 나도 교육에 참여한다. 내가 직접 교육할테니 육아팀은 내 보조를 맡도록."

"아, 아가야들에게 너무 무섭게는 하지 말라구? 아가야들 중엔 무리장을 무서워하는 아가야들도 있다구?"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육아팀도 이만 해산해도 좋다."

 

무리 모두가 땅굴에서 잠들 무렵, 아포도 자신의 자리에서

깍지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다리를 꼰 채 누워서는 잠들기 전의 사색에 잠겼다.

 

"다른 팀들은 순조로운 것 같으니 윳쿠리들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겠어.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이 무리로 혁명을 주도하는 건 무리니까. 우수한 녀석들에겐 스스로 몸첨부가 되는 방법을 알려줘서 몸첨부로 만들고."

 

날이 밝았다.

땅굴 속인데 어떻게 날이 밝았다는 걸 아냐고?

방위팀 중에서 두 윳쿠리를 뽑아 은폐된 입구 앞에 두어 야간경계를 서게 하는 것이다.

매일 순서를 돌려가면서 선발하며, 야간경계를 선 윳쿠리들은 다음날의 방위임무에서 하루의 휴식을 얻는다.

그들이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것이다.

아포가 제일 먼저 일어나고, 이후로 무리의 윳쿠리들이 하나둘씩 중앙땅꿀로 슬금슬금 기어나왔다.

오늘도 역시 각 팀별의 임무를 지시하고 실행을 명령했다.

그리고 아포는 육아팀이 무리의 아가야들을 모두 데려오자 그들 앞에 앉았다.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지금의 무리장인 아포다. 오늘부터 너희의 교육은 내가 담당한다."

"능야아아아! 레-뮤는 엉마야랑 느그타게 자고 십따구!"

 

모인 아가야들 중 가장 어린 편에 속하는 와사종 레이무가 벌써부터 땡깡부리기 시작했다.

어미는 그래도 자기 업무에 충실하게 잘 하는데 그 어미의 세 아가야들 중 이 아가야만 유달리 생떼가 심했다.

 

'와사종은 유전적으로 게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쉽다... 시로이 쿄우진의 논문은 그렇게 설명했었지...'

"써글 무리장! 당짱 레-뮤를 느그타게 해달라꾸! 엉마야를 데려오라꾸!"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생떼를 부리던 와사종 레이무 옆으로 레이저빔이 지나갔다.

아포는 왼손의 검지손가락으로 그 레이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불구라면 그걸 허락해줄 순 있지. 저부라도 구워줄까? 아니면 두 눈을 뽑아줄까?"

"그게 무슌...!"

"너흰 마냥 놀아제끼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너흰 자라서 무리의 새로운 구성원으로써 활동할 씨앗같은 존재들.

하지만 썩은 씨앗은 싹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다른 씨앗들과 같이 두면 다른 씨앗들도 썩게 할 수 있지.

어리광부릴 때는 지났다. 이젠 너희도 생존이란 것을 배워야 한다. 살기 위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것을 거부한다면, 어차피 꼴사납게 죽을 거 지금 죽여주지. 한번만 더 씨부리면 원하는대로 불구로 만들어주마."

"우끼지 말라꾸 써글 무리쟝!"

 

그 즉시 그 와사종 아기 레이무는 본보기로 저부가 빔으로 구워지고 두 눈을 뽑혔다.

 

"이러고도 닥치지 않을거라면 그땐 정말로 죽여주지."

"...!"

"쓰잘데기 없는 일로 너희까지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군. 하지만 세상은 너희가 생각하는 만큼 너희에게 자비롭지 않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자비롭지 않다. 난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줄거다. 새겨듣도록."

 

아기윳들을 앞에 둔 이 새로운 강사의 잔혹한 입장에 학생들은 긴장하며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늘 가르칠 것은 이것이다. 우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느!?"

"너희들은 자신이 최강이라는 생각들을 항상 해오며 살아왔겠지. 특히 마리사들."

"마리사는 쵯강이다제! 당연하지 않냐제!?"

"어떤 동물이든 약한 부분은 있지만 우리 윳쿠리들은 다른 생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약하다."

"그럴리가 없다제! 마리사는 쵯강이다제!"

"그럼 마리사, 너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없나?"

"느? 그럴리가 없지 않냐제! 마리사는 엄마야랑 아빠야의 상냥한 보살핌을 원한다제! 필요한 거다제!"

"최강인데 어째서 보살핌이 필요한거지? 강하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보살핌이 필요없지 않나?"

"느엑!?"

"당장 너희가 나가서 혼자 산다고 해봐라, 대체 얼마나 버틸지. 지금 이 엉망진창인 와사 레이무를 봐라.

나한테도 이렇게 처참한 꼴이 되어서 누가 보살피지 않으면 죽게 될텐데 너희라고 다를까?"

"느으..."

"윳쿠리는 약하다. 몸은 물렁하고 잽싸지도 않고 도구를 잘 다루는 것도 아니지.

우리 몸만 봤을 때 유일한 무기는 이빨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이빨이 특별히 날카롭거나 단단한가? 아니, 우리의 이빨은 뭉툭한데다 간단히 부숴지지.

몇번이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약하다. 그 어떤 동물보다도. 처절하게, 비참하게 약하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며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존심이 아닌 자만심.

그것을 철저하게 뿌리뽑는 것이 첫번째이다. 다만...

 

"하지만, 우리가 약하다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느?"

"지금 열심히 일하는 너희의 부모들을 봐라. 사냥을 나가는 윳쿠리들은 열심히 먹이를 찾아다니고 모아오지.

주변을 순찰하는 윳쿠리들은 꼼꼼하게 주변을 살펴봐 우리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보호하고 있지.

모아온 먹이를 관리하는 윳쿠리들은 우리가 먹이를 구할 수 없는 때에도 먹고 살 수 있게 먹이들을 지킨다.

각자의 일로 바쁜 너희의 부모를 대신해 너희를 보살피고 다치지 않게 지켜주는 윳쿠리들도 있다.

봐라, 우리는 약하지만 아직 멀쩡히 살아있지 않은가! 우리가 터무니없이 약하다면 윳쿠리란 존재는 진즉 멸종했겠지."

"그럼, 윳쿠리는 사실 강한거냐제?"

"윳쿠리가 약하다는 것은 불변이다. 몸첨부가 되어도 마찬가지."

 

아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뜯었다.

 

"느아악!"

"봐라, 이 무리에서 가장 강한 나조차도 내 몸을 내 힘으로 간단하게 상처입힐 수 있다. 우린 이토록 물렁한 육체를 가졌다.

하지만 육체의 약함이 생존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포는 자신이 뜯은 새끼손가락을 다시 붙였다.

보통의 윳쿠리는 불가능한 능력이지만 시로이의 논문을 통해 자신의 몸을 철저하게 이해한 아포는

자신의 의지로 망가진 신체를 수복할 수 있는 회복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좋은 예시가 있다. 인간이다. 인간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동물이다."

"느? 인간씨가?"

"인간보다 육체적으로 강한 동물들은 많다. 하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다른 종족의 동물들을 이기고 정점에 섰다. 왜일까?

인간에겐 지혜가 있었다. 다른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들은 날카롭고 단단한 이빨과 발톱이 없다.

그래서 인간은 나무와 돌을 깎아 무기를 만들었고, 점점 새로운 물질들을 이용하는 법들을 터득했다.

그 결과 그들은 철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가장 강한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두꺼운 가죽과 털이 없다. 윳쿠리만큼은 아니지만 피부는 얇고 추위에 약했지.

그들은 불을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그것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또 동물의 고기를 안전하고 맛있게 먹는 법을 익혔다.

싸워서 이긴 동물의 가죽을 벗겨 자신이 걸쳤다. 옷의 개념을 창조했다. 그들은 부족한 가죽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특별하게 강한 육체를 가지지 않았지만, 다른 동물보다 똑똑했지.

그리고 그것 하나로 모든 위험을 이겨나갔다. 혼자 해낼 수 없으면 함께하고, 사물의 형태를 바꿔 유용하게 사용했지.

그것이 계속해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인간들의 육체는 먼 옛날보다 약해졌지만 그들의 지혜는 더욱 성장했지.

도구들은 더욱 강해졌고, 어디에든 튼튼하고 안락한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기능의 옷을 입는다.

동물들을 사육해 동물의 고기나 다른 것들을 마음껏 얻고, 논밭에 농작물을 키워 곡식과 채소를 가득 얻게 되었다.

우리 윳쿠리들에게도 그것이 가능했었다. 우린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약한가! 이것이다! 인간과 윳쿠리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태초에 인간과 윳쿠리는 모두 약한 육체와 뛰어난 지혜의 잠재성을 가졌다!

인간은 쉬지 않고 행동했다! 행동하고, 관찰하고, 경험해서, 지식과 지혜를 쌓아 지금에 이른 것이다! 강해진 것이다!

그에 비해 윳쿠리는! 느긋하고 싶다는 욕망에만 충실한 나머지 나태해져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장에 살아갈 것만 급급하게 구할 뿐, 더 안전하고 편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이 결과다! 인간들은 가공소까지 만들어 윳쿠리를 착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윳쿠리는 그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외부에 휘둘리기만 하지!

묻는다! 어린 윳쿠리들이여! 너희는 그저 외부의 강한 것들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삶을 원하는가!"

"...!"

 

어린 윳쿠리들은 움찔거렸다.

무리장이 던진 질문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시 묻는다. 너희는 약자로 머물고 싶은가! 다른 존재의 노예로, 먹이로 살아가길 원하는가!"

"아, 아니라구!"

"마리사는 잡아먹히기 싫다제!"

"노예라니, 도시파적이지 못해요!"

"그렇다면 배워라! 관찰하고, 생각하고, 고민해라! 시험해봐라! 경험해봐라! 그것이 너희를 강하게 해줄 것이다!

앞으로 내가 너희에게 강해지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너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겠다!

인간들이 강해진 과정대로,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겠다! 너희의 삶을 너희의 것으로 하게 말이다!"

 

그것은 하나의 연설, 하나의 세뇌, 하나의 프로파간다.

어린 윳쿠리들은 자신들의 무리장의 말에 중독되듯 빠져들었다.

자만심은 뭉개되, 자신감은 키워준다.

윳쿠리는 약하나, 강해질 수 있다.

아포칼립스 스스로가 깨달은 것을, 이 무리의 새로운 새싹들에게 전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로이 쿄우진, 너는 우리가 신인류의 가능성을 품었다고 했다. 되어주겠다. 새로운 인류가!"

 

윳쿠리가 진정 신인류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지금으로썬 아무도 모른다.

시로이 쿄우진이란 남자는 그 가능성의 존재를 발견했다.

아포칼립스는 그 가능성의 벽을 뛰어넘는 도전을 한다.

그 결과는, 언젠가의 날 밝혀질 것이다.

  • ?
    RLAWNGUS 2017.05.10 17:43
    Mad님의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 profile
    무첸 2017.05.11 00:26
    언젠가 아포와 몸첨부들이 공습을 계시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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