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3.31 11:30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30-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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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우우우우우우우!!!"

"환자분, 조용히하세요."

 

현재 시로이 쿄우진은 어느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다.

야쿠자와 치른 거대한 싸움.

함께 싸운 윳쿠리들은 적게 싸우고 동료와 함께 싸웠지만 시로이는 그렇지 않았다.

사토리인 뮤의 도움으로 위치파악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정신력이 남들과는 격이 달랐다고는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전투라는 측면에선 일반인. 신체의 반응이나 움직임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단독으로 여러 야쿠자들을 상대하는 동안 꽤나 많은 부상을 입었다. 단지 일이 끝날 때까지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겨우겨우 자신의 친구의 집에 도착해서야 쓰러졌고

지금은 그 친구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다.

전치 1달.

그가 받은 진찰결과다.

그나마 이번에 키야마 정치인이 자신의 비리라는 약점을 잡혀있었던 걸 해결해준 보답으로

그의 도움을 받아 1인병실에서 느긋하게 치료받을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놈의 연구 타령, 지치지도 않냐?"

"병실에 실려와서 연구를 못한 지 벌써 12시간 36분이라고... 게다가 그동안 야쿠자 턴다고 준비한 기간까지 생각하면...!"

"그니까 진정하라고. 그렇게 다쳐놓고 쉬고 싶지도 않냐?"

 

시로이의 절친, 마츠다가 병문안을 왔다.

이번 일의 숨은 활약자. 삼촌인 경찰청장에게 부탁해 시로이의 뒷수습을 돕고 친히 병원에까지 입원시켜준 장본인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기가 다친 것보다, 야쿠자가 보복해오진 않을까 걱정하기보다

연구를 못하고 있다는 것에 괴로워하는 이 광적인 연구광을 보며 한심해하고 있다.

 

"하아... 일단 니 부탁으로 너네 윳쿠리들한텐 연락해놨다. 나머진 자기들이 어떻게든 하겠지."

"아아, 그건 고맙다."

"그럼, 나도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본다."

"이왕 가는 김에 다시 올때 내 논문 좀 가져다주면 안되냐?"

"그건 니 조수들한테 시켜 임마."

 

그렇게 병문안을 온 환자의 친구는 돌아갔다.

그리고 5분만에 돌아왔다.

 

"야, 시로이. 니 조수들 왔다."

"무, 무큐! 주인님, 괜찮으세요?"

 

맛치와 플라티나, 그리고 그 플라티나의 동생 플랑이다.

그 플랑은 이제는 평범한 몸첨부 플랑의 옷을 입고 다니게 되었다.

 

"그럼, 안내는 여기까지다. 난 진짜로 가본다."

"무, 무큐, 감사합니다 친구님!"

 

이제야 정말로 돌아가는 마츠다.

그리고 새로운 문안객으로 자신의 조수들이 찾아왔다.

 

"...주인."

"왜?"

"...어째서야?"

"뭐가?"

"어째서 자기가 이렇게 될 때까지 싸운거야? 당신은 당신을 위해서만 살잖아. 그런데 어째서..."

"맞아, 난 날 위해서 살지. 날 위해서 연구하고, 날 위해서 실험하고, 날 위해서 인맥을 쌓고..."

"그런 당신이 어째서..."

"그리고 난 날 위해서 타인을 돕지."

"무, 무큐?"

"......"

"말했잖아? 난 널 원하고, 널 내 완전한 내 소유로 두기 위해 너의 동생을 구한거야. 이 부상은 그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

단지 그뿐이야. 내가 누군가를 돕는 것도 결국은 날 위해서지. 날 위해선데 다치는 것쯤이야 감수해야지."

"그럼, 처음부터 이럴 걸 예상하고...?"

"내가 동물도 여럿 죽여봤고 윤리관이 결여되어서 망설임이 없긴 하지만 난 신체를 단련한 격투가가 아니야.

당연히 허구헌날 쌈박질하던 야쿠자들이랑 싸우면 다치는 것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니겠어?"

"무, 무큐! 그래도 큰일나실 뻔했어요. 친구님께 전화로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데요!"

"어라? 너흰 나에게서 벗어날 기회라고 생각해서 기뻐할 줄 알았는데?"

 

병실에 정적이 흐른다.

시로이는 농담하듯이 이야기했지만 진심으로 한 말이다.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을 리가 없다. 특히 시로이에게 혐오감을 품던 플라티나는 더더욱.

하지만 이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이 남자라면 설령 도망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있지만

단 한마리의 윳쿠리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힘을 써준 이 남자를 외면하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난... 아직도 모르겠어. 당신은 수많은 윳쿠리들을 죽인 학살자야. 그런데 동시에 내 동생을 구해준 은인이야."

"언니야..."

"뭐, 그렇게 되지."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어.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어."

"......"

"알려줘. 시로이 쿄우진. 당신은 누구야?"

 

시로이는 침묵했다.

모두가 침묵했다.

플라티나는 답을 기다렸고

맛치와 플랑은 이 긴장감 도는 공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몇십초. 그간의 정적이 흐르고 시로이는 입을 열었다.

 

"나는 시로이 쿄우진.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자.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서라면 선행이든 악행이든 가리지 않는 자.

인간이지만 인간에게 정을 두지 않고, 윳쿠리를 많이도 죽여왔지만 그만큼 윳쿠리에게 열정을 쏟는 자.

그 어떤 인간도 가지지 않은 광기를 가지고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욕망의 화신. 그게 나다. 넌, 그런 날 어떻게 대할거지?"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는건가."

"맞아. 난 내가 미쳤다는 것을 잘 알지.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넌 이 미치광이를 어찌할거지?"

"...당신은 수많은 윳쿠리를 죽였어."

"그렇지."

"하지만 당신이 숨겨왔던 윳쿠리들, 무기화 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윳쿠리들을 보고, 또 당신이 내 동생을 구해준 걸 보고

당신이 마냥 학살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

"흐음..."

"당신의 연구는, 윳쿠리를 죽이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지?"

"나는 윳쿠리 그 자체를 탐구하지. 그 결과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든, 윳쿠리에게 도움이 되든 그건 쓰는 자의 나름."

"그럼, 당신의 연구는 더 많은 윳쿠리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끔 할 수도 있는거야?"

"그럴지도. 뭐, 현재로썬 확답을 못하겠지만."

 

플라티나는 잠시 눈을 감아 생각에 잠겼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자신의 내면에까지 의식을 집중하여 생각을 정리했다.

이윽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눈을 뜨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시로이의 앞에 앉았다.

 

"그럼, 전 당신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하아?"

"당신은 확실히 외도를 걷는 자. 하지만 나의 은인이며 내 가족의 은인이며 윳쿠리를 적대하지 않는 자.

나는, 당신이 준 플라티나라는 이름을 품고 당신의 조수가 되겠습니다."

"어이 어이, 무슨 중세풍 영화라도 본거냐? 웬 기사도 행세야?"

"이게, 내가 생각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인 것 같아서..."

"야 임마, 넌 이미 내 조수야. 너가 싫대도 넌 내거라고. 이제와서 뭘 세삼스레."

"...기껏 마음 다잡고 예의를 다했는데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어색하다고 이런거. 평소처럼 해. 너 편한대로 하라고. 뭘 주종의 예의야 지금이 봉건사회도 아니고."

"어... 지금 생각하니 그렇네. 플래티넘 딸 때까지 받은 교육의 영향이려나, 왠지 이래야 할 것 같아서."

"복잡하게 살 거 없어. 편하게 사는거야. 윳쿠리나 인간이나. 괜히 복잡하게 굴려다가 다 꼬인다고."

 

그리고 시로이는 플라티나의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플랑을 바라보았다.

 

"그래, 너구나? 이녀석의 동생이."

"네, 네! 플랑이라고 합니다! 저기, 전엔 거기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받을 일은 아니야. 내가 널 필요로 했으니까 억지로라도 데려왔을 뿐."

"하, 하지만 그 덕분에... 이제는 부끄러운 옷 입고 무서운 사람한테 술 따르지 않아도 되고..."

"아아, 확실히 그건 그렇겠네. 이젠 평범한 옷 입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까 말이야."

"저... 그래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려고..."

"하, 감사받을 일 아냐. 날 위해서 한 일이니까."

"그래도... 역시 감사합니다."

 

플랑은, 이제 억지 미소를 짓지 않는다.

정말로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평온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시로이에게 비추었다.

광기의 연구광도 이 미소가 썩 나쁘진 않은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말야, 마냥 플랑이라고만 부르면 다른 실험개체들과 헷갈릴텐데, 이참에 새로 별명이나 지어볼까?"

"네? 벼, 별명이요?"

"아아, 이 인간은 윳쿠리를 연구하느라 엄청 많은 윳쿠리들을 두고 있어서 말이지. 그래서 우리같은 특별한 윳쿠리들은

별명을 붙여서 구별하는 게 편한 모양인가봐."

"무큐! 맛치도 맛치라는 이름을 받았어요!"

"그러고 보니까 내 이름은 그냥 플래티넘이라는 뱃지에서 따왔잖아. 너무 성의없는 거 아냐?"

"플래티넘이 흔한 게 아니니까 썩 괜찮은 이름이라 생각하는데?"

"작명센스가 꽝이라고 주인. 내 동생은 골드라고 지을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흔하지."

"흔한 게 문제냐!"

"후후후훗, 왠지 다들 즐거워하니까 기쁘네요."

 

플랑의 웃음을 시작으로, 점점 병실 안의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플라티나도, 이제야 마음편히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의 동생이 무사히 자신의 곁에 있기에.

 

"무큐! 맛치, 좋은 게 생각났어요!"

"오오, 맛치가 이름 지어주는건가? 뭔데?"

"스파클! 플랑씨는 뱃지도 날개도, 그리고 미소도 반짝반짝하니까 스파클! 어, 어떤가요?"

"흐음, 난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와아! 저도 그게 좋아요! 스파클. 좋은 이름이네요!"

"내 동생은 스파클인가... 그럼, 다시 한번 인사해야겠네?"

"언니야?"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 내 동생 스파클."

"네! 다녀왔어요, 플라티나 언니야!"

 

윳쿠리 자매의 훈훈한 재회.

타인의 감정에 별 관심이 없는 시로이도 이번만큼은 괜찮다는 기분을 느낀다.

병문안은 30분 정도 더 계속되었다.

그동안 시로이는 조수들의 입을 통해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입원한 동안 일이 진행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검은 독사 파는 완전히 와해. 현장의 모든 조직원들이 체포되어 조직 자체가 붕괴되었으며

산하의 사채업자들도 뒤를 봐주던 조직의 괴멸로 혼란에 빠져 다른 조직에 빌붙거나

꼬리가 잡혀 경찰에 체포된 자들도 생겼다고 한다.

현장의 혈흔 중 조직원의 것이 아닌, 아마도 시로이의 것이라고 추측되는 혈흔이 발견되긴 하였으나

경찰청장의 명령으로 그 혈흔의 조사는 강제적으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코카인만으로도 그들을 체포하는 데엔 무리가 없었으며

또한 같이 발견된 문서들로 그들에게 핍박받던 억울한 주민들을 해방시킬 수 있었으며 또한 검은 독사 파를 등에 업던

양아치들이 대거 체포되고 와해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유일하게 식별할 수 없게 된 금고의 문서는 잿더미만 남아서 정보를 얻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걸로 시로이의 스폰서인 키야마 정치인은 자신의 비리를 완전히 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도쿄의 암흑계의 힘의 균형이 한 조직의 소멸로 무너지면서 뒷세계가 새로이 전란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모양이다. 특히나 검은 독사의 궤멸원인이 결과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세간엔 일종의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단독으로 야쿠자들을 처단하는 영웅, 백의의 광전사의 소문. 이 소문은 나머지 야쿠자 조직들에게

자신들도 이 괴물에게 궤멸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심을 안겨주게 되었다는 듯하다.

 

"영웅이라니, 나하곤 정 반대구만. 뭐, 영웅으로 소문났으면 오히려 용의선상에서 난 벗어나는건가?"

"확실히 주인은 영웅하곤 거리가 머니까."

"저, 저어..."

"응? 왜 그래 스파클?"

"저는 시로이씨를 어떻게 칭하면 좋나요? 주인님이라고 칭하나요?"

"너 편한대로 해. 맛치는 주인님이 편하고 플라티나는 주인이 편한 모양이야.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없고, 호칭은 신경안써."

"그럼, 오빠야라고 불러도 되나요?"

"오빠야라. 윳쿠리들이 남자 주인을 칭하는 흔한 명칭이지만... 뭐, 아무렴 어때."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시로이 오빠야!"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스파클."

 

어느샌가 저녁노을이 진다. 병원도 면회시간이 끝나갈 즈음이다.

 

"너희도 이제 돌아가봐야지. 당분간은 내가 집에 갈 수 없으니까, 그동안 집을 잘 부탁한다."

"무큐! 맡겨주세요!"

"뭐, 주인대신 연구를 하진 못하지만 집안일 정도는 해줄게."

"당연하지, 연구는 내꺼야!"

"하하하, 그 연구욕은 여전하네."

"아무렴! 난 연구광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

"오빠야, 다음에 병문안 올때 뭐라도 가져올까요?"

"아, 그럼 2층 자료실에서 논문 좀 몇개 챙겨와줘. 이참에 이전의 논문 재검토하면서 시간 때워야겠어."

"그거라면 내가 챙겨다줄게, 주인. 몸 건강히 하라고."

"그래, 다음에 보자, 내 조수들."

 

시로이 쿄우진. 백의의 광인.

그는 선하지 않다.

그는 윤리적이지 않다.

그는 정상적이지 않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확실하게 악인이며 미치광이다.

그의 선행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며

그가 법을 지키는 이유 역시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이다.

필요하면 정상인인 척 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선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생기는 아이러니함.

그는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구하며

자신을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을 위해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한다.

그는 누군가에겐 불행이나, 누군가에겐 행운이며

누군가에겐 재앙이나, 누군가에겐 은혜이다.

그렇기에 그를 한가지 말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단 한가지 단어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병실에 편히 누운 그는 언젠가 퇴원하고 진행할 새로운 연구를 고민하며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짓는다.

[흑백이 없는 그 길 - 完]

[1부 完]

  • profile
    무첸 2017.03.31 12:24
    캬.... 몸첨부 플랑이라니...!
    느긋한 소설씨 항상 고맙습니다!
  • ?
    PRASEOD 2017.03.31 14:37
    완결...아니죠?ㅠㅠ
  • profile
    mad 2017.03.31 15:32
    굳이 따지자면 1부 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몇개의 외전으로 잠시 쉬어간 후 2부로 돌아오겠습니다
  • ?
    윳살윳G 2017.06.06 11:56
    느긋한 소설씨라구! 그보다 백의의 광전사라니 멋지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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