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2015.10.31 22:51

그들만의 플레이스 [2]

조회 수 259 추천 수 3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부분의 윳쿠리들은 배가 돌아가서도 계속 해변가에 머물러 있었다.

 

인간 없는 세상에서의 즐거운 시간, 잔잔하게 오가는 얕은 파도에

 

윳쿠리들은 처음으로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지 않아 부드러운 모래사장에서 평생을 보내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었음이 들어났다.

 

낮에는 그토록 상냥했던 해변가는 해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어두운 밤으로 변하자

 

무시무시한 지옥으로 탈바꿈했다. 햇볕이 사라져 기온은 급격하게 하락했고,

 

그에 따라 무방비하게 있던 수없이 많은 윳쿠리들이 그 자리에서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며 죽어나갔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추위에 얼어죽지 않기 위해 집 만들기를 시도해보았지만,

 

주변에 있는 것은 모래 뿐. 집을 지으려 하면 쏟아지기를 반복해 결단코 완성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절망의 나락으로 윳쿠리들을 몰아넣은 추위는, 윳쿠리들을 얼어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악마가 윳쿠리들에게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던 것이다.

 

그것은, 배고픔이었다.

 

하루 식사에 세 끼 중 한 끼만 빼먹게 되더라도 견딜 수 없어 하던 그들이

 

잠 잘 수 없는 긴 밤의 시간동안 버텨낼 재간은 없었다.

 

결국 그렇게 아침이 찾아오자, 그곳에는 어제 해변으로 올라온 윳쿠리들의 3분의 1 정도만이

 

다시 지평선 바깥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윳쿠리들은 숲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주변에 있던 모래를 긁어모아 집을 지으려는 헛된 노력만이 계속되었다.

 

 

"어째셔...집씨..지어지지 않는거냐제...심술 부리지 말고 얼른 지어지는 고제..!"

 

 

"엄마얏...아바얏...레...레뮤, 배찌가 너뮤 꼬룍 꼬룍하댜규..

 

 밥찌...머꼬 시퍼....느힉...! 죠..죰 뎌 느그..치.."

 

 

"아..아가얏!!?! 마리샤의 귀여운 아가야가아아앗!!!!!!"

 

 

 

또 아무런 소득 없이 밤이 찾아오기도 전에, 해변에 남아있는 윳쿠리들의 수는

 

벌써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둘쨋 날, 셋쨋 날이 지나자 윳쿠리들은 배고픔에 미쳐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느히이이이이..!!!! 레..레이무를 먹찌 먀아아아아아!!!!!!

 

아뺘아아아아아아!!!!!!"

 

 

"능호오오오오!!!! 달다제-!!! 맛있는 달콤달콤씨인고제!!!?

 

우걱-우격- 행-복!!!!"

 

 

"마리사는 느그타게 도망쳐...느삐이이이잇!!!! 마리샤의 뺨찌 먹쮜 말랴제에에에에!!!!!!"

 

 

 

여기저기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살아남은 어른 윳쿠리부터 조그만한 아기 윳쿠리까지, 예외 없이 살육에 미쳐간다.

 

계속해서 밤낮은 지나갔고, 해변은 새하얀 모래 대신 시커먼 팥소들로 물들어갔다.

 

그 중 가까스로 숲을 향해 도망친 몇몇 윳쿠리들만이 달콤한 팥소에 맛을 들여

 

식윳마들이 되어버린 윳쿠리들을 피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을 뿐,

 

아직도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남아있으려한 윳쿠리들은

 

끝내 잡아먹히거나, 혹은 동족을 잡아먹게 되었다.

 

 

 

 

 

 

 

 

 

한 편,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숲 속으로 들어갔던 윳쿠리들은

 

정착할만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예상외로 숲은 먹을 것이 풍족했고, 안락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선 윳쿠리들에게는 먹이뿐만이 아니라 물이 필요했다.

 

물이 없으면, 제아무리 배가 차더라도 생활에 필요한 식수를 구하고,

 

빨래를 하고 몸을 씻는 등의 많은 것들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천적을 막기 위한 장소 역시 물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곳 인간이 없는 땅에 오기 전부터, 새나 고양이,개에 대한 죽음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무서운 천적이었던

 

인간이 없어진 이곳에서도 그런 동물에 의한 습격은 아직까지도 남아있어,

 

기어코 윳쿠리들을 죽음이라는 절벽으로 밀어넣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 두 가지가 있는 장소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겠다제. 다들 간이로 거처를 지으라제."

 

 

이 무리를 이끌고 있는, 리더 격 윳쿠리인 마리사다.

 

다 합쳐서 서른 마리 남짓한 정도의 무리를 통솔하고 있는 윳쿠리치고는

 

나이가 상당히 어렸다. 겨우 태어난지 일 년 정도된 녀석으로,

 

몇 년 이상을 살아와 농구공만한 크기가 된 다른 윳쿠리들과는 다르게

 

마리사는 작은 축구공 정도의 몸집으로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사가 이 무리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무예(;사람의 것이 아닌, 윳쿠리에 맞춰서 만들어진 무술.)와 완력으로

 

자신의 비상한 두뇌를 뒷받침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는 뒤이어 주변의 윳쿠리들과의 친밀함을 올렸고,

 

그 결과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완전히 올라설 수 있었다. 

리더 마리사는 직접 다른 윳쿠리들과 함께 몸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게 땅을 파냈다.

 

그런 다음에는 그 위에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을 꺼내 파낸 흙으로 감싸 단단히 고정시키고,

 

그 위에 겹겹히 나뭇잎들을 모아 지붕을 만들었다.

 

집 안에 들어가게 되면 어두컴컴하긴 하지만, 입구에 살며시 비춰들어오는 달빛으로

 

어느 정도 앞을 볼 수는 있었다. 집이 완성되자 윳쿠리들은 모아놓은 먹이(;먹을 수 있는 풀이나 작은 벌레들)를

 

집 안에 꺼내 놓고 조용히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되도록 침묵을 유지하려는 것은,

 

쓸데 없는 소음을 내게 되면 주변의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천적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리더 마리사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첫 마디를 꺼냈다.

 

내일의 계획을 짜기 위함이었다.

 

 

"앨리스, 우리가 출발한지 3일이 지났다제.

 

계곡은 이곳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냐제?"

 

 

마리사는 부관 겸 참모인 앨리스에게 물었다.

 

앨리스는 원래 이곳 저곳 거처를 옮겨다니며 숲 속에 살고 있던 윳쿠리였으므로

 

자연 환경과 그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강은 대부분 바다를 향해서 물이 흘러가는데,

 

그 흘러가는 거리는 강마다 모두 달라서 어떤 것은 가까운 거리에서 흐르고,

 

또 어떤 것은 아주 아주 먼 거리에서 강이 흐르기도 해요.

 

그런데 이곳에는 해변 바로 뒤인 아주 가까운 곳에 숲이 있어요.

 

그렇다는 것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서인지, 

 

앨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천천히 해도 되니, 다시 말해보라제."

 

리더 마리사는 앨리스를 다독이며 말했다.

 

 

"네. 어쨌든 그렇다는 것은 이 숲은 바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물을 얻어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바다는 나무들이 마시기에는 너무 짠 물이니까요. 게다가, 어제와 오늘, 운 좋게도

 

강 가까이 사는 식물들이 드문드문 많이 보였어요. 오늘 모은 저녁 중에서도 여기 이렇게,

 

기다란 잎을 가진 식물들이 많잖아요?"

 

 

그녀는 한가운데 모아놓은 음식들 가운데 놓여있는 창포(;강가 주변에 사는 식물로서, 50~90cm 정도 되는

 

길고 딱딱한 잎을 가지고 있다.)를 마리사에게 보여주었다.

 

 

"아마 내일 쯤이면 강가에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앨리스의 설명을 들은 윳쿠리들은 좀 더 환한 안도의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리더 마리사 역시 안심되는 듯 앨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참모 윳쿠리들과 함께 마저 계획을 세웠다.

 

이윽고 날이 완전히 깜깜해지고, 리더 마리사는 무리 윳쿠리들에게

 

보초 순번을 세워 취침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그것이 어중간한 시간에 깨어나지 않으려는 윳쿠리들의 불만 때문에,

 

몇 번이나 다시 조를 짠 끝에야 마리사는 뒤늦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마리사는 일찍 깨어나 무리 윳쿠리들과 함께 간이 집을 회수하고

 

출발하기 전 성공을 약속하는 응원을 해주기 위해 윳쿠리들 앞에 올라섰다.

 

어젯밤 별로 자지 못한 것과 더불어 피곤한 몸이었지만,

 

하루 빨리 강에 도착하고 싶어하는 윳쿠리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것보다 중요할까.

 

리더 마리사는 그런 생각을 하고 첫 마디를 꺼냈다.

 

 

 

 

 

 

 

 

 

 

"...여러분, 이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과 험난함이 있었지만,

 

여러분이 그 어려움을 헤치고 지금 여기에 서있는 것은,

 

앞으로 원없이 누리기 위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인간들이 우리가 살던 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던 시절,

 

그들이 주는 괴로움 앞에 머리카락 한 올 숨길 곳 없이

 

많은 윳쿠리들이 죄없이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떠나가고, 남은 것은 우리들입니다.

 

우리들은 마침내 결국 그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승리를 만끽하며 새로운 시작을 할 때입니다.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희망이 필요합니다.

 

그 희망을 향하여, 나아갑시다."

 

 

 

 

 

무리 윳쿠리들은 리더 마리사의 연설을 듣고

 

겉으로는 감흥을 보이지 않는 듯 했으나,

 

여기저기서 몸을 움찔거리며 잔뜩 부푼 성공에 대한 흥분을 감춘채로

 

걸음을 재촉했다. 어제보다 한 결 가벼워진 걸음걸이가 가벼워진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탓에 그들은 그들 뒤를 조용히 따라붙는 수많은 어두운 발걸음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마리사가 이끄는 무리는 자신들이 몰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채로,

 

그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

 

-3화에서 계속.

 

 

 

 

 

* 이 세계에서는 윳쿠리들이 항상 -라구,-제와 같은 말을 쓰지 않고,

 

여러명 앞에서 말할 때나 높은 위치에 있는 윳쿠리에게 말할 때에는

 

사람과 같은 존칭을 씁니다. 그래서인지 다소 윳쿠리답지 않은 말투가 나올 수 있는데,

 

그 점은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르릉 2015.11.24 05:58
    다음이 기대되네요. 뒤에 따라붙고 있는 것들은 대체 무엇일지...
  • ?
    Hatrte 2015.11.24 05:58
    바다의 설명은 틀렸지만 놀랍게도 엘리스군요.
  • ?
    보툭스 2015.11.24 05:58
    강이 결국은 바다로 흘러간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강이 바다를 만드는 것처럼 되었네요 ㅡㅡ;;
    수정하겠습니다. ㅋㅋㅋㅋ
  • ?
    뒤에0드0뜨앙뜨0로쩨 2015.11.24 05:58
    자살타임 !
  • ?
    느긋한철수 2015.11.24 05:58
    참모가 앨리스네요. 똑똑한거네! 그리고 리더 마리사 제법 긴 장문의 연설을 했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공지 글 창작물 게시판 이용안내 2 류민혜 2015.09.05 1143 0
70 학대 사회 건설 (시즌2) -6- 8 곰복 2015.11.04 520 3
69 일반 섬에서 윳쿠리를 없애는 방법 5 file 하하로디 2015.11.04 337 3
68 일반 [기타] 윳쿠리 IN KOREA (1) 6 김짤 2015.11.01 291 1
» 일반 그들만의 플레이스 [2] 5 보툭스 2015.10.31 259 3
66 애호 윳쿠리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 1화 4 대파 2015.10.29 263 0
65 일반 그들만의 플레이스 [1] 13 보툭스 2015.10.28 338 0
64 일반 신종 윳쿠리를 길러보자 - 2 5 다도스 2015.10.27 330 3
63 일반 들윳들의 참혹사 5 체엔 2015.10.27 418 7
62 학대 윳쿠리 생산자 협동조합 2 - 윳쿠리의 크기 2 소화잘되는 2015.10.27 220 1
61 학대 윳쿠리 생산자 협동조합 1 - 윳쿠리의 맛 3 소화잘되는 2015.10.27 292 1
60 일반 윳쿠리에 대한 단상 11~20 2 Rinkaru 2015.10.26 156 3
59 일반 윳쿠리에 대한 단상 0~10 2 Rinkaru 2015.10.26 271 2
58 일반 신종 윳쿠리를 길러보자 - 1 12 다도스 2015.10.25 401 4
57 학대 무제...? 2 윳성 2015.10.24 246 1
56 일반 사회 건설 (시즌2) -5- 4 곰복 2015.10.24 478 1
55 학대 [데이부] 3 마파두부 2015.10.23 429 2
54 애호 [츤데레 윳] 2 마파두부 2015.10.22 275 0
53 일반 [애호] 노우카링 4 마파두부 2015.10.21 350 2
52 학대 나는 느긋합니다 1 네이나 2015.10.20 330 1
51 일반 랑의 이야기 - 2 5 다도스 2015.10.20 247 1
Board Pagination Prev 1 ...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Next
/ 81

운석 떨어져라
비로그인
비로그인
느긋함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