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5.10.05 08:50

사자 농장, 도스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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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에 위치한 한 농장.

이곳에서는 도스 마리사를 길러내고 있었다.


"높다- 높다-!"


"와아아!"


3, 5, 7, 9월 16-31일을 제외하면 늘상 민간인에게 개방되는 이 농장은 길러내는 도스들이나 마리사들을 어린아이들이나 다른 윳쿠리들과 놀게 하고, 그런 도스를 팔기도 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윳쿠리들이 도스는 아니다. 어릴적부터 가공소에서 실려온 아기 마리사들은 이 농장에서 펫샵 등으로 출하되기를 기다리며 길러진다.

출하될 시기를 놓친 마리사라도 이 농장에서는 계속 기른다.

어릴 적부터 느긋하게, 부족함 없이 사람의 손에서 길러진 마리사들은 대부분 곱게 자라나있어 사람과 접촉해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느긋한 삶을 살게 되다보니 도스가 되는 개체도 굉장히 많다.

만일 어느 마리사가 도스가 된다면 그 도스 마리사는 다음달 15일까지 살 사람을 찾는다.

지금 어린아이와 놀고 있는 저 마리사는 모자의 챙 한쪽에 상처가 나있었다. 하지만 교육을 잘 받은 이곳 마리사들은 어느 누구도 딱히 마리사를 뭐라고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개성이 되어 이 마리사는 모자 교환을 거절했고 도스가 되어서도 그 흠집은 남아있었다.


"어땠냐구! 도스의 높다-높다는? 다른 윳쿠리들도 모두 느긋해한다구."


"응! 무지 즐거웠어!"


도스의 높다-높다-를 받은 어린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도스를 올려다보았다.

흠집 도스는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마리사들도 이 친화력 높은 도스를 잘 따랐다. 농장 주인 역시 흠집 도스에게 먹을 것도 잘 챙겨주고 잘 대해줬다.


"마리사의 모자씨는 무지 곱고 곱다제!"


"마리사의 땋은 머리씨도 비단결 같다제?"


"둘다 아주 느긋할 수 있는 마리사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흠집 도스 말고도 이 농장에는 아홉마리 도스가 더 있었다. 모두들 사람을 잘 따르는데다 게스 기질도 없는 좋은 개체들이었다.

흠집 도스는 자기들을 길러주는 농장주인씨가 참 고마웠다. 도스가 되면 살처분당하는 개체도 많다. 도스의 중추팥소는 유명한 진미인데다 도스를 기르는 것은 돈이 한두푼 깨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농장주인씨는 항상 자신들에게 느긋함을 줬다.

놀러오는 손님들도 짖궃은 장난꾸러기들은 조금 있지만 다들 본질적으로 악한 학대파는 없었다. 있더라도 금방 농장주인씨에 의해 쫓겨났다.

자기를 사람 손에 쥐여 사는 가축이라고 놀린 윳쿠리가 한번 온적도 있었지만 신경 쓸 것 없었다. 자긴 이 삶이 즐거우니까.

그리고 어느새 9월 16일이 되었다. 10마리의 도스 중 두마리가 팔려 8마리가 되었고 흠집 도스는 그중 8마리에 속해있었다.


"자, 슬슬 다들 자라서 공간이 좁아졌으니 더 넓은 곳으로 가자."


농장주인씨가 마리사들에게 찾아왔다. 절반의 마리사들과 8마리 도스는 농장주인씨를 따라 어딘가로 하염없이 걸어갔다.


"마리사 지친다제..."


"힘들다구우우..."


"괜찮아! 도스가 모자에 태워줄게!"


비록 투덜거리는 마리사도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굉장히 넓은 분지였다. 전에 살던 농장은 단순히 풀밭이었지만 이곳은 돌멩이나 나무가 많아 숨거나 놀 공간이 잔뜩 있었다.

그야말로 놀이공원같은 이 새 농장에 마리사들은 다들 눈을 반짝반짝거렸다.


"다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고프지? 놀더라도 먹고 놀자."


농장주인씨는 끌고 온 수레에서 사탕을 몇포대씩 꺼내 바닥에 뿌렸다. 마리사들은 환호하며 사탕에 달려들었다. 도스들도 혀로 한뭉터기씩 사탕을 집어먹었다.

흠집 도스도 같이 먹으려다가 갑자기 걱정이 되어서 농장주인씨에게 물었다.


"저기, 정말 먹어도 되는 거냐구?"


"물론, 이사오느라 수고 많았으니 내가 주는 특별식이야. 다들 맛있게 먹고 내일 보자."


농장주인씨는 그렇게 말하고 수레를 끌며 분지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곧 분지로 들어오는 유일한 출입구가 닫혔다. 흠집 도스는 자신  역시 배가 고팠기에 다른 마리사들을 보다가 한움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약간 레몬향이 풍기는 새콤달콤한 이 맛은 난생 처음이었다.


"~!!~♡!"


배부르게 사탕을 먹고나서 분지 곳곳을 돌아다니던 마리사들은 다들 배가 불러서인지 하나둘 잠들었다. 8마리 도스들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고 흠집 도스도 깊숙히에 굴을 파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흠집 도스는 어째선지 이곳에서 풍기는 기분나쁜 냄새에 깊게 자지는 못했다. 일어나보니 멀리에서 다른 마리사들이 시끄럽게 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흠집 도스는 굴 밖으로 천천히 기어나왔다.


"이봐, 여기도 하나 있다고!"


밖으로 나오자 처음보는 복장의 인간씨가 자길 보더니 다른 곳을 향해 소리쳤다. 아, 먹이주기 코스의 손님인가보다. 도스가 여럿 있는 농장은 흔치 않으니까 이런 반응도 많았다.


"반갑다구 인-"


탕-!! 도스의 머리 한구석이 날아갔다. 도스는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뭐야? 뭐에 맞았지? 왜? 도스는 나쁜 거 없는데? 그보다 아프잖아?


"염병, 언제 쏴도 이건 반동이 너무 심해."


인간씨는 들고있던 물건을 한번 짤깍이고는 그걸 다시 흠집 도스에게 겨눴다. 흠집 도스는 겁에 질려선 무작정 도망갔다.

도망치는 길은 지옥도 그 자체였다.

어제 신경쓰이던 그 냄새는 엄청 강렬해져 있었다. 곳곳에는 죽은 마리사들의 사체가 널려있었다. 흠집 도스를 쫓아오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었다. 쫖아오던 사람들이 쏜 총이나 화살에 맞아 생긴 상처들은 팥소를 질질 흘리며 도스의 생명줄을 갉아가고 있었다.

입구, 입구로 가자. 농장주인씨라면 그들을 내쫓아줄 것이다.


"도스, 도망가!!"


흠집 도스에게 다른 친구 도스가 소리쳤다. 흠집 도스는 그곳을 쳐다봤다.

자신과 절친이던 그 도스는... 한쪽 눈에 화살이 박히고 땋은 머리는 타 없어지고 온몸에서 팥소가 줄줄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저 인간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걸까?


"하....하지만 도스는!!"


"마리사는 이제 한계야. 도스가 가서 주인씨에게 이곳 상황을 전해달라구. 마리사가... 저 악당들을 막아볼게!"


"그래도..."


"어서 가! 모두 다 죽어버렸는데 모두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 생각이야?!"


도스가 윽박질렀다. 흠집 도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홱 돌아서 달렸다.

흠집 도스를 보며 도스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반드시 흠집 도스가 도망칠 때까지 시선을 벌고말겠다. 아직 한번도 써본 적 없는 도스 스파크지만... 반드시 성공해서 저 악당들을 막겠다!

어느새 악당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도스으-!!"


흠집 도스는 달리고 달려 유일한 출입구에 도착했다.

출입구 위에는 농장주인씨가 걸터앉아 있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모르는 얼굴로.


"주인씨!! 지금, 지금 안에!!"


"알아."


흠집 도스는 표정이 밝아졌다. 상황을 안다면 해결책을 내 줄것이다.

곧 그가 저 악당들을 내쫓아 줄 것이다.


"그게 니들 용도야."


"늣?"


어?

이게 무슨 소리지? 그게 우리들 용도라고? 흠집 도스는 당황한 얼굴로 주인을 올려다봤다.

농장주인씨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쭉 이었다.


"너흰 원래 사냥당하기 위해 길러진거야. 농장에 남은 절반도 지금 가공소로 가서 죄다 갈려죽었어."


"무슨... 소리야? 주인씨는 지금까지 무척 친절했잖아...?"


"너희 용도가 이거니까."


곧 흠집 도스의 등 뒤까지 그 사람들이 쫓아왔다.

흠집 도스는 현실을 부정했다. 이건 꿈이야. 틀림없는 꿈이야.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는걸. 그러니까, 이건 전부....

탕-!!


"이번 사냥도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암요. 방금 도스는 스파크까지 쏘면서 저항하던데, 처음 쓰는 스파크를 잘 다룰리 있겠습니까? 크게 헛발치고 절망에 빠진 눈이 어찌나 볼만하던지!"


농장 주인은 즐거운 목소리로 고객과 이야길 나눴다.

이 마리사 농장에서 팔리지 못한 '재고품'과 '낙제품'은 가공소나 학대파를 위한 상품으로 팔려나갔다. 문제는 값이 비싸 잘 팔리지 않는 도스였다.

그때 농장 주인은 문득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프리카의 사자 농장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도스들도 그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산골의 도스들에 비해 훨씬 나약하고 잡기 편하지만 덩치는 못지않은 이 사육 도스들은 도스를 사냥하고 싶지만 기회를 놓치거나 실력이 나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특히 중간마진 없이 훨씬 저렴한 값에 중추팥소를 사갈 수 있어 수익도 아주 좋았다.





"늣! 인간씨, 늘 밥을 챙겨줘서 고맙다구!"


땋은 머리가 네갈래인 도스가 밥을 먹다 말고 즐거운 목소리로 농장 주인에게 소리쳤다.

농장 주인은 밝은 얼굴로 도스를 쳐다보다 뒤돌아서서 농장 울타리 밖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끝.




-사자 농장
아프리카에 있는 농장. 어린 사자를 포획해와 농장에서 기른다.
사자가 어릴 적에는 손님들과 놀게 시키며, 청소년기 사자는 관람객들과 산책을 시킨다.
맞으며 자란 사자들은 관람객이 나무막대를 들고있는 것만 봐도 무서워하며 덤비지 못한다.
다 자라 야성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구역을 옮겨 기른다. 이렇게 다른 구역에 사는 다 자란 사자들은 사냥이 취미인 손님들에게 총이나 활로 사냥당한다. 백수의 왕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쾌감이 상당하다며.
일부 사자는 번식을 시켜 후대를 낳게 하지만 그 후대들의 운명도 똑같다. 사람 손에 자라 야성을 잃은 사자는 사람에게 벗어나지 않으면 죽게 되겠지만 사람에게 벗어나도 이미 야성을 잃은 그들은 더는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다.
  • profile
    미리내미르 2016.01.17 10:35
    그런것도 있군요... 우와아
  • profile
    김병투 2016.01.17 10:35
    오늘 호랑이에 관한 글을 읽다 애완 호랑이 이야기를 보자 떠오르덥니다.
    세상엔 별게 다 있으니까요!
  • profile
    류민혜 2016.01.17 10:35
    오오...
  • profile
    김병투 2016.01.17 10:35
    군대가 코앞으로 올수록 뭔가 창작욕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막상 이젠 시간이 거의 없는걸!
  • ?
    joL2.5 2016.01.17 10:35
    크앗! 인간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윳쿠리들 이야기라니! 취향저격!
  • profile
    김병투 2016.01.17 10:35
    닝겐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
    느긋한철수 2016.01.17 10:35
    부러 사냥용으로 풀어놓은 것이군요.
  • profile
    노비코프 2016.01.17 10:35
    살고싶으면 인간을 따돌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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