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1.12.06 16:31

윳쿠리 의무복무 1 -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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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읏.....! 이론 건 말도 안된다제엣...! 이론건 있을 슈 없따제엣...!"

 

 

 이곳은 지역 윳쿠리 거주지역의 한 윳쿠리 가구. 그 앞엔 직원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다.

 

 

 "말이 안되기는 뭐가 말이 안 돼? ...아무튼 내일 데리러 올테니 그렇게 알고있어. 어이 거기 부모 둘. 얘한테 잘 설명해주고 준비시켜놔라. 그럼 내일보자 빠이~."

 "아... 알았다제!"

 "느.. 느긋하게 안녕히 가라구...!"

 

 

 남자는 이런 류의 일들이 익숙한듯 무심하게 등을 돌려 퇴근길로 향한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겨진 윳쿠리가족. 이 윳쿠리들 사이엔 씁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옴마야! 아뺘야! 이게 무슨 말이냐젯! 마리쨔 내일부터 어디론가로 끌려가는고제엣? 그론거 씰타제엣! 씰타제엣...!"

 "느... 아가야.. .진정하라구우....."

 "..."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리쨔와 어찌할지 모르는 어미 레이무.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긴 아비 마리사. 도대체 이 윳쿠리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 나라는 생후 3개월 정도 된 어린 윳쿠리들을 차출하여, 수 개월동안 인간님들을 위해 봉사시킨다. 이는 '윳쿠리 의무복무 제도'라고 불리며, 수십년 전부터 시행되어온 견고한 제도이다.

 의무복무는 보통 지역윳쿠리 사이에서 태어난 윳쿠리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윳이 의무복무를 무사히 마칠 시, 해당윳은 지역윳쿠리의 자격을 얻게되며,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레 부모와 분리되고, 거친 노동환경에 처하는 등의 고난을, 어린 윳쿠리들이 견디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지역 윳쿠리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겪어야하는, 이겨내지 않으면 안되는 신성한 시련이 마리쨔에게 찾아온 것이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던 아비 마리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후.... 아가야... 잘 들으라제..."

 "느후훅... 느후흑....느늣..?"

 

 

 마리쨔는 울다말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아비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비 마리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아가야는 내일부터 인간씨를 도우러간다제."

 "느흣?!"

 "내일부터 아가야는 우리 집과는 멀리 떨어진곳에서 한동안 살게 될거라제."

 "느으으으읏?!"

 "결코 쉽지 않을거라제. 각오 단단히 하고 마음 굳게 먹으라제."

 "느흐흐흐으으읏....... 느와아아아아아앙~~!"

 "마리사! 왜 말을 그런식으로 하냐구! 벌써부터 겁을 주면 어쩌자는거냐구우!"

 

 

 아비 마리사의 말은 확인사살과도 같았다. 마리쨔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 마리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싸늘한 비수가 되어 마리쨔의 가슴을 꿰뚫었다.

 

 

 '사실 마리사도 이러고 싶진 않은거제.... 하지만 어쩔 수 없다제..'

 

 

 마리사도 사실은 엄청 슬펐다. 하지만 자식이 마음을 단단히 먹도록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윳쿠리 복무란 그만큼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빨리 잠이나 자라제.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거라제."

 "뉴와아아앙 너뮤하다제에엣! 느에에에엥~~!"

 "아갸야. 진정하라구우....!"

 "뉴애애애애앵~~!"

 

 

 

 

  ◆

 

 

 

 

 "뉴훅... 늇.....늇...."

 

 

 고요한 새벽. 마리쨔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내일이면 이 정든 윳쿠리 플레이스를 떠나야 한다. 한동안 엄마야도 아빠야도 볼 수 없다. 그런 생각들이 마리쨔의 중추팥소를 가득 채웠다. 

 

 

 '오째서 가지 않으묜 안되는 거냐제...! 너뮤 슬퓨다제엣..! 절망적이라제엣...! 엄마야도 아빠야도, 이 느긋한 윳쿠리 플레이스도 떠나고 싶지 않은고젯...! 시른고젯..! 시른고제엣...! 뉴흑흑.... 뉴흑흑...'

 

 

 고통으로 향하는 괴롭고 싱숭생숭한 기다림. 시간은 흘러 결국 동이 트게 되었다.

 

 

 "아가야 일어나는거라구! 시간이 되었다구!"

 "느.. 느에..?"

 

 

 마리쨔가 일어나자마자 느낀 것은 새벽의 찬 공기.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게 된 마리쨔는 한기를 느끼며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는 다시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떠올리며 중추팥소가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쿨쿨할 때는 아무고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조았따제... 차라리 영원히 쿨쿨 햇으묜 조았는고젯...'

 

 

 -라고 마리쨔가 절망섞인 생각을 마치자마자, 레이무는 무언가를 마리쨔 앞에 내밀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윳쿠리용 식사였다.

 

 

 "..늇?"

 

 

 식사는 평소 먹던 것보다 진수성찬이었다. 곧 입대하는 자식을 위해 아비 마리사가 새벽에 일어나 사냥하고, 그것을 어미 레이무가 정성스레 요리한 것이었다. 자식에게 밥이라도 든든히 먹여서 보내주고싶은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앞으로 힘내야하니 잔뜩 먹어놓으라제."

 "맞다구! 이거 먹고 힘내서 잘 다녀오라구!"

 "옴마야... 아빠야... 고맙따제.... 뉴걱...뉴걱... 캥뽀옥..."

 

 

 '이샹하다제엣...... 맛이... 맛이없따제....'

 

 

 분명히 맛있는 음식일텐데, 잘 넘어가지 않았다. 분명 진수성찬일 터인데 이상하게도 맛이 없었다.

 

 

 그렇게 대충 식사를 마친 마리쨔는 멍하니 집안 풍경을 둘러보았다. 느긋했던 침대씨... 느긋한 식탁씨... 그리고 엄마야와 아빠야... 앞으로 한동안 못 보게될 그리울 풍경들을 최대한 눈에 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왔다.

 

 

 -드르르르르르르륵, 덜컹-

 

 

 집 밖에서 들려오는 트럭의 텁텁한 엔진소리. 점점 가까워지더니 집 앞에서 멈췄다. 마리쨔는 직감했다. 작별의 다가왔음을. 그리고 집밖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여기 사는 마리쨔 나와! 갈 시간이다! 너가 마지막이야, 빨리 나와!"

 "느힛..! 알게따제! 바로 나가게따제..!"

 

 

 거친 목소리에 바짝 쫄아버린 마리쨔는 허둥대며 급하게 집밖을 나섰다. 부모윳도 그 뒤를 따라나섰다. 

 밖으로 나가니 험상궂고 덩치도 큰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윳쿠리 일가를 내려다보았다.

 

 

 "이새끼가 빠져가지고... 얼른 안 튀어나와?"

 "느히힉...!"

 

 

 남자는 윳쿠리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마리쨔를 거칠게 들어올렸다.

 

 

 ""아가야...!""

 "옴마야...! 아빠야..!"

 

 

 작별의 시간, 그리고 서로를 향한 나지막한 외침. 그 순간 부모윳은 물론, 마리쨔의 눈에서도 눈물이 콸콸 흐르려고 했-

 

 

 "야." 

 "느히잇?!"

 

 

 낮게 깔린 위압적인 목소리가 마리쨔의 중추팥소를 제대로 가격했다. 순간 공포심을 느낀 마리쨔는 흘리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버렸다. 그리고는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너 씨발 지금 울어가지고 내 손에 눈물 뭍히면 바로 죽여버린다."

 

 

 그 순간, 마리쨔를 들고있던 남자의 아귀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생명의 위협」. 마리쨔는 다시금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님을 느꼈다. 그리고는 살기 위해 목청껏 외쳤다.

 

 

 "죄...죄송합니따제엣...! 울지 않게따제엣...! 사,사,사, 살려주라쩨엣...!"

 

 

 대답을 들은 남자는 무관심한듯 트럭의 짐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옮겨지는동안 마리쨔는 생사의 사투를 해야만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한 사투를.

 

 

 "뉴후웁...! 뉴후우우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는 마리쨔의 처절한 몸부림. 눈물을 참는 마리쨔의 표정은 보기 흉하게 부풀어지거나 일그러지거나 했다. 평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퍽 귀여운 모습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눈물이 흐르면 죽는다. 무섭다. 살고싶다.' 마리쨔는 살기 위해 온 신경을 울음 참기에 집중했다.

 

 

 잠시후, 남자는 트럭 짐칸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었다. 수많은 어린 윳쿠리들이 계란판같은 틀에 수납되어있었고, 남자는 그중 하나를 꺼내어 마리쨔를 집어넣고 고정했다. 그리고는 문을 닫았다.

 

 

 '쾅'

 

 

 짐칸 문이 닫히는 거친 소리와 함께 깜깜한 어둠이 드리웠다. 일단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난 마리쨔는 안도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부모윳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마리쨔는 오열했다.

 

 

 "뉴흐흐흐흑...! 뉴와아아아아아앙..! 엄마야랑 아빠야가 보고십따제! 뉴에에에에에엥! 오째서 이론 꼴인거냐제에에에!"

 

 

 그리고 여기저기서 마구 들려오는 울음소리들.

 

 

 "옴마야 아빠야~~! 레이뮤를 여기서 구해달라규우우우! 뉴와아아아앙~!"

 "이건 느긋하지 않다묘오오오오오옹~~~!"

 "뉴와아아아아앙! 살려달라구요오오 이론건 됴시뺘적이지 아나아아~! 옴마야 아빠야아아아~"

 

 

 끌려온 윳쿠리들은 마리쨔 말고도 많았다. 수많은 윳쿠리들의 처절한 울음 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가득 채웠다.

 이런 윳쿠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럭은 출발했다.

 

 

 멀어져가는 트럭을 처량하게 바라보는 아비 마리사와 어미 레이무. 레이무는 펑펑 울고있다.

 

 

 "느흐흑... 아가야... 부디 건강하라구우.... 느흑흑..."

 "걱정말라제. 분명히 잘 해내서 돌아올거라제."

 

 

 어미 레이무를 위로하는 아비 마리사. 마리사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무척이나 슬프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참고 있는 것이리라.

 

 

 -이윽고 트럭은 부모윳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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