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 ?
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동방전경담 외전 - 동생과 나
원인은 모른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숨 쉬는 것 뿐. 시체처럼 방구석에 누워 천장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아니 이제 바라보지도 못한다. 눈꺼풀을 지탱 할 힘이 없으니.
"오빠......"
옆에서 광희는 그저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을 뿐.
오빠는 한달전 갑자기 쓰러졌다. 공교롭게도 오빠가 광희를 처음 발견했던 그 쓰래기장에서. 광희가 새 삶을 살 수 있었던 구원의 손길이 닿은 그 장소. 과거 오빠도 버려졌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발견된 장소.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여기는 하늘나라. 인간들의 운명을 관장하는 부서. 너댓 쯤 되어보이는 수의 선인들이 폭포수에서 비취주는 인간세상을 보고 있다.
'여어 어떻게 되가냐?'
젊은 선인 한명이 배 나온 선인에게 물었다.
'아아. 곧 클라이막스야 큭큭큭.'
'시나리오는 어떻게 짰는데?'
'수마를 보냈으니 저 계집은 곧 잠에 빠질거야. 그때 인물 좀 괜찮은 녀석이 옷 좀 쫙 빼입고 꿈에 들어가는 거지.'
'그리고?'
'저 계집에게 "산 사람의 뼈를 배어 먹이면 가희 좋으리라."라고 말하는 거야.'
'애이 야. 저번에 그랬다가 옆집 가족 몰살시킨 녀석 기억안나?'
'걱정마. 저 녀석은 절대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게 설정해놨다고! 시험삼아 가정폭력이라는 환경을 만들었지만 결코 남에게 분노가 돌아가진 않았다고! 어때! 걸작이지?'
'미친새끼 큭큭큭. 그래 그런 다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어떻게 산 사람의 뼈를 먹이겠어? 당연히 지 몸을 잘라먹일 생각까지 가지!'
'오호라 그거냐? 동국삼강행실도?'
'정답! 큭큭. 그렇지만 제 살을 자르는게 어디 쉬워? 그러니까 존나 고민할 거 아냐! 그리고 마음 잡고 실행하기 직전에 퍼엉~하고 나타나서 대충 물 한바가지 주고 영약이라고 하는거야. 그리곤 살려주면 되지 뭐. 아참 대사는 이거지! "네 정성이 갸륵하도다. 자 이것은 영약이니 마시면 장님도 눈을 뜨고 앉은뱅이도 걸을 수 있으리라."'
'캬하하하! 존나, 그거 언제적 대사냐!'
'병신아! 큭큭! 그러니까 벌칙게임이지!'
'아아~~손발이 오그라든다. 진짜!! 야! 나 한번만 봐주라!'
'안돼 새꺄! 벌칙게임은 엄격해야 한다! 싫으면 옥황상제님께 "사랑해요~ 알랴뷰!"하고 오던가!'
'시바...알았다 새꺄!'
'야! 녹화 잘해! 두고두고 소장할테다! 낄낄낄'
하늘나라의 선인들은 적어도 지상의 존제에 대해서는 운명을 정하고 바꿀 수 있다. 마치 인형놀이를 하듯.
순수하게 인형으로만 극을 진행하기도 하나 간혹 인형사가 극에 참여하듯, 이들도 스스로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의 배우로 참여하는 것이다.
'오! 잔다! 작전 개시!'
'빨랑가 새꺄!'
'오냐오냐..'
그리고 준비한 대로 일은 진행되어 갔다. 광희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어떻게 하면 산 사람의 뼈를 구할까 고민했다.
'야... 저년 너무 오래끄는데?'
'아 쉬바 쉬는 시간 거의다 끝나가는데?!'
'어이 저 오래비 상태좀 악화시켜봐.'
"쿨럭!..칵!"
"..?! 오빠?!"
철은 피를 한말 닷되를 뱉어 냈다. 그래도 선인들이 '죽음'까지는 상태를 낮추지 않았다. 물론 그걸 알 리 없는 광희는 눈이 돌아간다.
"오빠아아아!!!!"
'어떡해? 대체 어떡해?! 오빠는..오빠는 날 살려줬는데! 난 왜 아무것도 못하냐구! ..그치만 산 사람의 뼈? 어떻게 구하라는 거야?! 오빠를 살리려면 다른 사람이 다쳐... 부탁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 아냐 부탁을 들어준다 해도 그 사람이 죽는건 아니니까 들어줄지도 몰라... 하지만 대뜸 자신의 뼈조각을 달라고 하면 미쳤다는 말만 듣겠지...아니아니! 그래도 해 봐야해!! 아냐...안될거야.. 그래도 해봐야.. 아니아니 안될거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력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쓸모없는 손은 여지껏 무엇을 해왔단 말인가. 절망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무력한 손만 바라본다.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쓸모 없어?
"......."
'응?'
'왜그래?'
'뭐야...이거..'
'악! 오류 떴어!'
광희의 의식부분에 오류가 생겼다.
'시발! 뭔진 모르지만 빨리 복구해!'
'나 혼자선 불가능해! 야. 오류난 부분좀 같이 찾아봐!'
벌칙담당마저도 옷을 입다 말고 달려들어 오류를 찾는다.
인간의 운명에서 생긴 오류는 시간이 지나면 고착되어 수정이 불가능하다. 오류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옥황상제에게 불려가서 떡실신이 되도록 기합을 받는다.
'아! 다음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야! 벌칙! 당장 가서 말려!'
광희는 손을 보고 생각했다.
"왼손 말야.... 손가락 한두개 쯤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겠지?"
쿵쿵쿵쿵. 지하 창고로 내려간다. 부모님이 일 하실때 쓰던 연장이 있을 거다.
"아냐.... 아무리 잘 들어도 칼은 안돼. 살과 뼈를 분리하는게 목적이니까. 좀더 좋은게..."
'우와아악!!! 저년 완전 미쳤나봐!! 대체 어디에 오류가 난거야! 빨랑 찾아!'
'시발놈아. 이 방대한 설정속에서 빨리도 찾겠다!'
광희의 눈에 띈 물건은 바로 소방용 도끼. 날 면적도 손바닥 정도로 딱 적당하다.
'벌칙! 넌 뭘 꾸물대!'
'잠깐만 신발 끈좀 매고...'
'썅놈아 지금 그걸 따질때냐!'
'저번에 이동중에 신발 분실해서 연병장 좆뺑이 친거 기억 안나냐!'
"오빠..좀만 기다려."
어느새 광희는 숫돌 위에 왼쪽 새끼 손가락을 올려 놓고 오른손으로는 소방용 도끼를 잡은체 준비를 마쳤다.
"약 만들어 줄게!"
콰직
'우...우웨에에에엑!!!'
벌칙담당이 비위가 약했던 걸까. 신발끈을 매다가 그대로 신발위에 토해버렸다.
'워매~~~씨벌!'
'잰장! 저년 대체 뭐 어떻게 된거야! 왜 망설임이라곤 없는 건데?'
'벌칙담당! 토하지좀 말고 근성으로라도 가!'
'새꺄! 손가락 벌써 짤랐는데 어쩌라구! 뒷북으로 약 주면 좋아라 하겠다!'
잘린 손가락을 도끼 등으로 다진다
으적 으적 으적
"오빠는 아프니까 딱딱한 뼈를 씹기 힘들거야! 그러니까 다져서 줘야지!"
잘게 다진 후 도끼 날의 면으로 꾹꾹 누르고 뭉쳐서 그릇에 담았다. 아무래도 손으로 다지는 건 한계가 있으니 믹서기에 넣고 한번 더 돌렸다. 그리고 완성된 약을 가지고 쪼르르 방으로 들어간다.
"오빠! 약이야! 얼른 먹고 나아야 해!"
빈사상태의 철의 입을 벌리고 강제로 우겨 넣는다. 뒷 목을 치고 볼을 움켜쥐는 등 어떻게는 넘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야...야! 뭐야 저거! 저 오래비 죽어가는데?'
'야! 저 오래비 운명 담당 어디갔어?!'
'아까 건강상태 낮춰 놓고는 화장실 같는데?'
'씨발! 수명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 수명 홀드 안걸어 놨어?!'
수명 홀드란어떤 조작을 해도 수명만은 유지하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 장치다.
선인들이 짓는 가장 큰 죄는 함부로 담당 인간의 수명을 승인 없이 변형시키는 것. 수명은 처음에 설정한 후 바꾸려면 옥황상제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꾸지 않더라도 다른 수치를 조절하면 수명이 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함부로 수치를 바꾸면 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인들이 장난을 치기 위해 수명홀드라는 장치를 만들었다. 문제는 각 인간의 운명을 건드리려면 그 인간의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 인간의 운명 담당자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야! 해킹해!'
'미쳤어! 너 좆뺑이 또 칠려고?'
'인간세상에 떨어지는 것 보다는 났지!'
"오빠....아직도 안 나은거야?"
약 먹었다고 바로 펄펄 뛰면서 좋아지는줄 아냐?
"아무래도 내 정성이 부족했나보네!"
방을 나서서 다시 숫돌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는다. 왼손 무명지.
"이번엔 내가 오빠를 살릴 차례야!"
우직
"아.. 좀 덜 잘렸네.."
뚜둑
덜 잘린 손가락을 마저 꺾었다.
마찬가지로 가공(?!)해서 오빠에게 먹인다.
'비밀번호 찾았어! 입력해!'
'완료!'
비밀번호는 풀었지만 산넘어 산. 옥황상제의 승인이 없는 이상 수명을 바로 직접적으로는 늘일 수 없다. 여러 요소의 수치를 일일이 변화시켜야 한다.
'시발! 수정할 게 너무 많아!'
'개새끼! 나중에 두고보자!'
한 요소의 수치를 올리면 다른 것에 영향을 주고. 오히려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애라 될대로 되라!'
그냥 닥치는 대로 수치를 높였다. 뭐든 눈 앞에 보이는 수치를 즉각즉각 올렸다.
"오빠....아직도 내 정성이 부족한거야?"
손가락 두개를 먹여도 석강철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글쌔 먹는다고 갑자기 좋아지는 약 따윈 없다니까..
"그래... 한두개로 안되면 내 손가락, 발가락, 모든걸 잘라서라도 살릴게 오빠."
바야흐로 광희는 중지를 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빠덕분에 산 목숨이니..까!"
슈웅
"광희야!!"
콱!
"오..빠?"
철은 어느새 도끼날은 맨손으로 잡고 있었다.
"오...빠?! 오빠!"
왈칵 품으로 달려드는 광희.
"뭐..뭐하는 거야! 손이 피범벅이잖아!"
"오..오빠... 살아줘서 고마워!"
'허억 허억... 겨..겨우 살렸네.'
'하아.... 수명홀드 안 건 그새끼 이따가 좀 조져야겠어.'
'근데...야 저 오래비 뭔가 이상한데?'
한 선인이 석강철의 데이터를 읽어 본다.
'야.. 아주 이상한 인간을 만들어 놨네.'
'뭐야? 뭐 초능력이라도 생겼어? 변신이라도 해?'
'아니...뭐랄까... 무기 효소 같은 놈일세.'
'뭐냐? 이과생 티 내지 말고 알기쉽게 설명해봐!'
'그.러.니.까! 보통 생체 효소는 온도가 올라갈 수록 효율이 일정하게 증가하다가 점점 변화가 없어지지. 어느 순간을 넘으면 아예 기능이 떨어져버려. 그런데 무기효소는 그딴게 없지. 아예 원자단위로 분해될 만큼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이상 효율이 계속 일정한 비율로 증가할거다. 그리고...'
'뭐?'
'사념이 너무 강해. 생각한 대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야.'
'...........시발 좆됬다..'
'뭐 다행인건 그 범위가 좁다는 거지.......만 뭐 이미 보통 인간은 아니군. 이거 들키면 충분히 영창신세네.'
'..........야. 우린 친구지? 날 버리지 않을거지?'
비굴하게 웃는다.
'미안하네 친구! 원래 친구는 무덤 바로 앞까지만 같이 가줄 수 있으니까!'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결국 그 선인은 영창갔다.
결국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먹인 여동생의 지극한 정성으로 오빠는 씻은듯이 낫고 덧붙여 두 남매는 하늘이 주신 선물로 독특한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