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7 추천 수 4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원래 한꺼번에 올리려 했으나, 능력 부족으로 두편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상편에는 학대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11월도 다 끝나가네."

 

나는 11월 달력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냥 길다고 느꼈던 2019년이 어느새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벌써 11월도 다 끝나가네."

 

나는 11월 달력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냥 길다고 느꼈던 2019년이 어느새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느능~♩”

 

그렇게 달력을 뜯을까 고민하던 중, 더없이 한가하고 유치한 콧노래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레이무가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음…”

 

나는 레이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래나 저래나 저러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평소의 바보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쩄든 금뱃지라고 책을 읽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콧노래를 부르던 레이무가 뿅뿅거리며 다가왔다.

 

“오빠야, 오빠야!”

 

“응? 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레이무는 귀밑털로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신정씨가 뭐야?”

 

“신정?”

 

정말 느닷없는 질문이었기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는 힐끔 레이무가 읽고 있던 그림책을 보았다.

 

“아…”

 

그리고 나는 곧 레이무가 저 책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은 온갖 인간의 기념일을 그려낸 책이었고, 거기에는 다양한 기념일이 알록달록한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레이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신정은 새해가 매년 첫날을 말하는거야.”

 

“느응~ 매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기분 좋았던 것인지 흥얼거리던 레이무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금뱃지치고는 바보같은 레이무를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분명 달력을 보는 법도 알고 있것만 조금 단어가 달라지니 바로 모른다는 것이 귀여울 뿐이었다.

나는 레이무의 머리를 살짝 긁으며 다시 말했다.

 

“응, 봄이 지나면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는건 알고 있지?”

 

“능! 알고 있다구! TV씨에서 봤다구!”

 

“그래, 그렇게 계절이 다시 돌아오는 걸 년도가 바뀌었다고 하는거야. 그 중 첫날을 신정이라고 하는거지.”

 

“느으응”

 

내 말에 레이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고개밖에 없는 생물체인 윳쿠리답게 온몸을 흔드는 꼴이 되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귀여웠다.

레이무는 만족한 듯 다시 뿅뿅거리며 그림책 쪽으로 튀어갔다. 이내 귀밑털로 책장을 낑낑거리며 넘기는 레이무였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곤 다시 달력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나는 다시 달력을 보았다. 

 

“오빠야! 오빠야!”

 

그때 또 다시 레이무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나는 가볍게 혀를 찼다. 물론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레이무가 저렇게 물어오는 것을 시작한 이상, 앞으로 몇번이고 저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몸을 낮추며 레이무를 보았다.

 

“그래. 왜?”

 

“생일씨는 뭐야?”

 

“생일?”

 

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책인것인지 기념일을 알려주면서 그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실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갔다. 힐끔 책을 보니, 책에는 케이크와 기뻐하는 윳쿠리들이 그려져 있을 뿐, 글자라곤 생일 두 글자밖에 없었다.

윳쿠리나 좋아할법한 책의 구성을 보며 나는 정신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글이 많은 책을 좋아할만한 건 파츄리뿐일 것이었다.

 

“아아, 그건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거야.”

 

“느응?”

 

“세상에 어떤 것이든 태어난 것 자체는 축하...아니, 느긋한 일인 거니까.”

 

“느능~ 느긋한 일인거라구!”

 

과연 윳쿠리가 좋아할만한 어휘를 선택한 덕분일까 레이무가 귀밑털을 파닥거리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레이무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매년 태어났던 날이 돌아오면 축하하는거야.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주고.”

 

“느와아아 정말 느긋할 수 있는거네!”

 

레이무는 내 설명을 들으며 꺄꺄 웃어보였다.

 

“그런거지.”

 

레이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림책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찌되었건 사육주의 입장으로서는 자신의 도움 없이 레이무가 기뻐하는 것보다는 사육주의 설명에 기뻐하는 것이 더 보기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그림책에 글씨가 없는 것도 이런 것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야, 오빠야, 그러면 레이무한테도 생일!씨가 있는거야?”

 

그러다 문득 레이무가 물었다.

 

“어?”

 

그 질문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음…”

 

레이무의 생일?

생각치도 않고 있었던 주제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무의 생일을 나는 알지 못했다. 비록 레이무를 귀여워하고 있기는 했지만, 종국에는 펫샵에서 산 애완동물과 주인의 관계였다. 언제 태어난지 알지도 못했고, 그것을 신경쓴 적도 없었다.

레이무가 자신의 생일을 알고 있다면 모를까, 생일의 존재자체도 몰랐던 레이무가 자신의 생일을 알리가 없었다.

 

“레이무한테는 생일씨가 없는거야…?”

 

고민이 길어지자, 레이무가 울상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걸 보면서 나는 땀을 삐질 흘렸다. 물론 레이무에게 생일이 없을리가 없었다. 다만 내가 그 날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일뿐이었다.

 

“아냐아냐, 음...그러고보니 레이무가 우리집에 왔던게…”

 

나는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다. 지금 이렇게 레이무의 생일을 모르는 이상, 레이무의 생일을 내가 정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장 기념적인 날을 생일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황급히 나와 레이무가 애완동물과 주인으로써의 연을 맺은 날을 기억해냈다.

 

“느…”

 

다시 고민이 길어지자, 레이무가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 4일 뒤면 레이무의 생일이네!”

다행히 나는 레이무가 우리집에 온 날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느와아! 진짜? 진짜?”

 

내 말에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레이무가 확하고 웃었다. 

 

“그럼,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일씨 어서오라구’둥의 말을 하며 뿅뿅거리는 레이무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가볍게 안도했다.

누군가는 윳쿠리가 우는 모습, 공포에 떠는 모습이 좋다고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얘들은 역시 웃는 모습이 제일 좋다.

 

“아, 그래. 생일 날이 되면 레이무한테 선물도 줘야지. 가지고 싶은거 있어?”

 

그리고 그렇게 나는 해서는 안될 질문을 꺼냈다.

 

“늣?!”

 

어째서 그런 질문을 꺼냈냐고 묻는다면, 어쩔 수 없었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자신의 애완동물을 귀엽다고 느끼게 되면 선물 하나쯤 주고 싶어지는게 당연한 일 아니던가.

 

“느응…”

 

레이무는 그렇게 고민했고,

 

“레이무는…”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레이무와 나 사이에서 일어날 일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아가야가 가지고 싶어!”



======================================================================

 

<<자유!를 찾아 떠난 레이무의 1년>>



“아가야가 가지고 싶어!”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며 오빠야를 올려다보았다.

정말로 좋아하는 오빠야, 레이무의 사육주씨.

지금 그 오빠야가 레이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준다고 했다.

더군다나 곧 있으면 레이무의 생일이라고 했다. 

느긋할 수 있는 날, 느긋할 수 있는 오빠야.

거기에 아가야까지만 있다면 레이무는 정말로 느긋할 수 있었다.

 

“아가야는 안돼.”

 

그러나 레이무가 받은 대답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레이무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 다음, 오빠야를 보았다. 오빠야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레이무는 곧 자신의 요청이 기각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느늣?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거야아?!”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레이무가 항변했다. 하지만 오빠야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재차 말했다.

 

“아니, 애당초 너 아가야를 돌보는 법도 모르잖아.”

 

오빠야의 말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금뱃지라고는 했지만, 어쨌든 레이무는 레이무였다. 레이무 종 특유의 모성을 부정당하고 기분 좋을 레이무는 없었다.

 

“느, 레이무는 육아의 달윳인…”

 

“거기다가 아가야를 가질려면 짝도 있어야되는데, 나더러 그건 책임지라는 거냐?”

 

항변하려던 레이무의 말을 끊으며 오빠야가 말했다. 

 

“느, 늣…”

 

“아무튼 아가야는 안돼. 다른거 가지고 싶은거 없어?”

 

레이무는 울상을 지어보이며 오빠야를 보았다. 평소라면 이런 표정을 지으면 오빠야는 레이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단호하기 그지 없는 오빠야를 보며 레이무는 고개를 숙였다.

아가야를 가지고 싶었고, 모성을 부정당한 것이 억울했지만 레이무는 애완 윳쿠리였다. 어찌되었던 금뱃지였고, 어찌되었던 오빠야를 좋아하는 윳쿠리였다.

 

“...느…”

 

그렇게 레이무는 고개를 숙였다.





“데굴데굴할거라구… 데굴 데굴…”

 

레이무는 중얼거리며 옆으로 세바퀴쯤 굴렀다. 평소라면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꺄꺄거리며 재미있어 했을 것이었지만, 오늘은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레이무는 다시 옆으로 두바퀴쯤 구르곤 그대로 한숨을 내쉬었다.

 

“느으...아가야 가지고 시퍼…”

 

그렇게 중얼거리며 레이무는 옆에 있던 음양옥씨를 보았다. 생일이었던 어제, 오빠야가 주었던 선물이었다. 레이무는 귀밑털을 뻗어 음양옥을 좌우로 몇바퀴 굴려보았다. 느긋할 수 있었지만, 느긋할 수 없었다.

 

“느읏…”

 

느긋하지만 느긋할 수 없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케이크는 맛있었지만 아가야는 없었다.

오빠야는 즐거워했지만, 레이무는 마냥 느긋해할 수 없었다.

생일인 것은 느긋할 수 있었지만 레이무는 온전히 느긋해할 수 없었다. 

 

“느긋할 수 없어…”

 

그리고 그렇게 복잡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었다.

 

“오빠야는 거짓말쟁이…”

 

레이무는 음양옥을 저 멀리 굴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자 새삼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야는 분명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느긋하다는 말을 했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실제로 레이무가 알고 있기로도 그 말은 명백한 진리!였다. 당연한 것이었다.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가야가 태어나는 것은 느긋한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빠야는 아가야를 가지면 안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레이무는 생일이 지났는데도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분명 생일은 느긋할 수 있는 날이라고 했던 설명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똑똑

 

“늣?”

 

그때였다. 레이무는 창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똑똑

 

재차 창가에서 똑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느?”

 

레이무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확실한 것은 지금 창문을 똑똑거리고 있는것은 오빠야가 아닌게 분명했다. 

오빠야라면 문으로 들어오지 창문을 두들기는 이상한 짓따위는 할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슬금...슬금…”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었다.

 

“누구…?”

 

그리고 거기에는 마리사가 있었다.

 

“늣! 느긋하게 있으라제! 레이무!”

 

“늣!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를 보자마자, 마리사가 인사를 했고, 레이무는 느긋하게 인사를 받았다. 레이무는 느긋할 수 있는 인사에 느긋함을 느끼며 마리사를 훑어보았다. 마리사는 누가보아도 들윳쿠리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장식물은 더러워져 있었고, 저부씨는 거뭇거뭇했다. 피부 중간중간 나있는 자잘한 상처와 머리칼에 붙어있는 티끌들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냥 아주 자연스럽게 묻어있었다.

 

그렇게 레이무가 마리사를 훑어본 것처럼, 마리사는 레이무를 훑어보았다. 마리사는 곧 히죽이며 입을 열었다.

 

“레이무는 정말로 느긋하다제!”



“그래서 마리사의 귀밑털로 이렇게 쓰러뜨린거라제!”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그 순간 땋은 머리에 묻어있던 무언가가 튀어 흩날린 것 같았지만, 마리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은 레이무 또한 매한가지였다.

 

“느와아아!”

 

땋은 머리에서 무언가 흩날리는것 따윈 마리사가 해준 무윳담!에 비하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 거칠게 살아온 마리사의 와일드함의 상징일수도 있었다.

 

“느후우.”

 

눈을 빛내며 감탄하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이마를 짚었다.

인간이 보기엔 우습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지금 레이무에게 있어서는 멋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정말 대단하다구! 마리사!”

 

“늣헴! 별거 아니라제.”

 

레이무의 솔직담백한 찬사에 마리사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대수롭지 않아하는 태도는 다시금 레이무로 하여금 감탄케 만드는 모습이었다.

레이무는 다시 마리사를 훑어보았다. 마리사의 무윳담을 듣고 보니 지금껏 추레해보였던 들윳쿠리로서의 모습이 멋있게만 보였다. 지저분한 장식물은 느긋할 수 없는 모습이 아닌, 거칠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되었고, 지저분한 저부씨는 황토를 누벼온 들윳쿠리로서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레이무의 선망스러운 눈빛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마리사는 자신의 무윳담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리고 마리사가 사냥!을 하러 갈 때였다제...”






 "마리사는 정말로 와일드!하다구..."

 

레이무는 창밖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날 이후 마리사는 종종 아침에 레이무에게 놀러왔다. 물론 레이무는 그 사실을 오빠야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오빠야는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고양감과 배덕감을 주는 가운데, 둘만의 밀회는 그렇게 이어져오고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오빠야가 쉬는 날이었고, 마리사도 찾아오지 않았다.

 

“자 레이무 밥먹자.”

 

그렇게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레이무에게 오빠야가 윳쿠리 푸드가 든 접시를 가져왔다.

레이무는 황급히 창문에서 눈을 떼고 오빠야에게도 튀어갔다.

마리사가 오지 않아서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레이무는 레이무였다.

비록 최근에 레이무에게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레이무는 여전히 오빠야를 좋아했다.

 

“느~ 느긋하게 먹겠습니다!”

 

그렇게 레이무는 오빠야가 가져다준 접시로 다가갔다. 접시에는 윳쿠리 푸드가 잔뜩! 쌓여있었고, 레이무는 익숙한 동작으로 귀밑털을 뻗어 푸드를 집어 입에 넣었다.

 

“우걱 우걱...그럭저럭…”

 

불행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행복!이라고 할 수 없는 맛이 레이무의 입 안에 퍼졌다. 레이무는 푸드를 우물거리며 문득 마리사가 해주었던 무윳담을 떠올렸다. 그에 따르면 마리사는 매일 사냥을 통해 밥씨를 구한다고 했다. 레이무는 와일드한 마리사를 떠올렸다. 곧 그토록 느긋할 수 있는 마리사가 사냥한 밥씨라면 푸드씨보다도 훨씬 더 느긋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무 맛있니?”

 

그런 레이무에게 오빠야가 몸을 낮추며 물었다.

 

“느,늣? 마,맛있다구!”

 

레이무는 느닷없는 오빠야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입 안에 들어 있던 것을 꿀꺽 삼키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행동이나 생각을 그대로 입밖으로 내뱉는 습성을 가진 윳쿠리에게 거짓말이란 느긋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것은 레이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레이무 또한 윳쿠리였고, 그녀 또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입 밖으로 외치는 것을 느긋할 수 있다고 여기는 생물체였다.

그러나 레이무는 애완 윳쿠리였다. 

윳쿠리로서의 본성보다도 사육주를 느긋하게 해주는 것이 지상과제인 애완 윳쿠리인 이상, 레이무는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는 그럭저럭인 윳쿠리 푸드를 맛있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실한 애완 윳쿠리라고 하더라도 윳쿠리로서의 본성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었다.

 

“음…”

 

그리고 그런 얄팍한 윳쿠리의 표정 관리는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잘 보이는 것이었다. 오빠야는 턱을 쓸어만지며 레이무를 내려다보았다.미묘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윳쿠리 푸드를 먹는 레이무를 보다가 오빠야가 입을 열었다.

 

“어이, 레이무. 공원이나 갈까?”

 

“느!”

 

그 말에 조용히 윳쿠리를 푸드를 먹던 레이무가 반색했다.

 

“느느~♬ 산책!씨는 느긋할 수 있다구!!”

 

반색하는 레이무를 보며 오빠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야는 벽 한쪽에 걸려있던 하네스 겸 포대기를 들고 몸을 낮췄다.

 

"느와아! 포대기씨!"

 

레이무는 뿅뿅 뛰며 포대기를 반겼다. 오빠야는 눈에 띄게 즐거워하는 레이무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레이무에게 포대기를 입혔다.

익숙한 동작으로 포대기를 입은 레이무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것처럼 뿅뿅 제자리에서 튀어보였고, 오빠야는 즐거운 얼굴로 그런 레이무를 보았다.

 

“아 맞다. 이거 해야지.”

 

그렇게 레이무를 보며 즐거워하던 오빠야가 문득 자신의 이마를 치며 재차 몸을 낮췄다.

 

"느?"

 

그 순간 철컥하고 하네스에 줄이 걸렸다. 

 

“...늣…”

 

줄이 걸리는 순간 레이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레이무는 자신이 잠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이 도시는 윳쿠리 혼자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고, 언제나 주인과 몸줄을 대동하고 외출을 해야만했다.

레이무라고 해서 예외도 아니었다.

 

"느..."



그렇게 오빠야와 레이무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바깥 공기는 어느새 싸늘해져 있었지만, 포대기도 있었고, 오랜만의 산책이었기에 레이무는 충분히 느긋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오로지 느긋함만을 느끼지는 못했다.

레이무는 산책 가운데 고개를 돌려보았다. 공원 구석에서 들윳쿠리들이 힐끔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시에 레이무는 그들이 레이무를 보며 이죽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느...”

 

레이무는 오빠야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무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등뒤에 매인 몸줄을 보았다. 누가보아도 오빠야에게 귀속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모양이었다.

 

"레이무는 아가야가 아닌데..."

 

레이무는 들윳쿠리들이 자신을 보며 히죽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와일드한 마리사도 그렇고 들윳쿠리들은 어른이 되면 홀로 자립하고 야생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은 오빠야에게 귀속된 몸으로써 자립하지 못한 몸이다.

마치 노예처럼.

생각이 거기에 닿는 순간 레이무는 화들짝 놀랐다. 정말로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레이무는 고개를 홰홰 돌려 잠시동안이나마 들었던 이 망측한 생각을 지우려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시선을 다른데로 던졌다. 차라리 공원을 보며 느긋해한다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늣...아가야…”

 

그러나 레이무는 이내 자신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린 것을 후회했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들윳쿠리 모녀가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레이무는 그것을 보며 억울함을 느꼈다. 분명 저 레이무 모녀는 느긋하지 못했다. 장식물도 조금 찢겨져 나가 있었고, 귀밑털 끝은 더러워져 있었다.

그러나 아가야가 있었다.

훨씬 더 느긋하고 애완 윳쿠리로서의 지위를 가진 레이무는 아가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들윳쿠리인 저 레이무는 아가야를 가지고 있었다.

혹시 들윳쿠리가 레이무보다 느긋한 것은 아닐까?

레이무는 팥소 아래에서 그런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자, 레이무 돌아가자.”

 

그렇게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던 레이무에게 오빠야가 말을 했다.

 

“아,알겠다구…”

 

레이무는 그렇게 대답을 하며 귀갓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긋할 수 없던 생각은 남아있었고, 레이무는 힐끔힐끔 들윳쿠리들을 보며 저부를 움직였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오늘따라 유독 힘들었다.

한번 들기 시작한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그렇게 사라지지 않은 느긋할 수 없는 생각은 가시처럼 남아 레이무를 번잡하게 만들었다.

레이무는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오빠야를 보았지만, 오빠야는 스마트폰씨를 볼뿐, 레이무의 고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느으..."

 

레이무는 우울한 얼굴로 그렇게 저부를 움직였다.

 

“마,마리사…”

 

그러다 저 편에서 익숙한 장식물의 윳쿠리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리사였다. 마리사는 모자에 무언가를 넣은채 힘차게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레이무와 달리 몸줄도, 고민도 없어보이는 그 모습은 생동력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만 같았다. 레이무는 자유롭게 튀어 이동하는 마리사를 보며 자신의 몸줄을 보았다. 

 

“음? 레이무 왜 그래?”

 

레이무가 멈춘 것을 느낀 것인지 오빠야가 레이무를 보며 물었다. 레이무는 화들짝 귀밑털을 휘두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아니라구!”

 

그러는 사이 마리사는 그대로 사라졌다. 아마 레이무와 오빠야를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레이무는 그렇게 다시 저부를 움직이며 마리사가 사라진 방향을 아쉬운 눈길로 보았다.



“일단 나는 먼저 씻고 있을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빠야는 레이무에게서 포대기를 벗기며 말했다.

 

“알았다구.”

 

레이무는 그렇게 대답하며 뿅뿅 거실로 튀어갔다. 곧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화장실문을 힐끔 보고는 이내 창밖을 보았다.

방금까지 밖에 있다 왔지만, 평소처럼 마냥 느긋한 외출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울한 눈빛으로 밖을 보며 레이무는 조용히 외출 중 봤던 것들을 떠올렸다.

 

“아가야…”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들 레이무와 같이 있었던 아가야였다. 레이무는 가지지 못했고, 오빠야는 허락하지 않았던 아가야를 기억해내니, 레이무는 팥소 한켠이 자르르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했다.

 

“마리사…”

 

그 다음 떠오른 것은 마리사였다. 몸줄 없이 자유롭게 튀어가던 마리사를 떠올리자,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은 이번처럼 앞으로도 쭉 제한된 자유만을 누려야만 했다. 반면, 마리사는 몸줄도 없이 와일드함을 그 자체로 누리고 있었다.

연이은 기억의 반추 속에서 레이무는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불합리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야는 레이무에게 거짓말을 할 뿐이었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애완 윳쿠리라고는 하지만 오빠야의 눈치를 보며 그럭저럭인 푸드도 맛있다고 느긋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외출을 하더라도 혼자하지 못하고 아가야마냥 오빠야에게 귀속된, 제한된 자유만을 누려야했다.

 

느긋할 수 없는 생각들이 연달이 들기 시작했다.

오빠야아는 분명 태어난 것만으로도 느긋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레이무는 지금 느긋하지 못했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느긋하다면, 태어난 이상 느긋하게 있는 것은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무는 지금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무는 이 엄청난 불합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비운의 히로인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한 레이무는 우울한 얼굴로 자신의 리본으로 귀밑털을 뻗었다.

 

"늣..."

 

레이무는 귀밑털을 솜씨 좋게 움직여 리본에 달려있던 금뱃지를 떼어내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왔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금뱃지의 빛이 마냥 빛을 잃고 바래보였다.

 

"느휴,..."

 

레이무는 한숨과 함께 금뱃지를 쥔채, 천천히 문쪽으로 기어갔다.

그저 바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는 기분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능?”

 

그리고 그런 행동의 끝에서 레이무는 의도치 않은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씨가 열려있다구…”

 

아마 오빠야가 꼭 닫지 않아 열린 틈이었을 것이다. 레이무는 문을 보다가 오빠야가 있을 화장실 문을 힐끔 보았다.

 

“슬금...슬금…”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리고 자신의 불운함을 인식한 지금,

레이무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레이무는 느긋해질 권리!가 있다구!”

 

그 말과 함께 레이무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섰다. 그 자리에는 주인 잃은 금뱃지만이 외로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공지 글 창작물 게시판 이용안내 2 류민혜 2015.09.05 1143 0
1290 일반 팀 홍마관 륭돵 2020.01.27 234 2
1289 일반 도시의 윳쿠리 2 륭돵 2020.01.25 302 0
1288 일반 윳스스톤 - 레이무와 달라란 침공 2 김병투 2020.01.23 182 2
1287 일반 기차 2 륭돵 2020.01.19 147 0
1286 학대 1월의 어느 날. 1 지니지니번 2020.01.19 195 1
1285 일반 연락 륭돵 2020.01.16 144 0
1284 학대 [대회] 자유!를 찾아 떠난 레이무의 1년 - 中 2 다섯개 2020.01.13 245 5
1283 일반 아기들 1 륭돵 2020.01.09 241 1
» 일반 [대회] 자유!를 찾아 떠난 레이무의 1년 - 上 3 다섯개 2020.01.07 257 4
1281 일반 느긋함 륭돵 2020.01.06 164 0
1280 일반 윳쿠리 온라인-1 1 オルカ 2020.01.05 144 0
1279 포식자 륭돵 2020.01.02 201 0
1278 일반 [대회] 해피 뉴 이어 1 륭돵 2020.01.01 264 3
1277 일반 영윳이 되는 법 헌터 2019.12.30 315 1
1276 일반 [대회]흔한 이야기 느왁스 2019.12.30 208 1
1275 학대 [대회] 비참한 카운트다운 2 LIM0301 2019.12.29 359 2
1274 애호 느긋하게 (옛 소설 재업로드) 2 PersonA 2019.12.27 484 3
1273 학대 [대회] 일가의 기둥! 마리사의 2020년 새해맞이 6 다섯개 2019.12.25 652 7
1272 학대 그래 지금부터 여기가 네 집이란다 - 프롤로그 1 netpilgrim 2019.12.24 208 0
1271 일반 개미 1 륭돵 2019.12.24 228 0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81 Next
/ 81

일해라 운영진
비로그인
비로그인
느긋함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