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윳쿠리특별대책위원회(이하 윳특위) 산하의 한 기관에 근무중인 연구원이다.
바다 너머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인간의 얼굴에 이런저런 장식을 한 듯한 외형의 큼직한 찐빵이라 할 수 있는 괴생물 윳쿠리.
처음엔 그 독특하면서도 호기심을 끄는 외모와 생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애완용으로 많이 길러지곤 했지만, 최근엔 그런 사람도 별로 없다. 윳쿠리란 생물의 사고방식 자체가 대가리 크기=힘, 지능, 생명으로서의 가치라는 1차원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자신들보다 대가리 크기가 작은 인간은 하잘것없는 생물이자 노예로 취급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몸통과 팔다리를 합하면 인간이 훨씬 더 크고 강하지 않냐고? 놀랍게도, 윳쿠리는 그러한 사실을 아무리 가르쳐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어느 영화에서 나왔던 말마따나, 미친 얘기 같지만 사실이다.
해서 오늘날에는 그러한 윳쿠리를 때려잡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일부 특수취향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윳쿠리를 기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태까지 사람들이 기르던 애완 윳쿠리들이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뿅 하고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윳쿠리에 대해 정이 떨어진 대부분의 사육주들은 자신들의 애완윳들을 길거리나 야생에 방생하는 것으로 연을 끊었고, 뒤늦게 이러한 세태를 파악한 국회에서는 애완윳의 방생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미 수천마리 이상의 윳쿠리가 전국 방방곳곳의 생태계에 터전을 잡고 난 이후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야생 윳쿠리를 마주칠 수 있을 정도. 이미 각종 통계에서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윳쿠리의 개체수를 최소 백만 마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가 그랬듯이,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생태계로 인위적으로 도입된 윳쿠리는 다양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았다. 우선, 이놈들의 번식형태. 보통 연중 일정기간만이 번식기인 대부분의 생물들과 달리, 이놈들은 인간과 유사하게 따로 발정기가 없이 항상 교미와 번식이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한번 출산에서 태어나는 개체수도 5~10마리 정도에 임신기간도 짧으면 하루에서 길어도 3주 정도밖에 안됐고, 이로 인해 조금만 환경이 맞아도 윳쿠리들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수를 늘려 나갔다.
광합성을 해서 사는 식물이 아닌 이상, 동물은 원래 살아있던 뭔가를 뱃속에 채워넣고 살아가야 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렇게 운명지어져 있다. 이 윳쿠리란 괴생물들 역시 이러한 법칙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뭘 쳐먹어도 뱃속에서 팥소로 만들 수 있는 이 괴생물들은 온갖 것들을 다 쳐먹었다. 음식물 쓰레기, 잡초, 곤충, 과일, 작은 야생동물까지. 전국 방방곳곳의 도시들에서 윳쿠리가 쓰레기장을 헤집어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거나 집 안에 침입해 들어왔다는 등의 신고가 빗발쳤고, 사방의 산과 들은 야생윳들의 번식으로 신음했다. 우선 느긋할 수 있는 과실이나 버섯, 조그만 동물들을 먹어치우고, 그 다음으로 곤충들을 먹어치우고, 마지막으론 잡초 뿌리 하나까지 남김없이. 윳쿠리 무리에게는 주변 환경과의 공존이나 자제, 산아제한 같은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지역에서 먹어치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황폐화시킨 윳쿠리 무리는, 주변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그러한 과정을 처음부터 계속 반복한다. 얼마 안가 심각성을 느낀 정부에서도 윳쿠리를 1급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구제하려 했지만, 지금까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은 느낌일 뿐이었다. 오늘 50마리의 윳쿠리를 잡아 죽여도, 내일 100마리의 윳쿠리가 다시 나타난다. 상식을 넘어선 이러한 윳쿠리의 번식력과 숫자에, 혹자는 사실 모든 윳쿠리의 근원이 되는 ‘환상향’이란 공간이 존재하고 그곳으로부터 우리 세상으로 윳쿠리들이 계속 뿌려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과학적인 추측을 제시하기도 할 정도였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윳특위 산하 연구소의 특별대책팀 소속인 우리들은, 윳쿠리를 과학적으로 분석 · 연구하고 그것을 통해 윳쿠리를 효과적으로 말살할 방법을 찾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세간에서 윳쿠리 구제용으로 흔히 살 수 있는 중추팥소 경화제, 윳쿠리 특화 곰팡이 등이 모두 우리 작품. 하지만, 그런 것들로 윳쿠리를 효과적으로 없애나간다 싶었던 것도 한때뿐, 결국 윳쿠리들은 어느새 우리가 죽인 숫자 이상으로 늘어나 인간들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하아, 정말, 아무리 해도해도 일을 한 것 같지가 않네요. 저….”
“쓰레기 생물들 때문에 말이지.”
나는 후배가 한 말을 이어받았다. 대책팀 내의 기술개발분과에 속한 연구원은 총 세 명. 나, 그리고 같은 학교 후배인 A, 다른 학교에서 온 B까지 셋이다.
“어쩌면…지금까지 우리 접근법이 잘못됐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무슨 말씀이시죠?”
B의 말에 내가 눈을 빛내며 되묻는다. 처음엔 다른 학교 출신이라고 B를 은연중에 견제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든 빨리 성과를 내서 윳쿠리들을 없애버리라며 닦달하는 소장 때문에 2주 연속 특근을 하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든 되어버릴 것 같다. 이제 이 특근을 끝내줄 수 있는 존재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가 윳쿠리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아요. 중추팥소 경화제나 특화 곰팡이 같은 것들을 만들었을 땐 자신만만했었죠. 이제 저 똥만쥬들은 끝이야! 하고. 하지만, 생물은 그렇게 쉽게 말살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인간이 아무리 새롭고 강력한 항생제를 만들어도 미생물들은 다시 거기에 적응해 나가죠. 윳쿠리들만 해도, 경화제나 곰팡이에 강한 내성을 가진 개체들이 전국 각지에서 언제부턴가 보고되었잖아요? 이런 외부로부터의 공략은 한계가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겁니까?”
“관점을 바꿔야 해요. 내부로부터 공략해야 하는거죠. 인간과 윳쿠리의 구도가 아니라, 윳쿠리 대 윳쿠리의 구도로 상황을 만들어야 해요. 놈들이 자기들끼리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어야 한단 말이에요.”
“자기들끼리 무너지다니, 윳쿠리용 좀비 바이러스라도 만드는 건가요?”
B의 말은 나의 호기심을 끌었다. 윳쿠리들이 서로 싸우다 자멸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겠지. 하지만 무엇을 통해…?
“아니오, 그런 건 만들기 어려울 거에요. 그리고 만에 하나 윳쿠리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될 거구요.”
“그러면…?”
“좀 더 간단한 쪽부터 공략해 들어갈 거에요. 생각해봐요. 윳쿠리들이 말을 할 수 있고, 기본적인 사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간에 대해선 한사코 순응하길 거부하고 경멸하는 이유가 뭐죠?”
“그거야, 머리가 자기네들보다 작고 머리장식이 없다고….”
“그래요. 놈들은 우리가 자기네보다 머리가 작다고 경멸해요. 하지만, 어떤가요? 우리 머리가 놈들보다 작다 한들, 아이나 아기윳보다 더 작나요?”
“……!”
그래, 이런 쪽으론 생각을 못해봤다. 확실히, 놈들은 자기들보다 머리가 약간 작다는 이유로 우리를 ‘빌어먹을 할아범’이라느니 ‘노예’라느니 경멸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 아닌가? 머리크기는 놈들의 애새끼들이 우리보다도 더 작다. 심지어 열매윳들은 장식조차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