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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09:09

그들만의 플레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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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하늘에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할 무렵,

 

수많은 검은 배들이 어느 한 하얀 해변가에 뱃머리를 맞닿뜨렸다.

 

그리고 이어서 바퀴가 달린 기다란 컨테이너 박스 같은 것들이

 

줄줄히 서로를 연결 지은 채로 '푸석'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딱딱한 군화를 신은 군인들은 마치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빠르게 상자의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먼지가 까맣게 묻어있는 화약들도 아니었고,

 

놀랍도록 맛이 없는 군대 식량이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동글동글한 만쥬 덩어리들,

 

통칭 '윳쿠리'라 부르는 그것들이었다.

 

이제 초여름에 접어든 때였지만, 그래도 아직 쌀쌀한 이른 아침이었기에 그들은 상자에서 내리자마자

 

온갖 불평을 입밖에 쏟아놓으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느히이이이이...여기는 어디냐제!!! 마리사님이 부들부들하는 거 안 보이는거냐제!!?

 

얼른 느그타게 따뜻따뜻하게 하라제!!! 그리고 달콤달콤 바치라제!!"

 

 

"맞다구!!! 레이무들이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괴롭히는 건 게스라구!?

 

얼른 푹씬푹씬씨 가져오라구!!? 그리고 달콤달콤씨도 가져와!!"

 

 

그러나 그런 외침에도 윳쿠리들 사이를 쭉 일렬로 가른 채 서 있는 군인들은

 

윳쿠리들의 불평을 듣기는 한 것인지, 만 것인지 그들이 들고 있는 무거운 소총만큼이나

 

딱딱한 표정으로 그저 묵묵하게 윳쿠리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 그러니까 몇 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돈되고

 

윳쿠리와 인간 군인들 사이의 답답한 침묵을 깨뜨리는 안내 방송이 선내에서 해변가로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저희 인간과 윳쿠리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특별히 이곳으로 전담된 통역 장교, 콘 월 중령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알려드리기는 곤란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저희 인간들은 이제 오늘부로

 

완전히 이곳 지구를 떠날 예정이며, 앞으로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일이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판단한 바 인간 외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

 

그러니까 인간과 대등하다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로서 앞으로 남겨질 이 행성에서

 

살아가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절차를 원활히 걸치기 위하여 이곳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윳쿠리들은 갑작스레 나오는 큰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몇몇 윳쿠리들 외에는 완전히 방송의 내용을 알아차린 윳쿠리를 얼마 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인간이 이곳에서 사라진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내심 기쁨을 느끼며 조금씩 흥분에 젖어 들썩거리는 움직임이 보였다. 방송은 윳쿠리들에게

 

그런 중요한 정보를 전하고는 말을 뒤이어 나갔다.

 

 

"우선 이곳은 여러분들이 이전에 사시던 장소, 그러니까 도시와는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스스로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저희들이 만들어놓은

 

장소에 계시는 것은 역시나 방해가 될 것이기에, 사람의 자취가 없는 새로운 대륙에

 

윳쿠리 여러분들을 모아놓게 된 것입니다. 다만 그 전에 함께 계셨던 가족분들은 모두 함께 같은 장소에

 

배정되었으며, 그 외에는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깊은 죄송스러움을 표합니다. 하지만 우선 급선무로 중요한 것은,

 

아까 전 말했듯이 저희는 오늘 이 시간부로 여러분의 모든 행동과 상황에 대하여 일절 간섭하지 않을 것으므로,

 

여러분들 각자가 흩어져 싸우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 말고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해드릴 수 없으며,

 

여러분들이 알고자 하는 것은 이제부터 스스로 밝혀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 정말로 작별할 시간입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골라 나아가기를."

 

 

방송은 두 번 반복하지 않았고, 그 대신 중령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군인들은 일제히

 

상자를 거두어 다시 배에 실어넣었고, 그 후엔 배들이 해안에서 점점 멀어지다가,

 

마침내 하얀 선만을 바다 위에 스르륵 남기고 지평선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광경만이

 

그들의 눈에 비추어질 뿐이었다.

 

모든 윳쿠리가 어벙벙한 표정을 지은채로 바다 너머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가느다란 비웃음과 함께 한 마리사가 입을 열었다.

 

 

"....늣헤...늣헤헤...늣헤헤헤헤..!! 이제!! 비러먹을 인간드른 모두 업써져 버린고라제!!!

 

이건 마리사 늼이 너무 느긋하고 최!강!이어서 그렇게 된거다제..!!!

 

인간드를, 마침내 마리사뉨에게 굴복하고 말았다제!!! 이제부터는 느긋하게!!!

 

달콤달콤씌를 잔뜍 먹고 초미윳쿠리 레이무들과 실컷 상쾌-할꼬라제!!!! 늣헤헤헤..!!"

 

 

모두들 마리사의 '최강' 발언과 그에 따른 자기 찬양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간에 이제 방해되는 인간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자신들

 

윳쿠리만의 세상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검은 중추팥소에서는,

 

기쁨을 표현하는 호르몬은 듬뿍 분비되고 있었다.

 

 

"느와아아아아아아아-!!!! 자유라구!!!!?"

 

"이제부터 잔뜩 느그치 있을꼬야-!!!!"

 

"느그치- 느그치-*"

 

 

온 무리가 얼얼하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덩실 덩실대며 온 해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그들의 승리를 자축하는 느긋한 노래를

 

어딘가 조금 어긋난 박자로, 미숙하긴 하지만 부르는 윳쿠리들도 있었다.

 

흥분한 채로 이제는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외치는 그들 사이에서는

 

몇몇 적은 수의 윳쿠리들만이, 그들을 제치고 어두운 표정을 새기면서 

 

해변 뒷 편의 숲 속으로 피해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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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2화에서 더 쓰겠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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