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으........아가야 무럭무럭 자라라구.동생들의 몫이라구?"
레이무가 줄기끝에 달린 봉우리를 보며 중얼거린다.뜯어진 봉우리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줄기.아가야는 잔뜩 낳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상쾌해버린 대가는 죄없는 아가야들을 입안으로 넣게 되었던 것이다.지금 저 봉우리 안에서는 마리짜 한마리가 곤히 자면서 빨리 태어나서 엄마야랑 아빠야랑 같이 느긋하게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그런 아가야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마리사는 이른 아침부터 밥을 사냥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버렸다.이렇게 솎아내서 생긴 아가야인데 죽어버리면 느긋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흔들흔들.
봉우리가 흔들린다.점점 줄기는 휘어지고 있고.봉우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분명 아가야가 태어나려 한다는 신호이건만 왜 이리 불안한 걸까.밥도 있고 집도 있는데.이 불안한 생각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계획에 어긋나서 그런걸까.본래라면 며칠 뒤에 상쾌해서 봄에 아가야들이 태어나야 하건만.지금은 봄은 커녕 아직 겨울이 쌩쌩하게 살고 있는 시기다.지금 태어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 뻔한일.그래도 레이무는 아가야가 살아남기를 원한다.근처에 있는 옷가지를 전부 끌어와 아가야를 위한 침대를 만든 레이무.이것이라면 조금은 버틸 만 할 것이다.
흔들흔들!
더욱더 격하게 봉우리가 흔들린다.줄기가 거의 땅에 닿을 듯 거꾸러지고,레이무는 황급히 침대에 줄기를 뉘였다.
팍!
드디어 봉우리가 떨어지고.봉우리가 격하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작은 마리짜 하나가 눈을 반짝이며 튀어나왔다.
"뉴규타꼐 이쯔라쪠!"
"느긋하게 있으라구!"
아기윳이 배가 고픈듯 허겁지겁 봉우리를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나서 윳윳거린다.
"유치잇! 옹먀야! 뉴규찌!"
"느응.아가야는 느긋하게 있으라구.곧 있으면 마리사가 돌아올 거라구"
그렇게 아가야를 품에 안으며 기다리기를 몇시간.마리사가 두툼한 모자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 마리사아! 어떻게 된거야아?!"
"유규치이.......조금....굴렀던 거라제.보라제? 밥씨 자안뜩 갖고온거제"
"윳치! 뉴늇! 얍뱌야! 뉴규치!"
"유오옷!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제! 마리사는 아빠야라제!"
"윳윳! 압뱌야 뉴규찌이!"
레이무는 아가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마리사를 바라보았다.한쪽눈은 부어올라 보이지도 않고.남은 눈의 밑에도 진하게 멍이 들어있다.저부는 이리저리 찢긴듯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배에는 팥소가 흘러나오고 있는.그야말로 어째서 이렇게 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안정을 취해야 했다.
"어떻게 된거야아아?! 굴러서 생긴 상처가 아니잖아? 솔직하게 말하라구? 레이무는 마리사의 아내씨인거라구?"
"..........멀리 까지 밥씨를 구해서 오다가 데이부무리에게 공격받았다제.."
"그러면 밥씨 주고오면 되잖아? 괜히 다쳐서 내일 일도 못하면 레이무가 나가야 하잖아아!"
레이무가 걱정하는 마음을 화로 표현한다.일주일동안은 꼼짝없이 집안에서 박혀있어야할 부상.가뜩이나 아가야도 태어났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마리사가 숨을 토해 내고는 모자를 벗고 레이무에게 건네준다.자신의 몫까지 잘 해달라는 의미다.마리사는 슬금슬금 아가야의 곁으로 다가가 땋은머리로 아가야를 느긋하게 해준다.레이무는 조용히 모자를 쓰고는. 내일 있을 사냥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