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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1:21

첸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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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데렐라

 

 

 야생의 무리. 그 무리들 사이에서, 첸 가족이 살고 있는 둥지가 보인다. 성체 첸, 성체 앨리스, 아이 첸, 아이 앨리스 각각 1마리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느피... 랸 샤마..."

 

"첸은 란샤마와 결혼할꺼네. 알고 이써."

 

 잠꼬대로 열심히 란을 노래부르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앨리스와 결혼한 아비 첸도 란샤마를 잠중에 찾는다.

 

 윳쿠리 란. 아홉개의 꼬리를 가지고, 유부와 쌀알이 속재료인 희귀종 윳쿠리 중 하나다. 다른 희귀종들에 비해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한가지 능력을 들자면, 란 종은 윳쿠리 중에서 첸을 유혹하는 능력이 있다. 근데 아주 큰 결점이 있어서 많은 학자들은 능력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희귀종으로써 란은 격이 다른 윳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보고있다.

 

 이 둥지 외에도, 다른 둥지의 첸들도 잠자면서 란을 찾고 있다.

 

 첸. 크기는 일반 윳쿠리들 중에서 작지만, 그 속도는 키메에마루를 비롯한 비행종들을 제외한다면 모든 윳쿠리들중 가장 빠른 윳쿠리다. 다만 크기와 싸움을 기피하는 온순한 성격으로 인해 다른 통상종 윳들에 비하면 다소 하위 윳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첸!! 먹을 것이 없다고!! 데이무와 아가야들의 먹을 것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레뮤에게는 좀뎌 머글게 피료하다교!! 당장 망할 퍄퍄는 댤콤댤콤씨를 차자오라고!!"

 

 입안에 다른 윳쿠리들이라면 사흘을 버틸 식량을 한번에 우걱우걱 씹으면서 데이부가 외치고 있다. 성체가 되어서 결혼할 윳쿠리를 찾아보니 자신또래의 윳쿠리가 이 레이무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지만, 결혼하자마자 얼마 안가 데이부로 산화했다. 그나마 아기 첸 한마리가 살아있는 건 양심이 남아있는 흔적일까.

 

"......모르겠어..."

 

"뭐가 모르겠어야! 데이부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아내에게는 더 많은 대우가 주어져야 마땅한 거라고! 그런것도 모르다니 첸은 불쌍하네!"

 

"첸은 모르겠다고! 첸은 레이무를 만족시킬 방법을 모르겠어! 그러니까 첸은 이혼할꺼야! 레이무는 레이무를 만족시키는 다른 윳을 찾으라고!"

 

"느늣?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데이부와 아가야들을 부양시킬 위대한 의무를 포기...! 멈춰 멈추라고! 거기서! 나가면 부모 실격이라고!!"

 

 그렇게 첸은 상자을 나갔다. 데이부가 뒤에서 소리치고 막으려 하지만, 빠른 첸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게 첸은 일방적인 이혼을 했다. 애초에 란이 아닌 윳쿠리를 첸은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른 윳쿠리들이 없기에 결혼했을 뿐이다. 아기 첸이 있었지만, 란과 관계해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책임질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첸은 떠나갔다.

 

"느읏느읏. 돌아오면 제제하겠다고! 첸따위랑 결혼하는게 아니었어!"

 

 상자안에 남은 데이부는 침대로 사용했던 나뭇잎을 씹어먹는 중이다. 사냥능력따윈 없고 오로지 등골빼먹는 법만 아는 데이부가 먹을 것을 찾을리 없다. 그렇기에 상자안에 남은 먹을만한 것들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 굶주림을 버티지 못하고 데이부는 아기 첸에게 소리쳤다.

 

"느늣! 데이부와 아가야가 굶주리는 건 전부 첸의 탓이라고! 그러니 첸을 닮은 아가야는 데이부를 위해 먹을 것을 찾아오라고!!"

 

 배고프면 자신이 직접 사냥하면 될것이지 말도안되는 책임전가 후 아가야를 사냥보내는게 영락없는 막장부모다. 첸은 자신도 배고프고, 사냥할 줄도 모르지만, 데이부의 귀밑털에 잡혀서 상자밖으로 내던져졌다. 아비에게 버려지고, 어미도 챙겨주지 않는 불쌍한 아기 첸이다. 아무리 첸이 빠르다지만 아기인 첸에겐 아직 바깥을 다니는 건 힘들다.

 

"잡초씨 느긋하게 뽑히는거네! 느앗! 아파앗!!!!!"

 

 잡초를 입으로 잡고 뽑다가 놓치고 넘어진다. 잡초는 원래 상태 그대로고, 땅과 부딪힌 머리통은 아프다. 첸은 서러웠다. 아직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아기인데, 벌써부터 사냥활동에 나서고 있다. 정작 그 역할을 수행해야할 자신의 아비는 사라지고, 어미는 동생만 편애하고 자신에게 일을 시켰다. 아기 첸이 그자리에서 울고 있는데, 같은 무리의 윳인 묭이 찾아왔다.

 

"묭? 무슨일인거야 찐뽀오? 왜 아기가 벌써부터 밖에서 사냥하고 있는 찐뽀?"

 

 아기 울음소리에 나와보니, 아기 첸이 울면서 잡초를 뽑고 있다. 먹을 수는 있다만 쓴맛이 강해 겨울이 아니면 먹지도 않을 잡초다. 어른도 기피하는 그런 풀을 아기가 뽑고 있다니 이상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느으으... 첸은 사냥을 해야한다는 거네... 알고 있어..."

 

 묭은 자신의 머리를 굴렸다. 아기가 사냥을 한다는 것은 보통 부모가 죽거나, 버려진 윳쿠리라는 의미다. 묭은 그런 첸을 보고 동정심이 생겼다. 자신의 남편 또한 첸이고, 둥지에 자신의 자식들도 첸이 있다보니 남의 이야기같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라묭! 묭이 약간의 먹을 것을 가르쳐주겠다묭!"

 

 사냥하는 김에 아기 첸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다. 게다가 언젠가 자신의 자식에게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 선행학습을 하는 목적으로 사냥법을 가르쳐줬다.

 

"느 고맙다고 묭씨! 첸은 감사하고 있다고!"

 

"독초는 무조건 조심하는 거다 묭! 땅에 떨어진 과자나 달콤달콤씨는 주의해서 가져가야 하는 거다 묭!"

 

 묭에게 도움을 받은 첸은 상자으로 돌아간다. 처음 하는 사냥이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초보자의 운이 따라준건지 구하기 힘든 나무열매도 얻었다. 첸은 그것들과 함께, 처음으로 뽑은 잡초를 가져갔다. 비록 씁쓸하고 씁쓸한 잡초지만, 자신의 최초의 성과다. 자신의 첫 성과물을 보고 가족들이 기뻐할 생각에 첸은 들떴다. 그리고 상자에 들어서고 자신의 성과를 보였을때, 첸은 얻어맞았다.

 

"느! 이딴걸 누가 먹으라는거야! 이딴건 첸이나 먹으라고! 아가야! 얼른 와서 열매씨를 먹자꾸나"

 

 잡초를 첸에게 던지고 데이부는 아끼는 아기 레이무에게 나무 열매와 맛좋은 꽃들을 같이 먹었다. 영양가가 높은 식품을 먹고 성에 안차는 듯, 계속 입맛을 다시는 건 덤이다. 첸은 구석에서 쓰디쓴 잡초를 먹었다. 몇번이고 토할뻔 했지만, 뽑았을때 맛보았던 즙덕에 혀가 적응되어서 참고 먹을 수는 있었지만 서러움에 눈가에서 눈물이 흐르는건 막을 수 없었다.

 

"느 먀먀! 레뮤 응응쌴다규! 응응 냐와!!! 느? 응응은 느그탈 수 업써! 닦아줘! 치워저!! "

 

 동생 레이무가 응응을 지린다. 귀밑털이 짧고 북슬거리는 와사 종이라 어미의 편애가 매우 심하다. 아직도 응응을 못가리고, 더러워진 저부도 닦을 줄 모른다. 데이부는 와사가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지만 아무래도 응응까지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두리번 거리더니, 구석에서 잡초를 먹던 첸을 불렀다.

 

"느느느! 느긋할 수 없는 아기는 당장 응응을 치우라고!"

 

 밥먹을때는 개도 안건드린다지만, 그런 격언을 데이부는 알리가 없다. 응응 치우기. 보통 부모가 하는 일이다. 예외적인 경우라면 응응노예가 치우게 하는 정도. 두 사례에는 하늘과 지저정도의 격차가 있다. 그런데 그 행위를 부모인 데이부가 하지 않고 아기 첸에게 시킨다는 것은, 이 데이부는 첸을 응응노예정도로 보고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첸은 응응에 다가온다.입에는 나뭇잎을 물고 온다. 더러운 응응을 입으로 옮겨야하지만, 화장실까지 그렇게 옮기기는 싫고, 나뭇잎을 이용해 끌고가려는 생각인것이다.

 

"느! 미친거 아니야? 귀한 나뭇잎은 느긋할 수 있는 아기의 귀저기로 써야한다고! 당장 내놓으라고!"

 

 그 나뭇잎을 뺏었다.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응응을 화장실로 옮기고 입에 묻은 응응도 웩웩거리며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구석으로 돌아가려는데, 아기 레이무가 와서 저부를 내민다.

 

"느? 동생? 뭐하는거야? 첸은 모르..."

 

"노예는 느그타게 이지말구 당장 레뮤의 저부를 닦으라교!"

 

 당황한 첸은 데이부를 봐라봤다. 얼굴에는 비웃는 표정밖에 없었다. 저부를 닦는 것은 원래라면 부모가 해야할 당연한 행위지만 그마저도 첸에게 넘겼다. 애초에 데이부와 아기 레뮤는 첸을 먹이셔틀, 응응노예, 장난감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그런짓 하지 말라고! 첸은 모르겠...!"

 

"노예가 데이부의 아가야에게 뭐라고 하는거야!"

 

 응응을 닦으라고 하는 레뮤에게 첸이 소리치자, 데이부가 달려들어서 첸을 귀밑털로 후려쳤다. 첸은 팥소가 터지는듯한 고통을 겪으면서 날아갔다.

 

"노예는 닥치고! 아가야의! 저부를! 닦으면! 되는 거라고!"

 

 한번, 두번, 세번, 네번, 계속해서 귀밑털로 후려쳤다. 물론 첸이 죽으면 식량을 구해올 윳이 사라질것을 알기에 적당히 힘을 조절한다고 치지만, 첸에겐 일격 하나하나가 죽을 것같이 아팠다.

 

"자모태씁니다...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

 

"잘 알아들었으면 당장 아가야의 응응이나 닦으라고! 그리고 이 잡초씨는 압수라고!"

 

 울면서 첸은 동생의 응응을 닦는다. 원래 먹던 잡초는 데이부가 우걱우걱 씹고있다. 결국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날 밤은 굶었다.

 

"느으으 배고프다고... 춥다고... 란샤마... 만나고 시퍼..."

 

 밤중에 첸은 울고있었다. 따뜻한 나뭇잎은 자신에게 주워지지 않는다. 차가운 땅바닥에서 추위에 떨면서 밤을 지세웠다.

 

 다음날 첸은 또 식량확보에 나섰다. 배고픔에 움직일 힘은 별로 없다. 잡초를 뽑을 힘도 없어서 제대로 뽑지도 못하고 있다. 어제처럼 묭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식량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분명 또 제제당할것이 분명했다. 식량 확보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이 데이부가 하게된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느으으... 어떡해야하는거야... 첸은 모르겠어..."

 

 그냥 독립해서 다른 데서 살면 되는 거지만, 아기 첸은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하고있다. 아기다보니 아직 어리광부리고 귀여움받고 싶을 시기다. 그런 첸이 어미 품에서 떠난다는 생각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느으으.."

 

 먹을 것을 찾지만 지치고 굶주린 첸은 제대로 먹을 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뭇잎 몇장 모은것이 다다. 어제와 같이 나무열매가 있던 곳에도 가보지만, 이미 다른 윳들이 다 챙긴 상황이다. 첸은 절망에 빠졌다.

 

"느후후.. 오빠야 너무 따뜻하다고~"

 

 절망에 빠진 첸에게 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매우 그리운 소리. 듣는것만으로도 팥소가 뜨거워지고 느긋할 수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서 목소리가 온 방향을 바라봤다. 공원밖에서 한 남자가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품안에는 애완용 란이 애교를 잔뜩 부리고 있었다.

 

"라...란샤마...?"

 

 어떤 힘이 든걸까. 갑자기 첸이 란이 있는 방향을 향에 기어가기 시작한다.

 

"자 얼른 가자고~ 오늘은 란이 좋아하는 치즈 케익이라고~"

 

"란샤먀~ 기다려져! 첸이 여깄다고!!"

 

"와아~ 오뺘야! 너무 기대된다고요! 

 필사적으로 란을 뒤따라간다. 그렇게 쫓지만, 남자와 첸 사이의 거리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았다.

 

"느으으! 거기 인간씨! 란 샤마를 내노으라고!! 납치하지 말라고! 어째서 그러는 거야! 첸은 모르겠어!"

 

 그렇게 소리치면서 뒤따라간다. 란을 납치한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뒤따라갔다. 그리고...

 

"느? 여긴 어디야! 첸은 모르겠어!!!"

 

 사람을 뒤따라간 첸은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자신이 사는 곳은 공원이었지만, 이곳은 다른 곳이다. 어떻게 헤메다가 공터에 오게되었다. 비록 원래사는 곳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온것이다.

 

"느? 첸이 나타난고제?"

 

"느으으... 첸은 길을 잃었다고..."

 

 "외부 윳은 일단 무리의 장씨를 만나보는고제. 저곳에 있는고제."

 

 공터의 마리사는 곳곳에 있는 골판지 상자중 가장 큰 곳을 가리킨다. 거대하고 색깔도 알록달록한게 과연 무리의 장이 살만한 집인듯했다.

 

"무큐큐... 파츄리의 무리에는 이미 많은 윳이 있는 거라고요. 게다가 아기 혼자면 아무도움도 안되고..."

 

"느늣! 첸은 사냥도 알고있어! 응응도 치울줄 알고있어! 그외에도 달리기도 아주 잘한다고!"

 

 원래 사는 곳에 가지 못하게 된 첸은 필사적으로 파츄리에게 매달렸다. 란샤마를 쫓을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아하니 바깥은 매우 무서웠다. 인간들이 곳곳을 짓밟으며 다니고, 커다란 씽이 무섭게 달렸다. 그 길들을 뚫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라니. 어린 첸에게 그런건 너무 무서운 일이었던 것이다.

 

"무큐... 어쩔수 없다고요. 살게 해줄테니깐 사고나 치지 말라고요 무큐"

 

"고맙다고! 첸은 알고 있다고!"

 

 아비에게서 버림받고, 어미에게 고통받던 첸은 우연히 사는 곳을 떠나게되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 있게되었다. 혼자인 삶은 외롭고, 무리에서 힘든 일을 도맡게 되었지만 어미에게 고통받던 그때보다는 나았다. 최소한 란샤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첸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첸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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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은 무리에서 최속의 발을 가졌다고! 첸은 알고 있어!"

 

"느읏! 첸은 정말 빠른고제! 마리사도 속도로는 안진다고 생각했지만, 따라잡을 수 없는고제."

 

 어느덧 성장한 첸은 무리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윳쿠리가 되어있었다. 뛰어난 속도를 살려 날아다니는 나비, 잠자리도 잡을 수 있게되었고, 질좋은 먹이를 먹으면서 건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란을 가져가던 인간씨도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첸은 외로운 거네... 알고있어..."

 

 성체가 되었지만, 첸은 아직도 짝을 찾지 못했다. 고아윳이자 외부윳인 첸에게 자신의 자식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바람도 한몫했지만, 더욱 본질적인 이유는 첸에게 있었다.

 

"첸은 결정했다고! 첸의 짝은 오직 란샤마뿐이라고!"

 

 그때 보았던 란. 살면서 단 한번 보았지만, 그때 이미 첸의 마음은 오직 란을 향해 가 있던 것이다. 그렇게 란을 사모하는 첸에게, 무리의 다른 윳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큐... 첸...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요 무큐... 란씨는 환상의 윳쿠리라고요. 존재하지 않아요."

 

"아냐! 란샤마는 분명 있다고! 첸은 알고 있어!"

 

 무리장 파츄리도 첸을 다른 윳쿠리들과 짝지을려고 했지만 첸의 결심이 워낙 확고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 또 하루... 오랜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껴 가을이 깊어지던 어느날.

 

"느, 란샤마를 맞이하려면 추워씨가 와도 느긋히 보낼 식량씨를 모아나야 한다고! 첸은 알고 있어!"

 

 첸은 월동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로 지은 골판지 상자에는 식량이 가득차있고, 거기에도 만족못해 땅굴까지 파서 식량을 저장하고 있다. 몇몇 데이부들이 식량을 노리고 첸에게 열심히 대쉬했지만, 오직 란바라기인 첸은 데이부들을 내쫓았다.

 

"첸?"

 

 그렇게 식량을 모으는데,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첸은 그 소리를 알고 있었다. 팥소가 따뜻해지는 소리, 느긋할 수 있는 소리, 처음 보았던 이후, 항상 꿈에서 들어왔던 소리다.

 

"느늣? 랸... 샤마?"

 

 고개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란이 있었다. 모자에 은뱃지가 달린 란이다. 그렇게 마주본 둘 사이에 짧은 시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체에에에에에에에에엔!!!!!!!!!!!"

 

"랸 샤마아아아아아아아!!!!!!!!!!"

 

 처음에 왜 란이 첸을 유혹하는게 능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가 여기 있다. 란이 첸을 유혹하듯이, 첸 또한 란을 유혹한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그저 윳들 사이의 선호도 정도로 보고 있을뿐, 능력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말그대로 란과 첸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 심할 정도로 좋아한다.

 

"체에에에에엔! 란은 정말 첸을 만나고 싶었다고!"

 

"란 샤마아아아! 첸은 란 샤마와 떨어지지 않을거라고요!!!"

 

 그렇게 공터에서 만난 두 윳은 서로의 사랑을 나누었다. 곧바로 골판지로 들어가 결실을 맺었다. 줄기위에 달린 란과 첸이 될 열매윳들이 느긋하게 잠들어있다.

 

 모든 첸종의 꿈. 란과 만나 자식을 갖는것. 그 꿈을 이루는 첸은 전체 첸에 비하면 거의 5퍼센트 내외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5퍼센트안에 들어간 첸은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이다.

 

"첸! 란은 애완윳이라고! 그러니 인간씨는 란의 남편인 첸도 분명 애완윳으로 삼아줄거라고! 게다가 자식도 있다고! 같이 가는 거라고! 같이 느긋하게 있자고!"

 

 그리고 희귀종으로 란의 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첸과 관련되면 멍청이 저리가라 할정도로 우매해진다는 것이다. 애완윳과 들윳의 차이는 처음 태어났을때 애완 윳쿠리들이 교육받는 기초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란은 첸이 자신의 남편이기에, 그리고 자식까지 가졌기에 그런 규율이 첸에게 통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애완윳이라니... 란 샤마... 첸은 너무 행복한 윳이라고요! 알고 있다고요!!"

 

 애완윳과 관계하는것이 들윳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파츄리에게 교육받은 첸은 알고 있지만, 이미 란에게 홀딱 빠져서 그것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다. 란과 있으면 모든지 잘 될거라는 첸의 망상은 이미 첸에게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느늣! 여기라고! 이제 첸도 애완 윳쿠리인거라고!"

 

"이제 첸은 란샤마와 영원히 함께인거라고!"

 

 그렇게 행복에 젖은 두 윳은 부비부비를 한다. 부비부비에 빠져서 누가 오는지 눈치채지도 못했다.

 

"란. 이제온거...니...? 뭐...야? 그건...?

 

 윳쿠리 숍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 산 란이 멋대로 야생과 상쾌를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아기까지 단 체로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주인인 채성씨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느? 오빠야! 란의 남편인 첸이라고! 잘부탁한다고!"

 

"느 인간씨? 란샤마를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첸은 감사하고 있다고! 이제 첸은 란샤마와 윳쿠리 플레이스를 꾸밀거라고! 인간씨는 란샤마와 첸의 윳쿠리 라이프를 방해하지 말라고!"

 

"어머 첸! 그런말을 오빠에게 하면 안돼!"

 

"느늣! 미안하다고요 란샤마~"

 

 채성씨의 기분을 생각치 않은채, 일방적으로 말하고, 서로 애정을 나누고 있는 란과 첸.

 

"... 브리터가 절대로 혼자 외출시키면 안된다고 말한 이유는 이거때문이었나..."

 

 그러고보니 처음 란을 사가지고 왔을때, 어디선가 계속 란을 부르는듯한 소리가 들렸었다. 그 소리에 란도 고개를 두리번 거렸었고, 채성씨는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집에 와서는 샵에서 샀을때처럼 예의바르게 행동했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고, 자연스레 브리터의 신신당부도 잊었다. 그 결과는 눈앞에 광경으로 돌아와있었다.

 

"느 오빠야? 란은 이제 배고프다고?"

 

"란샤마는 첸과 사랑의 결실을 맺은 몸이라고! 얼른 댤콤댤콤씨를 갖다달라고!"

 

"......"

 

 밑에서 란과 첸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채성씨는 신경쓰지 않았다. 먼저 란과 첸이 들어왔던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빠야! 뭐하는 거야?"

 

"인간씨! 첸의 말이 안들리는 거냐고! 얼른 란샤마에게 달콤달콤씨와 침대씨를 바치라고!"

 

 창문에 걸린 커튼도 내린다. 햇빛과 외부로부터 시선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래... 내가 잘못 키웠나보네..."

 

"느늣?"

 

"최속의 윳쿠리인 첸의 발길질을 맛보기 싫으면 당장 첸의 말을 들으라고!"

 

"닥쳐."

 

 계속 밑에서 개소리를 지껄이는 첸을 먼저 발로 찬다. 그리고 채성씨는 당황했다. 너무 세게찼는지 갑자기 걱정하고 있다.

 

"느아아앗! 아파아아!!! 첸은 모르게..."

 

 이 고통, 이 아픔, 모를리가 없다. 어렸을적에 어미에게서 맛보았던 아픔. 귀밑털로 후려맞았을때의 고통. 커가면서 잊어버린 기억이었지만, 발길질 한번에 다시 기억이 났다.

 

"흐음... 다행히 팥소는 터지지 않은 모양이네?"

 

"오뺘야! 첸에게 뭐하는거야! 체에에엔!!! 다친덴 없어?"

 

"넌 좀 닥치고 여기에 들어가있어."

 

 처음 기를때 사놨던 유리상자속에 란을 집어넣는다. 어렸을적에 살다가 커지면서 비좁아지자 나오게 된 유리상자. 그곳에 오랫만에 들어가게된 란이다.

 

"느늣! 비좁아! 오빠야! 꺼내줘!!"

 

 이미 성체가 된 란에게 아기때 있던 유리상자는 너무나 비좁다. 잘못 움직이면 아기들이 다칠수도 있기에 란은 지금 저부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좁아? 그럼 장애물을 떼어줄게."

 

 란의 머리에 줄기를 잡아 뜯었다. 줄기에 매달린 열매윳들은 팥소가 차단되자 얼굴을 찌뿌린다. 어떻게든 팥소를 끌어오려고 하지만, 들어오는건 공기뿐. 그렇게 원하는 팥소는 들어오지 않는다. 느긋할 수 없다. 느긋한 기억이 오지 않는다. 아기들의 얼굴이 더욱 찌뿌려진다. 그리고 토했다. 초콜릿, 밥알. 그렇게 토하고 열매윳들은 전부 검게 변했다.

 

"느늣? 아가야!!!!! 첸과 란의 결실을 돌려줘!!!"

 

"느아아아! 란샤마!!!!!! 망할 인간은 란샤마에게 무슨짓을 하는거야!!!!!!!!!"

 

 언제 고통에서 돌아왔는지 첸이 채성씨에게 달려들었다. 아까는 너무 화가나서 발로 찼지만, 이번에는 좀더 냉정하게 달려드는 첸의 머리털을 붙잡았다.

 

"느느? 첸 하늘을 날고 이써?"

 

 첸을 자신의 눈높이까지 올렸다. 채성씨의 얼굴을 눈앞에서 보게된 첸은 주늑이 들었다. 아래서 볼때는 작아보였는데, 갑자기 자신보다 커진 얼굴. 몸집이 작은 종인 첸에게 인간의 얼굴은 위압감이 들정도로 크다.

 

"너는 어미가 가르쳐주지도 않디?"

 

"느느..? 무슨 말을 하는거야? 첸은 모르겠어..."

 

 어미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린시절 어쩌다가 헤어진 이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 굶어죽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애완윳과 상쾌한 들윳이 어떻게 되는지. 어미가 아니더라도 다른 윳쿠리들이 얘기한것도 듣지 못했나봐?"

 

 그러고 보니 무리장 파츄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분명 파츄리는 사람이 기르는 윳쿠리에게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와 사는 세계가 달라 우리의 세계에 적응할 수도 없고, 우리도 그들의 세계에 살 수 없다고 얘기했다. 절대로 느긋할 수 없으니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분명 얘기했었다.

 

"느느느느느... 하지만... 란샤마..."

 

"란이든 뭐든. 너같은 똥자루가 애완윳이랑 감히 관계할 줄이야... 완전 미쳤구만..."

 

"첸을 매도하지마! 첸은 공터에서 힘차게 살아온 어엿한 한 윳이라고!"

 

 란이 울면서 첸을 변호하고 있다. 그래도 채성씨의 학대는 멈추지 않는다. 이미 들윳과 상쾌를 한 시점에서 란도 애완윳 탈락이었다. 단지 희귀윳이고 살때 비쌌다는 점이 아직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뿐.

 

"아아. 공터에서 살던 윳이구나~"

 

 첸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채성씨는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그리고 번호를 눌렀다. 통화음이 들리더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아 거기 가공소죠? 죄송합니다만 공터에서 들윳 하나가 제 애완윳이랑 맘대로 상쾌를 저질러서 말이죠. 아 예예. 구제 신청하려고요. 예 윳낙아파트 앞의 공터요. 예. 바로 한다고요? 빠르네요. 아. 한가지 부탁할 수 있나요? 구제하기 직전에 다시한번만 전화해주세요. 예. 감사합니다."

 

"느? 가공소는 느그탈 수 없어!!! 어재셔 이런일을 하는거야!! 첸은 모르겠어!!" 

"그래. 가공소는 느긋할 수 없지. 그럼 왜 공터에 가공소가 간다고 생각해?"

 

"느? 느? 모르겠어! 첸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건 말이지. 네가 내 윳쿠리랑 맘대로 상쾌를 저질러서 그래."

 

"첸은 나쁘지 않아!! 상쾌도 나쁘지 않아! 란의 남편씨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그게 나쁜거야. 애완윳이랑 상쾌했다는게. 주인인 내 허락도 없이 맘대로 상쾌했다는게. 그래서 너가 사는 곳에 윳쿠리들은 전부 죽는거야. 바로 너.때.문.에"

 

"느늣... 첸은... 자모탄거... 없어...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온다.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가공소 전화번호다. 일처리 참 빠르다고 생각하며 채성씨는 전화를 받았다.

 

"예~ 박채성입니다. 아 벌써 구제하고 있다고요. 전화한지 10분도 안됬는데... 5분 대기가 있다구요? 굉장하네요. 아 예. 비명소리좀 듣고 싶어서 말이죠. 뭐 학대의 일환이라고 할까요? 하하하하하 예. 철저하게 해주세요. 아기 하나도 남겨두지말고."

 

 상대와의 통화를 계속 연결하고 채성씨는 첸의 앞에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느늣! 마리사의 모자씨 찢지 말라제에에에에!!!!]

 

[사려다라고 레뮤를 사려달라고!!]

 

[뭐야 이 쓸데없이 큰 상자는!

  무큐우우! 파츄리의 집씨가아아!!!!!!!]

 

[느갸야아아아아아]

 

[늣늣늣늣늣늣!!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윳쿠리들의 비명소리.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첸은 그 소리들이 자신의 무리에 있었던 윳쿠리들의 비명임을 알 수 있었다.

 

"어...어재셔 이런지슬... 첸은 모르겠어어어!!!"

 

"모른다고 어물쩡 넘어가는건 안돼지. 얘네들이 죽게된건. 모두 네 탓이야. 똑똑히 알라고. 너가. 인간의 윳쿠리에. 쓸데없이 접근해서. 무리 전체가. 피해 입는걸 똑똑히 기억하라고 똥자루!!!!"

 

 들고 있는 첸을 바닥에 패대기친다. 강하게 패대기 쳤지만 피부의 탄력성이 좋은지 안타깝게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첸은 바닥과 부딪힌 충격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이빨도 부서지고, 눈 한쪽도 이상이 생겼는지 보이지 않는다.

 

"제...제셩합니다.... 첸이... 자모태습니다..."

 

"오빠야아아아! 첸한테 아픈 거 하지마아아아!!!"

 

"하. 이제 잘못한걸 알겠어? 하지만 그정도로는 안되지."

 

 채성씨는 뭔가를 꺼내온다. 전기프라이팬이다. 보통은 고기를 구워먹는데 쓰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게 쓸 생각이다. 일단 팬에 뭔가가 달라붙지 않도록 식용유를 부었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켜서 달군다. 열에 아지랑이가 올라온다.

 

"만약 너가 여기서 절을 하면서 용서를 빈다면 나도 너의 그 열정을 높이사서 살려주도록 하지. 하지만 못한다면 너에겐 죽음뿐이야."

 

 채성씨는 첸을 흔든 후 프라이팬에 떨구었다. 저부가 고열로 달궈진 프라이팬에 급격히 구워진다.

 

"느빠아아아아아아아!!!!!!!!!! 첸의 저부씨이이이!!!! 아파아아아아아!!!!!!!!!!!! 모르게써 모르게써 모르게써!!!!!!!!!!!!"

 

"원래 잘못을 빌때는 큰 대가를 치뤄야하는거야. 절하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저부가 타면서 달콤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안쪽의 팥소들 또한 구워지고 있다. 절을 하면 살 수는 있다. 하지만 프라이팬 위에 몸을 구부리면, 페니페니와 이마도 구워질게 뻔하다. 양자택일이다. 목숨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번식능력을 잃을 것인지. 둘 차이다.

 

"오빠야아아아!! 느그타게 용서해져!!!!!!! 란의 첸을 용서해져!!!!!!!!!"

 

"절을 하면 용서해 준다니깐? 어서 하라고?"

 

 하지만 절을 하면 번식을 할 수 없다. 란과 관계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안하면 죽음뿐이다. 그 선택에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첸의 저부는 구워지다못해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결국. 첸은 선택하기로 했다.

 

"느으으아아아아아아아!!!!!!!!!"

 

 첸은 프라이팬에 몸을 구부렸다. 페니페니와 이마가 구워진다. 비명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고통과, 더이상 상쾌하지 못한다는 절망감이 섞인 비명이다.

 

"이제 용서를 빌어야지?"

 

 이렇게 까지 했는데, 저 남자는 더욱 요구한다. 하지만 첸은 남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자...자모태씁니다.... 인간씨... 첸이 바보여씁니다..."

 

"그리고"

 

"첸이... 인간씨에게 멋대로... 대드러...씁니다..."

 

"그리고"

 

 페니페니가 구워진다. 이마도 변색되다 못해 검게 탄다. 이제 아기도 가질 수 없고, 줄기도 맺을 수 없다. 계속. 계속 첸은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채성씨는 만족하지 않은 얼굴이다.

 

"내 란과 멋대로 상쾌한건 왜 용서를 빌지 않지?"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용서를 빌기 싫었다. 란과 결혼은 자신의 꿈이자, 일생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걸 거의 이룰뻔했다. 모든 첸에게 있어서 란과 결혼은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는것과 맞먹는 것. 란과 함께있는 삶이 느긋한 삶이고, 첸이 윳쿠리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 것조차 남자는 잘못이라고 한다. 하지만 첸은 자신의 자존심보다는 목숨을 선택했다.

 

"란..샤마와... 상쾌한것도... 제성...합니다..."

 

 첸의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프라이팬에 떨어진 눈물은 삽시간에 증발해버렸다. 참으로 덧없는 눈물이었다.

 

"뭐 내말대로 용서를 빌었으니 살려주도록 하지."

 

 죽지 않도록 채성씨는 첸에게 오렌지 주스를 부어주었다. 하지만 이미 타버린 저부와 마무마무, 이마는 어떤짓을 하더라도 돌아오지 않는다.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

 

 유리 상자속에 갇혀 자신이 사랑하는 첸이 고통받는 장면을 계속 지켜봐야했던 란은 결국 미쳐버렸다. 비윳쿠리증이 발병해 계속 느그치소리만 내뱉고 있다.

 

"하아... 이것도 그냥 폐품이 되어버렸네... 돈이 아깝다 정말. 희귀종이라는 녀석이 멘탈이 유리보다 못하구만."

 

 채성씨는 란을 짓뭉갰다. 비윳증에 걸린 윳쿠리를 키울 생각은 없다. 애초에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맘대로 상쾌한 란에 정도 떨어졌고. 한번에 죽여버린것은 한동안 애지중지했던 란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자비였다.

 

 첸은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랑이 바로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보면서 그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첸은 무력했다. 꿈과 목표를 쫓고 얻기엔, 첸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

 

 첸은 원래 살던 공터에 다시 돌아왔다. 물론 채성씨가 거기로 다시 갖다놓았다. 원래 있던 무리는 전부 가공소에 잡혀가버렸고, 무리가 살고 있던 골판지 상자와 생활 기구들은 한데 모여서 잿더미로 변한상태다. 잿가루가 바람에 휘날려 첸에게 달라붙었다.

 

"느.... 란 샤마.... 첸은... 모르겠어..."

 

 한때 무리에서 가장 빠르던 발은 옛날의 것이 되어버렸다. 아니, 일단 그 칭호는 잃지 않았다. 무리에는 첸 혼자밖에 남지 않았으니 무리에서 가장 빠른 발은 첸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검게 탄 저부를 움직여서 겨우겨우 기어간다. 바깥에 놓여있어서 완전히 타지 않고 조금 남은 골판지를 세운다. 세우는 와중에서도 탄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세웠을때는 곳곳에 구멍이 뚫린 열악한 집이다. 하지만 첸은 새로운 골판지를 찾을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골판지를 얻기위해 돌아다니기엔. 첸은 너무나 느렸다.

 

"잡초씨... 씁쓸해..."

 

 공터에 온 이후 다시 보지 않았던 잡초를 씹어먹고 있다. 벌레들을 쫓기엔 첸은 너무나 느렸다. 하다못해 애벌레를 쫓을 수도 없을 정도로 느렸다. 애초에 겨울이 코 앞인 상황. 하루 바삐 돌아다녀도 월동 식량을 모으기 힘든데, 첸은 그럴 수 없었다. 어떻게든 주변의 잡초를 갖고 상자로 돌아온다. 상자속에 가만히 있는데, 잿가루가 바람에 휘날려 상자속으로 들어온다.

 

 골판지 상자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건인가. 곳곳이 훼손된 골판지 상자는 얼마 안가 무너질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대체할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비닐봉투가 보이긴 하지만, 골판지를 둘러싸기엔 첸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비도 못막을 집. 그것이 현재 첸의 집이었다.

 

"첸... 외로워... 왜 아무도 없는거야... 첸은 모르게써..."

 

 하다못해 새로운 윳쿠리가 이주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현재 계절은 늦가을이다. 곧있으면 겨울이 올 시기. 이때는 살던 곳에서 월동을 누릴 시기다. 자식이 성윳이 되어도 독립시키지 않는 계절이다. 그런 시기에 이주를 할 미친 윳이 존재할리 없었다. 첸은 잿바람을 맞으며 계속 외롭게 있었다.

 

"언니야랑 같이 있으면 따뜻하다고!!"

 

 그렇게 외롭게 있는데, 첸에게 목소리가 들려온다. 팥소가 뜨거워지고, 상해를 입은 몸이라도 느긋해 질 수 있는 소리. 가을의 풍경조차 봄처럼 보이게 하는 느긋한 소리다. 그 소리와 함께, 첸의 두눈에 눈물이 흐른다."

 

"그래그래 얼른 가서 란이 좋아하는 유부초밥 먹자고!"

 

 공터 바깥으로 란을 안은 여성이 지나갔다. 너무나 느긋한 표정. 그래. 저 느긋한 표정을 계속 란샤마에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입밖으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었다.

 

"란... 샤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번 꿈을 쟁취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것이다. 그런 희망을 품고 첸은 움직였다. 다시한번 소리친다.

 

"란... 샤마아....!"

 

 타버린 저부가 비명을 지른다. 찬바람을 맞은 신체가 이상을 보인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란 샤마. 첸을 돌아봐줘...

 

"란 샤마아아아...."

 

 상쾌는 할 수 없다. 아기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기회를 얻고 싶다. 란샤마? 왜 첸을 돌아봐주지 않는거야? 첸의 소리가 들리지 않은거야?

 

"란 샤마아아아아....!!"

 

 힘껏 소리친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미 저멀리에 검은 점이 되어버린 여성과 란에게 닿지 않는다. 소리를 내느라 체력이 떨어진 첸은 팥소를 토했다. 검은 초콜릿이 지면에 떨어졌다.

 

"느웨엑! 느웨에에엑!!"

 

 토하고, 계속 토한다. 학대당하고, 쓴 풀을 먹으며 찬바람을 맞아온 첸의 육체는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 그 육체가 이제 끝을 고하고 있었다.

 

"느웨에엑!!!"

 

 마지막 초콜릿을 토하고 첸은 쓰러졌다. 그 위로 쓰레기더미의 재가 덮힌다. 검고 하얀 첸의 몸이 회색의 재로 뒤덮혔다. 첸이 세운 골판지 상자도 무너졌다.

 

"란...샤마... 첸은 란...샤마와..느그타고...시퍼써..."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한번 말하며, 첸은 영원히 느긋해졌다.

 

-끝-

 

 첸의 란 선호를 가지고 쓰는 글입니다. 신데렐라를 꿈꾸던 첸은 결국 신데렐라가 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뭐 신데렐라에는 재투성이라는 뜻이 있으니 마지막에 재에 덮힌 첸은 신데렐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학교 축제기간인다 다음주 발표및 과제라 즐기지도 못하고 너무 슬픕니다. 이 슬픔을 윳쿠리 학대로 풀 수만 있다면...

참고로 데이부는 느그타지 않게 죽었습니다. 굶어죽든, 제제당해죽든, 일제구제로 죽든 좋을대로 상상하시면 됩니다.

아비 첸은 몰라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게뭐야.

  • profile
    무첸 2016.05.20 07:43
    데이부가 죽는걸 보고싶었는데 아깝군요!
    달군 프라이팬에서 사죄한다는게 웬지 도박묵시록이 생각납니다ㅋㅋㅋ
  • ?
    Mino 2016.05.20 07:43
    란과 첸의 더블 학대라니 정말 드문 소재네요! 과연 저래서 란이 애완윳으로 잘 나오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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