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계절의 온도로 한층 뜨겁게 달궈지는 도심 한복판. 햇빛이 들지 않아 그나마 시원한 골목길에 즐비한 실외기 밑에는 아스팔트에 녹지 않은 운 좋은 마리사 한 마리가 있었다.
"뉴으읏..... 더워인고제......"
개처럼 혀를 밖으로 내민채 열을 내보내려 하는 마리사. 그러나 그 정도로는 어림없는 더위에 질척거리며 구석에 고여있는 물로 기어갔다.
"느으..... 물씨도 뜨거운 고제.... 느읏!!"
주위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란 마리사는 숨죽인채 숨었다. 소리의 주범은 비닐봉지. 검은색의 비닐 봉지가 짐사이에 끼어 나풀대는 소리에 놀란 마리사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지만, 금새 부끄러워졌고 동시에 뺨을 타고 설탕물이 흘렀다.
"뉴으으.... 어째셔 마리사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고제....?"
느긋함을 위해 도심으로 나가면 인간에게 밟히거나 구제소로 끌려가 영원히 느긋하게 되기 일쑤이며, 느긋할 수 없는 온도에 항상 팥소가 말라버릴 만큼의 갈증을 느끼지만 구석에 고여있는 미적지근한 물로 목을 축여야 한다. 마리사의 엄마, 레이무는 더 이상 못참겠다며 마리사를 버리고 인간에게 달려가 사육 윳쿠리로 삼아달라는 둥, 물씨나 달콤달콤을 달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여대다가 아스팔트에 발이 들러붙어 움직이지도 못한 채 말라죽었다. 그런 한심한 엄마의 모습을 하나부터 열까지 끝까지 지켜본 마리사는 팥소 한 구석에 그 참담한 모습이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난 지금 자신도 곧 그런 처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느읏.... 시러어어어어!!! 마리사 죽기 시러어어!!!! 누군가 마리사를 느그타게 해달라제에에에에!!!! 느아아앙!!"
인간씨에게 걸려 죽을까봐 슬금슬금 조차 말하지 않았던 마리사는 더이상 한계라는 듯 주위가 떠나갈 정도로 울어제끼기 시작했다.
"살려져어어어!!! 시러어어어!!!!!"
"어머, 여기엔 마리사가 있었네?"
"시러어어.... 뉴읏...?!"
주위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소리를 질러대던 마리사는 실제로 인간을 만나자 그 즉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자...잘모태쯥니다아아아!!!! 바리샤가 소리를 질러대서 졔셩합니다아아아아아!!!!"
자신의 엄마의 눈씨를 뽑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머리장식씨와 머리털씨까지 왕창 뽑아버린채 발씨를 바닥씨에 붙여버렸던 그런 인간. 그렇게 가까이 인간을 접해본 적이 없던 마리사는 공포감이 팥소 저 밑바닥 부터 올라오면서 용서를 구해대기 시작했다.
"음... 소리야 지금도 지르고 있지만 말이야. 뭐, 그건 됐고. 마리사, 너 내 사육 윳쿠리가 되지 않으련?"
"졔성하아....늇...? 사육....유쿠리....?"
"응. 사육 윳쿠리. 내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겨주는 등등. 충분히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거."
인간씨는 큼지막한 얼굴을 마리사에게 들이대고 웃으며 말했다.
"사육....유쿠리.....하, 할래!!! 마리샤 할래!!! 하는고제!!!!"
"그래, 그래. 대신 마리사를 사육 윳쿠리로 해주는 조건이 하나 있어. 만약 이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면 영원히 느긋할 수 없게 만들어버릴 거야."
섬짓. 영원히 느긋할 수 없다. 윳쿠리에게는 죽음보다 더 심한 형벌. 그 말에 마리사는 자기도 모르게 시시를 지려버렸다.
"느으읏... 조, 조건씨가 뭐냐제...."
"간단해. 마리사가 아기를 가지게 되면 아기윳 중에 2마리는 나에게 넘기는 거. 그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잘 키우면 되."
"아가야....? 느읏! 아가야는 안된다제!! 아가야는 평생 느긋할 수 있는 존재라제!!"
"음. 그럼 사육 윳쿠리가 되기 싫은 거야?"
".......!"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마리사.
"그럼 마리사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느긋할 수 있는 집에서 낮에는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을 걱정을 하지도 않고, 밤에는 레미랴나 플랑에게 잡아먹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항상 달콤달콤씨를 먹을 수 있는 것보다는 평생 이런 좁고 습한 곳에서 평생 걱정에만 시달리며 결혼도 못하고 아기를 가지지도 못하고 느긋하지 못한 생활이 좋은 거지?"
"아...아니라제!!!! 주겠다제! 아가야를 주겠다제! 그러니 마리사를 사육 윳쿠리로 삼아달라제에... 하늘?!"
인간씨는 마리사의 간절한 답변에 빙그레 웃으며 마리사를 들어올렸다.
"좋아. 그럼 가볼까?"
마리사는 싱긋 웃고있는 인간씨의 얼굴에서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음을 느끼고 생전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응! 느긋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