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맨처음의 시로이의 절규를 보고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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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산속의 작은 굴.
이곳엔 초희귀종 윳쿠리가 한마리 살고 있습니다.
윳쿠리 시로이 쿄우진. 통칭 시로이.
여타 게스하곤 차원이 다른 극악의 게스이지만 그 생태는 역시 여타 윳쿠리하곤 판이하게 다릅니다.
먼저, 윳쿠리 시로이는 지능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렇기에 윳쿠리 플레이스도 매우 꼼꼼하고 철저하게 찾아서 찾은 그곳마저도 개조합니다.
여타 윳쿠리들이 자신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를 감춘답시고 나뭇가지나 풀 몇개 가져다놓을 때
시로이는 나뭇가지들을 격자모양으로 두고 덩굴로 엮은 뒤 그 위에 각종 나뭇잎과 덤불, 이끼 등을 올려놓습니다.
이때 세로로 놓는 나뭇가지 중 하나는 조금 더 긴 것으로 골라 나중에 입구에 박을 수 있게끔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문으로 삼아 윳쿠리 플레이스의 입구 앞에 박아놓고 그 주변에도 각종 나뭇잎과 잔디를 뿌려
자신의 보금자리를 철저하게 숨겨놓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를 자신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윳쿠리 시로이는 반드시 보금자리를 개조합니다. 절대로 있는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첫째로 빗물이 스며들 것을 대비하여 수로를 팝니다. 보금자리의 가장자리를 다른 곳보다 낮게 만듭니다.
애당초 보금자리 선정에 비가 잘 스며들지 않을 위치로 고르기도 하지만 더욱 철저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로의 한군데를 큰 웅덩이로 삼아 비상시에 식수를 공급할 수 있게끔 합니다.
둘째로 제 2의 출입구를 만듭니다.
보금자리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습니다. 포식종이 침입할 수도 있고 기존의 입구가 막힐 수도 있습니다.
윳쿠리 시로이는 그걸 예상하고 다른 위치로 통하는 또다른 출입구를 파냅니다.
이왕 파는 김에 보금자리도 더 넓히기도 합니다.
셋째로, 여유가 된다면 입구 주변에 함정을 만듭니다.
땅에 뾰족한 걸 박거나 윳쿠리가 균형을 잃을 구덩이를 파거나 합니다.
특히 이 두가지를 조합하는 수법을 자주 쓰는데, 집에 침입하려는 윳쿠리가 구덩이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가시에 박혀
그대로 생을 마감하는 함정을 만들곤 합니다. 레미랴나 플랑같은 하늘을 나는 포식종 대비론 보금자리의 입구 윗부분에
가시들을 박아 날아들어오다 모자나 날개, 신체 윗부분이 찢어지게끔 합니다.
자기 자신도 보금자리에 무기들을 두어 자신을 지킬 준비를 항상 합니다.
윳쿠리 시로이는 혼자 사는 걸 좋아합니다.
무리는 커녕 배우자조차 찾지를 않으며 오직 혼자 사냥하고 혼자 생활합니다.
이러한 탓에 자손번식을 잘 하지 않으며, 윳쿠리 시로이가 초희귀종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윳쿠리 시로이의 보금자리에 다른 윳쿠리들이 가득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연구입니다.
윳쿠리 시로이는 연구! 라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연구! 는 윳쿠리 시로이에게 가장 느긋한 행위로
그것은 다른 윳쿠리를 붙잡아 보금자리에서 해부하며 그 윳쿠리의 신체를 조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변의 적당한 윳쿠리를 꼬시거나, 잠들어 있는 윳쿠리를 끌고와 나뭇가지나 가시덤불의 가시로 벽이나 바닥에 고정하고
그 윳쿠리를 조심스럽게 갈라냅니다.
네, 포식하듯이 뜯어먹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갈라내는 겁니다.
포식이 목적이 아닌, 연구라는 자신만의 느긋한 행위가 목적이기에 포획한 윳쿠리를 죽지 않는 선에서 해부합니다.
당연히 붙잡힌 윳쿠리는 해부당하면서 고통을 호소하지만 윳쿠리 시로이는 그런 건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윳쿠리 시로이가 해부로 무엇을 연구하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것이 윳쿠리 시로이의 느긋한 행위임은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윳쿠리들이 먹이를 먹으면서 행복!을 외치거나 교미를 하면서 상쾌!를 외치는 것처럼
윳쿠리 시로이는 해부를 하면서 연구우우우우! 하고 외치기 때문입니다.
연구가 끝나고 죽은 실험체 윳쿠리는 식사로 삼습니다.
윳쿠리 시로이는 자신을 감추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윳쿠리들은 자신의 행위를 언제나 선언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도망을 치려면 "느긋하게 도망갈거야!"라던지
먹이를 먹으면 "우걱우걱 행보옥!"이라던지
교미를 하면 "상쾌애!"라고 외친다던지.
하지만 윳쿠리 시로이는 오직 연구를 할때 외치는 "연구우!" 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먹고 조용히 이동하며 조용히 훔치고 조용히 잡니다.
소리를 잘 내지 않기 때문에 윳쿠리는 물론 사람조차 이 윳쿠리를 찾아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윳쿠리 시로이도 자손을 남기긴 합니다.
자신의 수명이 거의 다 할때쯤 납치한 실험체를 이용해 강제로 상쾌!를 하는 방식으로 번식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때 주로 애용하는 것이 아이윳쿠리인데
윳쿠리 시로이는 단 하나의 아기윳만 만들기 때문에 아이윳을 상대로 상쾌!해도 아이윳이 바로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기에 생긴 열매윳이 모체가 되는 아이윳의 팥소를 급격히 흡수하면서 모체를 말라죽게 하고
그 즉시 새로이 태어나는 윳쿠리 시로이는 줄기에서 떨어져 독립한 개체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아이윳 사이즈의 새끼 시로이가 내뱉는 첫마디는 여타 윳쿠리와 매우 다릅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가 아니라 "연구할 시간이다!"입니다.
이 소리를 들은 아비 시로이는 안심하고 영면에 들며, 아이윳 시로이는 아비를 먹으면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아비가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그대로 물려받아 건장한 성체로 금방 성장합니다.
윳쿠리 시로이는 굉장히 강하고 현명합니다.
기본적인 신체능력은 여타 윳쿠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물의 응용력과 각종 지식과 지혜로 이를 타파합니다.
윳쿠리가 흔히 말하는 "어째서!!!"가 아닌, "어째서일까?"가 윳생의 기본이기에
문제가 생기면 어째서 이러냐고 대답없는 불평을 외치는 것이 아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윳쿠리 시로이는 그 개체수가 극악으로 적지만 생존률은 극도로 높기 때문에
현재도 세계적으로 거의 변함없는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천적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절대 인간 근처에 다가가지도 않습니다만
근처에 인간이 떨어트린 물건은 적극 활용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쓸만한 건 다 주워오는 특성이 있어서 새의 깃털이나 동물의 털뭉치같은 것도 줍고
사람을 제일 경계하고 피하는 주제에 사람의 물건은 특히 선호합니다. 가장 쓸만한 것이 많다는 이유입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철로 된 날카로운 것으로 함정에 쓰거나 자신을 지킬 무기로 손색이 없기에
윳쿠리 시로이가 제일 선호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윳쿠리 시로이 쿄우진입니다.
세상에서 연구우우우!를 제일 사랑하는 윳쿠리.
연구만이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
윳쿠리 시로이를 상대하는 윳쿠리는
통상종은 물론이고 포식종까지 윳쿠리 시로이의 계략에 말려들어
결국에는 실험체로 전락하고 맙니다.
극악의 게스이지만 거기에 걸맞는 지혜를 가진 윳쿠리.
그렇기에 그 어떤 윳쿠리보다 질기게, 그리고 느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