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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3 21:08

실험용 윳쿠리 사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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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단편] 실험용 윳쿠리 사육장



*자작설정 있습니다*

 

----------절취선----------

 

윳쿠리.

대략 십년 전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등장하기 시작한 녀석들.

생물학계부터 시작해,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이 녀석들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팥소에 기반한 신체구조.

인간의 말을 할수 있다는, 경이로울 정도의 의사소통 능력.

놀라운 번식력과 생명력.

덤으로 귀여운 외모.

사람들이 관심을 안 쏟는게 오히려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그 관심의 결과로 윳쿠리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식용으로써의 윳쿠리 연구라던가, 애완동물로써의 연구라던가, 아니면 순수한 학문으로써의 연구라던가......어쨌든 이런 연구가 활발하기 때문에 나는 밥 굶을 걱정 없이 살아갈수 있는 것이다.

나는, 실험용 윳쿠리를 대량으로 양식해 파는 사람이다.

 

 

"좀 더 느긋하게 있고 싶었어......"

5번 레이무가 죽었다. 나는 죽은 레이무가 들어있는, 5라고 쓰여진 내 무릎 정도 높이의 미니 콘테이너로 다가갔다.

천장 부분을 열수 있도록 제작된 미니 콘테이너의 천장을 열고 죽은 환자의 몸에서 링거와 잡다한 생명 유지장치들을 떼내듯, 나는 레이무의 몸에 꽃힌 몇개의 링거들을 뽑아냈다. 이 잡다한 물건들은 살아있는 윳쿠리에게나 필요하지, 죽은 윳쿠리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주머니에서 굵직한 나뭇가지를 자를 때 쓰는 정원가위를 꺼내 레이무의 이마에 길게 자란 줄기를 싹뚝 잘라냈다. 잘라낸 줄기의 절단면에서 주르륵 흘러나온, 물엿같은 윳쿠리의 체액을 낼름 핥아 먹은 뒤(굉장히 달다!) 나는 줄기에 맻혀있는 윳쿠리들을 봤다. 겨우 이목구비만 달린 방울토마토 정도의 열매가 세개. 아마 맻힌지 하루밖에 안됐을 것이다. 이 정도 크기의 열매는 그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매달려 있을 뿐 아기 윳쿠리 특유의 윳윳거리는 소리도 못내고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더 지나야 당분으로 된 머리털이 나고 젤리 재질의 눈을 뜨며,  맻힌지 4~5일이 지나면 머리장식이 생기고 윳윳거리며 떠들기 시작한다. 이때 줄기에서 떨어져도 충분히 살수 있지만, 식물형으로 태어나는 대부분의 아기 윳쿠리들은 일주일 정도 줄기에 머물러 있다. 아기와 줄기와의 접합은 의외로 단단해서, 어지간한 충격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줄기에 맻힌, 이 하루밖에 안된 윳쿠리들은 내 일에서 전혀 쓸모가 없다. 나는 줄기에서 열매 세개를 떼어 한입에 삼켰다. 별로 맛은 없다. '아기 윳쿠리가 불순물이 없어서 제일 맛있다' 라고들 하는데, 그것도 머리카락 나고 눈을 뜨는, 생후 이틀에서 사흘 된 녀석들의 이야기다. 지금같이 맻힌지 하루밖에 안된 녀석들은 아주 약간 달달할 뿐, 거의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나는 아기 윳쿠리가 없어진 줄기를 [소각장으로] 라고 써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죽은 어미 레이무를 미니 콘테이너 밖으로 꺼냈다.

"끙차!"

이곳에서 죽은 윳쿠리들은 어림잡아 백마리가 넘고, 죽은 윳쿠리들을 치우는 것도 전부 내 몫이다. 항상 하는 일이지만 녀석들은 진짜 무겁다. 하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녀석들은 야생에서 혹은 인간의 집에서 돌아다니는 다른 윳쿠리들과는 달리, 미니 콘테이너에 넣어져 그리 많이 움직이지 못한다. 식사로는 하루에 두번씩 윳쿠리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인 오렌지 쥬스가 제공된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하루에 두끼나 먹으니 몸집이 커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결국 이곳의 녀석들은 보통의 윳쿠리들보다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이다. 이 상태로 야생으로 풀어주면 무리의 리더가 되겠지만, 콘테이너 안에 들어가면 평생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할 녀석들에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죽은 레이무를 끌어내, [가공소] 라고 쓰여진 상자에 넣었다. 여기서 수명이 다해 죽은 윳쿠리들은 가공소로 보내져 만쥬가 된다. 비록 죽은 윳쿠리지만, 검게 변색한 겉껍질을 벗겨내고 안의 팥소만을 만쥬의 재료로 쓰므로 위생상으로 전혀 문제 될 건 없다.

어쨌든, 5번 레이무가 죽었으니 이녀석의 대타가 될 새로운 윳쿠리가 필요하다. 나는 윳쿠리들이 들어있는, 밀봉된 미니 콘테이너가 잔뜩 있는 사육장을 나와 담배를 한대 태우며 중얼거렸다.

"뭐, 그렇게 걱정할 건 없으려나......"

지금쯤 집에 가면, 레이무의 대타가 하나 들어 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통제실이라는 팻말이 달린 방 안으로 들어가, 방 안의 기계 앞에 앉았다. [오렌지 쥬스 공급] 이라고 쓰여진 라벨이 붙은 기계를 조작해, 한 시간 뒤에 사육장의 미니 콘테이너 안에 있는 모든 윳쿠리들에게 한번 더 오렌지 쥬스를 공급하기로 예약한 뒤 사육장의 문을 잠구고 집으로 갔다.

 

"윳! 여기는 마리사님의 윳쿠리 플레이스야! 할아범은 느긋하게 여기서 나가!"

십분 뒤, 집에 도착한 나는 하마터면 환호성을 지를 뻔 했다.

내가 쓰는 방 옆에는 아무도 안쓰는 방 하나가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창고로 쓰거나 놀려두는 방 같지만, 사실 이 방은 윳쿠리 덫이었다. 대문을 통해 직접 들어오지 않아도 창문을 통해 이 방에 들어올 수 있는데, 나는 친절하게도 윳쿠리들이 들어오기 쉬우라고 창 바깥쪽에 박스를 쌓아 계단 비슷하게 만들어놨다. 창문 또한 윳쿠리들이 쉽게 열수 있도록 일부러 허술한 것을 골라 달았다.

"할아범 바보야? 여기서 느긋하게 나가란 말 못들었어? 뭘 보는 거야? 이건 마리사님의 달콤달콤이야! 할아범에게 줄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이 근처에 다른 집들도 많기 때문에 윳쿠리가 항상 내 집으로 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까 봤듯 사육장에서 수명이 다해 죽은 윳쿠리들을 가공한 만쥬를 그릇에 담아 잘 보이게 방 한가운데 놔뒀다. 내 앞에서 건방진 소릴 늘어놓는 마리사의 입가에 뭍은 부스러기가 바로 그 만쥬였다.

어쨌든, 내가 가만히 있자 마리사는 화가 난다는 듯 몸을 부풀린 상태에서 펄쩍 펄쩍 뛰었다.

"할아범, 마지막 경고야! 빨리 여기서 안나가면 마리사님이 느긋하지 못하게 제제해주겠어!"

씨익, 문답무용. 더 할말 따윈 없었다. 나는 마리사에게 달려들었다. 마리사도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린 윳쿠리라면 싱겁게 끝나겠지만, 이녀석은 성체니까 조심할 필요가 있다.

"느긋하지 못한 할아범은 제제할거야!"

우선 몸통박치기. 어린 윳쿠리들은 부딫혀봐야 아프지도 않지만, 다 큰 윳쿠리, 즉 축구공만한 사이즈의 윳쿠리가 부딫히면 멍이 생길 정도로 제법 아프다. 어떤 녀석은 농구공만한 크기로 자라기도 하는데, 이런 녀석에게 부딫히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고 한다)나는 직접 당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다). 몸 안의 팥소 질량을 순간적으로 늘려서 더 육중한 타격을 줄수 있다나 뭐라나...... 어쨌든 나는 달려드는 녀석을 살짝 피한 다음 공을 차듯 뻥 걷어찼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죽이 터져 팥소가 질질 나와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이 녀석은 죽은 레이무의 교체용으로 사육장에서 키울 놈이니까 함부로 다뤄선 안된다. 적당히 힘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유게엑!"

마리사는 비명을 지르며 벽에 머리를 부딫혔지만, 고개를 돌려 다시 달려들었다.

두번째로 조심할 것은 물기.

녀석들의 이빨은 엿이나 사탕으로 이뤄져 있다. 축축한 녀석들의 입 안에서 이빨이 녹아 서로 달라붙지 않는 이유는, 사탕이나 엿 재질 이빨에 얇은 막으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윳쿠리들은 영구치가 난 채로 태어나고 덩치가 커지면서 이빨도 함께 자라는 희한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린 윳쿠리라도 힘껏 물면 제법 아프다. 다 자란 윳쿠리에게 물리면 피가 나거나, 심하면 살점이 떼어질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나는 경험해보지 않았다. 나는 녀석의 이빨을 간만의 차로 피한 다음, 힘껏 뺨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녀석의 엿 이빨이 몇개 부러져서 땅에 튕겼다.

"느긋하지 못한 할아범은 느긋하게 죽.....유겟!"

"마리사님은 숲의 와......유킥?!"

"마리사님의 윳쿠리 플레이ㅅ.....유아악!"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해.......유컥!"

그 뒤로 나는 실컷 마리사를 두들겨 팼다. 고통스럽지만, 말랑말랑하고 탄력있는 피부가 터지지 않을 정도로 힘조절을 해 퍽퍽퍽 두드려 패는 것. 이것이 일종의 노하우다. 뭐 오렌지 쥬스를 주면 낫긴 하지만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바뻐질 놈에게 그런 귀찮은 일을 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또 다른 노하우라면, 윳쿠리의 기가 죽을때까지 계속 패야한다는 것.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같은 말을 한다고 해서 믿으면 안된다. 그런 말을 듣고 구타를 멈추면, 빈틈을 노려 있는 힘껏 공격을 하고 도망치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윳쿠리에게 해야할 작업을 생각한다면 윳쿠리가 날뛰지 못하도록 충분히 힘을 빼놓는 목적도 있다. 즉 뭔 말을 해도 무조건 기절하기 직전까지 두드려 패는 것, 이것이 사육장에 넣을 게스 윳쿠리를 손봐주는 방법의 또 다른 노하우다.

윳쿠리 애호단체에서는 '잔인하다', '비인간적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만, 나는 착한 윳쿠리에게는 아무 짓도 안한다구? 이 마리사처럼, 남의 집에 함부로 쳐들어와 폭언을 내뱉는 게스 윳쿠리만을 노릴 뿐이지!

어쨌든 삼십분 뒤, 마리사는 완전히 뻗었다. 유후- 유후- 하는 가쁜 숨만 겨우 내쉴 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이 정도 상태가 되면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 나는 혹시라도 마리사가 들어왔던 창문으로 나가지 못하게끔 창문을 잠그고, 서둘러 인두를 가져왔다.

내가 인두를 달구는 것을 본 마리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뭔지는 몰라도 분명 느긋하지 못한 거라는걸 본능으로 알아챈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힘이 다 빠진 주제에. 나는 게스 마리사를 힘껏 붙잡고 잘 달궈진 인두로 눈을 지지기 시작했다.

"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치이이익, 젤리가 타면서 달달한 냄새와 함께 치이익 소리가 났다. 마리사의 비명이 온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한번 눈을 태운다. 치이이익!

"유아아아아아아악!! 마리사의 눈이이이이! 안보여어어!! 어째서 이런 짓 하는거야아아아아아아!!"

"그야 너가 남의 집에 함부로 처들어온 게스니까 그런거지, 이 똥만쥬야!"

"유아아아아아! 마리사를 느긋하지 못하게 만든 할아범은 느긋하지 않게 죽어어어어어!!"

두 눈을 인두로 지지자, 마리사는 꿈틀거리며(나에게 얻어맞고, 인두로 눈을 지지때의 고통으로 힘을 다 써버렸다), 방알을 뒹굴뒹굴 구르며 소리질렀다. 시끄러운 자식.....두 눈이 뻥 뚫린게 엄청 기괴하게 보였으므로, 나는 논을 꽉 억누르고 인두와 함께 가져온 물에 탄 소맥분을 두 눈구멍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구타 이후의 다음 단계, '장님 만들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윳쿠리들이 사육장의 미니 콘테이너 안에서 꺼내달라고 버둥거려 시끄러우며, 저부를 굽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도망칠 위험이 있다. 또한 폐쇄된 공간에서 홀로 있는 스트레스를 받아 수명도 짧아진다. 저부를 굽지 않는 이유 역시 스트레스 때문이다. 다 자란 윳쿠리 세마리가 들어가면 꽉 차는 정도의 미니 콘테이너. 그 안에서도 느긋하게 움직일수 없다면 내가 윳쿠리라도 답답해할게 분명하니까.

여튼, 나는 텅 빈 눈구멍을 소맥분으로 매운 마리사의 모자를 빼앗아서.....

"유아아?! 느긋한 마리사의 모자 돌려줘, 돌려줘!! 어디있어! 어서 모자를 돌려달라고 망할 할아범!!"

갈기갈기 찣었다. 귀가 없는데도 용캐도 소리를 듣고 날뛰지만, 장님이 됬는데 찾을 리가 없지.

"유아아아아아아! 느긋할수 없어어어어!!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아아!"

"말했을 텐데? 니놈이 게스 똥만쥬라서 그렇다고 말야."

대꾸한 뒤, 나는 마리사에게 눈가리개를 씌웠다. 달걀귀신같아서 보기 흉하니까. 그리고 녀석들 집어들어 차에 실은 뒤, 다시 내 사육장으로 향했다.

 

사육장에 도착한 나는, 5번 콘테이너의 천장을 열고 놈을 집어 넣었다. 녀석은 아프다고 소리쳤지만 내가 알바 아니다. 콘테이너 구석에 떨어져 있던 링거를 집어들고 마리사의 뒤통수에 찌른다. 눈이 안보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했는지 아까처럼 발버둥은 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유아악! 아퍼! 느긋하지 못해!!"

이건 오렌지 쥬스를 공급하는 링거다. 특수 제작된 주사바늘의 끝에는 작은 미늘이 달려 있어 윳무리가 버둥거려도 쉽게 빠지지 않으며, 링거 호스의 길이도 충분히 되서 윳쿠리가 미니 콘테이너 안을 돌아다녀도 빠지지 않는다. 이제 이걸로 하루에 두번씩 영양 공급이 이뤄지므로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 하긴, 여기 사육장의 콘테이너 안에 갇힌 녀석들은 죄다 장님이니까, 눈 앞에서 먹이를 줘도 먹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게 또 있다. 나는 끝에 큼직한 주사바늘이 붙은 투명한 호스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링거가 꽃힌 마리사의 등짝에 푸욱 꽃았다.

"유아아아아아아악!!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아아아아아아아!!"

앞서 링거가 식사 대용이라면, 이건 화장실 대용이다. 하루에 한번씩, 이 호스는 윳쿠리 몸 안의 오래된 팥소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비록 신체구조가 다르다지만 윳쿠리도 생물. 먹으면 당연히 배설을 한다. '응응'이라고 불리는, 몸 안에 있는 오래된 팥소를 대변처럼 배설하는데, 이걸 배설하기 전에 미리 뽑아 없에주는 것이다. 결국 배설을 할 필요도 없다.

"뭐, 대충 설치는 끝났나......."

"마리사에게 무슨 느긋하지 못한 짓을 한거야! 망할 할아범 대답해!"

마리사가 떠들었지만, 이제 용무가 끝난 녀석에게 볼일은 없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5번 콘테이너의 뚜껑을 닫았다. 뚜껑 안에서 희미하게 '무시하지마아아아아아아!' 같은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녀석에게 일을 시키고 싶었지만, 이것 저것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이틀 정도는 놀려야 한다. 그때쯤이면 자신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고 얌전해지기 때문이다. 신입 마리사는 끝났고, 이제 기존 녀석들을 돌봐야 할 차례다. 10개씩 줄을 맞춰 사육장 안에 놓여진 미니 콘테이너들을 지나, 나는 17이라고 써진 미니 콘테이너로 갔다. 이 녀석은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사탕을 뺏어먹어 잡혀온 게스 앨리스였다. 윳쿠리 구제 센터에 잡혀 들어가 안락사당할 뻔한 녀석을 데려온 것이다. 물론 지금의 마리사처럼 장님을 만들고 눈가리개를 씌운 뒤 링거와 호스를 연결했다.

콘테이너의 천장을 열어도 분명히 그 소리를 들은 앨리스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좁은 콘테이너 안에서 먹이는 충분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절망해서 감정이 둔해져 버린 탓이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윳쿠리들이 이렇다.

그래도 상관 없다. 육체적으로만 건강하다면야......나는 이마에 돋아난 줄기로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태어난지 이틀째인 아기 윳쿠리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 사육장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 녀석들 때문이다.

나는 이 녀석들을 거둬 많은 숫자의 대학교와 실험실에 납품한다. 녀석들은 윳쿠리에 대한 거의 모든것을 연구하는 학자와 교수들, 그리고 학생들의 실습용 교재인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을 있는 그대로 납품할 수는 없다. 일단 시끄럽다. 대학교에서 윳쿠리 해부 실습을 하는데 입이 그대로 있는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아기 윳쿠리라도 이빨이 있어서, 물리면 의외로 아프다. 실험하는 학생이나 교수들이 다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아까 마리사의 눈을 지졌던 인두를 이용해, 녀석들의 입을 구운 뒤에 납품해야 한다. 전화로 특별 주문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지(가령, 4일 전에 윳쿠리의 입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윳쿠리를 주문한 대학교의 경우처럼). 인두가 충분히 달궈지자, 나는 줄기에 매달린 윳쿠리들의 입을 하나씩 굽기 시작했다.

"유끼.....!"

치이익, 생후 이틀 된 윳쿠리는 머리카락이 나고 눈도 뜨고 입도 열린다. 머리장식이 없는 것 빼면 완벽한 어미의 복제판이다. 하지만 목소리는 작기 때문에, 굉장히 청력이 좋은 윳쿠리가 아니라면 이 아기 윳쿠리의 비명을 들을 수는 없다. 다만 저부를 씰룩여 몸을 흔들거리며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질질 흘릴 뿐이다. 줄기에 있는 다른 자매들도 첫째의 위험을 알았는지 떠들기 시작한다. 어미에게 구조요청을 보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윳윳윳!"

"유윳!"

하지만 그렇게 작은 소리로는 들리지도 않는다. 나는 여유롭게 아기 윳쿠리의 입을 차례대로 구웠다. 앨리스의 줄기에서 자란 아기는 레이무종과 앨리스종이 1:1 비율로 있는 12마리. 야생에서는 이 정도로 많이 아기를 낳진 않으며, 설령 이렇게 낳는다 해도 어미가 영양실조로 죽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게 가능한 건 오렌지쥬스의 막강한 위력 덕분이겠지. 아기들의 몸부림이 미약한 탓인지, 아니면 이미 다섯번이나 이런 식으로 아기들을 빼앗겨서 무덤덤해진 탓인지 앨리스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어쨌든 상관 없다. 아기들은 성공적으로 입이 구워졌고, 5일만 더 지나면 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모두 정상적인 건강한 아기 윳쿠리가 될 것이다. 이때 다시 와서 아기들을 수확하면 된다. 나는 17번 콘테이너의 천장을 닫았다. 그 다음에 간 것은 23번. 이곳에는 신입 마리사처럼 내 집에 쳐들어왔던 레이무가 있다. 어제 수확이 끝나서 줄기를 버렸으니 이제 다시 아기를 낳아줘야 한다. 콘테이너 문을 열자, 눈가리개를 한 레이무가 무덤덤히 앉아있었다. 사육장에서 제일 환영하는 종이 바로 이 레이무종이다. 왜냐하면, 모성애가 강하고 다른 윳쿠리보다 아기를 많이 낳기 때문이다(저번에는 무려 22마리를 낳았다! 오렌지쥬스 만세!).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에 아기를 수확할때면 소리지르고 욕을 퍼붓지만, 그대신 줄기의 아기들에게 더 많은 양분을 아낌없이 내주기 때문에 아기들의 성장속도도 빠르고, 납품할 아기의 질도 다른 종보다 좋다.

소리지르고 욕을 퍼붓는 게 문제라지만, 두 세 번만 수확하면 체념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싫은 소리 좀 들으면 된다(데이부라고 불리는, 모성애도 없는 진성 게스 레이무는 아기를 가져가건 말건 오렌지쥬스만 주면 아무 말 안해서 좋지만 이쪽은 아기들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

어쨌든,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냈다. 그냥 평범한 팥소처럼 보이지만 정자 팥소라는 거다. 번식행위를 할때 이걸 생식기에 주입하면 아기를 낳는다고 하지만, 생식기가 아니라 그냥 아무데나 주사해도 문제없다.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는. 나는 레이무의 정수리에 주사기를 꽂았다. 레이무는 움찔했지만, 내가 주사기의 피스톤을 밀어 정자 팥소를 안으로 주입하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팥소 주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무의 이마에 작은 줄기가 돋았다. 내일이면 길게 뻗은 줄기에 아기 윳쿠리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겠지.

나는 23번 콘테이너를 닫고, 다른 콘테이너로 향했다.

 

더 많은, 아기 윳쿠리들을 수확하기 위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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