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 또 밥씨를 먹을거야! 아가야들을 위해 영양분을 섭취한다구!"
오빠야가 만들어준 완벽!한 집안에서 레이무는 오늘도 느긋히 있다.
"우-걱 우-걱 행보옥!!!"
자기 옆에 있던 대량의 윳쿠리 푸드 덩이에 바로 머리를 박고 우걱우걱 타임을 갖는 레이무.
레이무는 줄기에 열매 윳쿠리들이 생겨 행동이 어려워지자 마리사에게 식량창고의 윳쿠리 푸드를 대량으로 방에 옮겨두도록 시켰다.
그리곤 이렇게 틈이 날때마다 먹는 것이다.
"유유~ 레이무의 아가야들 오늘도 느긋하게 있구나~"
레이무가 이마에 난 줄기를 올려다보니 그곳에는 열매 윳쿠리가 다섯.
이미 장신구들의 형태와 색도 명확해져 레이무 셋에 마리사 둘의 구성이란 것도 알수 있다.
열매 윳쿠리들은 작은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있지만 때때로 꿈을 꾸는듯 옹알이를 한다.
비록 레이무의 위치에선 그 얼굴까지 보이지 않지만 둥글둥글하고 자그마한 몸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더욱더 입맛이 나고 느긋해지는 것이다.
그탓인지 레이무의 몸은 몇일만에 살집이 붙었다.
월동이라는 상황을 생각하면 조금 자제할만도 하지만, 식량이라면 '잔뜩' 있는 식량창고안에 '잔뜩' 있다.
아가야를 위해서라면 아낄 것이 전혀 아니다.
한편 마리사가 입구로부터 들어온다.
"다녀왔다구 레이무."
"마리사 어서와!"
레이무의 환영을 받으며 마리사는 모자를 벗어 거꾸로 내려놓는다.
"오늘도 사냥감이 잔뜩이야."
"윳! 마리사 사냥 실력이 늘었구나!"
마리사의 모자 안에서 나온 것은 마른 풀과 낙엽, 잔가지들이었다.
윳쿠리라고 해도 먹을수 잇는 것이 아니었지만, 원래 목적부터 식량이 아니었으니,
곧 태어날 아가야들의 침대를 만들기 위해 재료인 잔가지와 풀들을 모아온 것이다.
참고로 아가야들에게 이런 새둥지 같은 침대를 만드는 발상은 독립에 동의한 이후
속성 야생생활 공부-라 하여 오빠야가 틀어준 야생 윳쿠리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이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이전에 모아왔던 것들로 반쯤 만들어둔 침대를 꺼내고
새로 모아온 재료들을 혀를 써서 붙여나간다.
침대라고 해봐야 끈적이는 침으로 뭉쳐진 마른 식물 덩어리지만 그래도 흙바닥보단 푹신하니
침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대 작업을 마친 마리사와 레이무는 다시 뺨을 맞대고 느긋히 한다.
"아가야들 오늘도 많이 자란거 같아!"
"유후후 레이무가 잔뜩 밥씨를 먹은 덕이라구!"
"레이무는 태교 능숙하구나! 마리사는 좋은 부인을 만났다구!"
서로 뺨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던 두 윳쿠리는 이후 밥을 먹고 느긋히 잠들었다.
곧 태어날 아가야들과의 느긋한 미래를 상상하며.
아가야들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것은 사실로 이 단계까지 성장한 열매 윳쿠리들은 의식도 형성되어있다.
다만 열매 윳쿠리들의 의식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향해, 꿈의 세계를 향해 있다.
열매 윳쿠리의 몸안에는 모체로부터 흘러들어온 달콤달콤, 따뜻함, 짝 혹은 가족과의 애정, 등 온갖 느긋함이 담긴 팥소가 순환하고 있다.
비록 직접 겪은 경험이 아니라 두리뭉실하지만 열매 윳쿠리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느긋함을 간접 체험하며 꿈속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있다.
'레이뮤! 달컴달컴 잔뜩 먹을꼬야!"
줄기 제일 앞에 달린 레이뮤 역시 달콤달콤의 꿈속에 있었다.
'요것도 레이뮤 꺼! 조것도 레이뮤꺼! 우격 우격-!!! 캐앵----하느를 나는고-'
뿌직-
"유퍄야아아아아아앗!!!"
달콤달콤을 먹다가 느낀 잠깐의 부유감. 그리고 충격과 함께 찾아온 끔찍한 고통.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인지도 아직 모르는 레이뮤 였지만 그 격통은 몸도 정신도 완전히 차지해,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도 알지 못하는채로 그저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는 것 밖에 할수 없었다.
"유삐이이이이잇!!! 아퍄아아아아아아아!!!"
"유? 유윳! 아가야!"
"아, 아가야앗!! 느긋! 느그치!!!"
레이뮤의 비명에 잠에서 깨어난 레이무와 마리사도 곧바로 비명을 지른다.
그들이 본 것은 보물같은 아가야가 땅바닥에 떨어져, 저부가 박살나 사방에 팥소를 흩뿌린채로
입위만 남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아가야! 느긋히 잇으라구! 햘쨕햘쨕!"
"유삐이이이이이이잇!!!"
레이무는 다급히 다가가 햘쨕햘쨕을 해주었지만, 혀로 인해 레이뮤의 몸이 흔들릴때마다
아랫부분으로 팥이 흘러나오며 칼로 몸을 헤짚는 듯한 고통이 달려간다.
그 처절한 비명에 레이무 마리사도 겁에 질린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일까?
사실 이 상황에는 이날 밤 북방기단의 영향으로 이르게 닥친 한파와 월동에 완벽하다는 집의 영향이 컷다.
물론 이 둥지는 땅밑에 지어져 입구는 아크릴판으로 막힌, 외풍이 차단된 집은 맞다.
하지만 별도의 단열재를 두른 것도 아니니 사방의 흙벽을 통해 냉기가 전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보통 윳쿠리의 둥지가 외풍이 차단되어있다면 성체 윳쿠리 둘의 체온으로 덥혀져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 둥지는 윳쿠리 둘로 덥히기엔 너무나 크다.
밤시간에 닥친 한파로 인해 레이무와 마리사는 자면서도 추위에 덜덜 몸을 떨었고,
가장 추운 새벽, 가장 심해진 진동이 가장 증폭되는 줄기 끝에 달린 레이뮤가 줄기로부터 땅에 던져진 것이다.
"유. 유삐!!! ......됴아져......"
"마리사앗! 어떻게든 해봐아아아아아!!!"
"유, 윳! 어떻게든이라니....."
햘쨕햘쨕에도 아무 진전이 없자 레이무는 절규했지만 마리사는 당황할 뿐이다.
사실 이런 큰 상처를 입은 아가 윳쿠리를 살린 다는 것은, 윳쿠리를 치료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간이 아니면 무리.
윳쿠리 마리사로선 손도 발도 댈수가 없는 것이다.
애초에 손도 발도 없지만.
"쫌....뎌.... 느그치...."
"아가얏!!!"
무력한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비명이 잦아들더니 마침내 검게 물드는 레이뮤.
절명한 것이다.
꿈만 꿧을뿐 실제로는 그 어떤 느긋함도 누리지 못하고, 부모와 첫인사조차 하지 못한채,
제대로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레이뮤.
첫 아가야를 그렇게 잃어버린 레이무와 마리사는 둘다 통곡한다.
"아가야! 아가야..... 유굿 유굿......."
"아가야...... 레이무의 둘도 없는 보물씨인 아가야가 어째서 이런 일이! 유흑 유흑......"
".....윳! 그렇다구 레이무! 레이무와 마리사의 보물들은 아직 남아있어!"
"유?"
마리사의 말을 듣고 레이무는 바로 무슨 뜻인지 깨닳는다.
시야를 위로 돌리면, 보물같은 아가야 넷이 있다.
"그래. 이 아가야들은 반드시 지켜야한다구."
"그래! 죽은 아가야의 몫만큼 남아있는 아가야들을 느긋하게 해주겠다구!
눈물을 머금은채로 굳게 다짐하는 레이무와 마리사.
레이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을 꿀꺽꿀꺽하고,
마리사는 죽은 아가야의 시체를 모자에 잘 갈무리해 바깥으로 나온다.
문을 밀어서 열자 그곳은 새벽의 푸르스름한 세상.
사육 윳쿠리 시절에는 몰랐던 세상의 빛과 차가운 공기.
마리사는 몸을 떨면서 걷는다.
"아가야.... 미안해...."
사과를 하며 레이뮤의 검게 물든 땅에 내려놓는 마리사.
제대로 묻고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지만 이 강추위에선 마리사도 오래 버틸수가 없다.
주변의 낙엽을 모아 시체위에 덮어주는게 고작, 힘없이 돌아선다.
최초로 겪은 윳쿠리의 죽음이, 자기 아이가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것이었으니
레이무도 마리사도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를 덮기 위해서인지, 남은 아가야를 위해 더 열성을 가하는 두마리.
레이무는 배가 불러도 억지로 음식을 먹었고,
마리사는 음식을 가져다줄때 외엔 계속 열매 윳쿠리들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그로부터 반나절정도 지나 낮 즈음.
줄기에 매달린 열매 윳쿠리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체가 떨려서 흔들리는게 아닌, 아가 윳쿠리가 탄생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하는 움직임.
"마, 마리사! 아가야들이 태어나려고 하나봐!"
"윳! 알았다구! 바로 모자로 받아주겠다구!"
마리사는 댕기머리로 모자를 벗어서 입에 물고 레이무의 앞쪽으로 다가선다.
"유윳!"
마리사가 모자를 입에 문채로 경탄한 이유는-
"체강의 마챠가 이 세상에 강림한다제!"
"기여운 레이뮤가 느그치 태어날꼬야!"
어느새 열매 윳쿠리들이 눈과 입을 열고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흔들흔들-
뿌직-
그리고 하나씩 줄기로부터 분리돼 모자속으로 낙하-
꼬물꼬물거리며 모여 자리를 잡더니-
"마챠는 마챠다제!"
"레이뮤는 레이뮤라구!"
"레뮤는 레뮤라구!"
"마리샤는 마리샤라구!"
"느그치 있으라구!!!" (x4)
눈을 찡끗, 귀밑털을 파닥파닥 거리며 귀여움을 어필하는 아이들의 일제 탄생 인사.
그것에 감동한 부모 윳쿠리는 눈물을 눈에 머금고 인사를 돌려준다.
"아가야들..... 느긋히 있으라구!" (x2)
인사가 끝나자 가족 모두 모여 누가 누굴 대상으로 하는지도 모르게 부-비부-비 삼매경을 갖는다.
그후 아가야들을 침대로 옮긴후, 마리사가 레이무의 이마에서 줄기를 뜯어내 입으로 가볍게 씹어서 나뭇잎 위에 뱉는다.
"유후후. 아가야들. 최초의 우걱우걱타임을 갖자구."
"유유. 아가야들. 이 줄기씨를 우걱우걱하는거라구."
"와이~ 밥씌!!!"
침대 중앙에 놓인 나뭇잎 주변에 꼬물꼬물 모여서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를 붕붕 흔들며 줄기를 먹는 아가 윳쿠리들.
보는 사람에 따라선 징그러워 소름 돋을 광경이었지만 부모인 레이무와 마리사의 눈에는
그저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우-격 우-격 캐-앵-보-옥!!!"(x4)
사방으로 줄기 조각을 흩뿌리며 먹는 아가 윳쿠리들.
그들을 보던 레이무와 마리사는 어느새인가 서로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렇게 간절했던, 본능 저편에서부터의 요구였던 부모의 꿈이 실현되었다.
같은 꿈을 바라고 같이 꿈을 이룬 두마리는 서로 말을 나눌 필요도 없었다.
맞닿은 뺨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눈물의 감촉이 언어의 한계를 넘어 마음을 통하게 해주니까.
그들의 마음속에서 어제 새벽에 죽은 레이뮤는 이미 희미해졌다.
하지만 그게 현명한 것일지 모른다.
이미 죽은 아이는 아무리 슬퍼한들 되살아날수 없다.
슬픔을 빨리 잊고 힘내서 살아있는 아이들에게 전념하는 것이 자손을 남기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니까.
뭐, 부모 윳쿠리가 전념한다고 아가 윳쿠리들이 안죽는 것도 아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