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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07:08

[유물] 동방전경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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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
원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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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더의 말 : 용량 조절을 위해 임의로 절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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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방 전 경 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꽃밭위에 누워있었다.

'뭐..뭐야. 여긴 어디지?'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꽃들, 석양이 물드는 저녁하늘, 유독 돋보이는 거대한 해바라기.

기억 나는 건 시위대와의 사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칙칙한 하늘 아래에서 실랑이. 갑자기 눈앞이 번쩍. 그리고 여기 이상한 곳.

'번개..였던가?'

눈앞이 번쩍 한 후 쿠릉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더워!"

일단 옷부터 벗어야겠다. 비에 젖은 전경복이 거북하다. 핼맷도 벗어야겠다.

"아.."

우그러진 핼맷에는 피가 묻어 있다. 옆의 동료가 죽창에 맞아 튄 피다. 난 그 시위대 새끼의 대가리를 방패로 찍었다. 그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 해졌지. 옆에있던 시위대가 야구방망이로 갈긴거다. 핼맷이 없었으면 분명 두개골이 박살났을 거였지..

"..씨발"

좆같다. 시위대에게 딱히 화가 난게 아니다. 짐승처럼 이 바닥을 굴러야 했다는게 역겹다......아니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지 여긴 대체 어디냐고! 썅!

윗도리는 벗어서 허리에 감고 핼맷을 팔에 건 체로 방패를 왼쪽 어깨에 울러매듯 들었다. 전경용 삼단봉을 허리에 차고 감춰 뒀던 돈파를 오른손에 잡고 무작정 걸었다. 이 돈파는 개인적으로 산 거다. 쉽게 말하면 몰래 들고 있었던 거. 진압봉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막기 힘들다. 방패를 뺐기기라도 했다가는 좆되는거다. 돈파는 막대가 옆으로 누이니까 방어가 쉽다.

"허억허억. 씨발 존나 무겁네.."

비에 젖은 옷은 무겁다. 시위대랑 싸우느라 체력은 고갈되었다. 장비는 무겁다. 배가 고프다.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해바라기 씨를 뽑아 쏙쏙쏙 달달볶아 초코를 발라 쏙쏙쏙 놋대 해바라기 쪼꼬볼

어디서 어릴때 듣던 노래가 떠오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해바라기씨를 우걱우걱 씹고 있었다.

"..이건...누릿대?!"

누릿대는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속이 거북할때 먹으면 좋은 녀석이기도 하다. 소처럼 뜯어먹었다.

그렇게 주변에서 먹을 수 있는 풀이란 풀은 죄 뜯어먹고 있었다. 그런데..

 

'늣!'

"...?"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안보였다.

'늣! 여기는 마리사의 윳쿠리 플래이스다제! 인간씨는 여기서 꺼지라제! 함부로 마리사의 풀씨를 먹지 말라제!'

뭐야이거? 소리만 들려? 아래쪽에서. 잠깐 아래쪽? 밑을 보니..........

"우와아아아!!!!!!!!!!"

뭐야이거! 분명 사람 얼굴인데! 머리만 있네! 게다가 말을해!

'느애애애애애!!'

내 비명에 놀란것 같다. 표정까지 변했다. 기분나빠!!

'느!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다제! 마리사는 강하니까 퇴치해 주겠다제!'

그녀석은 갑자기 입에 돌을 물었다. 그리고

'마리사 스파크!'

하더니 돌을 내 다리에 뱉어 던졌다.

"....아?"

장난하나? 

'느! 쓰러지지 않다니! 건방지다제! 한번더 스파크!'

..........안아파 이새끼야.

'느! 마리사의 몸통박치기!'

푹

아 뭔가 바람빠진 비치발리볼이 다리에 부딪힌것 같다.

"....끝났어?"

'헉헉. 아..아직이라제! 몸통박..느뷋!'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발등으로 툭 건드려 굴려버렸다.

'느베에에에에!!! 침입자다제!!'

놈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뿅뿅뿅뿅....소리가 나더니 그 사람대가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존나 기분 나쁘다.

'무큐!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군요!'

머리에 달모양이 달린 모자를 쓴 분홍머리 녀석

'도시파적이지 못해요!'

빨간 카츄샤를 단 노란머리 녀석.

'뿌꾸~! 꺼지라구!'

빨간 리본을 단 검은머리 녀석.

"뭐냐 네놈들은?"

놀라움을 떠나서 황당하다. 번개를 맞았더니 시신경에서부터 뇌까지 죄다 맛이 가버렸나?

'침입자 따위에게 대답은 필요없다제! 해치운다제!'

우르르르르르 놈들이 덤벼든다. 이크 이건 좀 귀찮겠는걸. 가볍게 백스탭.

'도망친다제! 잡는거다제!'

'도시파에게서 달아날 수 있을거 같아요? 멍청하군요!'

'레이무는 빠르다구! 인간씨 따윈 도망 못친다구!'

또 우르르르르르. 어이.. 좀더 빨리 움직일 수 없는 거야? 백스탭 두번에 횡이동 한번이면 다 빗나가게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녀석들을 중심으로 백스탭과 횡이동의 조합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몇바퀴를 돌았더니 놈들은 지친것 같다.

'무큐..파추리는 힘들어요..쿨럭!'

어라? 보라색 머리가 갑자기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뭔가를 토했다.

'바주리이이이!!!!! 느아아아아!!!'

'어째서 이런짓을 하는거야!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는 죽어어어!!!'

........내가 했냐 미친새끼들아. 제 풀에 제가 지쳐 저러는 거지..이크 어이가 없어서 잠시 발이 멈춘 사이 한놈이 내 다리를 들이받았다. 역시 바람빠진 비치 발리볼같은 느낌. 짜증이 난다. 난 조금 힘을 줘서 촛대까기 하듯 녀석을 차주었다.

'느삐이이이!!!!!!!!!!'

이런 썅 뭐야 저 짜증나는 소리는.... 좀 화나는데 더 강하게 가볼까?

'늣!? 느긋하지 못한 인........느배애애!!!'

'느킥!'

카츄샤 단 새끼는 로우킥으로, 처음의 녀석은 저공 앞차기. 보라색 머리는 이미 비실비실 하니까 놔뒀다.

'느으으!!!!!!!!!!!!!!'

저 이상한 '느느'소리도, '다제'소리도, 상대를 깔보는 듯한 존대어도 다 짜증난다.

"다 끝났냐? 이정도 가지고 깝쳤어?"

'느으으으....도스..도스가 곧 널 죽일거다제..'

도스? 보스같은 건가? 난 우선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엄폐물을 찾았다. 내 신조는 어떤 것을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철저히 조심할 것. 이놈들은 무지 약했지만 도스라는 녀석은 어떨지 모르겠다. 마침 내 몸을 숨길만한 바위가 있었다. 나는 얼른 그 바위뒤로 가서 주변을 돌아본 후 몸을 낮췄다. 이러면 일단 내가 감시해야 하는 면적이 줄어든다. 잠깐의 정적.

'도스 스파크!'

약 0.1초동안 나의 사고는 이렇게 돌아갔다.

맨 처음에 만난 '다제'거리는 녀석이 '스파크'라면서 나에게 공격을 했다. 즉 '스파크'라는 단어는 공격할 때 사용한다. 여기서 공격할 대상은 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감시하는 부분(바위를 중심으로해 각도 약 270도 정도의 범위)에서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바위를 마주하고 나와 반대쪽으로 부터의 공격이거나 하늘에서의 공격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반사적으로 그 지점을 떠나 옆으로 굴렀다.

콰아아앙!

엄청난 소리가 나며 바위가 부숴졌다. 파편때문에 조금 충격이 있었다.

"뭐?!"

내 눈에 들어온 건 검은 모자를 쓴 2m남짓한 사람 대가리였다.

'늣! 재법이군 인간! 하지만 두번째는 없다구!'

뭐야 저새끼. 숨을 들여마시며 불을 부풀린다.

'도스 스파크!'

아까 학습한 대로 난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러자 내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나면서 아까 그 굉음이 들렸다. 아. 그전에 굵은 빛줄기가 날아왔던거 같다. 그렇다면 직선공격. 횡으로 구르기만 하면 피할 수 있다!

'느! 건방지다구 인간주제에! 도스의 발에 깔려 죽으라구!'

놈이 날 향해 높이 뛰었다. 덩치는 큰 주제에 내 머리위로 약 1m높이까지 더 뛸 수 있다니 대단하군. 그 녀석의 밑바닥이 보인다. 그냥 평평하다.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소요시간 0.1초. 일단 피했다.

쿠웅!

'느!!! 인간주제에! 건방지게 또 피하다니!'

..........니가 공격한다고 외치고 공격을 하니까 그런건데. 그것도 모르냐? 대가리에 뭐가 들었어? 권투로 치면 탤래폰 펀치란 말이야. 이번엔 내가 공격한다. 그녀석이 착지한 지점에서 난 백스탭으로 가볍게 물러났기 때문에 녀석은 내 사정권안에 있었다. 그 '스파크'따위를 쓰기전에 내가 공격 할 수 있는 거리. 일단 돈파의 모서리를 새워 라이트 스트래이트를 넣었다. 원래는 래프트에서 이어지는 원투가 내 주력기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니니 신체가 나와 다를지도 모른다. 주먹을 다치지 않게 돈파로 먼저 가격한 것이다.

푸욱

........??뭐야? 빵덩어리를 친 기분이다. 구멍이 났다. 뭐!? 구멍이 나?

'느케에에에에!!!'

놈이 버둥거린다. 반사적으로 놈의 뒤로 돌았다. 라이트 한번더!

푸욱

구멍이 나버렸다.... 허허 뭐야 이 생물은? 아무튼 마음놓고 맨손인 래프트를 쓸 수 있겠다. 상대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돌면서 래프트!

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

'느케에에에에!!!'놈이 아주 발광을 한다. 

마무리는 돈파 모서리를 세워 라이트 훅!

콱!

...뺨(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뜯겨 나갔다.

'느케에에!! 죽인다제!! 죽인다제!!!!'

어라 이새끼도 '다제'거리네? 울컥 짜증이 치솟아 눈(으로 보이는 부분)을 돈파 모서리로 찍어버렸다. 둘다.

'느아아아아아!!!!!! 도..도스스파크으으으!!'

최후의 발광인지 나를 보지도 않고 그 기술을 썼다. 그래도 피하는게 조금 늦어서 왼팔 소매가 좀 찢어지면서 왼팔이 쓰렸다. 주제에 공격은 제법인거 같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이 새끼야. 난 여유롭게 주변에 세워둔 방패를 들고 왔다. 그리곤 몸을 크게 회전해 원심력을 넣어 놈의 미간(으로 보이는 부분)을 찍어버렸다.

투콰콱!

'늣!'

짧은 단말마. 그리고 정적. 죽은 것 같다.

'느아아아!!! 도스!!!'

기절해 있던 녀석들이 몰려든다.

'어째서..도스가아아아!!!'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는 죽어!!'

뭐야 이 짜증스런 반응은! 썅 다죽었어!

방패를 뽑아서 나머지를 다 찍어버렸다. 내가 위치상 위쪽이라 무게를 실어 찍으니 다 터져버렸다.

"재길 뭐 이상한게 방패에 묻었잖아...응?"

단내가 난다. 뭐지 이냄새...킁킁.. 붕어빵? 팥? 살짝 맛을 볼..

".......경주빵!"

무려 팥앙금이었다. 잠깐잠깐 정리해보자. 내용물이 팥앙금인 생물? 그것도 인간머리를 닮고, 움직이고 말까지 한다고?

이 세계는 이상하다. 계절이 다른 꽃이 동시에 피어있고, 생전 첨보는 식물도 많고, 경주빵이 움직인다!

"시..시발! 여긴 어디야!!"

왠지 겁난다. 무지무지 겁난다. 얼른 장비를 챙겨 그 자리를 뜬다. 하지만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는거야?! 무작정 걸었다.

 

"허억..허억.. 조...존나 넓네."

걸어도 걸어도 뭐 끝이 없어 이 꽃밭은! 꽃밭에는 꽃~들~이~~모~여 살고요~~. 모여 사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도배장판이잖아!

존나게 걸었더니 배가 또 고프다. 다행히 해바라기는 여기저기 있으니 해바라기 씨로 허기를 달랜다. 재길 내가 무슨 햄스터냐고.

 

'느..느으으!'

음? 또 짜증나는 그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야?! 스트래스를 좀 풀어야겠다.

'오..오빠야! 여..여긴 유카의 정원이야! 느긋하게 꽃씨를 먹지 말아줘!'

해바라기를 머리에 꽂은 초록머리. 아까 그놈들이 생각나서 울컥 짜증이 난다. 난 냅다 싸커킥으로 녀석을 처 날려버렸다.

퍽!

'느!!!..쿨럭!'

뭔가를 토해냈다. 충격이 컸나보다.

"한번더 꺼지라니 '느늣'이라니 하면 죽여버린다 알았어?'

난 으름장을 놓고 계속 먹었다. 그러자...

'느아아아아아아앙!!!! 아파아아아!!'

"야이 개새끼야 죽인다고 했지!"

난 돈파를 오른손에 쥐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느..느늣!!! 오빠야! 느긋하게 있고싶어!!'

"닥쳐 새끼야. 존나 짜증나게 늣늣늣! 다시는 아가리를 못열게 아주 작살내주마!"

난 폭언을 퍼부으며 녀석을 찍으려 오른팔을 높이 들었다.

'유카한테서 떨어지라빼애애애애!!!!!!!!!!!!'

이건 또 뭐람?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키는 내 다리만할까? 밀짚모자를 쓴 초록머리 꼬맹이가 총을 들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응? 총? 위험!

난 얼른 찍어버리려던 오른팔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일단 저녀석의 지시를 따른 것이니 당장은 총을 안 쏠 것이다. 그 틈에 난 방패를 들고 몸을 가렸다. 원래 전경방패는 방탄기능이 되어 나오진 않지만 친구에게 개조를 부탁해서 내 방패는 방탄기능도 갖춰져있다.

"넌 또 뭐야?"

'빼애애애!! 남의 정원에 함부로 들어와 망친 것도 모자라 정원을 가꾼 유카를 괴롭히려 하다니! 못된 인간씨다빼애!'

"야, 너 그 '빼애'거리지좀 말래? 존나 거슬리거든?"

'빼애?! 혼좀 나보라빼애!'

타앙! 티잉!

'빼애?! 튕겨나갔다빼애?!'

"훗. 방탄방패라고 들어봤냐?"

난 방패를 앞세워 녀석에게 돌격했다. 충돌시 난 소리로 봐서 녀석의 총이 내 방패와 부딪힌것 같다. 난 얼른 횡으로 돌아 녀석의 뒤를 잡았다. 팔을 처 총을 떨어트리고 뒷덜미를 잡아 오금에 딴죽을 밖어넣어 자빠트렸다.

'빼앳!'

"자! 그럼 뒈져!"

난 녀석의 머리를 향해 돈파를 잡은 오른팔을 높게 들었다.

퍼어어어엉

그리고 내 오른팔은 날아가 버렸다. 어라? 내용상 이건 그리고로 연결되기에는 어색한 문장인데?

".......아?"

맞다. 마무리 일격을 지을때에도 동작을 절대 크게 하지 말것. 잊고 있었네..으아아아아아!!!!!!

고통이 엄습해온다. 누구야? 어떤새끼야?

"좀 진정이 되나?"

양산을 쓰고 체크무니 난방, 치마를 입고 초록색 머리에 해바리기를 꽂은 여자가 웃으면서 물었다.

"으아아아아아!!!!! 내 팔!!! 흐아아아아아아!!!!"

너같으면 진정되겠냐!

'빼애앳! 유카언니이이!!!'

'느아아앙!! 유카언니이이!!'

유카? 저녀석 이름인가? 응? 저 머리만 있는 녀석도 유카라고 하지 않았나? 뭐야뭐야뭐야 뭐가뭔지 모르겠어. 

아니지! 지금 중요한건 내 팔!!! 으아아아아아아아!!!!

"아까 그 쓰래기들 박살낼 때는 괜찮은 녀석으로 봤는데..네놈도 그 쓰래기들과 다를 바 없어. 멋대로 남의 정원에 들어와서 주인행세를 하지 않나.. 정작 주인이 오면 나가라고 하고.. 넌 그 그것들을 죽였으니, 나도 같은 부류인 널 죽여도 되겠지?"

내가 아까 그새끼들과 똑같다고? 가만 그렇담 저것들이 이 밭의 주인?

퓩퓩퓩

뭔가 날카로운 물체가 몸 여기저기를 찌르고 지나간다.

"칵.."

"넌 아까 보니 꽤 시간을 끌면서 괴롭히며 죽이더라? 그럼 나도 똑같이 해줘도 되지?"

안돼. 이대로면 진짜 죽는다. 수법은 모르지만 저녀석은 내가 싸워 이길 상대가 아니다. 내 사정을 얘기해야한다.

"자..잠깐만요! 제 말좀..꽥!"

언제 거리를 좁혔는지 다가와서 보디블로를 먹인다.

"닥쳐!"

정확히 명치에 꽂히는 솔라브래키서스 블로우..아 재길 차라리 리버블로를 갈겨주지. 이러면 숨을 못쉬니 말이 안나오잖아!

"닥쳐! 니들 인간들은 어차피 똑같아! 제멋대로야! 제멋대로라고!"

퍽퍽퍽퍽퍽

씨발 제발 명치좀 그만쳐... 진짜 죽겠다... 말을 해야해........

"말........ㅈ 드러.......줘.."

"뭐야 할말 있어? 유언이냐? 응? 들어주마 어디 한번 말해봐!"

때리다 좀 지친건가. 잠깐 멈춘틈에 얼른 호흡을 골라야 하는..커윽. 횡격막을 움직이니 존나 아프다. 무슨 말을 해야하지? 혼란스럽다. 어디부터 말해야 하지? 응?응?응?응?응?

"여.. 여긴 어딘가요?"

뻐억.

크어우우우우우우우욱. 또 명치..도끼로 이마까. 안깐데 골라까. 깐데 또까 중에서 가장 사악한 놈이 '깐데 또까' 랬지 아마..

"너 장난하냐? 여기가 어디냐니? 니 무덤이다!"

뻐억

명치를 치면 당연히 위 근처도 충격이 가니까 토악질이 나오고 싶어진다. 문제는 토악질을 하려면 숨을 한번 들어마셔 줘야 하는데.. 숨을 들여마시면 횡격막이 끊어질 것 같다.. 눈 코 입에서 액체가 질질질 흐른다.

"자.. 그럼 죽어!"

씨..씨팔..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누가 좀 살려줘...

'느.. 언니야! 그러지 마!'

"응? 왜?"

'느.. 유카는 죽는건 느긋하지 못해.'

'빼애애애! 유카짱은 너무 착하대빼!'

"그치만 이자식은 유카가 아끼는 해바라기를 망쳤잖아?"

'그건 슬프지만.. 꽃은 다시 키우면 되. 하지만 오빠야는 죽으면 다시 만들 수 없잖아. 분명 오빠야를 아는 사람들이 슬퍼할거야..'

"으..음."

'대신 오빠야가 해바라기를 키우는 걸 도와주면 그걸로 충분히 느긋할 수 있어!'

"뭐.. 그래. 어이! 유카에게 감사해라!"

뻐억

쒸..쒸바 그럼 됐지 왜 또 명치를 갈겨...커윽(기절)


눈을 떠보니 나무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에 누워있었다. 사각벽과 천장으로 된 육각형방이 아니라 굴처럼 비정형으로 이루어진 공간. 나무같은 식물들의 줄기가 공간을 둘러싸고 있었다.

오른팔에 시선을 줘봤다.

 

 

없다.

 

 

어깨만 조금 남기고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크...끄흑!"

 

내가 잘못한 거다. 처음에 그 유카라고 하는 사람대가리가 말 했을때, 감정으로 먼저 반응해버린 내 잘못인거다. 처음에 만난 사람대가리는 건방지게 말을 했지만 유카라는 녀석은 정중히 '부탁'을 했던 것이다. '너가 이 꽃밭 주인이니?'라는 식으로 물어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주인이든 아니든  그녀석에게 '너무 배가고픈데 먹을게 없어서..안되겠니?'라는 식으로 했으면 어떻게든 피 안보고 끝날 수 있을 상황이었다.

 

"으으으.."

 

한순간의 감정을 조절 못해서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는 건가? 왼팔도 아닌 오른팔이 불구인 상태로? 아니 그전에, 난 어떻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여긴 어디야?

 

"으아아아아!!!!"

 

머리를 쥐어뜯어 봤자 답이 나올리가 없다.

 

'느..오빠야? 상처가 아픈거야?'

뿅뿅거리면서 유카가 튀어온다. 그러더니 입에서 뭔가를 뱉어낸다.

'이건 약초야. 유카가 씹었으니까 상처에 붙이면 아프지 않고 빨리 아물거야. 하지만 오빠야의 팔은...'

자신을 죽이려던 녀석의 치료를 도와준다. 게다가 걱정까지 해주고 있다. 내가 정말 미쳤지. 이런녀석을 해코지하다니.

"저기.."

'느?'

"............미안하다. 많이 놀랐지? 그땐 내가 반쯤 정신이 나갔나봐.. 해바라기 키우는거 꼭 도와줄게."

'느으. 유카는 괜찮아. 그보다 빨리 낳으라구 오빠야.'

활짝 웃는다. 아아..귀엽다.

"깼냐?"

내 팔을 날려버린 장본인인 사람형태의 유카가 물건 집어 던지듯 나에게 물었다.

"아..얘. 정말 죄송합니.."

"이 자식아. 죄송하다면 다야! 유카가 아니었으면 넌 지금 삼도천에서 뱃놀이 하고 있었어!"

"죄..죄송합니다. 저 그런데 정말 여쭤볼게 있는데요.."

"뭐야? 여긴 어디냐고? 내 집이지!"

"아니..그게 아니고.."

"아~또 뭐야!!? 내 밭이다! 태양의 밭이다! 됐냐?!"

"아니 저....."

"뭐야?!뭐야?!뭐냐고?!!"

"............아무래도 여긴 제가 살던 세상이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헛소리야?!"

"아음.. 제가 살던 곳은 지구라는 행성의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예요."

"거긴 어디야?! 지구?! 행성?! 너 맛이 갔냐?"

"저 그럼 누님은 자신을 어디에 산다고 표현하시는데요?"

"나? 환상향 하쿠레이 대결계 내부에 있는 나의 정원! 됐냐?"

오케이 원하는 정보가 나왔다.

"저기..환상향이 뭔가요?"

잠깐 유카가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넌 외부 세계에서 흘러 들어온건가."

뭔진 몰라도 내 처지가 이해된 것 같다.

"으음... 전 '외부에서 온 사람'인건가요. 여하튼 제가 살던 세계에서는 사람 머리모양을 하고 속에는 팥이 들어간 물체가 말을하고 움직이고 하는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고.... 아무튼 꽃밭을 망친 일을 먼저 사과드려야 했는데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외부에서 흘러들어와서 뭐가뭔지 모르는 판에 배는 고프고 해서 그만 꽃을 먹어버렸습니다. 사죄가 될지 모르지만 꽃밭 가꾸는데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어서 고개를 숙여 최대한 정중하게 용서를 구했다.

"뭐..좋아. 꾀부리거나 허튼 수작 부리면 목을 날려버릴테다!"

말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노기는 좀 누그러진듯 하다.

"저..근데..."

"음?"

악. 갑자기 말이 막힌다. 일단 의미는 '당신은 정체가 뭔가요.'인데.. 이렇게 묻기는 뭔가 이상하다. 뭔가 표현이 안떠오른다. 뭐라고 해야되지?

"뭐야? 후딱 말 안해? 뭔 뜸이 그렇게 길어!"

아우..괜히 말을 꺼냈나? '아녜요'라고 하면 저녀석 성격상 한대 칠 것 같고...

"뭐야?! 빨리 말 안해?!"

"아! 저....누님에 대해 좀더 자세히, 상세한 부분까지 알고 싶습니다!"

 

 

 

 

 

 

 

 

 

 

 

 

 

 

 

 

 

 

 

 

 

 

 

 

 

 

 

 

 

 

 

 

 

 

 

 

 

 

씨발

 

 

 

 

 

 

 

 

 

 

 

 

 

 

 

 

 

 

 

 

 

 

 

 

 

 

 

 

 

 

 

 

 

 

"...........풉!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호쾌하게 웃는군. 웃다가 웃다가 나중에는 무릎을 꿇고 한손은 벽을 짚고 한손은 배를 감싸쥔 체로 웃는다. 제발 웃는 선에서 멈춰줘... 단련하지 않은 여자의 주먹이더라도 명치에 맞으면 아프긴 하지만, 유카가 나에게 맛보여준 그때의 격통에서 난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저 주먹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아..하아... 날..큭큭! 날 알고... 알고싶다구?! 자세히?! 상세한 부분까지?! 아하하하하하하하!!"

얼마나 웃었는지 얼굴에서부터 목덜미까지 땀범벅이고 눈에는 눈물까지 고여 있다.

"하아아..크큭! 100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나한테 그런걸 요구한건 너가 처음이...푸후후후훕!"

뭔가 정보가 나온듯 하다. 1000년?! 확실하다. 인간은 아니다. 그럼 뭘까?

 

 

"아..저 뭔가 잘못들으신...우와앗?!"

갑자기 유카가 날 덥쳐 누른다.

"그래.......외부에서 온 애송이? 나의 어디가 궁금해? 여기?"

어라어라어라어라어라어라어라? 조끼 단추는 왜 풀고 지랄이신 겁니까?

"자..잠깐! 누님! 제 입에서 말이 헛 나온 겁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어머? 그럼 '여기'는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볼까?"

오른팔로는 내 왼팔을 제압하고(무슨 공업용 프래셔기가 누르는 기분이다)왼팔로는 나의.......

"아읏! 오..오해예요! 누님! 제발 진정하시고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그래그래~ 몸으로 얘기해 보자구, 애송이? 잘됐다~. 오랜만에 싱싱한 고기를 맛볼 수 있겠네~"

'느...늣? 언니? 뭐하는 거야?'

"아아~유카! 언니는 오빠를 치료해주는거야~. 걱정말고 나가서 정원을 가꾸고 있으렴~."

'느으.. 알았어 언니야! 오빠야를 꼭 느긋하게 해줘!'

"걱정마렴 유카~. 오빠야는 분명 '느긋'해질거야!"

안돼안돼안돼안돼. 사실 뭐 나도 22세의 건장한 남자니까 싫은건 아니지만..아니 이게 아니고! 난 우선 내가 처한 위치에 대한 정보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이런짓 할 시간도 아깝단 말이야!

"으윽.."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유카는 벌써 조끼는 저멀리 벗어 던지고 속 난방 단추를 풀고 있었다. 아! 혹시 '뭘 기대하냐 병신아!'라는 식으로 한대 때리고 끝낼 수도 있겠다! 한대 맞는건 아프지만 그래도 그게 낫겠지..라는 기대도 무너뜨린 것은 유카의 눈이었다.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달아오른 눈에서는 방출되는 복사에너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확신했다.

이분은 진심이다.

 

왼팔 하나밖에 없고 체력도 상처를 치료하느라 소모된 나는 인간을 초월한 이 존재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길은 단 하나. 끝날때까지 버티는 것 뿐.

"살살...부탁드립니다..처음입니다...."

정말.. 내가 한 말에 때문에 내가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미친새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심각한 대사였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이것이 꿈이기를 빌면서.

결국 나는 22살에 총각딱지를 강제로 때게 되었다. 

 

 

 

다행이다. 나는야 무도가의 길은 걷는자. 태껸, 복싱, 유도, 검도를 독학으로 달인의 경지까지 오른 몸. 알량한 잔재주꾼에 불과한 '마법사'따위가 될 일은 이제 없으니 나에겐 좋은 일이다...........................................................................내가 뭔 개소리를 하고 앉았다냐.

개 깡패 요괴에게 정기를 빨린 뒤 나는 그저 짚 바닥에 누워 하염없이 멍때리고 있었다. 몇번 '갔'더라?.... 일주일 분의 '딸'을 다 소모한 것 같다. 허리는 뻐끈하다. 흉부는 유카가 하도 세게 눌러대는 바람에 멍이 들었다. 목에는 이빨자국이 났다. 제압 당한 왼팔에는 손자국이 깊게 찍혀있었다.

졸립다. 아아..정말 '느긋'해졌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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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유카가 거의 찢다시피 벗긴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가봤다. 딱 봄날씨였다. 저쪽에서 사람대가리 유카가 보이길레 다가가 인사 했다.

"여어. 안녕."

'느? 오빠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이게 이녀석들 인사인가? 그러고 보니 이것들은 '늣'소리를 내고 '느긋'이라는 어휘가 거의 모든 문장에 다 쓰였던것 같다. 참 이상한 화법도 다있네..

"아..느긋하게 있으렴."

일단 상대방의 화법에 맞춰주는 것도 관계를 우호적으로 하는데 효과적이다.

'상처는 다 나은거야?'

"응. 유카가 씹어준 약초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뭐 내가 도울일 없어?"

'느으! 정말 도와주는 거야?'

"뭐..약값은 해야지 않겠어?"

약값 말고도 목숨값이 더 있지만 말이지

'그럼 이 돌씨를 치워줘! 꽃씨를 느긋하게 심을 수 없어!'

보니까 유카의 몸집만한 돌이 땅에 밖혀 있었다. 나름 돌을 치우려고 애를 썼나보다. 주변 흙이 파여있고, 무엇보다도 유카의 얼굴에 생체기가 보였다.

돌을 들어 옮기자 유카는 활짝 웃으며 뿅뿅 뛴다.

'느으~느으~고마워 오빠야!'

참으로 순수하게 기뻐하는 얼굴. 아아........뭔가 가슴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똑같이 '유카'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어도 한쪽은 저렇게 개날나리, 한쪽은 이렇게 순수한 생명체.

그나저나 이 사람대가리는 뭐라고 불리는 걸까?

"유카야. 너처럼 생긴 애들을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니? 어제 내가 때려 잡은 녀석들은 너와 얼굴은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너처럼 동글넙적한 몸체에 눈코입이 다 달려 있었거든."

'느으?'

이해가 잘 안간다는 표정이다.

"음...그래. 유카언니있지? 너랑 유카언니는 이름이 똑같잖아. 너랑 유카언니 사이에서는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은 너를 부를 때는 유카언니와 구분해야하잖아? 어떻게 구분해?"

'느으~윳쿠리야! 유카는 윳쿠리 유카야!'

윳...쿠리? '느긋하게'라고 이름이? 하긴 사용하는 문장에 '느긋'이라는 단어가 항상 들어가니까 그럴 법도 하다.

"그럼 내가 어제 퇴치한 윳쿠리들은 이름이 뭐야?"

'금발에 검은 모자를 쓴 아이는 마리사, 금발에 카츄샤를 단 아이는 엘리스, 머리가 보라색인 아이는 파츄리, 머리가 검은 아이는 레이무야.'

"그..도스? 꽤 크고 싸움 좀 하던 녀석인데, 그녀석은 뭐야?"

'그건 도스 마리사야. 대부분 마리사가 도스가 되는 거야.'

"해애...그렇구나. 그런 녀석들이 어제 말고도 여길 찾아온 적 있니?"

'느으.... 으응'

"얼마나 많이 오는데?"

'느..느...한두마리가 오는 정도는 괜찮은데.. 도스가 무리를 지어 오면 느긋하지 못해.'

"도스? 어제 그 큰 녀석 말이야? 무리 숫자는 겨우 네마리 밖에 안됐던데?"

'느! 아냐! 오빠야가 혼내준 애들 말고도 잔뜩 있었어! 그렇지만 오빠야가 도스를 혼내주는 모습을보고 다 도망쳤던거야! 그런데...'

유카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어제의 도스는 그 무리의 여러 도스중 한마리일 뿐이었어.. 어제 도망친 윳쿠리들이 조만간 다른 도스들을 꽃밭으로 불러 올거야..'

"..야! 그럼 유카언니에게 부탁했어야지! 유카언니는 그런 놈들 따위 몇천마리가 와도 단번에 해치웠을거라구...가만 유카언니는 어디있니?"

'오빠야가 자고 있을 때 유카는 유카언니에게 부탁을 했어. 그런데 언니야는 걱정 말라고 하더니 갑자기 어딘가 가버렸어..'

무슨 꿍꿍이냐 유카.

"..저기 전화기 혹시 없니?"

'느으?'

"음.. 그러니까 멀리 떨어진 사람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이 바로 듣고 바로 대답을 할 수 있는 물건이야."

'느으으으? 느긋할 수 있는거야?'

없나보다 아무래도...

'빼애애애?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 일어났냐빼애?'

아아  까칠하게 구시는군요 밀짚모자 꼬맹이. 뭐 내 탓이니 뭐라 불평하겠냐.

"으음... 어제는 미안했다야. 그런데 유카 언니는 어디 갔니?"

'빼애~모르겠다빼! 대답해 줄 이유는 없다빼!'

아아..그러셔요...

"애... 유카언니가 윳쿠.."

'일 없다 빼애!'

총을 어께에 매고는 획 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나보다 이거..

윳쿠리들은 언젠가는 습격해온다. 유카는 없다. 윳쿠리가 오늘은 오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으며 유카가 윳쿠리가 습격하기 전에 온다는 보장도 없다. 윳쿠리가 때서리로 몰려올 계기는 내가 윳쿠리들을 어제 죽인 일이니까 나에게도 책임은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즉시 방패, 삼단봉, 톤파를 챙기고 전경복, 핼맷을 입었다. 사실 난 전경복을 개조했다. 안에는 방탄, 방검, 방화 소재를 넣어놨다. 뭐 솔직히 말하면 다 불법인거다. 군화에는 쇠붙이도 숨겨뒀다. 만약 내가 이런다는 사실이 시위대에게 알려지면 전경들은 여론의 폭탄을 맞을 것이다. 물론 이 환상향에 떨어지기 전까지 한번도 들킨 적 없다. 톤파는 방패 뒤에 탈부착 식으로 감춰둔다. 게다가 난 여지껏 방패를 한번도 뺐긴 적이 없다. 옷이나 핼맷은 속에 뭘 넣어놨는지 알 수도 없을 것이고.

여하간 나는 완전무장을 했다. 물론 오른팔 소매는 헐렁하다. 원래는 왼손에 방패(톤파 감춤) 오른손에 삼단봉이 기본 자세라 왼쪽 허리춤에 삼단동을 차지만 오른팔이 없으니 오른쪽 허리에 찬다. 방패에는 일단 톤파를 장착한다.

'느으.. 오빠야... 그 모습 무서워!'

이 차림을 한 나에게 걷어 차였으니 기억에 남나보다. 걱정마렴. 원래 전경들의 장비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냐.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진거지. 원래는 그래야 하건만...휴우 현시창. 현시창.

"유카언니가 오기 전까지 내가 되는데로 막아볼게."

'느으?!'

유카는 상냥하니까 분명 말리던가 걱정하는 말을 해주던가 할거다. 괜히 흔들리지 않게 나는 얼른 뛰어가서 어제 발견했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서 봐도 꽃밭은 경계가 안 보이게 넓었다. 그래도 그나마 넓은 범위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적들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은 더 일찍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는게 아니라면.

녀석들은 어떻게 올까. 정찰담당을 먼저 보낼까? 그 녀석들은 나보다 이곳 지형을 잘 알까? 아님 어제처럼 그냥 멍청하게 우르르 한방향에서 달려들까? 도스라던 그 거대한 녀석은 몇마리나 올까? 아무리 대가리에 파리 좆만한 뇌밖에 없는 놈들이지만 그 '스파크'를 생각해 볼때 3마리 이상이 덤벼오면 나에게 피해가 없을 수 없다. 게다가 난 지금 오른팔도 없는 상태다. 

"후우..이런 씨발"

한숨과 욕만 나올 뿐. 당최 뾰족한 수가 없다. 그렇게 고민 하던중 부자연스러운 꽃밭의 움직임이 내 시야에 포착되었다.

"...일찍도 오는구나."

윳쿠리들이었다. 정찰병인듯 하다. 마리사종과 또 하나는....꼬리로 보이는 것이 두개 달리고 녹색 모자에 고양이 귀가 붙어있는 녀석. 어제 잡은 놈들보다는 움직임이 상당히 날렵하다. 나는 몸을 숨기고 관찰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해야 기습의 효과가 있다. 두 녀석은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어디론가 움직였다. 몸을 움직여 들키지 않는 거리에서 미행을 해봤더니 곧 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스크기의 녀석이 하나 보이고 나머진 다 어제 봤던 작은 녀석들이었다. 도스가 하나밖에 없다고?

근거는 물론 없었지만 하나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정말로 한놈만 온 것인가? 내 예상대로 여러 방향에서 오는 건가?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자 아까 그 언덕으로 조심스럽게 돌아갔....는데 거기에도 도스 한마리가 어느새 올라와 있었다. 들킬뻔 했다.

"두마리.."

우선 주변에서 짱돌을 하나 집었다. 왼팔로 얼마나 강하게 던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던져서 도스를 맞췄다.

퍽!

'느게에에에에에에엑!!'

역시 함몰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떤 놈이냐제!'

'무큐! 분명 어제의 그 느긋하지 못한 인간일 것입니다 도스!'

'샅샅히 뒤지라제! 직접 죽여버리겠다제!'

그 고양이 귀를 단 녀석이 발빠르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근데 저것들은 발이 없잖아?) 나는 방패를 나무에 걸쳐놓고 10m정도 뒤로 후퇴했다. 녀석들이 어제 내가 방패로 도스를 죽인 것을 기억 할지도 모른다. 방패를 때어 놓음으로써 나는 기동성을 얻고 덤으로 운이 좋으면 미끼를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순조롭다. 한마리가 방패 앞에서 화들짝 놀라며 소리친다.

'알고 있어! 이건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의 것인 거네!'

'도스! 이 느긋하지 못한 쓰래기는 어제 막내 도스를 죽였다구! 느긋하지 못하다구! 죽여버리라구!'

윽. 도스가 스파크를 쓰려고 들지 않아야 할터인데...

퉁야

......몸통박치기인가...

'느해해햇! 역시 마리사는 강하다제! 이딴 쓰래기는 한방이라구!'

'무큐!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도스!'

아...아하하. 그래 저것들은 대가리에 파리 좆만한 뇌도 들어 있지 않아. 똥색 팥앙금만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난 왼발 군화 밑창에 숨겨둔 비수를 꺼냈다. 그리고 도스놈의 왼쪽 눈을 겨냥해 던졌다. 칼 날리기는 양손으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살상력이 오른손으로 던진 것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즈푹

깔끔한 소리를 내면서 비도가 도스의 왼쪽눈에 보기좋게 박혔다.

'느캬아아아아아!!!'

쿵쾅쿵쾅. 거 꼴 사납게 날뛰는군 똥자루 새끼.

'무..무큐! 도스! 침착하십시오! 우리 측이...부규웃!'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즈붸!'

'퓨기이이익!! 아빠아아아!! 어제져 레이뮤에게 이넝지스 하능거야아아!!!'

도스가 발광을 하면서 뛰어다니는 바람에 똘마니들이 깔려 죽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아..이런 놈들을 상대하느라 내 소중한 뇌세포를 혹사시켰단 말이야? 사과한다는 의미로 초코파이를 섭취해 당분을 보충해 줘야겠어...아 맞다 씨발, 환상향에 초코파이가 있을 리 없잖아!!!!

"야 이 개새끼들아!!!!! 눈깔을 뽑고 혓바닥을 갈고리로 꿰어 천장에 조롱조롱 매달아버린다!"

'초코파이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한 나는 매복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폭언을 토해내며 덤벼들었다. 물론 도스녀석의 왼쪽, 즉 사각지대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약에라도 쓰일 수 있는 개똥보다도 못한 거대 경주빵이라지만(그런데 거기 박혀있는 눈깔은 뭐라냐?) 그 '스파크'는 위험하다. 오른발 밑창에 숨겨둔 비수를 역수로 꼬나쥐고 녀석의 하반신(이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시작점에 꽂았다. 그리고 달려오던 그 기세로 냅다 한번에 도스의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아아 이건 이미 예술의 경지인거죠? 정확히 칼을 꽂아 넣은 그 자리로 칼이 돌아왔다구! 나는 칼집 사이에 손을 쑤셔 넣고 도스의 껍질을 훌러덩 벗겨버렸다. 단 2초! 도스에게 비명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뒤늦은 비명, 그리고

푸롸롸롸롸롹!

껍질 속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팥앙금 산이 무너져 내렸다. 내부의 형태를 유지해주던 틀이 사라졌으니... 발성기관에 의한 진동, 입을 벌리는 과정에서 생긴 주변 근육(팥앙금이겠지)의 움직임이라는 '충격' '변형'이 몸을 허물어 버렸다. 아주 깔끔하게 한놈을 처리했다. 이것은 다 마장동에서 칼솜씨로 이름을 날리시던 어머니에게서 배운 도축기술이다.(이따위 짐승(축)만도 못한 놈들에게 도축(짐승을 잡음)기술을 써야 하다니..) 하지만 어머니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

어머니께서 칼을 잡으시면 한폭의 그림이 펼쳐졌다. 빠르면서도 전혀 산만하지 않게, 마치 큰 강물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아래로 아래로, 물길 모양대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듯 했으며 그 짧은 환상의 세계에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짐승의 형체는 온데 간데 없고 뼈와 살이 '애초에 떨어져 있던 상태로 돌아갔을 뿐'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아아 어머니. 당신은 그 시절 남자들의 텃새가 심했던 정육 기술자의 세상에서 묵묵히 실력만으로 당당히 1인자를 차지하셨습니다. '백정질이나 하는 계집 따위..'라는 세간의 차가운 시선도 당신은 온화하고 인자한 성품으로 견뎌내셨습니다. 이제는 그런 수모도 없는 곳에 계시는가요. 입버릇처럼 '내 손으로 그은 모가지가 몇이더냐. 내가 죽으면 갈 곳은 지옥밖에 없다.'고 하셨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천국은 몰라도 어머니가 지옥으로 가시게 된다면 우선 제 목을 긋고 저승으로 가서 염라대왕의 목도 그어버리리라 맹새했습니다. 항상 도축 하시기전, 영문도 모르고 멀뚱히 당신을 쳐다보던 짐승들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쓰다듬으시던 그 모습을 전 기억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추운 겨울날 골목길 쓰래기봉투 위에서 포대기에 쌓인 체로 얼어 죽었을 것입니다. 어째서 당신 같은 분이 세상의 욕을 먹고, 죽어서도 지옥에서 욕을 보셔야 하는 겁니까.

'철아.'

어머니가 보인다. 돌아기시기 직전까지 잃지 않았던 온화한 미소가 보인다. 나는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었다. 

'엄마아.'

엄마의 품에 와락 안겼다. 묵직하게 비강을 따라 머리를 휘젓는 죽어버린 목숨들의 냄새. 그러나 나는 싫지 않다. 그 냄새가 엄마를 엄마로 해주는 것. 

갑자기 정수리가 얼얼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온화하나 노하신 얼굴로 나를 보고 계셨다.

'엄마..아파..왜?'

'철아. 엄마가 뭐라고 했어? 너 아닌 다른 목숨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했지.'

내 손에는 죽은 잠자리가 올라와 있었다. 날개를 조금씩 뜯고 다리도 하나씩 뜯어 천천히 모든 도망칠 가능성을 차단한뒤 꼬리부터 조금씩 돌돌 말아 죽이는 장난.

'잘못했어요..'

난 그저 앙앙 울 뿐이었다. 엄마는 내 머릴 쓰다듬으며 꼭 안아주셨다. 따뜻하다. 온몸이 따뜻하다. 어머니의 온기가 내 온몸을 감싼다. 서서히 더워진다. 숨이 막힌다. 몽롱해지는가 싶더니 뜨거워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살같이 쓰라리다.



엄마는 나를 품에 안고 있을 뿐인데, 내 몸은 불에 대인 것처럼 뜨거웠다. 나중에는 쓰리고 따가웠다. 눈앞이 하예졌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왜 하늘이 보이는 거지? 쓰러졌나? 왜?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 ..햇!..스...구!'

'ㅁ...ㅅ는 ㅇ....다!'

'ㄴ..!!'

웅얼웅얼거리는 잡음이 들린다. 대체 뭐냐고.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느케케케! 멍청한 인간씨따위 도스 스파크 한방이면 끝이라구!'

'바본거야? 감히 도스에게 덤비는 인간씨는 바본거야?'

'주제를 모르는 멍청이군요, 무큐!'

아아...그 '스파크'를 맞은 것인가... 어쩌다가 맞았지? 되감기를 해보자.

첫 도스를 껍질을 벗겨 죽이고 그 주변 윳쿠리들을 학살했지 아마. 밟고 차고 비수로 찌르고 돈파로 찍고 집어 던지고 패대기 치고.... 어릴때 잠자리 죽이던 그 기분으로 죽였다.

즐겁게..아주 즐겁게..

 

 

 

 

 

아아

 

 

 

 

 

그런 거였나...

 

 

 

 

그래서 어머니를 뵈었던 것인가..

 

 

 

 

 

목숨을 끊을 때는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면 안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 나는 쾌락에 눈이 먼 체 윳쿠리들을 도살했고 그 흐려진 눈으로는 텔레폰 펀치일 뿐인 도스 스파크조차도 못 보고 직격 당한 것이다.

'도스! 저 느긋하지 못한 인간을 완전히 죽여버리라구!'

'이제 저렇게 걸래짝이 되었으니 스파크따윈 필요 없다구! 밟아버리라구!'

'느해해햇! 레이무도 밟겠다구!'

'알고 있어! 밟는 거네!'

뿅뿅뿅 수십마리 윳쿠리들이 내 몸 위에서 뛰어다닌다. 아무 감각도 없다.

'느후후 비키라제! 이 도스님께서 흔적도 없이 밟아 주겠다제!'

부웅

아..잘보인다. 정확히 2초후면 내 머리위에 떨어지겠지. 아까 한놈 가죽을 벗길때 대충 손짐작으로 무게가 성인 남자 둘 정도는 될거라고 느꼈는데. 저 무게가 내 머리통에 떨어지면 즉사겠군. 뭐 내 골통이 부서지면 두개골이 저놈 발바닥을 찢어버리겠지만. 아무튼 난 죽는다는 거네. 곧 죽을 놈이 말이 참 많네. 눈을 감자.

어머니.

곧 뵈러 갑니다.

 

 

 

"애라이 후래자식아! 뒤지기 전에 지 에미만 생각나고 애비는 찬밥신세가!"

아...아부지?

빠악. 정수리에 작렬하는 호쾌한 꿀밤

"내가 쌈 가르칠때 뭐라켔노! 근성! 깡! 악다구니! 염통(심장)만 살아있으면 마카 다리 한짝만 남아삐리도 징하게 물고 늘어지라켔제!! 마 그 깢 살갗 좀 태워 문거 가지고 뭔 옘병헐 놈의 엄살이고, 엄살은!"

부악. 시원시원한 복장지르기 한방. 몸이 붕하고 뜨는 기분이 든다.

"퍼뜩 안 인나나!"

푸캭

'늣해해! 느..느으?! 느구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팔을 이마에 올리고 손에는 비수를 역수로 잡고 깔리는 걸 막았다. 내 위에 멋모르고 착지한 도스녀석. 칼이 박혀 아픈지 튀어 오른다. 그런데 옆으로 뛰지 않고 수직 위로 뛴다. 또 그대로 착지. 또 찔림. 또 수직으로 뜀. 착지. 찔림....무한 반복.

'느아아아!!! 느긋하지 못한 따끔따금씨는 죽으라제에에에!!!'

그러더니 착지 할 때 힘을 더 준다. 상처는 점점 깊고 넓어진다. 팥앙금이 질질질 세어 나올정도로 밑바닥이 찢어졌다. 

가만히 보다가 옆으로 굴렀다. 도스는 바닥에 털퍼덕 소리를 내며 착지하고 더이상 뛰지 못했다.

'느그으으...마리사의 멋진 발이이이이....'

그 푸대자루 같은 몸에 발이 어딨다고 지랄이냐. 삐걱거리는 육신을 비척비척 일으키고 힘겹게 왼팔을 휘둘러 도스의 눈을 찍는다. 발은 움직이지 못하니 방향을 틀지 못할테고 그럼 최후의 발악으로 스파크를 날려도 녀석의 등뒤에 있으면 안전하다. 남으 잡윳쿠리들을 소탕하러 가려는데 몸이 말을 안듣는다. 드디어 한계인가.

아아. 저 잡윳쿠리들이 몰려온다. 입에는 웬 나무 돌쪼가리가 물려 있다. 뭐 저거에 맞아 죽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난 죽는다. 잘린 오른팔 단면이 아물지도 않은 체 스파크를 맞았으니 출혈이 꽤 심하다. 전신에 약하지만 화상까지 입은듯 하다. 내버려 두면 출혈로 죽을거고 화상자리에 뭐라도 찔리면 염증으로 죽을거고.

"근성...악..깡...그ㄴ스......ㅇ....ㅏㅇ..."

몽롱해진다. 아아. 또 뭔가 보인다. 뭐지...누구지....여자인가..웃고있네...눈매가....초록빛...양산...체크무늬....

쿠콰아아아아

아.....유카? 어디 갔다 온거냐... 아 그러고 보니 윳쿠리 유카는? 밀짚모자 꼬맹이는?

'느아아아아앙! 오빠야! 죽으면 안돼애애!!'

윳쿠리 유카...

탕탕탕탕탕

'느키이이! 아뺘아아아!'

'느그타지 모탄 노우카링은 주거어어어!! 주...느빗!'

'빼애애애! 느긋하지 못한건 너희 게스들이다빼애!'

아.밀짚모자 꼬맹이

"후후. 역시. 자 그럼 수고들했어 쓰래기들. 저세상에서 느긋하게 있으렴~."

'느퍄아아아아아아!!'

'느기기기기기!'

뭐야...윳쿠리녀석들 몸에서 싹이 돋더니...응? 나무, 풀이 되버렸네..

아아.....내 알바 아니지...난 곧 죽으니까....느긋하게 눈이나 감자구. 이런 말투가 옮았네..

 

 

 

 

 

 

 

 

 

 

 


'....ㅏ!'

'...!..!!'

'~~....!'

뭐가 이리 앵왈앵왈 거리냐... 편하게 눈좀 붙이고 싶구만... 시끄러워서 눈이 떠졌다.

"우사! 이 인간 일어났어! 스승!"

'느으으으! 언니야 굉장해!'

"후훗.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반쯤 감긴 눈 사이로 보이는 건 토끼귀. 초록머리. 간호사 모자.

"아......"

몸이 뻐근한게 기름칠 안 한 기계같다. 그래도

"살았네..."

아직 어머니를 볼 때는 아닌가보다.(야이 썅놈아! 애비는 안중에도 없냐!-아버지)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여긴 제 진료소예요. 아, 전 야고코로 에이린이라고 해요. 그쪽은?"

"애..석강철입니다. 성이 석강이고 이름이 철이요."

"어머. 이름이 독특하시네요? 아참, 바깥세상에서 들어오셨다고 했죠? 유카씨에게 들었어요."

"그렇습니까. 아..!"

얼른 정좌 자세로 앉았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례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어머머? 답례요? 후훗...."

..응? 뭐야 이 오한은? 분명 상냥하게 웃고 있는데 에이린씨는.. 웬지모를 검은 기운이 표정에 담겨있어! 잠깐! 어디서 느꼈더라? 이건...

유카가 날 잡아먹기 전의 느낌이다.

"태위. 공주님은 뭐하시니?"

"우사! 늘상 하던거 하고 있어."

"그래? 그럼 같이 하고 있으렴. 오늘 일은 다 끝났으니 쉬렴. 우동게 너무 괴롭히지 말고."

"우사사! 퇴근이다!"

토끼녀석은 푸닥닥 튀어나가고.

"유카야? 유카언니를 불러줄레?"

'느응! 알았어!'

유카도 뿅뿅 뛰어나갔다.

"답례로 바라는 건 우선.."

에이린씨가 침대 위로 스르륵 올라온다. 얼굴이 가깝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인 마냥 나를 지그시 처다보고 있다. 설마 또 이런 전개인거야!

"당신을 자세히 알고 싶군요."

쿡

"아?"

어느세 팔뚝에 박혀있는 주사기. 단번에 신체의 자유를 빼았겼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우선 유카씨 말을 확인해 봐야겠군요."

무슨 소릴 지껄이는거야!

"칵...."

목덜미가 간지럽다. 날 깔아뭉게고 목덜미를 핥는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듯.. 그러다 빠르게. 격렬하게, 혀 끝으로, 혀 깊숙한 부분으로, 원을 그리며...(이하 생략)

"정말....후훗. 당분간 심심하지 않겠어."

우웁. 입술을 포갠다. 폐 안의 공기를 야금야금 빨아먹히는 기분이다.

부탁이야. 이러지들마.

"여어~. 어때? 내가 말한 대로지?"

어느새 유카가 구경하고 있었다. 상반신이 천장에 붙은 체로...응?!?! 뭐?!!? 

"어머나? 유카가 말한 인간이 바로 이거야?"

옆에는 또 누구야? 왜 너도 상반신만 천장에 붙어있는 거야?

"유카리씨? 당신이 원인이니까 이 현상을 설명해주시지 않겠어요?"

"어머. 비록 내 결계를 열고 닫는 행위가 원인이라지만 난 이런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구? 게다가 나는 직접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증폭시키는 역할만 했을 뿐, 이건 환상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가진 '힘'이야."

아 씨발 다 때려치우고 해독제나 줘 빌어먹을.

"어이 에이린~. 너만 계속 즐길거야? 치사하다고~."

"전 아직 5분도 못 즐겼다구요? 나흘전에 혼자 실컷 즐기셨으면서."

"그렇게 대단한거야? 나도 좀 해보면 안될까?"

밑에 깔린 사람은 개무시냐? 염병. 짜증나. 뭐야 이년들. 사람이 똥으로 보이나.

"당신들은 대책없이 즐기기만 하겠지만 전 실험해봐야 할게 산더미랍니다? 그러니 양보해 주시지 않겠어요?"

아. 좀 

"어쭈? 양보 못하면?"

이봐. 이봐. 야.

"뭐야. 두사람은 조금이라도 즐겼잖아! 일단 나한테 넘기고 순서 정해."

아....이런..진짜...

 

 

 

 

 

 

 

 

 

 

 

 

"아이, 썅!"

 

터어어엉!

무슨 소리지? 뭔가 내 몸속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폭발음 치고는 좀 맑다. 온몸이 찌릿하다. 하지만..

"어?"

움직인다. 움직일 수 있다! 어떻게 된거지? 분명 몸이 마비되어 있었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왼손목만 위아래로 까딱까딱 움직이며 멍하게 있었다.

"해애? 이것도 그 능력 중 하나인 건가?"

"기..라고 하던가? 그 홍마관의 문지기가 쓰던거."

"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과 달라요. 무엇보다도... 정말 달리 표현할 말이 없군요. 유카씨 말대로 '맛'이 달라요."

"저기요.."

일제히 날 본다. 거 되게 부담되네.

"아니 도대체가, 사람을 가운데에 앉혀 놓고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만 주절주절.... 일단 좀 정리를 해주시죠."

나는 장장 5시간 동안 무서운 언니들에게 둘러싸여서 설명을 들었다.

야쿠모 유카리. 내가 환상향으로 들어오게된 간접적인 원인. 경계를 조종하는 능력으로 자신은 환상향과 바깥세상(내가 살던 세상)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경계를 여닫다 보면 가끔 완벽하게 닫히지 않아서 그 틈으로 내가 들어오게 된 샘. 내 기억에는 번개를 맞았던 것 같은데...

 

"경계의 위치는 당신 바로 발 아래였을 거야. 번개가 우연히 그 위로 떨어진거고."

 

번개가 떨어지는 것 보다 더 빨리 빨려들어간다는 건가..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대체 저한테 뭔 짓을 하시던 겁니까? '기'는 뭐고 '맛'은 뭐란 말입니까? 사람을 물건취급 하지 말아주세요."

 

"어머나? 칭찬이랍니다?"

 

아니 그런 칭찬은 받고싶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모든 개체는 혼을 갖고 있어. 거기서 '맛'이라고 밖에는 표현 못한 그 요소는 사실 모든 개체가 큰 차이없이 비슷해. '동일한 원리'로 '탄생'했으니까. 쉽게 말하자면, 모든 것을 만든 '어떤 존재'가 있어 그것이 정한 '원리'로 개체가 탄생하고 활동하는 거지."

 

혼의 맛이라? 아닌 밤중 홍두깨라더니...응? 잠깐? 그렇담 혼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지랄한 거였어? 혼을 파먹어?

 

"자..잠깐! 혼을 먹으면 결국 전 죽는거 아닙니까? 아니 뭐 육신만 남은 좀비가 된다던지...여하간 정상적으로 살지는 못할 텐데요?!"

 

"혼은 술법을 쓰지 않는 이상 아주 작은 일부라도 몸에서 분리되는 일은 없어. 즉 '먹혀 소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말 그대로 맛만 볼 뿐이야. 걱정말라구."

 

"그..그렇다면! 왜! 그..'그 짓'을 하는 겁니까. 아니 뭐 손가락 끝이라던지 그런데서..."


"'구멍'이 있는 곳이 가장 잘 느껴지기 때문이랍니다. 혹은 혈관, 특히 '동맥'에 가까울 때도요."

 

구멍...눈, 코, 귀, 입, 밑구멍, 땀구멍......많은데 왜 하필 입이냐. 동맥도 그래. 맥 짚는 근처도 있잖아.

 

"입이 가장 '정상적'이잖아요? 기분도 나고. 후훗."

 

생긋

 

웃지마 쉬벌....저 웃음은 갖 2차 성징(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이 온 어리숙한 어린 소년을 갖고노는 변태 아줌마의 웃음이다!

 

"그..그건 재껴놓고. 아무튼 그 '하나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혼은 비슷한 '맛'을 내는데.. 그럼 전 왜 맛이 다른겁니까?"

 

"글쎄? 약간은 '보통 맛'이 남아있는걸 보니.. 너가 그 원리에 따라 개체로서 형성된 후 다른 원리가 적용된걸까? 그걸 할 수 있는건 원리를 만든 그 존재밖에는 없겠지만.."

 

이야기가 점점 아스트랄해진다.


"가설일 뿐이예요. 이 설명은 말 그대로 현상을 보고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론일 뿐."

 

에이린씨가 가볍게 정리해주신다. '아님 말고'네 뭐.

 

"말 나온 김에 묻죠. 여기 오기전에 뭔가 비상식적인 경험을 해본 적 없나요?"

 

유카리씨가 물었다.

 

"비상식적인 나라꼴은 본 적 많은데요."

 

세 여자(가 아니라 괴물이겠지)가 의아하게 처다본다.

 

"아니 신경쓰지 마시고요.. 뭐 딱잘라서 없습니다."

 

"뭐야. 재미없어."

 

아. 네. 재미없어 미안합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모든 일의 원흉, 물론 간접적이긴 하지만, 유카리씨. 어쩌긴 뭘 어째요.

 

"원래 살던데로 돌아가고 싶은데요."

 

"아아. 가능할까?"

 

뭐야 이 반응은. 원흉이잖아 당신이.

 

"왜요? 그 '경계'만 열어주시면 되지 않나요?"

 

"흐음....."

 

유카리씨가 천장을 한번 처다보더니.

 

"직접 보여주는게 빠를 것 같군."

 

순간 부앗 하고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다. 여기는 분명 내가 원래 살던 세계일 터. 주위를 둘러보니 일단 우리 동네는 아니다. 그냥 횡한 벌판이다. 유카리씨는 센스도 없네. 기왕이면 내가 사라졌던 그곳으로 보내주면 얼마나 좋아.

 

딱콩

 

"아얏! 뭐하는 겁니까?!"

 

"대려다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 애송이."

 

다 자기 탓이면서...투덜투덜

 

"호오? 불만이 가득하네? 뭐하면 아예 생사의 경계를 흔들어 줄까?"

 

마음을 읽는 거냐. 니미럴.

 

"...고맙습니다. 궁시렁 궁시렁. 그나저나 여긴 어디죠?"

 

".....하아."

 

이봐요. 왜 한숨은 쉬시고 지랄이세요?

 

"이럴 줄 알았지. 여기가 바로 정확히 너가 이쪽 세계에서 '소멸'한 자리다."

 

응?

 

"진짜라니까? 나 정도 되는 대요괴가 이런거 하나 조절 못 하겠어?"

 

왜 쓸데없는 자화자찬인가요?

 

"너가 환상향에서 얼마나 지냈는지 기억해?"

 

대략.....닷새인가? 그게 무슨 상관인데?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는말 들어봤지?"

 

아아 그 설화. 한 사람이 길을 잃고 해매다 우연히 어느 동굴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노인 둘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지. 잠깐 넋 놓고 구경을 했는데 바둑 두던 한 노인이 여긴 보통 사람이 들어오면 안되는 곳이라고 해서 나갔지. 그런데 나가 보니 이전에 살던 집에 처자식은 어디 가고 없고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떡 을어 앉았지 뭐야. 그래서 이전 주인 이름을 대며 아는가 물어보니 그 사람(즉 본인)은 몇대 위의 조상인데 어느날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

 

"그래. 중간에 세세한건 틀린 것 같지만 대충 맞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유카리씨가 말을 놓은 거지?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좀 찝찝한데.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되기도 했고.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너가 환상향에 들어온건 바깥세계 기준으로 2009년. 지금 너가 와 있는 곳은 3000년대야."

 

......뭐?

 

"기본적으로 환상향과 이 바깥세계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 정확한 수치로는 말해봤자 별 의미가 없으니 간단하게 말하지. 환상향에서의 하루는 바깥세계의 다섯,여섯 세대라고 보면 돼."

 

대략....1대 200의 비율이란 말인가? 아니 잠깐만 그렇지만

 

"유카리 씨는..과거와 현제의 경계도 다루실 수 있죠?"

 

"그렇지. 널 2009년으로 대려가줄 순 있지."

 

"아니 그럼 왜.."

 

"가봤자 넌 거기서 '살' 수 없어.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는 못하는 거야. 나는 이 경계의 틈이 '나의 세상'이지만 너는 '손님'인 셈이야. 물리적인 공간만 이동하는 거라면 너는 그 '공간'에서 '살' 수 있지. 하지만 '시간'을 건너뛰어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져. 너가 같은 공간을 다른 시간에 존재할 수는 있어도 같은 시간에 다른 공간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듯이 말이야."

 

아아..가능할까? 의 뜻은 그런거였나. 환상향에 해당하는 이쪽세계의 시간대, 혹은 이쪽세계에 해당하는 환상향의 시간대를 유지하면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 내가 그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어느 공간이든 다른 시간대로 움직이면 나는 '없어야 할 곳에 있다' 혹은 '여러군데 동시에 존재한다'가 되어 오류가 발생. 그래서 영향을 못준다는 설명인가.

 

"거의 천년이 지났다면 이미..

 

"그래. 너가 있을 곳은 여기 없어."

 

찌잉

 

"어이.."

 

하나만 물어보자.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내뱉냐?"

 

따지고 보면 당신이 원인이잖아. 거기에 휘말린 난 애꿎은 희생자일 뿐이고. 멋대로 열고 닫는 그 경계. 누적된 오류. 예상못한 균열. 내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이 경계의 틈에 휘말려 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무심하게 던지는 '이제 너에게 돌아갈 곳은 없어'

니가 뭔데? 뭐가 그리 잘났는데? 대요괴면 다야? 나잇살이나 좀더 많이 처먹은 거 밖에 더 있어? 나잇살 많으면 니 멋대로 전개하는 능력에 엉뚱한 사람이 팔자 조지는 건 용서되는거냐? 사과 한마디도 안해? 그건 누가 허락해 준건데?

 

"야. 이, 개새끼야아아아!!!!!"

 

피이이잉. 머리가 아프다. 무수히 많은 날카로운 바늘이 뇌를 사방팔방 둘러싸고 찌르는 기분이다. 상관 없다. 뭐건 간에 저년을 한대라도 갈겨줘야 한다. 울화가 치민다. 머리 아픈건 참겠는데 이건 못참겠다.

 

뻐억

 

대요괴라더니 뭐야 이건. 단발로 날린 래프트 스트래이트가 안면에 직격. 손 끝의 감각으로 보면 분명 인중에 꽂혀 앞니가 부러졌을 터. 그 기세를 살려 멱살을 잡고 밭다리 후리기로 넘긴 후 마운트 포지션. 이어서 파운딩

 

"육실헐 년아아아아!"

 

콰직 콰직 콰직

내 주먹은 사정없이 유카리의 얼굴을 뭉게고 있다. 예쁘장하게 생긴 면상이 곤죽이 될만큼 내리쳤다.

 

아니 내리쳤다고 생각했다.

 

"..어?"

 

곤죽에 된건 되려 내 주먹이었다. 깔고 앉았다고 생각한 유카리는 멍하니 바닥에 꿇어앉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

 

뒤늦게 통증이 엄습해온다. 맨 바닥을 주먹으로 무게까지 실어 내리쳤다. 손목까지 금이 간게 아닐까.

 

"간단한 비유를 들어줄까?"

 

갑자기 뭔가가 목을 휘감는다. 

 

"컥.."

 

이어서 팔 다리 허리 온몸을 감는 끈. 아니 끈이라기 보다는 촉수라고 부를 만한 감촉. 그리고는 내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우와악!"

 

"코끼리가 먹을 것을 찾으러 이동하다가 식량을 옮기는 개미 무리를 밟았습니다."

 

"커..커억!"

 

촉수가 몸을 점점 죄어 온다.

 

"그래서 개미들이 그 코끼리를 죽이려고 덤벼들었습니다. 그리고 코끼리는 귀찮아져서.."

 

꽈악

 

"칵!"

 

"개미들을 모조리 밟아 죽였답니다."

 

죄어오는 세기가 점점 증가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세가지 뿐이야."

 

손가락을 3개 펼쳐보이는 유카리

 

"여기서 그냥 살아가는 것. 환상향의 주민이 되는 것. 마지막으로.."

 

목에 감긴 촉수가 꿈틀거린다.

 

"코끼리에게 밟혀 죽는 것."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그래. 유카리 말이 틀린건 아니다. 내가 유카리에게 사과를 요구할 권리는 없고, 무엇보다도 그럴 만한 위치가 아니다. 코끼리와 개미라. 그래 비유 한번 잘 들어줬다. 참으로 적나라하네, 응.

다른 선택은 없었다. 나는 간신히 손가락으로 숫자 2를 표시했다.

몸이 다시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휘감고 있던 촉수가 풀려났다. 맥이 탁 풀렸다.

 

"살 곳이 필요하다면 적당히 도와줄게. 내 쪽에 책임이 없는건 아니니까. 괜찮은 조건이지?"

 

바로 직전까지 죽일 기세였으면서...'싱긋'이라니. 씁.

 

"...고맙..습니다."

 

잘 있어라. 이전에 살던 세상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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