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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14:37

'윳'코스 -식전주-

조회 수 352 추천 수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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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배가 고팠다.

이 동네로 이사온지 어언 한 달. 새롭게 얻은 직장에 적응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리에 어울리고, 몇 번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잔업의 연속. 결과적으로 직장 안에서 나름 자리를 잡은 것 같기에 성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러면서 쌓인 피로를 생각한다면 겨우 본전치기거나 아슬아슬 흑자라고 할 수 있으려나.

 

 

-꼬르륵

 

 

"……."

 

 

때 마침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배꼽시계.

운 좋게도 야근이 없는 날이라 빨리 퇴근하고 있던 덕분에 시간은 꽤 많다.

덤으로 학생 때부터 차곡차곡 모아둔 여윳돈에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하면서 돈도 꽤 모였고, 딱히 돈이 드는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다. ㅡ간단히 말해서, 어느 정도 사치를 부려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처럼 여유로운 날에는 한 끼 정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별난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윳]

 

 

...뭐지? 저 간결한 간판은. 그보다 이 근처에 저런 가게가 있었던가?

윳? 무슨 윳? ...모르겠다. 간판만 봐선 무슨 음식점인지 알 수가 없어.

그래도 가게 외관은 깔끔해 보이고, 의외로 괜찮은 가게일지도. 저 간결한 간판은 그런 자신감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들어가볼까."

 

 

어찌되었건 뭘 시키던 남을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다. 버젓히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라면 못 먹을 걸 내 오진 않겠지. 어쩌면 의외로 내 취향에 맞는 요리를 만나게 될 지도...

 

 

 

 

 

 

 

 

 

 

 

 

"어서 오세요. 코스 요리점 '윳'입니다."

 

 

들어오자 마자 들려온 정중한 인삿말에 조금 놀랐다.

인사를 건내온 것은 예쁘장하게 생긴 점원. 흠...슬쩍 봐도 호감가는 미인형이다. 조금 두근거렸을지도.

그나저나 '코스 요리'라고 한 거 맞지? 모처럼 호화로운 한 끼를 해 보려는 목적에는 딱 들어맞는군. 그렇게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 뭐든 먹을 것 같긴 하지만...아무렴 너무 심각한 괴식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카운터 석도 괜찮으신가요?"

"네? 아, 괜찮습니다."

 

 

둘러보니 의외로 넓은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맛집인걸까? 그렇다면 당첨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자 내 앞으로 잔 하나가 내밀어진다.

 

 

"식전주입니다."

 

 

투명한 글라스 안에서 풍겨나오는 선명한 복숭아의 향기. 혹시 복숭아 주스인가?

개인적으로 주스보다는 우롱하이나 레몬하이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달콤한 향이 싫진 않아 간단히 한 모금 들이켜 본다.

 

 

"....어?"

"왜 그러시죠? 뭔가 문제라도..."

"아, 아뇨. 굉장히 산뜻하구나 싶어서."

 

 

놀랐다. 복숭아 주스라고 하면 다소는 끈적거리는 단맛이 입 안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

그리고 이건ㅡ.

 

 

"이거, 술이 조금 들어간 거 같은데..."

"혹시 술을 못 하십니까?"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마음에 들어요."

 

 

응. 좋다.

산뜻하고 걸리적거리지 않는 달콤함 뒤에 슬그머니 밀고 올라오는 술의 풍미. 그렇게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라 무슨 술이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마셔본 음료수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이거 다음에 나올 요리가 기대되는데...

 

 

"저어, 메뉴를 볼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가게는 시즌별로 정해진 메뉴 밖에 판매하지 않는지라...."

"아...그런가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방금 드린 음료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만...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금 고민되긴 했지만, 이런 음료수를 먹어놓고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날강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식전주가 이 정도로 괜찮은데, 코스요리도 상당히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도박이라는 걸 좋게 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것 정도는 운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고요."

"감사합니다, 손님. 그럼 잠시 기다려주시길."

 

 

주방으로 들어서는 점원을 보며 다시금 음료를 한 모금 입에 담는다.

...응, 역시 나쁘지 않아.

 

 

 

 

 

 

 

 

 

 

 

-조리실-

 

 

 

"울어! 울어! 이 암퇘지 같은 것!!"

"능햐아아아아! 느야아아아아앙!!"

 

 

공기를 가르는 채찍에 얻어맞으며 황홀한 비명을 내지르는 파란머리의 윳쿠리들.

고통을 쾌락이자 지고의 느긋함으로 받아들인다는 희소종 윳쿠리인 '텐코'다.

그리고 그런 텐코들을 있는 힘껏 괴롭히고 있는 것은ㅡ.

 

 

"햣하!!! 고문이라고!!"

 

 

이 가게 '복숭아 주스'파트의 엘리트 제조자인 '오니이상' 그의 손에는 한껏 기대감에 부푼 눈을 한 텐코 한 마리가 하악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온 몸을 붉히고 있었다.

 

 

"마셔! 다 마시는 거다! 햐하하하하! 다 마시기 전까진 못 나올 줄 알아!!"

"느픕! 느프프프븝!! 테, 텐코 주거!! 주거버려어어!! 이런 거 다 못마신다구우우!!"

"닥쳐라! 이 윳노예가!! 자아! 더 마시라고!!"

"느브르르르르르르릅!! 브브브브브브븝븝!!"

 

 

손에 들렸던 텐코가 얼굴부터 정면으로 빠진 것은 복숭아로 짜낸 100% 복숭아 과즙.

들통 하나 가득 담긴 과즙 안에서 물고문ㅡ아니, 과즙고문을 받는 텐코는 입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ㅡ.

 

 

'좀 더! 좀 더 심하게 해 줘! 괴롭혀 줘! 텐코 느그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ㅡ라며, 속으로는 고문을 한껏 즐기고 계신 중이다.

그렇게 들통 하나 가득 담긴 과즙을 전부 들이마시는데 성공하는 텐코.

하지만, 그녀의 괴로움(즐거움)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햣하! 숙성 타임이라고! 오라!"

"느붹!! 때, 때리지마아아아! 아직 배가 꿀렁거리는 중이라고오오오!!"

"닥쳐라! 햐아아아아아앗!! 오라! 오라! 오라아!!!"

"느픕! 뷁! 주거뷁!!"

 

 

ㅡ퍽! 퍽! 퍼억!

 

 

과즙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배를 무자비한 주먹질로 얻어맞는 텐코.

당연한 말이지만ㅡ이번에도 그 전신은 쾌락으로 한껏 달아오른 그대로다.

 

 

"느븝. 느븝! 느웨에에에에엑..!!"

"햣하! 더럽다고!! 토하기나하는 구토만쥬는 벌을 받아야겠지!!"

"부, 부탁이에요...텐코를...텐코를......!!"

"아앙!? 제대로 말하라고 구토만쥬!! 안 들린다고오오오!!"

"텐코를ㅡ좀 더 괴롭혀주세요오오오오오!!"

 

 

마침내 천원돌파한 쾌락에 무너져 침까지 흘려가며 호소하는 텐코.

완전히 망가진 텐코를 내려다보는 오니이상의 눈에 기이한 안광이 비쳐지기 시작한다.

 

 

"그렇지? 그렇단 말이지!? 좋아!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과즙을 가득 담아 물풍선처럼 부푼 텐코를 기계 위에 올려놓는 오니이상.

텐코의 머리와 저부를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기계를 작동시키자,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기계의 위 아래가 반대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느...느극!! 아파아아아...!!"

"햣하! 원하는 대로 해 줬지! 더 행복해 해라, 이 암퇘지 텐코오오오오오!!"

"네헤에에에! 테, 텐코는...텐코는....!!! 느기이이이이이잇!!"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래짜이듯 비틀려지는 텐코.

몸의 뒤틀림에 따라 텐코가 들이마셨던 과즙이, 아주 맑은 주스가 되어 아래쪽의 용기로 조금씩 모여간다.

 

 

"느기이이!! 늣늣늣늣늣늣늣!!"

"이 정도냐!? 겨우 이 정도에 나가 떨어지려고!? 그렇겐 안 되지이이이!!"

 

 

자칫 너무나 거대한 고통(쾌락)에 삼켜질뻔한 그녀를 되돌린 것은 아까 들이마셨던 것과 같은 신선한 복숭아 과즙.

다시 정신을 차린 텐코의 입에선 강렬한 비명이 뿜어져나온다.

 

 

"느프프브브브븝! 느픕! 테, 텐코오오오오오! 텐코오오오오오오오느으으으으으으으은!!"

"그래! 말 해! 말해버리는거다!! 어서 말해!!"

"늣! 늣! 늣! 늣! 늣!

 

 

온다. 온다. 무언가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다.

그 감각에 거스르지 않은 채, 텐코는 마침내 큰 소리로 외쳤다.

 

 

 

 

 

"텐코 행보오오오오오오오오옥!!"

 

 

 

 

 

거기서, 그녀의 의식은 끊겼다.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누님! 자, 확인해주시죠."

 

 

완전히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짜내어진 텐코의 '과즙'을 맛보는 점원.

잠시 입 안에서 과즙을 굴리던 그녀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드리워진다.

 

 

"좋네요. 잘 만들어졌어요. 텐코의 상태는 어떤가요?"

"꽉 짜이긴 했지만 아직 죽진 않았습니다. 다시 살려놓을까요?"

"그래야죠. 아직 쌩쌩한 개체니까요. 그럼 부탁할게요."

"맡겨만 주십쇼!"

 

 

떠나가는 점원을 향해 90도로 인사하고 기계에서 텐코를 꺼내 '텐코 전용'이라 적힌 주스 통에 집어넣는 오니이상.

꽉 말라 비틀어졌던 텐코의 몸에 순식간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느...느으...느헤헤헤헷...."

"진짜, 알다가도 모를 놈들이라니까...."

 

 

중얼거리면서 막 짜낸 '주스'를 몰래 한 잔 따라 마시는 오니이상.

단 한모금만에 행복함이 몸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기분이다.

 

 

"햐아! 내가 이것 때문에라도 이 직장을 포기 못 한다니까!"

 

 

텐코의 내용물은 술로 된 복숭아 절임.

거기에 더해 윳쿠리는 본능적으로 '당분'을 몸에 저장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텐코에게 농밀한 과즙을 한계치까지 주입한 다음 고통(쾌락)을 줘서 숙성시킨 다음 짜내면, 과도한 당분은 윳쿠리인 텐코의 체내에 잔류하고, 거기에 더해 복숭아 절임의 풍미와 주향이 더해진 산뜻한 복숭아 주스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알콜수치는 한없이 낮아 건강에 그렇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 웰빙 주스다.

 

 

"오니이상, 행보오오옥!"

'텐코, 행보오오옥!'

 

 

윳쿠리로선 드물게도 오니이상과 공생해나가는 텐코.

그런 텐코를 괴롭히며 인생의 낙을 찾아낸 오니이상.

오늘도 둘은 행복하다.

 

 

 

 

-----------------------------------------------------------------------------------------------------------------------

 

 

오늘은 식전주까지라고, 오오.

 

다음에는 전채라고, 오오

  • ?
    앨리즈 2017.05.18 20:06
    응호! 다음화가 기대 된다구요!
  • ?
    령아 2017.05.19 09:12
    오오, 기대 기대, 오오
  • profile
    mad 2017.05.18 20:47
    가게 이미지를 생각해 메뉴명은 공개하지 않는건가.
    하긴, 저런 방식의 조리법에 거부감을 가지는 고객이라면 찾질 않겠지.
  • ?
    령아 2017.05.19 09:12

    오오, 고객님 무슨 말씀이신지...오오(먼 산)

  • ?
    느구우 2017.05.19 00:27

    어라... 시시100%가 아니라니...

  • ?
    령아 2017.05.19 09:12
    오오...(시선 회피)
  • ?
    금빛곱등이 2017.05.20 22:11
    오오오 안그래도 윳쿠리 요리하는 내용을 젤 좋아하는데 내용도 꽉 찬게 디게 재밌네요
  • ?
    령아 2017.05.22 13:21
    오오, 본 점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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