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5.10.06 11:21

강가 청소

조회 수 560 추천 수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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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강가의 큰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이바를 벗고 각반도 탈착하고, 두터운 조끼도 벗고 바지도 걷어올린 다음 신발도 벗고 발을 흔들흔들거리며 몸을 식힌다.

슬슬 온도가 오르는 늦봄에는 조금 덜 덥게 입어도 중무장을 하고 도스를 상대하는 건 지치는 일이다. 쓸데없이 캡사이신 스프레이니 날창탄이니 산쇼올 캡슐이니 과무장을 해서 더 지치는 것 같았다.


비록 확인사살은 남의 몫이긴 했지만 30년 된 도스를 몰아붙이고 끝내 사살한 기록은 그에게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남들과 공동으로 투입되었을 곳에도 혼자 투입될 수 있었고 사람 수가 줄어든 만큼 수익도 조금 더 늘어났다. 이대로 열심히 모은다면... 결혼자금이라거나 내집장만도 꿈이 아니다.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도 저번 전투는 어떻게 한건지 모르겠다.

끝나고 바디 벙커를 반납할 때 조정웅 아저씨가


"대체 뭘 해야 이 방패가 이꼴이 나냐? 드래곤이라도 잡았냐?"


면서 황당함을 표시하셨다. 대신 나도 가게에 장식해놓으라고 전리품 중 하나인 그놈의 땋은머리를 드렸다.

가끔 고객들이 그걸 보러 윳쿠리를 데려온다고 한다. 이런 도스조차 인간에게는 당할 수 없단 증거로.


오늘 상대한 건 원래 국가에서 보냈던 도스였다. 녀석을 처리하고 확인신고를 무전으로 날린 다음 강가에 걸터앉아 쉬던 나는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잠금을 풀자 얼굴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금선이 보낸 문자가 30통. 대부분은 '남친님, 뭐하십니까?' '어서 대답해' '대답 좀 해봐' 같은 내용이다.

통신사에서 근무하시는 마이 매드엔젤은 실시간으로 내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고 핸드폰이 있는 한 그녀는 언제라도 내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나중에 통화 한통 해주면 풀릴 일이다. 잠시 잊기 위해 핸드폰을 닫고 강을 쳐다보기로 했다.


깨끗한 자연, 맑은 물, 고운 소리...


"느- 느느- 느~"


그리고 모든 걸 망치는 윳쿠리의 모습.

한번 내 과거를 뒤돌아봤다. 분명 어릴적... 아니, 하다못해 군대를 다녀온 직후까지만 해도 자신은 학대파가 아니었다. 장난으로 윳쿠리를 잡고나면 반드시 원래 자리에 방생해준다. 악의로 윳쿠리를 괴롭힌 건 손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윳쿠리들과 가까이 지내게 되자 오히려 윳쿠리들의 진짜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대체 이 악의 축들이 좀 성숙한 의식을 가지게 하려면 몇십년... 혹은 몇백년이 필요한 걸까?


"저기 이상한 옷을 입은 인간씨가 잇다제!"


"푸히히! 멍청이 메-링 같다제. 느느!"


"옷찌도 더럽구! 기분나쁘게 시커먼거네! 패배자인거제!


"패배쨔! 패배쨔!"


"맞다제!"


당장 자기 앞의 수상 마리사 무리만 봐도 그렇고.

강 한가운데에 둥둥 떠있는 수상 마리사들은 날 보고 비웃으며 느긋함을 만끽했다.

조롱당한 건 짜증나지만 저런 놈들에게 낭비할 체력은 없다. 나는 백팩에서 이단 도시락통을 꺼냈다.

금선의 사랑... 과 집착이 한가득 담긴 도시락은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혀있어 몸에는 좋아보였다. 입맛이 애들 입맛인 나는 뭐 배고파서 먹는 거였지만.


"잘 먹겠다."


"느호옹! 맛있는 냄새가 난다제!"


"저 하라범의 그릇찌에서 나눈 냄새찌! 인고제!!"


흰 쌀에 현미를 조금 섞어 식감과 영양에 신경쓴 밥을 한젓가락 입에 넣는다.

거기에 게맛살을 넣은 계란말이와 양배추를 채썰어 만든 샐러드를 더해 같이 씹는다.

소금은 살짝 넣어 담백한 계란말이와 새콤한 드레싱의 맛이 어우러져 밥과 계란말이의 심심함을 메꿔준다. 기대 이상의 맛이다.

목 막히지 말라고 작은 보온병에는 미소된장국도 들어있다. 파와 팽이버섯을 잘게 쪼개넣고 가쓰오부시 가루를 넣어 즉석국임에도 부담되지 않는 무난하게 맛있는 맛이다.

다 먹고나면 간식으로 과일도 준비되어 있다. 토끼모양으로 귀엽게 자른 사과 세쪽과 딸기들.


"아... 좋구나..."


여자친구가 없던 시절에는 남정네들끼리 단체로 라면이나 끓여먹거나, 혹은 요리사 김동혁 삼촌이 간단한 재료로 뭔가 여럿이 맛있게 먹을만한 요리를 먹기도 했지만 그런 요리들에는 여기 담긴 중요한 재료가 없다.

바로 애정. ...과 집착.

정말 이대로 시간이 멎으면 좋진 않겠지만 이 시간이 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룸다운 마리쟈님듈에게 어서 밥씨를 내놓고 노예가 되는거제!"


정말이지 저 윳쿠리들만 없으면 완벽할텐데.

어느새 수상마리사들은 하안가까지 와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다가올 용기는 없어보였다.

그러는 사이 금선이의 애정... 과 집착욕이 담긴 도시락은 거의 다 내 위장 안으로 사라졌고 남은 건 과일뿐이었다.


생각을 해보자.

저걸 어떻게 할까. 천사가 말했다.

"이대로 가게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저런 생물을 살려두면 안된다구요!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 제거하는게 모두를 위한 길이에요!"

반대편에서 악마가 말했다.

"헹! 그냥 죽여버려! 저런 시끄럽기만 한 빵덩어리들 살려두면 하나도 도움 안된다고. 인간의 두려움을 알려주려고 왔으니 싹 죽여야지!"

왠지 천사와 악마가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상관 없어.

나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아.

...

..

.

..

...

"마-쨔들에게 밥쒸를 달라제! 안구롬 졔재하꾸제?"


"당쟝이묜 된다구? 바보인고야?"


"밥씨! 밥씨!"


"무슨 수로? 팔도 안닿는데."


남해는 수상 마리사들의 말에 아주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쪽수로 위협해볼 생각이던 수상 마리사들은 남해의 반응에 팥소 회전이 멈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 인간은 마리쨔들의 숫자에 질겁해 스스로 밥씨를 바치고 노예가 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들이 자신에게 닿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들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겠다 반항 중이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사악한 일인가!

...라고 마리사들이 생각하건 말건 남해는 남은 두 사과토끼를 유심히 바라봤다.

비가 부르고 나서야 보인 것이지만 딸기도 예쁘게 코디되어 배치되어 있었다. 일부가 물러진 딸기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격하게 움직였던 자신의 책임이지 금선의 책임이 아니었다.


"싸이코 기질 빼고 보면 나한테는 참 과한 여자친구야."


남해는 아삭하고 사과의 절반을 베어물었다. 생각 외로 그 사과는 제철도 아닌데 굉장히 맛있었다! 그걸 보는 수상 마리사들은 꽥꽥 비명을 지르며 마리사가 예약했느니 사과조각을 보고 돌아와달라느니 시끄럽게 했다.

남해의 무반응에 마리사들의 비난의 화살은 대장에게로 향했다. 엉엉 울면서 남해쪽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마리사도 있었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윳쿠리들의 존재는 지워진지 오래였다.


"무시하지 말라제에에!!"


남해는 수상 마리사들의 무리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 그중 가장 덩치 큰 마리사가 씩씩거렸다.


"당장 과일찌를 전부 마리자님에게 내놓고! 엎드려 빌라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니미쮸 제독!! 같은 대함대를 이끌고 인간쒸를 제재 하겠다제!"


진짜 니미츠 제독이 들으면 "이런 니미!"라고 외친 다음 취미생활인 권총사격표적으로 붙잡아다가 산산조각 낸 후 남은 놈들을 아이스크림에 섞어먹으라고 잠수함 승무원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다.

남해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다. 애초에 어린 아이에게도 안 통할 이야기를 도스 사냥의 전문가에게 하고 있으니 먹힐 리가 있나.

남해는 딱히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저런 기분나쁜 말버릇을 쓰는 윳쿠리들은 아까 도스를 교정하러 갈 때도 수십마리가 있었다.

짜증나긴 하지만 이정도로 저 천사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진 않는다.


"느, 느키.... 느그.... 으으..."


그때 수상 마리사 몇마리가 물을 벗어나 땅위를 질질 기어오기 시작했다. 지갈밭이라 고통스러울텐데 고통에 약한 윳쿠리치곤 꽤나 강한 근성이었다.

물론 남해가 거기에 감탄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무시하고 마지막 사과 한조각을 아삭아삭 씹어먹으며 저 해로운 생물들이 언제쯤 지쳐 도망갈까 생각할 뿐이었다.

이제는 딸기를 먹을 차례였다. 남해는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딸기를 먹으려 했다. 먹을 생각이었다. 먹어야 했다. 먹는게 맞았다. 하지만 먹지 못했다.

남해의 도시락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느캬아아악!! 바바바바 바디사님의! 바디사님의 퍼펙트한 이비이이!!"


남해는 떨어진 도시락통을 보고도 현실을 부정했다. 도시락통 바닥에 그려진 노란 스마일을 보고도 현실을 믿지 못했다.

수상 마리사 한마리가 뿅하고 뛰쳐올라 남해의 다리에 부딪혔다. 평소에는 도스의 충돌도 수직안정기와 바디벙커의 힘으로 버텨냈던 다리였지만 지금은 조금의 긴장도 하지 않은 채 벗은 부츠 위에 슬쩍 걸친 채로 흔들흔들 거리며 아슬아슬하게 도시락통을 올려둔 상태였다.

그리고 한 수상 마리사의 희생으로 그 마리사는 자갈밭에 얼굴부터 착지하며 고통스럽게 팥소를 마구 흘렸지만 그 마리사를 따라온 다른 마리사들은 남해가 떨어트린 딸기를 먹을 수 있었다.


"우-걱우-걱!!"


"마시썽! 이거 전나 마싯정!!"


주위로 새빨간 과즙이 한가득 튀어서 마리사들의 식사시간은 스플래터 영화 같았다.

아니, 남해에겐 자신이 아끼던 딸기가 윳쿠리들에게 농락당하며 난도질 당하는 스플래터 영화의 한장면처럼 느껴졌다. 남해는 유일하게 도시락통 안에 남은 딸기 한알을 보고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너만은... 너만은...

덥썩!


"우후후! 마리쨔님은 사냥의 귀재! 인고제! 처묵처묵!"


"느에에엥!"


"시됴어어어어! 마띠쟈도 쬬!! 마띠쨔뉨이 아직 못모군고쩨!!"


그 마지막 딸기마저 마리사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저 물 위에서 다른 수상 마리사들이 자기도 달라며 징그럽게 빽빽거렸다.

남해의 귓가에 대고 천사와 악마가 말했다. 우리 제안 다시 생각해볼래?


"이 개새끼들아!!!"


수상 마리사들이 놀라서 남해를 쳐다보았다.


"뿌꾸욱~!"


"시꾸러운고제! 바뽀인고제? 쥬꼬시픈고제?"


"닥쳐."


쾅. 남해는 한번 발을 굴렀다. 눈치도 없이 남해를 욕하던 마리사들은 그제야 남해가 많이 화났다는 걸 알았다.


"그 딸기가 뭔지 알아? 출근해야 하는 금선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싸준 도시락에 든 딸기란 말이다. 나 먹으라고 내 천사님이 싸준 보물이란 말이다. 아직 나도 못 먹은 딸기라고. 너희 같은 괴물딱지들 쳐먹어도 되는 쓰레기가 아니란 말이다!!"


그제야 눈치없이 굴던 윳쿠리들도 대부분 상황을 깨달았다. 물 위의 윳쿠리들은 남해에게서 도망갔고 물 밖의 윳쿠리들은 물로 슬금슬금 기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없는 아기 마리사 한마리가 남해를 도발하며 도시락통을에 부딪혔다.


"퓨후후! 그런 소쯍한! 거또 모찌키는고쪠? 어깐이 하라범은 바디쨔님에게 다콤다콤찌를 뎌 바찌는고제? 느그타지 않게 쬬!"


툭. 유독 '지킨다'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남해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똑 끊어졌다. 남해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소리를 억눌렀다.

남해는 이 아기 마리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날창탄을 하나 꺼내 바닥에 탁탁 털었다. 탄창이 분리되자 남해는 그 안에서 쇠꼬챙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아기 마리사의 눈알에 박아넣었다.


"느삐이이이이이이!! 느뺘아아아아아!!"


"아프니? 그렇겠지. 아프라고 찌르는 거잖아!!"


남해는 눈가를 붙잡고 쇠꼬챙이를 잡아뺐다. 눈알에 난 구멍에서 팥소가 조금 흘러나왔다. 그 다음엔 반대쪽 눈알도 똑같이 푹 관통시키고 휘적거렸다. 아기 마리사는 고통에 발버둥치며 마구 시시를 지리다가 기절했는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남해는 도시락통 안에 아기 마리사를 집어넣고 아까 자신에게 몸통박치기한 마리사를 쫓아가 들어올렸다.


"느? 마리사님이 드디어 하늘의 왕자가 되었다제! ...느아아아악!! 빨리 마리샤님을 놔달라제!!"


"얼굴에 상처가 많은 걸 보니 아까 나에게 부딪힌 놈이 너로구나. 소원대로 놔주마."


남해는 마리사에게서 양 손을 뗐다. 마리사는 당연히 자갈밭에 수직낙하했고 마리사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느꺄아아아아악!! 마리사님의 탑스타 같은 얼굴씨가아아아!!"


"좀 조용히 해봐."


먹을 것의 원한은 강하다. 그것은 생물을 가리지 않는다.

평상시엔 사자에게 끼깅하는 하이에나도 굶주릴대로 굶주린 때에 사자가 들이닥치면 상대가 숫사자라고 해도 송곳니를 드러낸다. 하물며 인간을 상대로 인간보다 약한 윳쿠리가 인간에게 먹을 것으로 원한을 산다면?


"톱스타같은 얼굴이랬지? 그럼 내가... 누구도 닮지 못할 얼굴로 만들어줄게!"


우지지지직!! 남해는 마리사를 쥐고 자갈밭에 얼굴을 내리찍은 다음 뒤로 콱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마리사의 얼굴이 갈려나갔다.

남해는 흐뭇한 얼굴로 마리사를 집어들어 눈을 맞췄다. 이미 눈도 뜯겨나가 눈의 흔적이던 한천 일부만 남았지만.


"와! 정말 개성적이구나! 징그러워!!"


너덜너덜해진 마리사를 남해는 강 한가운데의 수상 마리사들에게 던졌다. 첨벙 ! 곧 강이 팥소로 조금 뿌얘졌고 물은 금방 잠잠해졌으나 생명의 위기를 느낀 수상 마리사들은 시끄럽게 울어댔다.


"무서워어어어어어어!!"


"느긋할 수 없는 할아범이라제에에!! 마리사는 도망갈 거라제!"


남해는 자갈밭을 급하게 기어 도망가던 아기 마리사와 아이 마리사를 총 세마리 집어든 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마리사들은 하늘을 나는 감각에 즐거워했지만 곧 상황을 알고 징징댔다.


"마쨔눈 날개쒸를... 느꺄아아아!!"


"싫다제에에! 놔달라졔에에!!"


"잠깐만 기다려, 금방 놔줄게."


남해의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갔다. 남해는 다른 손으로 한 손을 덮었다.


"늣? 어드어져따졔!"


"시러어어어! 밤씨도 무서워어어!"


우직. 그리고 양 손으로 마리사들을 쥐어 으깨고 주물주물 반죽해 경단처럼 만들었다.

이 3단 합체 마리사 경단의 운명도 똑같았다. 온힘을 다해 남해는 경단을 강으로 던졌고 두마리의 수상 마리사가 그 경단에 맞고 물 속으로 사라졌다.


"느푸, 죰 더르를르...."


"어째서어어어! 물 위는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냐제!!"


"살려져여어어어!!"


다음은 막 모자를 띄우고 노를 저으려던 수상 마리사 차례였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성체는 아닌 그 마리사를 집어든 남해는 물 속에 얼굴을 쳐박았다.


"누부부부! 갸루구루루우우우!!"


"오오, 나 어릴 적에 물에 빠졌을 때랑 비슷한 소리네."


트라우마를 자극할법한 소리인데도 남해는 무덤덤하게 마리사를 물속에서 몇번 흔들고 빼냈다.

마리사는 초점 잃은 눈동자 둘이 따로놀며 상태가 매우 양호하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남해는 알바 아니었다.


"쓰레기 같으니."


"마... 마리쟈는.... 쓰레기가아아..."


"맞잖아. 가만있는 인간 괜히 성질이나 긁고, 그래놓고 인간에게 한주먹도 안되는 약골이라 당하기만 하고. 쓰레기 말고 뭔데?"


"느규우우... 아냐아아... 아냐..."


"아~ 유능해서 인간에게 이렇게 당하나요? 그런 유능함이라면 무능함이랑 다를 게 뭘까?"


자존심 강한 마리사종의 마음을 후벼파는 독설을 하던 남해는 경단의 뒤를 따라 그 마리사도 수상 마리사 무리에게 던졌다. 이번에는 세마리나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지고 말았다.

이건 아니다. 이딴 단조로운 패턴으로는 복수심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마리사들을 지켜보던 지켜보던 남해는 발버둥치다 즉사하는게 아니라 더 고통스럽고 끔찍한 것을 저놈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졌다.

그걸 위해 좋은 게 몇가지 있었다.


"이 병신의 부모 혹시 아직 살아있냐?"


"아가야아아아!! 대답 좀 해보려어엄!!"


남해는 아까 그 도시락통에 넣어둔, 딸기를 먹어 몸이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아기 마리사의 귀밑털을 붙들고 휭휭 흔들었다.

수상 마리사 중 한마리가 엉엉 울며 남해를 보고 소리쳤다. 남해는 씨익 악마처럼 웃고서 날창탄을 다시 접어들고 아기 마리사의 볼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기절했던 아기 마리사가 깨어나 다시 발버둥쳤다.


"뉴삐이이이!! 아뿌다졔에에! 구만 두눈... 느삐, 느삐야야아!!"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


"너흰 내게 모욕감을 줬어."


남해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전부 액체를 싸지르던 아기 마리사를 하이바 안에 집어넣고 벗어놓은 조끼에서 몇가지 사냥도구들을 꺼냈다.

수상 마리사 무리는 어쩔 줄을 모르고 그저 강 한가운데서 동동거릴 뿐이었다. 인간이 강한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다면 겁만 줘도 밥을 내놓고 도망가지 않을까? 라는 근거부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생각으로 인간을 도발한 결과가 이거였다.


"어이- 새끼 찾으러 안오냐?"


남해도 이젠 베테랑이다. 윳쿠리들의 패턴은 완전히 익히고 있었다.

혼자라면 아이를 버릴지도 모르지만 무리 생활을 한다면 그런 짓은 느긋하지 못한 것이라며 제재를 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가면? 이승을 하직할게 뻔하다.


"그... 금방 간다구! 아가야는 조금만 참으라구!!"


어미 수상 마리사는 노를 저어 남해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말리는 마리사는 없었다. 괜히 엮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해는 그 수상 마리사가 물 위로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어미 수상 마리사는 자갈밭을 뿅뿅 뛰어 남해의 하이바로 다가왔다.


"아, 아가야!!"


"쟌넨데시타아아아아!!"


그러나 어미 수상 마리사가 안을 들여다보자 남해는 하이바를 집어들어 강을 향해 휘둘렀다.

당연히 안에 있던 아기 마리사는 강을 향해 사출되었고 어미 마리사는 얼빠진 얼굴로 그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느....?"


"아하... 아하하하하하!! 방금 봤어? 꼭 유성 같았지?"


"무슨 짓이야아아!! 게스 인간씨는 죽어어어어!!"


어미 마리사는 몸을 튕겨 남해의 다리에 부딪혔다. 거의 애교부리기나 다름없는 위력이었으나 마리사는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하지만 남해는 어미 마리사의 머리를 콱 쥐고 들어올린 후 아기 마리사의 두 눈을 뚫어버린 그 날창탄으로 어미 마리사의 볼에도 구멍을 냈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아바아아아아아아! 아파아아, 아파아파아파아아아아!!"


남해는 그다음 느긋 오오라 방지용의 산쇼올 캡슐을 그 구멍 안으로 집어넣은 후 마리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캡사이신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지만 산초에서 추출되는 산쇼올 역시 매운 맛 성분이다. 윳쿠리에게는 독약이었고 인간마저 속쓰림을 느끼는 그 캡슐을 마리사가 버틸 리 없었다.

하지만 입이 막힌 상태에서 팥소를 토할 수도 없었고 마리사는 마구 발버둥치는 것이 전부였다.


"우부우우, 우부부우우우우우우!! 웁웁!"


다른 수상 마리사들은 꼭 지옥을 보는 것만 같았다. 미친듯이 꾸물거리던 어미 마리사의 한쪽 눈이 퐁하고 튀어나가더니 그곳에서 팥소가 꿀럭거리며 배출되었다.

남해는 결국 죽어버린 어미 마리사도 수상 마리사 무리를 향해 던졌다. 수면이 출렁거리자 수상 마리사 하나가 그것에 휩쓸려 물에 빠졌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남해는 가지고 다니는 사냥 장비들을 체크했다. ...딱 좋은게 있었다.


"여어. 니들 슬슬 도망가야 하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수상 마리사들을 보고 남해가 말했다.

사실 그랬다. 수상 마리사는 방수 기능이 없어 물에 빠지거나 불어터지면 죽게된다. 게다가 아까 전부터 계속 빠진 마리사들과 그 사체들에 물고기들이 몰려와 언제 모자를 뜯어먹을 지 모를 일이었다. 최악의 천적 니토리도 이 강에 서식하고 있고.


"하지만 물 밖으로 나가면 인간씨가 죽일 거잖아?!"


"응!"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아?!"


"음. 내가 물 밖에 있는 한 나갈 수 없다는 거군."


남해는 이해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말을 벗었다. 그리고 물로 들어갔다.

수상 마리사들 전부가 경악하는 표정이 되었다. 물 위는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거 없었던 것이다. 남해는 마지막으로 조끼에서 꺼낸 작은 캔을 들고 마리사들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 바람 방향도 적당했다.


"시러어어어!!"


"마리사는 느긋하지 않게 도망간다제!!"


"쥬꼬싶지 아나아아!!"


남해는 캡사이신 스프레이를 마구 흔들었다. 그리고, 마리사들을 향해 뿌렸다.


"죽어라, 이 거머리만도 못한 새끼들아!!"



속이 훨씬 후련해진 남해가 도시락통을 씻고 강가를 떠났을 무렵에 물 위에 남은 수상 마리사는 눈과 입이 퉁퉁 부어 울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떠있을 뿐인 마리사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윳쿠리 니토리들이 마지막 수상 마리사를 사방에서 물어 뜯어먹어 처리했다.

그렇게 괜히 인간에게 덤빈 수상 마리사 무리 하나는 하루만에 도게스 마리사와 같이 청소되었다.

끝.



엔터 한번씩 더 쳐진 곳 수정하다 날아가서 그냥 수정 관둠.
근데 이제 군대가 12시간도 안 남았는데 난 뭘하는거지...
  • ?
    Hatrte 2016.01.17 11:54
    말!살!
  • ?
    윳쿠리는느긋 2016.01.17 11:54
    12시간...무사히 다녀오세요
  • ?
    joL2.5 2016.01.17 11:54
    군대......건강이 최고인 곳입니다. 몸 조심하고 다녀오세요
  • profile
    깁밥먹는유카 2016.01.17 11:54
    크흡....잘다녀오세요...
  • ?
    느긋한철수 2016.01.17 11:54
    등장인물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윳쿠리들이 자갈밭은 기는 것이 묘미군요! 으으... 군대 가시면 이런 글을 더 못 보게 된다는건 슬픈 일입니다. 잘 다녀오세요!
  • profile
    노비코프 2016.01.17 11:54
    으아 뒷북이긴 하지만 고생이 많으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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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 글 창작물 게시판 이용안내 2 류민혜 2015.09.05 1143 0
50 일반 랑의 이야기 - 1 8 다도스 2015.10.17 352 2
49 애호 유카는 귀엽죠??저도 좋아해요!! 2 깁밥먹는유카 2015.10.15 319 0
48 학대 사회 건설 (시즌2) -4- 6 곰복 2015.10.07 522 1
47 학대 목격윳 4 하하로디 2015.10.07 400 1
46 일반 내가 윳쿠리로 변했다?!-3 2 체엔 2015.10.07 215 0
» 학대 강가 청소 6 김병투 2015.10.06 560 4
44 애호 거친 야생의 마리사와 농사꾼 앨리스 01 1 느긋한철수 2015.10.05 268 1
43 학대 [추석] 추석 사냥 3 곰복 2015.10.05 480 4
42 일반 추석을 알게된 들윳들 5 느긋한철수 2015.10.01 455 6
41 학대 사자 농장, 도스 농장. 8 김병투 2015.10.05 439 6
40 학대 윳쿠리 레이무의 신랑감뽑기 4 하하로디 2015.10.05 558 4
39 일반 생명은 소중한거야! 3 김병투 2015.10.04 294 1
38 학대 사회 건설 (시즌2) -3- 6 곰복 2015.10.04 495 1
37 일반 윳능 3 Rinkaru 2015.10.01 486 1
36 애호 민트와 다크 초콜릿과 레몬 1~4 2 Rinkaru 2015.10.01 308 0
35 학대 노력의 증거 (完) 6 라디 2015.09.29 533 3
34 학대 노력의 증거 (5) 1 라디 2015.09.29 412 1
33 학대 노력의 증거 (4) 1 라디 2015.09.29 377 2
32 학대 노력의 증거 (3) 1 라디 2015.09.29 389 1
31 학대 노력의 증거 (2) 1 라디 2015.09.29 48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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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지슬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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