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1.06.15 01:09

윳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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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타게 도라와따제!"

"느그타게 어서와!"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레미랴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

한 뒷골목에 있는 윳쿠리 무리가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들 노곤한, 사냥에 지친 모습을 하고

하지만 무언가 기대된다는 얼굴을 한 채로.

 

"오늘은 이만큼이라제."

"느긋한 밥씨야!"

"밥씨는 얻지 못했지만 플라스틱 씨를 얻었다구요!"

 

각자의 사냥감을 자발적으로 내려놓고 있었다.

 

"모두들 수고했다제!"

"쉬고 있으라구!"

 

모아진 사냥의 성과들 한 마리사와 레이무가 쓸어 담아. 가져간다.

아무런 불만이 없다는듯 무리의 윳쿠리들은 흩어져, 각자의 집에서 소중한 가족들과 잠깐의 휴식을 보내러 간다

 

 

 

모아진 재료들을 가져간 마리사는. 몇몇 앨리스들과 힘을 합쳐서 무리가 살고 있는 소중한 윳쿠리 플레이스를 개선하고 있었다. 레미랴들이 소중한 동료들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날카롭게 간 플라스틱과 쇠못들을 지붕과 곳곳에 꽂아주고.

길 곳곳에도 급히 피할수 있도록 지붕을 씌워준다.

 

사람이 보기엔. 누군가 내다버린 쓰레기 덩어리지만. 윳쿠리들에겐 소중한 윳쿠리 플레이스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약간의 빛이 마을을 약간이나마 비추어줄때. 아까의 레이무가 나온다

 

"다들 나오라구!"

의기양양하게 외친 레이무의 앞에는. 

커다란 통-이라고 해봐야 누군가가 먹고 버린 통조림 깡통-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찬것은.

 

"파퍄!!! 윳대찌개씨가 나와따규!!!"

정체 불명의 뻘건 액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한 집에서 한마리씩 튀어나와

윳대찌개. 라고 불린 그 액체를 받기 위한 배식줄이 생겼다

 

"레-뮤는 모-험!을 떠난댜규!!"

"슬금...슬금..."

 

윳대찌개.

무리의 윳쿠리들이 사냥해온 식료품 중에서. 장기 보존이 가능한 것들을 보관해두고. 남은것들을 모조리 떄려넣어 끓..이진 않고. 그냥 인근 화장실에서 사냥해온 물에다 때려붓고 휘휘 저어 만든것이다.

 

그야말로 버려진 잔반통 같은 꼴이지만. 윳쿠리들에겐 소중하고 느긋한 식량.

모두들 같이 열심히 일해. 필요한만큼 배급받고. 나머지로는 미래를 대비한다.

이 무리는 어찌보면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한것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행복한 얼굴에 빠져. 윳대찌개를 각자의 가족과 즐기는것이.

이 무리의 행복한 저녁이였다

 

곧 식사를 마치면 다들 사이좋게, 하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고는. 집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쉬며 내일의 사냥을 준비하는것이. 이 무리의 일과..

 

 

"이딴데 윳쿠리가 살고 있다니.."

 

였는데, 오늘은 좀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어떠한 인간이, 그들을 가려주던 소중한 못 박힌 지붕 -정확히는 리빙박스 뚜껑에 얼기설기 플라스틱 조각을 박아넣은- 을 들춰 올렸던 것이다.

 

"느으아아아아아!!"

"인간씨이이이이이?!?!?"

 

아이윳들은 겁에 질려 각자의 집에 돌아갔다

어른윳들은 예전에 훈련했던대로 자리에 남았다

 

다른 무리였으면 날카로운 커터칼이든 뭐든 인간에게 씨알이라도 먹힐만한 무언가를 꺼내들었겠지만

이 무리는 달랐다. 헛된 저항은 괜히 전멸만 부를 뿐이니. 아가야들이 숨거나 도망칠 시간이라도 벌어주려는것이다.

만약 인간이 약간의 대화라도 한다면. 그걸로 시간을 끌고.

학살이 시작한다면 제각기 도망치는척 하며 시간을 끌리라.

 

"느..느긋하게 있으라구.."

하지만. 정작 인간과 무슨 대화를 할것인가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길윳과 대화따위 하지 않는다.

길윳과 대화하는 인간이라면. 십중팔구 학대, 학살파.

당연히 인간과 거래한 윳쿠리가 살아남아, 그 경험을 무리에 전해주는 일은 극히 적다

그러니 인간과 무슨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끌어야 할지. 훈련따위 해본적 없다.

있다고 해도 윳쿠리 정도의 지능으로 제대로 된 실전훈련이 될리 없었겠지만

 

"이딴 구질구질한데 있으니까. 들춰볼 생각도 안했겠지.."

자신들의 소중한 윳쿠리 플레이스를 구질구질한 곳이라고 비난하자

윳쿠리 몇마리가 분노를 표하려 했지만. 그나마 이성적인 윳쿠리가 눈짓으로 간신히 막았다.

 

"저, 저 인간씨! 느긋한 윳대찌개씨 먹지 않겠냐구? 정말로 느긋한거야아아!!"

요리사 역할을 하던 리더격 레이무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겁쟁이인 레이무종 치고는 굉장한 용기였다.

 

"뭐? 하 참 미치겠네."

인간은 가소롭지도 않다는듯 껄껄 웃더니 뚜껑을 내던지며 말했다

 

"윳대찌개? 아, 부대찌개 비슷한건가? 정신 차려 똥구슬 새끼들아. 부대찌개는. 군대에서 나온 제대로 된 햄 통조림 같은걸로 만든거고, 니네가 쳐먹는건 꿀꿀이 죽이야! 쓰레기로 만든거라고!"

 

인간은 어처구니 없다는듯 윳대찌개가 든 깡통을 발로 차 쓰러뜨린다

"이거봐라, 이건 누가 버린 담배꽁초, 이건 누가 한입 베어물고 존나게 맛없다고 내다 버린 싸구려 쏘시지. 이건 또 뭐야. 이건 동물 사료인데, 누가 짬통에 이딴걸 넣었대냐.."

 

인간은 윳대찌개가 수많은 윳쿠리들이 각자 다른곳에서 사냥해온걸 합친것이라는걸 잘 모르는지 한참을 떠들어대고는. 더러운걸 보는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에휴 내가 뭔 보람이 있다고 이 더러운 똥자루 새끼들이랑 담소를 나누고 있겠냐... 내가 청소부도 아니고, 가공소 직원도 아니고. 보건소 공무원은 더더욱 아니니.. 니들 좆대로 꿀꿀이죽을 쳐먹든 말든 내 알바겠냐. 잘 먹고 잘살아라~"

인간은  물고있던 담배를 던져서 무리의 한가운데 떨구고는. 뒤돌아 가버렸다.

한때 모험을 떠나라고 했던, 이 무리의 존재를 인간에게 알려줘버린 아기 윳쿠리 두마리의 시체를 발로 짓이기고는. 

 

 

"꿀꿀이죽..꿀꿀이죽씨.. 레이무가 만든게... 그런 쓰레기였냐구.."

"아니라제!! 윳대찌개씨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줬다제!!!"

"모두가 행복하게 먹은게 꿀꿀이죽씨 따위일리가 없자나아!!!!!!!!"

 

 

자신의 유일한 자존심이였던 윳대찌개가 한낫 음식물 쓰레기 죽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비 윳쿠리증 발병 직전까지 갔던 레이무는

동료들의 필사적인 변호로 간신히 미쳐버리지 않을수 있었다.

 

 

 

 

며칠 뒤.

 

아직도 복구는 제대로 진행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떠나가 버리고. 정신이 나갈뻔한 레이무를 다독이는 사이에 

뚜껑이 활짝 열렸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던 무리의 윳쿠리들은

 

인간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던 레미랴들의 기습을 받아. 반수가 전멸했다.

 

뒤늦게 정신 차린 윳쿠리들이 가시 박힌 자신들의 집에 대피하면서 레미랴들도 꽤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이미 잔혹하게 빨려서 죽은 동료들은 살아나지 못하는 일이다

 

게다가 난리통속에, 인간이 버렸던 담배의 불씨가 다시금 타올라. 무리의 대들보였던, 뚜껑을 받치던 기둥을 불태워 쓰러뜨려버렸다.

 

 

 

살아남은 윳쿠리들. 그나마도 대부분이 초반에 도주했던 어린 윳쿠리들을 데리고.

윳쿠리들은 무리를 복구하고 있었다.

 

"뺘뺘... 힘듀댜졔에.."

"빨리 하지 못하면 다 뒈지는거라제!!!"

리더 마리사의 땋은머리 채찍을 몇대 맞은 아기 마리사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리더 마리사는 딱 5초만 눈물을 자신이 죽인, 자신의 아가야에게 떨어뜨리고는. 재빨리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구경났냐제?! 이꼴이 되고싶으면 쳐 놀라제!!!!"

 

빨리 뚜껑을 복구하지 못하면. 레미랴든. 길고양이든, 쥐새끼든. 온갖 위협이 무리를 노릴것이다.

이미 며칠이나 습격을 받은 무리의 하우스들은. 반절이나 날카로운 가시들이 무뎌지거나 부러져 버렸다.

 

때문에 리더 마리사는 무리의 노동력 대부분을 쏟아부어, 무리를 복구하고 있었다. 

이런 도중, 자신의 아가야라고 특혜를 줬다간. 그대로 무리는 와해될것이다.

리더 마리사이자, 한 레이무의 남편이자, 아가야의 아버지였던 마리사는

눈물을 삼키며 땋은머리를 휘둘렀다. 

 

이런 노동의 와중에도, 쉬는 윳쿠리들이 있다.

아가야들이다.

죽은 무리만큼 다시 채우기 위해 상쾌를 권유한것 까진 좋았는데.

음식도 없고. 아가야들을 달래줄 어른 윳쿠리는 물론, 아이윳쿠리까지 쥐꼬리만한 노동력이 있다면 끌려나갔다.

이렇게 방치된 아기 윳쿠리들이 죽어나가도 아무도 곡소리를 내지 않고. 마을 구석의 시체 구덩이에 내다 버렸다.

그 시체 구덩이는 어째선지 더이상 높아지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딴데는 신경쓰지 않았다. 

 

 

레이무도 피눈물, 아니 팥눈물을 흘리며 윳대찌개를 만들었다.

하지만 윳력의 대부분이 무리를 복구하는데 동원된 이상. 

사냥으로 들어오는 밥씨도 적을수밖에 없다.

그나마 쌓아뒀던 보존 식량들을넣고, 물을 많이 때려넣는 방식으로 양을 늘려보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더군다나 윳대찌개를 바라보는 무리의 윳쿠리들은 원망하는 눈초리로 레이무를 쳐다보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포기하고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차라리 욕을 해줬으면.

힘들게 일해놓고 이게 다냐고.

이딴 꿀꿀이죽을 쳐먹으려고 죽어라고 사냥을 하고 보수를 하냐고.

아가야들이 몇인데 이걸로 입에 풀칠이나 하겠냐고...

 

리더 레이무는 눈물을 감추질 못하고

얻어 맞아 죽은 자신의 소중한 아가야의 시체가 섞인, 윳대찌개, 아니 꿀꿀이 죽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만다.

 

 

이 무리에게. 윳대찌개 한그릇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날은 돌아올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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