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겨울이 찾아온 12월초.
지방 대학가 뒷편의 작은 산속에 윳쿠리 둥지가 있고, 그 안에는 한쌍의 윳쿠리가 있었다.
"느긋하게 월동할거라구!"
"그래! 겨울씨도 무섭지 않아!"
한쌍의 윳쿠리, 레이무와 마리사는 서로 뺨을 맛대고 신나서 외친다.
겨울이란 야생 윳쿠리에게 죽음의 계절. 어째서 이 둘은 이리 자신만만한가?
"이렇게 완벽!한 집이 있으니 월동도 쉬운 일이라구!"
"맞다구! 정말 완벽! 한 집이야!"
아무래도 그 자신감의 근원은 자신들의 둥지인 것 같다.
확실히 가로 세로 1미터 넓이의, 천장도 조심해서 뛰면 머리가 부딫치지 않을 높이이니 윳쿠리의 둥지로선 상당히 큰 집이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그러면 느긋하게 물을 떠올거야!"
"윳! 마리사 느긋히 다녀오라구!"
마리사가 둥지 앞쪽의 통로로 윳차윳챠 움직인다.
통로는 성체 윳쿠리에 딱맞는 크기인데 그것이 또 50센티 이상 이어진다.
그 통로 끝에 있는 것은 반투명한 아크릴판.
위아래가 땅에 파묻혀 있어 한치의 틈도 없던 그것에 마리사가 나아가 몸으로 밀자
중앙 부분이 그대로 위로 밀려나간다.
이제 보니 중앙 부분이 분리되어있고 위에 경첩이 달려있어 윳쿠리가 자기 몸으로 밀어서 오갈수 있는 구조이다.
"그럼 마리사는 느긋하게 물을 뜬다구!"
마리사는 아무도 듣지 않는데도 선언하며 모자에서 작은 플라스틱 그릇을 꺼냈다.
입구의 옆쪽에는 스테인레스 대야가 하단부가 흙에 묻힌 상태로 고정되어있고
거기에 물이 절반정도 고여있다.
마리사는 플라스틱 그릇을 대야에 담궈서 물을 뜬후, 입에 그릇을 문채로 다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마리사가 물을 떠오는걸 본 레이무도 외친다.
"레이무는 밥씨를 준비한다구! 능숙한 주부씨라구!"
집 뒤쪽으론 입구와 마찬가지로 세개의 구멍이 나있다.
레이무는 그중 가운데 구멍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와는 달리 통로는 짧았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것은 천장까지 가득 들어차 있는 갈색의 작은 육각형들, 윳쿠리 푸드였다.
레이무는 가지고 온 나뭇잎위에 귀밑털로 윳쿠리 푸드를 한웅큼 퍼 담았다.
다른 두 구멍 역시 천장까지 윳쿠리 푸드가 가득차 있었다.
"마리사의 슈퍼 우걱우걱 타임을 시작한다구!"
"레이무의 슈퍼 우걱우걱 타임을 시작한다구!"
신나게 외치며 윳쿠리 푸드를 먹는 마리사와 레이무.
푸드를 다 먹은 다음엔 물그릇을 들고 꿀꺽 꿀꺽한다.
"레이무 배부르니까 응응할거야! 추우니까 화장실에 간다구!"
밥을 다 먹은 레이무가 집 오른쪽에 나있는 구멍으로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성체 윳쿠리에게 딱 맞는 통로를 오십센티 정도 들어가자 그 끝에는 구덩이가 하나 있었다.
구덩이의 넓이는 직경이 십센티를 조금 넘는 정도였지만, 깊이는 오십센티가 넘었다.
레이무의 응응은 구덩이로 낙하해 아직 흙뿐인 바닥위에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레이무와 마리사가 완벽! 한 집이라 부르는 이 둥지.
아무리 생각해도 윳쿠리가 만들수 있는 집이 아니다.
직접 땅을 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도구를 가진 인간이라 할지라도 땅을 파서 둥지 모양으로 만든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도구래봐야 입으로 문 나뭇가지 정도인 윳쿠리가 굴을 파서 둥지로 삼을수 있는 것은
그나마 윳쿠리들의 치악력이 인간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드러난 나무 뿌리 아래나 다른 야생동물이 쓰다가 버린 굴같이 원래 있던 공간을 개보수 하는 정도이지
맨땅을 파서 성체 윳쿠리 둘이 들어갈수라도 있는 둥지를 만드는건 윳쿠리에게 있어서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일이고
집을 만들지 못하고 판돈만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물며 이렇게 크고 체계적인 구조라니.
사실 레이무와 마리사는 바로 아까까지 사육 윳쿠리였다.
레이무와 마리사의 주인이자 이 집의 건축자는 대학생 1학년 오빠야로,
목표로 한 대학에 바로 합격해버린 것도 좋았고, 기뻐하던 부모님을 구슬려 학교앞에 자취방을 얻은 것도 좋았지만
생전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서 독립생활을 하자 이젠 또 외로움을 타게 되었다.
그리하여 펫샵에 가서 아이 레이무를 사오고, 또 레이무의 요청에 따라 마리사도 사오게 된 것이다.
주인 오빠야와 레이무, 마리사 셋의 생활은 느긋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우선 성체가 된 레이무, 마리사는 당연히 아가야를 바란다고 주인 오빠야를 조르기 시작했다.
펫샵에서 교육받은 덕택에 허락없이 상쾌를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오빠야를 보기만 하면 아가야 아가야 노래를 부르니 오빠야 입장에서 느긋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오빠야는 한편, 과에서 친구들을 사귀어서 뭉쳐다니는 패거리가 하나 생겼다.
이들은 학교앞 자취방인 오빠야의 방에 자주 놀러와서 게임하고, 과제하고, 술먹고 하길 일삼았다.
오빠야 입장에서 딱히 레이무와 윳쿠리를 키울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오빠야는 조금 질렸다한들 애완동물을 길에 내다버릴 정도로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물며 계절은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 이때 펫샵에서 나고 자란 윳쿠리를 버린다는 건, 죽이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논의해서 나온 해답이 이것.
'충분한 퇴직금을 줘서 퇴직시키는건 버리는게 아니다'
윳쿠리가 만들수 없는, 성인 인간 여럿이 도구를 이용해서 만든 월동대비가 완벽!한 집과
성체 윳쿠리 한쌍이 겨울 내내 먹고도 여유가 있을 분량의 윳쿠리 푸드.
1년도 안 일하고 집과 3달치 봉급을 타가다니 이렇게 후한 퇴직금을 주는 곳도 없다.
오빠야와 친구들은 이 방법을 생각하곤 그렇게 웃은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레이무와 마리사도 흔쾌히 야생으로 '독립'하는 것에 찬성했다.
펫샵에서 나고 자란 두마리는 야생의 무서움을 잘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손을 남기고 싶다는 본능은 강했다.
그래서 오빠야와 친구들은 집에서 삽과 호미를 가지고 와서 학교 뒷산에 이 집을 건설했다.
언덕의 한편에 땅을 파서 방과 식량창고, 화장실, 입구 구조를 만든후,
합판을 천장으로 삼고 위에 파낸 흙을 덮고 나뭇잎들을 얹어서 위장도 완료.
커다란 원룸구조가 아니라 여러 방을 통로로 연결된 구조도 흙의 하중을 통로의 벽들이 분산하길 바래서 였다.
식량창고 셋에는 윳쿠리 푸드 큰포대를 각각 하나씩 부어놨다.
비록 싸구려긴 하지만 한포대가 성인 윳쿠리 한쌍이 한달 먹고도 여유가 있을 정도의 양.
어차피 앞으론 야생에서 사냥해서 먹고 살아야하니 입이 고급져지면 안된다는 이유도 있었다.
윳쿠리의 월동 방법은 주로 둘로 나뉜다.
하나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가급적 많은 식량을 저장해둔뒤, 겨울이 오면 집에 틀어박혀있다가
날씨가 좀 풀린 날에는 나가서 사냥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잔뜩 먹어둔 후 봄이 올때까지 동면을 하는 것.
두 경우 모두 생존확률이 높지 않다.
겨울철 사냥은 사냥의 성과물은 형편없는데 위험성은 너무 높다.
최대의 위험은 겨울의 추위 그 자체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겨울은 야생동물들 입장에서도 식량수급에 필사적이다.
족제비, 삵등 평상시에는 자신보다 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고 성체 윳쿠리를 피하던 소형 포식자들이 겨울에는 가릴수가 없어지는 것..
동면의 경우도 그대로 얼어죽어버리거나, 봄이 되기전에 동면이 깨버려 굶어죽는 경우가 속출한다.
그러나 이 마리사와 레이무의 경우는, 사냥할 필요도 동면할 필요도 없이,
잔뜩 있는 밥을 겨울이 끝날 때까지 그냥 우걱우걱하면서 그냥 생활하면 된다.
약간 춥기야 하겠지만 외풍도 눈도 들어오지 않는 둥지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니 얼어죽지도 않으리.
이 집이 월동준비에 완벽! 한 집이란 것은 오빠야의 호언장담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성적인 평가일 것이다.
그러나, 집은 완벽히 준비가 되었다한들 그 집에 사는 주민은 어떨까?
"그럼 마리사, 독립도 했으니 아가야를 만들자구!"
"그래 아가야와 함께 다 함께 느긋하자구!"
"유후후. 마리사 의욕만만이구나."
"유호! 레이무 오늘은 재우지 않을거라구!"
첫날에 벌써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물론 오빠야는 아이는 봄이 되고 사냥할수 있게 되면 만들라고 말했지만,
윳쿠리 입장에선 지금까지 참은 것만해도 굉장한 인내였다.
이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고, 솔직히 말해 오빠야도 봄되기전에 아이를 만들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식량에 여유가 있으니 아이들을 키워도 조금 식량을 절약하면 큰탈은 없을테고,
그렇게 절식을 해보는 것도 장차 야생에 적응하는게 도움이 될것이다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과연 그 기대가 올바른 것이었는지 그것은 오래지않아 알수 있을 것이다.
""상쾌애~~~~~~!!!!""
첫상쾌의 여운에 두마리가 잠시 잠겨있는 동안, 벌써 레이무의 이마에 줄기가 자라기 시작하고,
두 윳쿠리는 그것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집에서 월동의 첫날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