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가 끝났다.
제법 호흡도 잘 맞았고 실수도 없었다.
그렇게 높은 등수를 원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높은 성적은 얻은것 같았다.
콩쿠르가 끝나고 이튿날 우츠리가 내게 전화했다.
"하야시! 뒤풀이 하러가자!"
갑자기 말투는 또 왜이리 활발해진거야. 영 어색한데.
"뭐야 그게."
"몰라?"
"4년을 알고 지냈는데 나 사회성 결여된거 모르냐. 어째 배신감 느껴진다."
"그랬나? 하기사 넌 나랑만 다니니까. 어쨌든 뒤풀이라는건, 큰일 하나 한 뒤에 뭐 먹거나 놀러가는거야."
"그런건가. 그럼 나랑 어디 가자는 소리잖아."
"그런 셈이려나. 어쨌든 밖으로 나와. 네 집 앞이니까."
적당히 옷을 챙겨 입고 머리를 정리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어디 갈건데?"
"윳쿠리 카페!"
"그건 또 뭐냐."
"일종의 학대파를 위한 디저트카페 정도로 생각하면 돼."
"그런것도 있었던가. 그러면 내가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던지 그런거야?"
"반쯤은 그런거야. 주문하기 전에 살려서 내올지 반 죽여서 내올지 죽여서 내올지 정하고 마음대로 메뉴에 따라서 만들어 먹는거야."
"윳쿠리 구이집이나 그런건 아닌가보네."
"카페랑 구이집을 비교하면 곤란하다고요."
"네. 네. 얼른 가자. 시간 아깝다."
예상외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우츠리와 여러 잡담을 하며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동네에서 볼법한 자그마한 개인 카페정도의 크기였다.
간판에는 '윳쿠리 디저트 카페! 애호파분들은 들어오시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제딴에는 나름 애호파 배려해준건가... 그래봤자 극성 애호파는 멋대로 쳐들어가서 잔혹하다며 호들갑 떨겠지."
"극단적인데?"
"사실이니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는 별다른 카페와 다를게 없었다. 목재로 만들어진 인테리어가 꽤 차분한 느낌을 주었고 적당히 밝은 조명을 켜두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위화감이 들 정도다.
"능야아아아! 레이뮤를 먹찌 마랴줘어어어!"
"시러어어! 마리쨔, 밥씨 되기 시러어어!"
"느꺄아아아아! 아뻐어어어어! 뜨거어어어! 엄마야 사려줘어어!"
...이런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굉장하네. 여러 의미로."
"멋지지? 나, 여기 자주 오니까."
"나름 단골이라는건가. 그나저나 인테리어가 상당히 잘돼있네. 차분한 느낌의 목재라..."
"느낌 좋지? 여기 오면 치유되는 느낌이라니까."
"무슨 의미인거냐."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학대욕구가 솟아오르니깐!"
"우츠리 너, 여러모로 복잡한 사람이네."
"그런가? 뭐, 상관없어. 그건 그렇고, 뭐 시킬거야?"
우츠리가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메뉴판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디저트류:
윳쿠리 와플 - 300엔
윳쿠리 빙수 - 350엔
윳쿠리 브레드 - 340엔
윳쿠리 모나카 - 400엔
윳쿠리 푸딩 - 420엔
윳쿠리 태피 - 450엔
윳쿠리 퐁뒤 - 730엔
음료:
윳쿠리 커피 - 150엔
윳쿠리 밀크티 - 150엔
윳쿠리 라떼 - 180엔
윳쿠리 핫초코 - 170엔
"비싸군. 퐁뒤에서 가격이 너무 팍 오르는데."
"그야 퐁뒤는 만드는것도 뒤처리도 까다롭잖아. 하지만 맛있단 말이야."
"넌 애초에 맛으로 먹냐. 학대하는 맛에 먹는거 아니냐?"
"시끄럿!"
"우왓."
"미안. 정곡을 찔려서. 어쨌든 뭐 먹을래?"
"음... 간단하게 와플이나 먹지 뭐."
"마실거는?"
"밀크티."
"알았어. 나도 똑같은 걸로. 이번 거는 내가 살게."
"아 잠깐. 그냥 더치페이로 해."
"기껏 쏘겠다는데... 너무 사회성 결여된거 아니야? 콩쿠르 성적 잘나와서 기분좋아서 사주는거란 말이야."
"비싸잖아."
"원래 이럴땐 얼씨구나 하고 받아먹는거야. 눈치없기는..."
내 눈엔 너가 더 이상해. 900엔을 기분좋다고 거침없이 내는 사람이 너 말고 더 있냐?
"...부담된단 말이다."
"뭐?"
"아. 아무것도 아냐. 혼잣말이야."
"좀 수상하단 말이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내 말 못믿어?"
"흠. 그래. 넌 거짓말 할 애는 아니니깐."
정말 토끼귀인거 아냐? 진짜 토끼귀인 우동게도 쟤보단 나쁘겠다.
"하야시! 윳쿠리 살려서 내올거야?"
"살려만 놔서!"
"알았어!"
주문을 끝내고 우츠리가 자리에 와서 앉았다.
"정말, 항상 주문같은건 내가 하잖아. 너도 좀 해보면 안돼냐?"
"말했잖아. 사회성 결여라고."
"그걸로 설득이 될것같냐."
"게다가 낯가림도 심하고."
"남자가 그래서야 쓰냐. 가끔은 철면피가 되야 될 때도 있는거야."
"그게 안되니까 이러는거 아니냐."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내 앞에 놓여진 접시엔 먹음직스러운 와플이 있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아이덴티티.
구워져 온 몸에서 김을 내뿜으며 혀를 내밀고 헐떡대는 아기윳 3마리.
"뜨고오오..."
"레뮤 주꼬시찌 아냐아아..."
"시러어... 죽는건 시러어...."
"여러모로 굉장하네, 이건."
살려서 먹는건 귀찮지만 학대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건가.
우츠리의 접시에는 아직 윳쿠리가 놓여져 있지 않았다.
"어, 우츠리. 넌 윳쿠리 없어?"
"조금 있으면 나올거야."
말을 끝내기 무섭게 점원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윳 3마리가 담긴 상자와 핫플레이트를 들고 왔다.
투명상자라 앞에 있는 와플에 마구 달려들지만 소용 없다. 냄새도 맡을수 있을테니 더더욱 환장할테지.
"마리쨔의 달콤달코오옴!"
"할아멈은 레뮤에게 그 달콤달콤을 내놓으라구! 당장이 좋다구!"
점원은 말없이 핫플레이트를 내려놓고 전원을 키더니 윳쿠리를 올려놓았다.
당연히 저부가 불타버리겠지.
"느꺄아아아아아! 뜨거뜨거뜨거어어!"
"쌀려죠오오오오!"
점원은 10초 정도 저부를 굽고 접시 위에 윳쿠리를 올려놓았다.
"이제 이거를 먹는거야."
"달려들어서 윳쿠리가 먹어버리는 불상사룰 방지하는 안전장치인건가."
"그런 셈이지."
우츠리는 씨익 웃으면서 윳쿠리를 집어들고는 와플에 올렸다.
그러곤 와플을 베어물었다. 물론 윳쿠리도 함께, 전부가 아니라 절반만.
죽지 않고 살아는 있으니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남은 반을 통째로 먹진 않고 중추팥소를 꺼내어 격자 사이에 껴넣어 먹었다. 반쪽은 버려버리고 말이다.
그러다 갑자기 날 바라봤다.
"안먹어?"
"아아. 어... 그렇지. 멍때리고 있었네."
우츠리가 한 것처럼 윳쿠리를 반으로 가르고 중추팥소만 꺼내 와플과 함께 먹었다.
상당히 달다. 굳이 시럽이 필요 없을것 같을 정도다.
처음 와플이 나왔을때는 시럽이 없어서 이상했지만 시럽이 뿌려져 있었으면 재앙이 일어났을것 같다. 윳쿠리들이야 환장을 하다 못해 아주 기겁을 하겠지만.
적당히 와플을 먹다 밀크티에 손이 갔는데 밀크티 역시 달지 않았다.
보통 설탕을 넣는게 정석 아닌가 싶지만 이미 여긴 훌륭한 대체재가 있지 않은가.
근데 어떻게 먹으라고.
"저기... 우츠리."
"왜?"
"밀크티랑 나온 윳쿠리는 어떻게 먹으라는거냐?"
"이거 받아."
그러고는 조금 큰 주사기처럼 생긴 기구를 내게 건넸다.
주사기와 다른 점이라면, 스크류처럼 내려가는 구조라는 것 정도.
대충 예상이 간다만...
"이걸로 윳쿠리를 짜서 팥소를 타 먹는거야."
"팥소 특유의 맛이 나지 않을까?"
"팥맛은 다 제거한 윳쿠리야. 단맛만 나니까 걱정하지 마."
"잠깐. 그럼 이거 너무 비싸지잖아."
"윳쿠리는 어떤 생물이다? 단순한 생물이다. 높고 돈 많으신 분들을 위해서 무균실에서 길러진 엘리트 윳쿠리보단 훨씬 싸니까 걱정 마."
"그렇긴 하지..."
주사기에 윳쿠리를 넣고 짜버려 팥소를 밀크티에 탔다.
적당히 스푼으로 저어주고 다시 마시니 내가 아는 그 맛이 났다.
와플을 다 먹고 나니 우츠리가 눈에 들어왔다. 윳쿠리 3마리를 다 먹지 않고 2마리만 먹은듯 했다.
남은 한마리에게 애도를.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될 테니 말이다.
포크로 쿡쿡 찔러대거나 간단한 고문을 하거나 귀밑털을 나이프로 잘라버린다던지 머리장식을 베어버리는 등의 학대를 하다 보니 아기윳이 드디어 견디지 못하고 팥소를 토하고 느긋해져 버렸다.
"아, 아쉽네. 더 학대하고 싶었는데."
"그런건 길윳 잡아다가 해도 되거든요."
"그거랑 이건 다르지."
"죽이는건 똑같잖아."
"그건 구제고, 이건 학대!"
"즉 의무와 취미의 차이라는거냐."
"바로 그거야!"
"의도만 다르지 행동은 같..."
"그만하고! 다른거 또 시킬까?"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하던가."
"생각해봤는데, 윳쿠리 말고 너로 해도 되겠다."
"우츠리, 뭐 먹을래?"
"그렇게 나와주셔야지."
무서운 놈.
"글쎄... 퐁뒤 어때? 나도 그렇게 많이 먹어보진 않았고."
"비싸잖아."
"먹는데 돈쓰는게 뭐가 아깝냐."
"우리나라 엥겔 지수가 팍 오르면 아마 전적으로 네 덕분일거다."
그리고 그렇게 먹어대면서도 살이 안찐다. 대단한 녀석이다. 모든 여자애들이 부러워할걸.
"네, 네. 됐고 퐁뒤나 시켜서 빨리 먹고 가자."
몇번을 봐도 우츠리네 집은 꽤 부유한것 같단 말이지. 1500엔 가량을 아무렇지 않게 팍팍 써버리다니.
퐁뒤는 가운데에 녹인 초콜릿이 담긴 그릇과 그릇을 달구고 있는 촛불을 중심으로 파이프를 절반으로 잘라놓은듯한 형태의 그릇 안에 윳쿠리가 들어 있었다.
초콜릿 냄새가 풍겨대니 윳쿠리들이 아주 발광을 해댔다.
"마리쨔의 달콤달콤씌이이잇!"
"머꼬시퍼머꼬시퍼머꼬시퍼어엇!"
"달콤달콤씌이이잇!"
"시끄럽네. 우츠리, 이놈들 그냥 초콜릿에 담궈서 먹으면 되는거지?"
"응. 그렇게 달지 않은 윳쿠리니까 적당히 달콤할거야."
"그래. 그럼 이놈으로..."
마리사를 한마리 집어 초콜릿통에 담궜다.
좋아 죽겠지. 비유적 의미로도, 진짜 말 그대로도.
초콜릿은 김이 나는데다 거품도 약간씩 올라올 정도로 뜨거웠으니깐 말이다.
"느갸아아아악! 뜨거워어어! 달콤달콤씨가 뜨거어어엇! 이럴리가 없을텐데에에엣! 달콤달콤씨는 게스라제에!"
"아주 지랄을 하네."
"하라버어엄! 어서 마리쨔를 구하라제에!! 안그러면 제제해버리겠다제!"
"얼씨구, 말은 잘하네. 내가 상위 포식자거든."
"뭔 소리를 하는거냐제에에에!"
"됐어. 뭐라고 발악하던 넌 죽게 돼있어."
"시끄럽다제에에! 마리쨔가 하라범따위에게 죽을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것 자체가 모순인거야. 죽일수도 죽임당할수도 있지. 윳쿠리는... 죽임당할수밖에 없는 생물이야. 불쌍하기도 해라."
"어대여어어어! 유쿠찌는 느긋해야만 하는데에에!"
"윳쿠리라 느긋해야 한다... 윳쿠리는 느긋해야만 한다... 재밌는거 알려줄까? 현실은 반대라는거."
"아냐아아아! 하라범가튼 멍청한 인간보다 유쿠찌가 더 느긋하다구우우!"
"그럼 넌 지금 느긋해? 느긋할 수 있어?"
"느갸아!"
"인간이 느긋할수 없다는건 인정할게. 인간이니까 잘 알지. 하지만 인간뿐 아니라 모두가 느긋할 수 없어. 느긋함이란 이 세상에 없어."
"아냐아아! 아니라제에에! 느긋하게... 느긋하고 싶은데에!"
"말상대 해주기도 지친다. 잘 먹을게."
"시러어어! 먹혀지는건 싫다제에에에!"
초콜릿 코팅을 입힌 만쥬의 맛은... 맛있다.
우츠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비단 맛있는것 뿐 아니라 학대를 할때도 좋다.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다.
"멋졌어. 하야시군."
"...부탁이니까, 군 자는 빼주면 안돼냐."
"나름대로의 애칭인데."
"안어울려. 그리고 내가 부담스러워."
"정 그러면... 알았어, 하야시."
"넌 안먹어?"
"먹을거야. 이 레이무로."
"어대뎌어어어! 레뮤는 주끼시릉데에엥!"
"어째서? 이유는 없어. 어차피 다 죽을거니깐."
"느꺄아아아아!"
좋은 곳이다. 스트레스 풀때나 좀 허전할때 찾아와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맛도 있고 학대할수도 있으니까.
"하야시, 따라와!"
"집 가는길 정도는 알거든요."
"내가 심심해서 그래. 가자!"
"잠깐, 기다려봐."
"거기 할아범은 보라구! 레이무는 임싱을 했다구! 불쌍한 싱글맘이라구! 그러니까 달콤달콤을 달라구! 펫씨로 삼아달라구!"
식물형 임신을 한 길윳 레이무가 내게 외쳐대고 있다.
"지랄."
줄기를 밟아 뭉개버렸다.
"아갸아아아! 어대뎌어어어!"
"네가 주제넘은 소리를 하니깐 그러지. 계속 소리지르면 민폐니까 어서 죽어."
마침 옆에 있던 뾰족한 돌멩이로 레이무를 찔렀다. 정수리로 파고 들어간다.
"느갸갸갸갸갹! 아파아파아파아아!"
"제발 좀 닥치고 있어라."
무언가 부서진것이 느껴지고 레이무는 흰자를 드러내며 죽어버렸다. 중추팥을 부숴버린것 같다.
"개념도 안잡힌게 펫은 무슨."
"... 이제 가도 되는거야?"
"아, 그렇지. 이제 가자. 좀 늦은것 같고."
"그건 그렇고, 너 진짜 연습할때 나한테 뭐라고 그런거야?"
"무서운 자식. 그걸 다 기억하고 있네."
"나랑 같이 뭐 한다고 했는데 기억 못할리가."
"큭. 장난 아니군."
"진짜, 말해주면 뭐 덧나냐?"
"여기 말고, 나중에 말해줄게, 나중에."
"집에 가서 메일로 보내!"
"그렇게 알고 싶은거냐."
"인간은 호기심이란게 있는거야."
"네. 네. 집에 가서 보낼게. 충격받지 말고."
"뭐 또 대단한걸 하겠다고... 걱정마!"
아니, 너 분명히 충격받는다.
고백받고 충격 안받을 사람이 어딨어.
-----------------------------------------------
생각없이 써댄 ss 또 하나 투척입니다.
젠장. 어째 학대가 아니라 연애담이 주가 된 느낌을 지울수가 없군요. 학대력이 더더욱 필요해...
대충 캐릭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하야시 소요 - 15세. 흔히들 말하는 게으른 천재. 노력의 노 자도 모름. 독설을 좋아하지만 정작 제대로 독설을 날린적은 없음.
여자: 우츠리 히데 - 15세. 기본적 재능은 일반적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하야시보다는 떨어짐. 노력파.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난 도대체 무슨 똥을 만들어낸 것인가...
제법 호흡도 잘 맞았고 실수도 없었다.
그렇게 높은 등수를 원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높은 성적은 얻은것 같았다.
콩쿠르가 끝나고 이튿날 우츠리가 내게 전화했다.
"하야시! 뒤풀이 하러가자!"
갑자기 말투는 또 왜이리 활발해진거야. 영 어색한데.
"뭐야 그게."
"몰라?"
"4년을 알고 지냈는데 나 사회성 결여된거 모르냐. 어째 배신감 느껴진다."
"그랬나? 하기사 넌 나랑만 다니니까. 어쨌든 뒤풀이라는건, 큰일 하나 한 뒤에 뭐 먹거나 놀러가는거야."
"그런건가. 그럼 나랑 어디 가자는 소리잖아."
"그런 셈이려나. 어쨌든 밖으로 나와. 네 집 앞이니까."
적당히 옷을 챙겨 입고 머리를 정리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어디 갈건데?"
"윳쿠리 카페!"
"그건 또 뭐냐."
"일종의 학대파를 위한 디저트카페 정도로 생각하면 돼."
"그런것도 있었던가. 그러면 내가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던지 그런거야?"
"반쯤은 그런거야. 주문하기 전에 살려서 내올지 반 죽여서 내올지 죽여서 내올지 정하고 마음대로 메뉴에 따라서 만들어 먹는거야."
"윳쿠리 구이집이나 그런건 아닌가보네."
"카페랑 구이집을 비교하면 곤란하다고요."
"네. 네. 얼른 가자. 시간 아깝다."
예상외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우츠리와 여러 잡담을 하며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동네에서 볼법한 자그마한 개인 카페정도의 크기였다.
간판에는 '윳쿠리 디저트 카페! 애호파분들은 들어오시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제딴에는 나름 애호파 배려해준건가... 그래봤자 극성 애호파는 멋대로 쳐들어가서 잔혹하다며 호들갑 떨겠지."
"극단적인데?"
"사실이니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는 별다른 카페와 다를게 없었다. 목재로 만들어진 인테리어가 꽤 차분한 느낌을 주었고 적당히 밝은 조명을 켜두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위화감이 들 정도다.
"능야아아아! 레이뮤를 먹찌 마랴줘어어어!"
"시러어어! 마리쨔, 밥씨 되기 시러어어!"
"느꺄아아아아! 아뻐어어어어! 뜨거어어어! 엄마야 사려줘어어!"
...이런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굉장하네. 여러 의미로."
"멋지지? 나, 여기 자주 오니까."
"나름 단골이라는건가. 그나저나 인테리어가 상당히 잘돼있네. 차분한 느낌의 목재라..."
"느낌 좋지? 여기 오면 치유되는 느낌이라니까."
"무슨 의미인거냐."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학대욕구가 솟아오르니깐!"
"우츠리 너, 여러모로 복잡한 사람이네."
"그런가? 뭐, 상관없어. 그건 그렇고, 뭐 시킬거야?"
우츠리가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메뉴판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디저트류:
윳쿠리 와플 - 300엔
윳쿠리 빙수 - 350엔
윳쿠리 브레드 - 340엔
윳쿠리 모나카 - 400엔
윳쿠리 푸딩 - 420엔
윳쿠리 태피 - 450엔
윳쿠리 퐁뒤 - 730엔
음료:
윳쿠리 커피 - 150엔
윳쿠리 밀크티 - 150엔
윳쿠리 라떼 - 180엔
윳쿠리 핫초코 - 170엔
"비싸군. 퐁뒤에서 가격이 너무 팍 오르는데."
"그야 퐁뒤는 만드는것도 뒤처리도 까다롭잖아. 하지만 맛있단 말이야."
"넌 애초에 맛으로 먹냐. 학대하는 맛에 먹는거 아니냐?"
"시끄럿!"
"우왓."
"미안. 정곡을 찔려서. 어쨌든 뭐 먹을래?"
"음... 간단하게 와플이나 먹지 뭐."
"마실거는?"
"밀크티."
"알았어. 나도 똑같은 걸로. 이번 거는 내가 살게."
"아 잠깐. 그냥 더치페이로 해."
"기껏 쏘겠다는데... 너무 사회성 결여된거 아니야? 콩쿠르 성적 잘나와서 기분좋아서 사주는거란 말이야."
"비싸잖아."
"원래 이럴땐 얼씨구나 하고 받아먹는거야. 눈치없기는..."
내 눈엔 너가 더 이상해. 900엔을 기분좋다고 거침없이 내는 사람이 너 말고 더 있냐?
"...부담된단 말이다."
"뭐?"
"아. 아무것도 아냐. 혼잣말이야."
"좀 수상하단 말이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내 말 못믿어?"
"흠. 그래. 넌 거짓말 할 애는 아니니깐."
정말 토끼귀인거 아냐? 진짜 토끼귀인 우동게도 쟤보단 나쁘겠다.
"하야시! 윳쿠리 살려서 내올거야?"
"살려만 놔서!"
"알았어!"
주문을 끝내고 우츠리가 자리에 와서 앉았다.
"정말, 항상 주문같은건 내가 하잖아. 너도 좀 해보면 안돼냐?"
"말했잖아. 사회성 결여라고."
"그걸로 설득이 될것같냐."
"게다가 낯가림도 심하고."
"남자가 그래서야 쓰냐. 가끔은 철면피가 되야 될 때도 있는거야."
"그게 안되니까 이러는거 아니냐."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내 앞에 놓여진 접시엔 먹음직스러운 와플이 있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아이덴티티.
구워져 온 몸에서 김을 내뿜으며 혀를 내밀고 헐떡대는 아기윳 3마리.
"뜨고오오..."
"레뮤 주꼬시찌 아냐아아..."
"시러어... 죽는건 시러어...."
"여러모로 굉장하네, 이건."
살려서 먹는건 귀찮지만 학대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건가.
우츠리의 접시에는 아직 윳쿠리가 놓여져 있지 않았다.
"어, 우츠리. 넌 윳쿠리 없어?"
"조금 있으면 나올거야."
말을 끝내기 무섭게 점원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윳 3마리가 담긴 상자와 핫플레이트를 들고 왔다.
투명상자라 앞에 있는 와플에 마구 달려들지만 소용 없다. 냄새도 맡을수 있을테니 더더욱 환장할테지.
"마리쨔의 달콤달코오옴!"
"할아멈은 레뮤에게 그 달콤달콤을 내놓으라구! 당장이 좋다구!"
점원은 말없이 핫플레이트를 내려놓고 전원을 키더니 윳쿠리를 올려놓았다.
당연히 저부가 불타버리겠지.
"느꺄아아아아아! 뜨거뜨거뜨거어어!"
"쌀려죠오오오오!"
점원은 10초 정도 저부를 굽고 접시 위에 윳쿠리를 올려놓았다.
"이제 이거를 먹는거야."
"달려들어서 윳쿠리가 먹어버리는 불상사룰 방지하는 안전장치인건가."
"그런 셈이지."
우츠리는 씨익 웃으면서 윳쿠리를 집어들고는 와플에 올렸다.
그러곤 와플을 베어물었다. 물론 윳쿠리도 함께, 전부가 아니라 절반만.
죽지 않고 살아는 있으니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남은 반을 통째로 먹진 않고 중추팥소를 꺼내어 격자 사이에 껴넣어 먹었다. 반쪽은 버려버리고 말이다.
그러다 갑자기 날 바라봤다.
"안먹어?"
"아아. 어... 그렇지. 멍때리고 있었네."
우츠리가 한 것처럼 윳쿠리를 반으로 가르고 중추팥소만 꺼내 와플과 함께 먹었다.
상당히 달다. 굳이 시럽이 필요 없을것 같을 정도다.
처음 와플이 나왔을때는 시럽이 없어서 이상했지만 시럽이 뿌려져 있었으면 재앙이 일어났을것 같다. 윳쿠리들이야 환장을 하다 못해 아주 기겁을 하겠지만.
적당히 와플을 먹다 밀크티에 손이 갔는데 밀크티 역시 달지 않았다.
보통 설탕을 넣는게 정석 아닌가 싶지만 이미 여긴 훌륭한 대체재가 있지 않은가.
근데 어떻게 먹으라고.
"저기... 우츠리."
"왜?"
"밀크티랑 나온 윳쿠리는 어떻게 먹으라는거냐?"
"이거 받아."
그러고는 조금 큰 주사기처럼 생긴 기구를 내게 건넸다.
주사기와 다른 점이라면, 스크류처럼 내려가는 구조라는 것 정도.
대충 예상이 간다만...
"이걸로 윳쿠리를 짜서 팥소를 타 먹는거야."
"팥소 특유의 맛이 나지 않을까?"
"팥맛은 다 제거한 윳쿠리야. 단맛만 나니까 걱정하지 마."
"잠깐. 그럼 이거 너무 비싸지잖아."
"윳쿠리는 어떤 생물이다? 단순한 생물이다. 높고 돈 많으신 분들을 위해서 무균실에서 길러진 엘리트 윳쿠리보단 훨씬 싸니까 걱정 마."
"그렇긴 하지..."
주사기에 윳쿠리를 넣고 짜버려 팥소를 밀크티에 탔다.
적당히 스푼으로 저어주고 다시 마시니 내가 아는 그 맛이 났다.
와플을 다 먹고 나니 우츠리가 눈에 들어왔다. 윳쿠리 3마리를 다 먹지 않고 2마리만 먹은듯 했다.
남은 한마리에게 애도를.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될 테니 말이다.
포크로 쿡쿡 찔러대거나 간단한 고문을 하거나 귀밑털을 나이프로 잘라버린다던지 머리장식을 베어버리는 등의 학대를 하다 보니 아기윳이 드디어 견디지 못하고 팥소를 토하고 느긋해져 버렸다.
"아, 아쉽네. 더 학대하고 싶었는데."
"그런건 길윳 잡아다가 해도 되거든요."
"그거랑 이건 다르지."
"죽이는건 똑같잖아."
"그건 구제고, 이건 학대!"
"즉 의무와 취미의 차이라는거냐."
"바로 그거야!"
"의도만 다르지 행동은 같..."
"그만하고! 다른거 또 시킬까?"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하던가."
"생각해봤는데, 윳쿠리 말고 너로 해도 되겠다."
"우츠리, 뭐 먹을래?"
"그렇게 나와주셔야지."
무서운 놈.
"글쎄... 퐁뒤 어때? 나도 그렇게 많이 먹어보진 않았고."
"비싸잖아."
"먹는데 돈쓰는게 뭐가 아깝냐."
"우리나라 엥겔 지수가 팍 오르면 아마 전적으로 네 덕분일거다."
그리고 그렇게 먹어대면서도 살이 안찐다. 대단한 녀석이다. 모든 여자애들이 부러워할걸.
"네, 네. 됐고 퐁뒤나 시켜서 빨리 먹고 가자."
몇번을 봐도 우츠리네 집은 꽤 부유한것 같단 말이지. 1500엔 가량을 아무렇지 않게 팍팍 써버리다니.
퐁뒤는 가운데에 녹인 초콜릿이 담긴 그릇과 그릇을 달구고 있는 촛불을 중심으로 파이프를 절반으로 잘라놓은듯한 형태의 그릇 안에 윳쿠리가 들어 있었다.
초콜릿 냄새가 풍겨대니 윳쿠리들이 아주 발광을 해댔다.
"마리쨔의 달콤달콤씌이이잇!"
"머꼬시퍼머꼬시퍼머꼬시퍼어엇!"
"달콤달콤씌이이잇!"
"시끄럽네. 우츠리, 이놈들 그냥 초콜릿에 담궈서 먹으면 되는거지?"
"응. 그렇게 달지 않은 윳쿠리니까 적당히 달콤할거야."
"그래. 그럼 이놈으로..."
마리사를 한마리 집어 초콜릿통에 담궜다.
좋아 죽겠지. 비유적 의미로도, 진짜 말 그대로도.
초콜릿은 김이 나는데다 거품도 약간씩 올라올 정도로 뜨거웠으니깐 말이다.
"느갸아아아악! 뜨거워어어! 달콤달콤씨가 뜨거어어엇! 이럴리가 없을텐데에에엣! 달콤달콤씨는 게스라제에!"
"아주 지랄을 하네."
"하라버어엄! 어서 마리쨔를 구하라제에!! 안그러면 제제해버리겠다제!"
"얼씨구, 말은 잘하네. 내가 상위 포식자거든."
"뭔 소리를 하는거냐제에에에!"
"됐어. 뭐라고 발악하던 넌 죽게 돼있어."
"시끄럽다제에에! 마리쨔가 하라범따위에게 죽을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것 자체가 모순인거야. 죽일수도 죽임당할수도 있지. 윳쿠리는... 죽임당할수밖에 없는 생물이야. 불쌍하기도 해라."
"어대여어어어! 유쿠찌는 느긋해야만 하는데에에!"
"윳쿠리라 느긋해야 한다... 윳쿠리는 느긋해야만 한다... 재밌는거 알려줄까? 현실은 반대라는거."
"아냐아아아! 하라범가튼 멍청한 인간보다 유쿠찌가 더 느긋하다구우우!"
"그럼 넌 지금 느긋해? 느긋할 수 있어?"
"느갸아!"
"인간이 느긋할수 없다는건 인정할게. 인간이니까 잘 알지. 하지만 인간뿐 아니라 모두가 느긋할 수 없어. 느긋함이란 이 세상에 없어."
"아냐아아! 아니라제에에! 느긋하게... 느긋하고 싶은데에!"
"말상대 해주기도 지친다. 잘 먹을게."
"시러어어! 먹혀지는건 싫다제에에에!"
초콜릿 코팅을 입힌 만쥬의 맛은... 맛있다.
우츠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비단 맛있는것 뿐 아니라 학대를 할때도 좋다.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다.
"멋졌어. 하야시군."
"...부탁이니까, 군 자는 빼주면 안돼냐."
"나름대로의 애칭인데."
"안어울려. 그리고 내가 부담스러워."
"정 그러면... 알았어, 하야시."
"넌 안먹어?"
"먹을거야. 이 레이무로."
"어대뎌어어어! 레뮤는 주끼시릉데에엥!"
"어째서? 이유는 없어. 어차피 다 죽을거니깐."
"느꺄아아아아!"
좋은 곳이다. 스트레스 풀때나 좀 허전할때 찾아와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맛도 있고 학대할수도 있으니까.
"하야시, 따라와!"
"집 가는길 정도는 알거든요."
"내가 심심해서 그래. 가자!"
"잠깐, 기다려봐."
"거기 할아범은 보라구! 레이무는 임싱을 했다구! 불쌍한 싱글맘이라구! 그러니까 달콤달콤을 달라구! 펫씨로 삼아달라구!"
식물형 임신을 한 길윳 레이무가 내게 외쳐대고 있다.
"지랄."
줄기를 밟아 뭉개버렸다.
"아갸아아아! 어대뎌어어어!"
"네가 주제넘은 소리를 하니깐 그러지. 계속 소리지르면 민폐니까 어서 죽어."
마침 옆에 있던 뾰족한 돌멩이로 레이무를 찔렀다. 정수리로 파고 들어간다.
"느갸갸갸갸갹! 아파아파아파아아!"
"제발 좀 닥치고 있어라."
무언가 부서진것이 느껴지고 레이무는 흰자를 드러내며 죽어버렸다. 중추팥을 부숴버린것 같다.
"개념도 안잡힌게 펫은 무슨."
"... 이제 가도 되는거야?"
"아, 그렇지. 이제 가자. 좀 늦은것 같고."
"그건 그렇고, 너 진짜 연습할때 나한테 뭐라고 그런거야?"
"무서운 자식. 그걸 다 기억하고 있네."
"나랑 같이 뭐 한다고 했는데 기억 못할리가."
"큭. 장난 아니군."
"진짜, 말해주면 뭐 덧나냐?"
"여기 말고, 나중에 말해줄게, 나중에."
"집에 가서 메일로 보내!"
"그렇게 알고 싶은거냐."
"인간은 호기심이란게 있는거야."
"네. 네. 집에 가서 보낼게. 충격받지 말고."
"뭐 또 대단한걸 하겠다고... 걱정마!"
아니, 너 분명히 충격받는다.
고백받고 충격 안받을 사람이 어딨어.
-----------------------------------------------
생각없이 써댄 ss 또 하나 투척입니다.
젠장. 어째 학대가 아니라 연애담이 주가 된 느낌을 지울수가 없군요. 학대력이 더더욱 필요해...
대충 캐릭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 하야시 소요 - 15세. 흔히들 말하는 게으른 천재. 노력의 노 자도 모름. 독설을 좋아하지만 정작 제대로 독설을 날린적은 없음.
여자: 우츠리 히데 - 15세. 기본적 재능은 일반적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하야시보다는 떨어짐. 노력파.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난 도대체 무슨 똥을 만들어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