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 유유확
원출처 : NAVER CAFE 숨은 은신처
가로등 아래
유유확(rnrg****)
2014.11.30 20:39
병원 내의 작은 상담실.
"...이 상담이 마지막인데, 더 할 말이 없나요?"
"없어요."
"...정말로 없나요?"
"네."
"휴우..."
새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의 눈 앞에 있는 환자를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인생동안 자신의 목표였던 의사가 되고 난 이후, 심리치료사로써 다양한 사람을 만나오던 그녀는 분명 이 직업이 천성적으로 맞다고 생각 해오고 있었다. 실제로도 맡아오던 환자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등 실제로도 그녀의 천성에 맞는 실적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녀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난해한 환자였다. 그래도 따라오기는 잘 따라왔으니, 기록으론 좋게 남겠지만 말이다.
"...단순한 우울증 초기네요. 밖에서의 활동을 늘리거나, 주변의 지인과 관계를 늘리거나, 애완동물 같은 걸 한 번 길러보는 걸 추천할게요. 기왕이면 말이 통하는... 음, 애완 윳쿠리같은 걸 길러보는 건 어때요?"
"생각해볼게요."
"마침 제가 키우는 윳쿠리가 새끼를 뱄는데, 뭣하면 조금 보내드릴수도 있어요."
"주신다면야... 감사히 받을게요."
"그럼 며칠 내로 보내드리도록 하죠. 자, 면담은 여기까집니다. 수고하셨어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그가 고개를 꾸벅 숙이곤 자리에서 벗어났다. 문을 닫힘과 동시에,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뒤로 젖혔다.
"휴우- 피곤해..."
"수고하셨습니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시원한 물을 앞에다 내려놓자 고마워, 라는 말과 함께 단숨에 들이켰다.
"몇 번이고 보지만, 정말 특이한 환자네요."
"그러게 말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으니 힘들어. 무슨 벽에다가 이야기하는 기분이라니까."
복잡한 감정으로 방금 전에 나간 청년을 떠올린다. 그가 이 곳에 들어온 이래 요 몇 달간, 그의 내면에 대해선 전혀 알아내지 못한 채 형식적인 심리치료절차만 주구장창 밟아오게 한 사람이였다. 결국 이렇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기간이 끝나버렸다.
'성격, 특징, 취향 모두 정상. 약간의 우울증 기질이 있지만, 스스로가 조절은 가능한 수준. 근데...'
분명 그녀가 해오는 질문에는 모두 잘 대답하고 있었지만, 그녀로썬 여전히 묘한 찜찜함을 도무지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찜찜한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느꼈던 이 찜찜함 때문에 그녀의 앞에 있는 오는 것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면 그것도 금방 떨쳐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었다. 실제로 그의과거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특유의 기분은 사라지질 않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더 이상 그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로 윳쿠리 같은 걸 키운다고 저 사람의 상태가 호전될까요?"
"글쎄..."
딱 꼬집어 말하지 않고 끝을 살짝 흐린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그녀로썬 꽤나 드문 반응이였다. 간호사도 그런 그녀의 반응이 꽤나 예상 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의외네요. 선생님이 말끝을 다 흐리시고요."
"솔직히 그렇잖아?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말이야. 그리고 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과 상담을 한답시고 눈은 볼 때마다 매번 소름이 돋는 것 같다고. 너도 알지? 그 새까맣기만 한 눈동자. 지금까지 수많은 우울증 환자를 봤지만, 그처럼 이질적인 느낌을 가진 사람은 지금껏 처음봤다니까."
그녀가 아까 전의 그를 회상하듯 뜸을 들인 뒤 고개를 가로젓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에게 뭘 해야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가벼운 우울증에는 확실히 애완동물이나 만...윳쿠리 등을 키우는 것이 확실히 큰 도움이 되겠지만... 저런 사람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이 미칠 것 같은데요? 심한 경우에는 죽일 수도 있잖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윳쿠리를 권한거야. 애완동물이야 죽이면 법에 걸리지만, 윳쿠리는 적어도 학대하거나 죽인다고 법에 걸리진 않으니까 말이지. 윳쿠리들을 학대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우울증이 나아지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 말이야."
"...그 말, 꽤나 위험한 발언인데요."
"뭐, 그렇지. 애호파들 앞에선 분명 그럴거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들 중에 애호파는 없는걸로 아는데, 아닌가?"
그녀가 간호사를 보며 웃어보인다. 진땀을 흘리며 슬그머니 눈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간호사의 반응이 제법 귀엽다.
"아무튼, 적어도 지금은 그에게는 이 정도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집에 있는 녀석들 중에서도 괜찮은 애들만 골라줘야지. 그 이후로 녀석들이 어떻게 될지는 그의 손에 달려있겠지만 말이야."
그가 병원 밖으로 나섰을 때는 이미 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후- 하고 길게 내뱉는 숨결이 한 줄기 김이 되어 주변 병원의 문 위에 켜진 형광등에 언뜻 하얗게 비쳤다가 사라졌다. 벙어리모자를 좀 더 깊숙이 눌러쓰고, 길을 걷다 문득 집에 먹을 거리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떠올라 편의점을 들러 다음 날에 때울 끼니거리를 적당히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가 사는 곳은 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한 마을 어딘가의 작은 집이였다. 밤하늘의 별이라곤 볼 수 없는 컴컴한 도시이지만, 그나마 거리의 가로등이 어두운 밤하늘에 지리를 밝히고 있어 그리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는 곳이다. 인적이 끊기기 시작하는 땅거미지는 시간대에 그가 골목길을 걸으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의 등 너머로 그의 걸음을 멈춰세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긋하게 멈추라구! 망할 할아범!"
"...?"
제법 커다랗게 자신을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처음에는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 그의 등 뒤로 크고 작은 둥그런 물체들 여럿이 가로등 밑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멈춰세우는 말은 사람의 말과 같았지만, 그의 눈 앞에 나온 놈들은 사람이라기엔 다소 거리가 먼 것들이였다. 끝이 갈라지고 더러운 오물로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몸은 응응과 바닥의 먼지가 들러붙어 있는 아랫볼이 통통하게 나와있는 인간의 얼굴밖에 없는 몸이 한층 괴상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농구공 정도의 크기 정도되는 덩치가 둘, 그보다 훨씬 작은 것들이 다섯 마리로 총 7마리의 둥그런 물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덩치중 하나는 뒤로 잔뜩 헤진 커다란 리본과 검은 머리카락이 돋아나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노랑머리에 흰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는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작은 놈들 역시도 모습은 이 둘과 그다지 차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동물도 아니고, 오히려 사람에 가까운 이상한 모양새, 윳쿠리라고 불리는 녀석들이였다.
그가 어렸을 적부터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해, 성인이 된 지금, 이제는 어느 거리에서나 흔이 볼 수 있는 움직이는 구제불능의 민폐덩어리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유해생물 중 하나였다.
"여긴 마리사와 레이무의 플레이스라제! 여기를 지나가고 싶으면 당장 먹을 걸 내놓으라제!"
"손에 든 것들 전부 여기다 내려놓고 가라구! 안 그러면 여기로는 지나갈 수 없다구!"
"땅쟝 내노랴구 먕할영걈!"
"잔뜩 쭈면 특뼈리 마리샤의 노예로 사마 주게따규!"
"뉴구치!뉴구치!"
"레이무의 여동생이 배고파 하고 있다구! 당장 내놓으라구!"
검은 모자를 쓴 윳쿠리, 아비 마리사가 떠벌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놈들도 제각각 하고 싶은 말을 떠벌리기 시작한다. 같은 덩치의 어미 윳쿠리 레이무도 얼굴 양 옆의 더러운 귀밑털로 손에 든 봉지를 가리키며 소리치기 시작했고, 말도 못하는 미숙윳쿠리를 머리 위에 태우고 있는 아이레이무가 동생을 두둔하며 따라 소리쳤다. 다른 주변에 있는 놈들도 혀짤배기 발음으로 각자 오빠야가 들고 있는 먹을 것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빨리 내놓으라며 독촉하고 있었다.
팥소덩어리로 이루어진 물체 주제에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 시종일관 떠벌리는 말투는 그야말로 시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이건 도시에 사는 놈들 대부분이 그러니 오랫동안 이들의 모습을 본 도시의 사람들이라면 이젠 그려려니 한다. 이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결과는 대부분 이들의 말을 무시한 채 갈 길을 가거나 학대파에게 잡혀 학대당하거나 살윳질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이걸 말하는 거야?"
"늣! 그렇다구! 당장 내놓으라구!"
여전히 신경 거슬릴 정도로 건방진 말투로 대답하는 레이무였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많다보니 숫자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인간으로써 이런 쓰레기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정해져 있다.
"싫어."
당장 다음날 먹을거리가 떨어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인지 밤이 늦었기에 이미 문을 닫은 마트대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때울 끼니거리만 사온지라 비닐 안에 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 자신이 먹을 것밖에 없는데, 그렇게 말한다고 냅다 줘버리는 멍청이가 어디있을까. 같은 인간이라도 이런 것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는 윳쿠리니 애호파라면 혹시 또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아---?!""""""""
당연한 대답에 언제나처럼 소리를 지르는 부모레이무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가 그렇게 대답할 줄 몰랐다는 듯한 반응이다. 어디서 그런 근거없는 믿음이 생겨나는지 그로썬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늣, 그렇다면 죽여서 빼앗겠다제!"
"늣...조심하라구 마리사!"
"걱정 말라제! 마리사는 플랑까지 제!재!시킨 최강의 윳쿠리라제! 마리사의 적수따윈 이 세상에 없는 거라제!"
"...뭐?"
마리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뜻밖이였던 탓인지 그도 그 말에는 반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이라면 통상종이 포식종을 이긴다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더욱이 날개를 가진 레미랴종이나 플랑종이라면 이런 놈들 따위는 한껏 비웃으며 잡아먹는 것이 현실이였던 까닭이다. 무엇보다, 포식종 앞에서 느긋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몸이 굳어져버리는 통상종은 두려움에 도망치거나 굳어진 채로 비명만 지르다 잡아먹히거나 둘 중 하나로 반응이 좁혀지기 마련이니 더욱 그랬다. 물론, 대개는 둘 다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포식종 중에서도 탑을 달리는 플랑을 제재했다고? 이딴 바닥을 기는 쓰레기가?
"늣늣늣... 뭐냐제, 그 얼굴쒸는? 쫄을 거냐제?"
그로썬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것이, 아무래도 아비마리사에겐 느긋하지 못한 표정을 지은 거라고 보인 듯 하다. 게다가 어둑한 눈을 보더니, 거기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고 있다.
"늣늣, 어쩐지 느긋하지 못한 눈깔을 가지고 있다제! 밤하늘의 별씨도 울고가는 마리사의 눈망울과는 천지차이라제!"
"느늣! 분명 플랑까지 제재한 수-퍼 마리사의 압도적인 포-쓰에 얼어붙은 게 틀림없다구! 역시 마리사 앞에선 인간씨 따윈 적수가 못되는거네!"
"그렇다제! 저딴 인간씨 따윈 최!강! 마리사에겐 쨉도 안되는 거라제! 늣헴!"
"느규치! 압빠야, 빨뤼 저 쓰례기 인간쒸를 쩨!쨰! 시키쟈귯!"
"느규치!느규치!"
"뉴뉴! 빨뤼 쩨째시끼고 빱쒸를 느규치 먹뉸꺼랴귯! 여뚕썡됴 배꼬퍄하교 이따귯!"
"느후후, 걱정하지 말라제 아가야들! 게다가 느긋하지 못한 눈깔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는 이 마리사들에게 질 리가 없는 거제! 금방 저 약골 인간씨를 제!재!시키고 저 먹을 거를 잔뜩잔뜩 먹도록 하는거제!"
""""""느와~이!""""""
마리사의 말에 일가족 모두가 한껏 자만에 빠진다.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에 빠지는 행복한 얼굴을 짓는 윳쿠리들과는 다르게 오빠야는 여전히 감정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간다제 인간씨! 이 수-퍼 미라클 다이나믹 크래쉬!로 순!살! 되는 거라제!"
아비마리사가 전력을 다해 몸통을 날려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 부딫쳐온다, 그러나, 오빠야는 그런 와중에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냥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리를 부딫치는 것을 계속 바라보기만 할 뿐이였다.
네 번, 다섯 번... 부딫치고 뒤로 물러나고를 반복하며 그렇게 아비마리사의 몸통박치기가 열 번이 넘어갈 즈음 제 풀에 지치는지 뒤로 물러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멋대로 다시 떠벌리고 있었다.
"느헥...느헥... 어떠냐제! 이 수-퍼 다이나믹 하이퍼어택 맛이!"
"압빠야 꺵쨩하따구! 인간씨 따위 쑨!쌸! 당햐고 있따규!"
"느늣! 그렇다구! 수-퍼 마리사의 공격으로 전혀 느긋하지 못하고 있는 거네!"
"느퓨퓨, 이쪠 쬼먄 더햐면 쓰례기 인깐찌땨위는 쑨!쌸! 당햐는 고녜!"
"늣, 압뺘야, 고래도 목슘은 살려쮸라규! 쓰례기 인깐쮜를 노예료 만듀려서 평쩅 달콤달콤쒸를 빠취게 하쟈규!"
"느읏! 좋은 생각이라구! 역시 레이무의 아가야는 현명하다굿!"
"느뿌뿌, 레-뮤 현며애셔 미야냬----!"
옆에서 다른 이가 본다면 누구나 비웃음을 살 정도로 헤픈 공격. 별 반응을 하지 않는 오빠야의 모습에 자기입맛대로 상황을 해석하며 스스로가 떠벌리는 말에 기고만장해 그들만의 상상의 나라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이 곳에 다른 인간이 이 모습을 바라본다면 틀림없이 비웃음만 나올 뿐이였겠지만 말이다. 공격한 것이 상당한 크기를 가진 마리사의 공격이라고 해도 고작 윳쿠리의 공격이다. 그 따위의 공격이 인간인 오빠야에게 통할리가 만무한 것이다.
"마지막이라제! 이 마지막 일격으로 끝장을 내주겠다제!"
자만이 절정에 이른 마리사가 몸을 가득 부풀린 채 호언장담하며 힘차게 저부를 박찼다. 확실히, 방금 전보다는 빠른 움직임이였다. 온 몸 가득히 부풀린 채 날라오는 일격에는 인간을 끝장내겠다는 의지가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끝장이다제에에에느뿌헤잌!!!"
그러나, 역시 상대는 인간이다. 아비마리사의 공격이 전보다 빠르다고 해도 그의 눈으로 보기엔 그런 공격은 공격 축에도 못 낄 정도로 느리고 한심한 몸통박치기일 뿐이였다. 공격을 날리기 전 봉지를 잠시 내려놓은 오빠야는 다리를 뒤로 젖혀 날아오는 아비마리사의 얼굴 중앙에 정확히 발을 꽂아버렸다.
"느으아아아!!"
""압뺘야! 느뀨치 쪠째하랴그삐에야아앍?!""
뭐라 딱히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모를 괴상한 비명과 함께, 마리사의 몸통이 가족들의 사이로 스쳐지나가 뒤에 있던 가로등에 처박혀버렸다.
"느...느헥! 케헤헥!!"
오빠야의 일격과 자신이 날아오던 속도까지 합쳐져 맞아버린 위력은 실로 엄청났지만, 운이 따라준 것인지 즉사는 면한 상태였다. 가로등에는 상당한 양의 팥소가 붙어버린 것을 보아 등 뒷쪽에 꽤나 큰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느...늣?"
아직도 사태파악이 되지 않은 가족들의 얼빠진 얼굴이 제법 볼만하다. 그런데, 방금 전과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오빠야였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마리사를 발로 차기 전보다 이들의 숫자가 조금 줄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의 큐트한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앗-----?!"
그렇다.
아까전에 가족들 사이로 스쳐지나간 아비마리사의 몸뚱아리에 아기 윳쿠리들의 일부도 함께 휩쓸려 가로등에 처박힌 것이다. 휩쓸려진 새끼 윳쿠리는 아이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큰 레이무와 머리 위에 있던 가장 작은 레이무 두 마리. 이들은 날려진 아비마리사의 몸과 함께 가로등에 박히면서 그대로 몸이 터져버려 형체도 남기지 못한 채 즉사해버렸다. 말 그대로 눈뜬 채로 압사당한 것이다. 아비마리사가 죽지 않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풀썩 쓰러진 아비마리사의 등 뒤에는 새끼윳쿠리의 팥소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즉사는 면했지만 얼굴의 반이 뭉개진 데에 대한 고통이 찾아오는지 아비마리사가 땋은 머리로 얼굴을 감싼 채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느와아아아!! 하흐하헤에에에에!!! 하히하의 회항의 히호흘 하항하응 헐후히이이이이이이!!!!!!"
고통에 찬 조금은 긴 비명이 어두운 골목에 퍼졌지만 얼굴이 짜부러진 탓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이빨이 나가버린 탓인지 말소리에 바람빠지는 소리가 한데 섞여 필사적으로 아픔을 호소하고 있어도 다른 이들은 마리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 비명마저도 다른 윳쿠리들의 절규에 파묻혀버렸다.
어미레이무가 새끼윳쿠리들이 마리사를 향해 절규하고 있었다. 어미레이무의 머리 위에 있던 아기레이무는 그를 향해 볼을 힘껏 부풀리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아아-?!"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
이들의 절규에도 고저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오빠야다.
"우린 그저 먹을 걸 달라고 한건데에에-----?!"
"죽이고 뺏는다며."
이렇듯, 아비마리사의 참상을 보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듯 욕설을 늘어놓는 어미레이무다. 달려가서 마리사의 얼굴을 핥는 것을 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다리에서 뭔가가 부딫치는 듯한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압뺘야를 모쌸꼐 꾸뉸 쓔례기뉸 레-뮤가 쩨째한다귯!"
"마리쨔도 뿌꾸-!로 돕뉸 꼬졔! 여동생을 쮸긴 쓔례기 노예따윈 피료 없뉸 꼬졔! 땅쨩 쥭뉸고졔! 뿌꾸---! 뿌꾸----웃!"
알고봤더니 아이 레이무가 줄기차게 그의 다리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레이무의 등 뒤에는 좀 더 어려보이는 마리사가 힘껏 볼을 부풀리고 있다.
'뿌꾸?'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대부분의 들윳쿠리를 무시했던 탓에 듣기만 했지 보지는 못한 위협이라고 하는 짓거리를 눈 앞에서 하고 있는 것이 퍽 흥미롭다고 느끼는 오빠야였다. 그러나 흥미는 아주 잠시뿐이였다. 뿌꾸고 뭐고, 결국 하는 짓거리는 얼굴을 부풀리는 웃기지도 않은 위협이다. 짐승이라면 모르지만, 고작 탁구공 정도의 윳쿠리가 하는 위협을 인간인 그로썬 무섭다고 느낄 리도 없었다. 순식간에 흥미를 잃어버린 그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질렸어."
애초에 애호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는 윳쿠리를 잡아 닥치는 대로 학대하는 학대파도 아니였다. 굳이 학대파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욕을 먹어서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그는 남들과는 달랐다. 더 이상 끌 흥미도 없는 놈들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손을 뻗어 봉투를 쥐었다.
아니... 쥐려고 했다.
"...?"
쥐려고 했던 봉투가, 어느 샌가 사라져 있었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의 귓가에 봉투의 행방을 짐작하게 만드는 말이 울려퍼졌다.
"최!강!의 마리사, 부활이라제---!!"
"우-걱 우-걱 행보옥-!!"
"...!"
아이 둘이서 이목을 끄는 동안 언제 가져간 건지, 어미레이무가 음료수를 가지고 마리사에게 붓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까 전까지만 해도 어미레이무의 머리 위에 있던 아기윳쿠리의 목소리가 봉투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약간이지만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아직도 몸을 부닥치고 있는 아이 둘을 무시하고 봉투를 잡아 들어올리자 봉투 속에 사온 햄을 어느샌가 다 먹어치워버린 채 늘어져 있는 아기레이무가 눈에 들어왔다.
"늣! 느뀨탈 슈 업뉸 눈까률 가쮠 인깐쮜라귯! 요기 이떤 햄쒸는 뀌여운 레-뮤가 머거쭸으니 깜사히 여귀라귯!"
"..."
"느규탈 슈 엄뉸 노예 인깐쮜는 귀여운 레-뮤의 응응찌나 머규라귯! 트뼈뤼 귀여운 레-뮤의 상쾌-!를 보여쥰다귯!"
"...하..."
"샹꺠-!"
급기야 봉투에 똥까지 싸지르는 아기레-뮤. 그걸 바라보는 그의 표정엔 이제 허탈감이 표출되어 있었다.
무시하고 처음 보는 윳쿠리들의 모습에 잠시 한 눈을 팔았더니, 결국 이 꼴이다. 마트와는 달리 편의점은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할인 마트에 비해 체감가격이 훨씬 비싼 편이다. 당장 이 아기레뮤가 먹은 햄만 해도 3천원이 넘는 가격에 산 거다. 어미레이무가 아비마리사를 살리기 위해 들이부은 음료수도 마찬가지다. 캔도 아니고, 1.5L짜리도 아닌, 무려 2.3L짜리의 오렌지주스다. 250mL짜리 캔만 해도 천 원을 넘기는 판국에, 이 음료수의 가격이라고 오죽했을까?
적어도, 눈 앞에서 똥이나 싸질러대고 욕이나 퍼붓는 이 살아있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몽땅 싸잡아 가공소에 팔아 넘겨도 그것보단 쌀 것이였다.
그가 봉투 속에 있는 아기 레뮤를 꺼내들었다.
"뉴늇?! 레-뮤, 하뉴를 나뉸 거 까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 지도 모르는 듯이 손에 쥐고 올리자 마냥 기쁜 듯 머리털을 파닥거리는 아기 레뮤. 그런 레뮤를 보고 끈질기게 달려들던 아이레이무와 아이마리사가 더욱 절박한 표정으로 뿅뿅 뛰기 시작했다.
"내려놓는 고제! 소중한 여둉쌩을 당장 내려놓으라제에에!"
그러나 상황 파악을 못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부활한 아비마리사와 어미레이무는 득달같이 달려들며 오빠야를 위협했다.
"이 쓰레기 인간씨! 귀여운 아가야에게 당장 그 더러운 손 떼라구!"
"잘도 최!강!의 마리사를 때렸겠다! 아가야를 내려놓고 당장 달콤씨를 내 놓으라제! 그리고 당장 꺼져서 죽어버리라제!"
"..."
말로는 온갖 허세를 다 부리고 있지만, 발에 채인 전례가 있어서 그런지 윳쿠리들 전부가 전처럼 섣불리 달려들지는 않고 있다. 오빠야가 들고 있던 레뮤를 두 손가락이 아닌 손아귀로 전체를 감싸쥐었다.
"뉴...뉴긋?!"
어려서 그런지 손에 담긴 힘으로도 상당히 아픈 모양이였다. 아기 레뮤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냐구! 당장 내려놓으라구 이 망할 할아범! 당장 내려놓으라는 소리 안 들리냐구! 그리고 봉투도 다시 내놓으라구!"
"이건 내 꺼다. 너희들 게 아니고."
내놓으라니, 이 쪽에서 할 소리였다. 그런 상황에 오히려 윳쿠리들이 주인인 마냥 내놓으라고 하다니, 그 뻔뻔함만은 정말 대단할 정도라 생각했다.
"이 망할 하라볌!!! 여동생을 내려놓으라굿!"
"당장 여동생을 내려놓으라제! 뿌꾸!! 뿌꾸웃!!!"
아이윳쿠리들은 아직도 끈질기게 그에게 대들고 있었다.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비마리사가 죽여버린 동생들은 이미 잊어버린 듯 하다. 특히 마리사는 아직도 몸을 부풀고 있다. 빈틈을 타 먹을 거나 훔쳐먹는 놈들 주제에.
"뉴삐이이이!! 아뺘아!! 아쁘댜굿!!! 귀여운 레뮤의 몸이 찌뿌려졋 찌뿌려쮠다규우우우!!!"
아기 레뮤는 이제 겨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는지 시시를 지리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아기 레뮤의 비명에 어미레이무의 얼굴에 명확한 다급함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다구!! 이 망할 할아범! 당장 아가야를 내놔!!! 말을 못알아 먹는 거야? 바보야? 죽을래?"
"아니."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음영이 한껏 드리워진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소름끼칠 정도로 고저가 없었다.
"죽는 건 너희들이야."
그가 한 말 한 마디가 끝나는 순간, 손아귀에 잡혀있는 아기 레뮤의 몸이 눈에 보일 정도로 기형적인 모습으로 찌부려지기 시작했다. 조그만한 몸에 어떻게 저렇게 낼 수 있는 지 모를 정도로 더욱 커져만 가던 비명은 이제 골목에 윙윙 울릴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뉴삐이이이이이이이!!!!! 레뮤 찌뿌려쥔다귯!!! 엄먀야!!! 샬려죠오오오오오오!!!!"
"당장 아가야를 내놓으라구!! 이 망할 할아범 당장 돌려줘어어어!!!"
"빨뤼 꾸하랴구!!! 엄먀야!! 귀여운 레뮤를 구하랴귯! 레뮤 찌구려져어어어! 레뮤 찌구려쥔닥...."
뽀작!
순간적으로 골목이 조용해졌다. 이들의 앞에서 아기 레뮤는, 스스로의 말대로 처참하게 쥐어터져 제대로 형체도 남기지 못한채 짜부라져 죽어버렸다. 건방지게 몸을 부닥치던 아이레이무도, 쉴새없이 뿌꾸거리며 몸을 부풀던 아이마리사도 아기 레뮤의 처참한 죽음이 어지간히도 치명적이였던 모양이였다. 특히 아이마리사는 공포로 입이 벌려져 몸 안을 부풀리던 바람마저 빠지고 있었다.
"느...느아아아아아아----!!! 아가야... 아가야가아아아아앗!!!"
"레무의 큐트한 여동생이이이이이!!!!"
"느아...느아아아아아아!!!"
각자가 엄청난 목소리로 절규가 골목에 울려퍼졌다. 그가 팥소로 더럽혀진 손을 올려다 보았다. 그만큼 자기 몸통보다 큰 햄을 먹어치웠는데도 내용물이 다 어디로 가고 팥소만 남은 걸까, 문득 의문이 드는 오빠야였다.
이젠 영원히 알 수 없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망할 할아범은 그대로 주거어어어어어!!!"
앞으로는 어미레이무가, 뒤에서는 아이레이무가 눈물을 철철 흘리며 전력으로 오빠야의 다리에 부딫치고 있었다.
아이레이무의 박치기는 모르지만 완전히 성장한 어미윳쿠리인 레이무의 몸통박치기는 그의 다리를 휘청이게 할 만큼의 힘은 가지고 있었다. 다리의 느낌이 이제는 슬슬 불쾌히 느껴지기 시작하는 오빠야였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레이무가 두 눈에 핏발까지 세운 채로 다시 한 번 몸을 박차고 오빠야를 향해 돌진해왔다. 레이무로썬 사력을 다한 혼신의 몸통박치기지만 팥소로 이루어진 몸뚱아리와 단단한 뼈와 질긴 근육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실제로 오히려 부딫칠 때마다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던 건 어미레이무쪽이였다.
그러나 레이무모녀들은 이것을 그만두지 않고 있었다. 자식, 또는 자매를 셋이나 죽여버린 눈 앞의 망할 할아범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것도 슬슬 한계인 듯 보였다. 몸을 회복하기 위함이랍시고 오렌지주스라도 먹었던 아비마리사나 봉투 속에 기어들어가 햄이라도 처먹은 아기 레뮤와는 다르게 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먹지 못한 레이무 모녀의 힘은 그만큼 빠르게 한계에 다다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느헥...느헥..."
질기게도 몸을 부딫치는 레이무모녀들이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혹할 정도로 오빠야의 다리는 끄떡도 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레이무 모녀들은 끊임없이 몸을 부딫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면 아가야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놈들이 동시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몸을 날렸다. 어미레이무의 두 눈에는 핏발까지 서 있었고, 둘 모두 이는 부서질 것처럼 악물고 있었다. 그만큼 절박한 일격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 한 번이 마지막이다.
"느으으으읏!!! 느긋하지 않게 죽어어어어!!"
저부로 땅을 박차고 오른 몸이 정확히 다리의 아래로 들어오던 바로 그 순간, 오빠야는 공격을 받던 다리를 슬쩍 틀었다.
투웅, 하는 공이 부딫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혼신의 힘을 실은 몸통들이 레이무 모녀 서로에게 직격했다.
"늣삐이?!"
물론 날려간 건 아이레이무 쪽이였다. 둘 다 혼신의 힘으로 부딫혀서인지 아이레이무 쪽의 몸은 이미 구르기도 전부터 이상하게 뒤틀려있었다. 어미의 강한 몸통박치기에 눈알의 한 쪽이 터져나오고, 바닥을 구르면서 피부도 찢겨져 팥소의 반 정도가 흘러나가 버렸다. 이 정도면 이들에겐 치명상에 준하는 상처다. 죽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어...엄먀...야... 오째셔..."
"느...느늣?!"
바닥을 구르며 찢겨진 아이레이무의 입에서 간신히 마지막 단말마엔 아직도 자신에 처한 현실에 대한 의문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이제 아이레이무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한 쪽 눈의 생기가 급격하게 꺼져갔다. 자신이 만든 참상을 목격한 어미레이무의 표정에 명백한 당혹감이 서렸다.
"느아아아아아아아 어째서 아갸야가아아아아아!!!"
어미 레이무의 현실부정과 자괴감의 절규어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이 못내 충격이였던 모양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빠야의 눈에 순간적으로 어떠한 감정이 떠오르다 사라졌다. 무언가를 않좋은 과거를 떠오른 탓일까, 더이상 목소리가 듣기 싫었던 것일까. 충동적으로 다리를 들어올려 어미 레이무의 머리를 있는 힘껏 짓밟아 버렸다.
꽈지직!
"아가야아아아아으느뿌헤아읅?!!!"
찍어내리는 다리가 스스로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에 절규하던 레이무의 이마에 직격했다. 엄청난 압력에 어미레이무의 두 눈알이 튀어나오고, 양 볼은 갑작스레 밀려오는 팥소로 피부를 뚫고 터져나왔다. 성윳쿠리였던 탓일까, 즉사는 하지 않은 듯 몇 번 귀밑털을 파닥거렸지만, 그것도 잠시다. 오빠야가 찍어내린 발에 힘을 주면서 좌우로 짓이기며 완전히 반으로 갈라버리자, 얼마 가지 못하고 귀밑털이 툭 떨어져버렸다. 확실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아비마리사는 어디로 간 걸까. 그러고보니, 이 레이무 모녀가 죽는 순간까지도 아비마리사는 한 번도 개입을 하지 않고 있었던 점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다.
"느느...느느느...!! 마... 마리사는... 느긋히 도망칠거라제에에에--!"
"...!"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순간 오빠야는 자신이 잘못들은 건 아닌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가 멈칫하던 차에, 옆에서 떨던 아이마리사가 필사적으로 아비마리사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아, 압뺘야!! 마리쨔도! 먀리쨔또 데려가 달라제에에!!"
"느읏?! 이 목소린 아가야나제?! 살아있었냐제?!"
아비마리사가 눈을 크게 떴다. 공포심에 이성을 잃었던 탓일까, 아니면 얼굴이 짜부라져 있어서 잘 보지 못했던 탓일까, 아무래도 아비마리사는 방금 전의 레이무모녀의 죽음으로 가족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이였다. 아비마리사의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었다. 분명 아이마리사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멈춘 것이겠지. 아이마리사도 그렇게 생각한 듯 공포로 질려있던 얼굴에 약간이나마 안도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투웅!
"늣삐이?!"
"자...잘됐다제! 아가야는 느긋하게 저 쓰레기 할아범의 이목이나 끌으라제!"
"...?!"
"...?!?!? 아...압빠야? 무슌 소릴 하는 고야...?"
"마리사는 여기서 죽을 목숨이 아닌 거라제! 아가야는 이 최강의 아빠야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거제?!"
"느...느으?! 무슨 말을 하는 고야 압빠야?! 그럴 리가 업쨔나아아?!"
"닥치라제! 마리사는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닌 거냐제! 아가야는 아빠를 위해서 목숨도 버릴 줄 알아야 하는 고라제!"
"실따구 아뺘야아아!! 마리쨔도 델꼬가 달랴제에에!!"
"아빠야를 느긋하게 하지 못하는 쓰레기 아가야라제! 당장 놓지 못하냐제에에!! 당장 놓으라제에에!!"
아비마리사의 땋은 머리를 이빨로 문 채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아이마리사였지만, 아이윳쿠리와 성인윳쿠리의 힘의 차이는 명확했다. 땋은 머리씨를 있는 힘껏 휘두르자, 아이마리사는 힘없이 어딘가로 튕겨나가 벽에 부딫혀버린다.
"가서 제재나 받고 죽는 거라제! 그 동안에 마리사는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갈 거라제에에!!"
콰직!
"느기이이?!"
아비마리사가 아이마리사와 실랑이를 벌이던 사이, 어느 샌가 다가온 오빠야가 아비마리사를 한쪽 손으로 그를 찍어 눌렀다.
"아이까지 버리고 도망치는 거냐."
"마.. 마리사는 여기서 죽을 몸이 아니라제! 망할 할아범이 죽인 가족의 몫까지, 마리사는 살아야만 하는거제!"
"그게 방금 전에 애를 버린 놈이 할 말이냐?"
오빠야의 눈에는 이제 확연하게 경멸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고, 자신의 목숨을 위해 눈 앞의 살아있는 아이까지 버리고 달아나는 이 아비마리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웠다.
"넌 도망못 가."
"놓으라제에에!! 이 망할 할아범!! 당장 놓는 거제에에에!!"
오빠야가 다른 한 손으로 아비마리사에게 다른 한 손으로 아비마리사의 땋은 머리를 잡아 뜯었다. 뿌직뿌직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땋은 머리가 어딘가로 던져져 땅바닥에서 파닥거렸다.
"느갸아아아아!!!"
땋은 머리가 뜯겨진 고통에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려는 아비마리사였지만, 오빠야는 그마저도 허락해주지 않았다. 다른 한 손으로 고정되어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형편이였던 것이다. 아비마리사의 얼굴에 확연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서렸다.
"죽어."
두 눈과 마무마무에서 시시가 새어나오고 있었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이빨을 따닥따닥 부딫치면서, 부들부들 떠는 몸으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아...아가야!! 아가야아아아아!! 뭐하고 앉아있냐제에에에!!! 빠...빨리 아빠야를 살려... 살려달라제에에에!!"
그러나 그런 그의 말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다. 아이마리사는 이미 아버지가 한 말과 방금 전에 던져진 충격으로 정신을 못차린 채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애새끼가아아아아아아!!! 부모를 느긋하게 못하는 애새끼는 당장 '주거버리라제'에에에!!"
순간, 아비마리사의 말에 살짝이지만,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에 다시금 알 수 없는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스스로 힘겹게 묻어낸 과거의 잔해가 결국 다시금 떠오르고 있었다.
오빠야의 눈에 비치는 아비마리사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포에 찬 얼굴이 점점 비틀려 웃는 얼굴로 바뀌고, 머리는 확연하게 길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윳쿠리의 얼굴은 이제 한 여자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 오래 전 자신을 버렸던 실로 오랜간만에 보는 증오스러운 여자의 얼굴이 바로 거기 있었다. 자신을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눈동자로, 비웃음을 띄던 입술이 조금씩 움직여 그에게 속삭였다.
죽어.
"...!"
그가 손을 뻗어 그 얼굴을 잡아 뜯었다. 지금껏 그 어떤 물건도 그런 힘으로 잡아보지 못했을 정도의 힘으로, 한껏 우악스럽게 잡아 뜯어버렸다. 중간에 아비마리사의 엄청난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자신이 떠올리고 있는 이미지의 환상에 완전히 좀먹힌지 오래였다. 검은 두 눈동자의 주변에는 핏줄까지 드러난 채 섬뜩할 정도로 번뜩거리고 있었다.
"...죽는 건 너야. 너나 죽어. 죽으라고. 죽어..."
잔인한 응수는 한 번으로 끝이 아니였다. 죽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아비마리사를 잡고 있던 다른 손으로 살점을 잡아 뜯어냈다. 손에서 미량의 살점과 피부가 잡혔다. 부족하다 느꼈다. 아직도 망할 여자의 얼굴의 형태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뜯어나갔다. 행동은 반복되었다.
한쪽 손으로 뜯어내어 다른 곳에 집어 던질 동안, 다른 한쪽 손이 쉬지 않고 다른 부위를 무참하게 뜯어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아직 많은 부위가 남아있다. 비명을 지르는 걸 보니 아직 살아있다. 다행이다. 아직 죽으면 안됀다. 이런 놈들은 좀 더 처참하게, 조금이라도 고통을 안겨주면서 죽여야 한다. 좀 더 뜯어냈다. 뜯을 부위는 아직 많았다. 죽을 때까지, 형체가 사라질 때까지 뜯어냈다. 행동은 또 다시 이어졌다. 계속, 반복했다. 거슬리는 눈을 뽑고, 모자가 찢고, 머리카락을 뜯고, 또 다른 눈알이 파서 터뜨려버리고 피부를 뜯어버리고, 이빨을 뽑고, 다시 이빨을 뽑고. 행동은 반복되었다.
뜯고 뽑고 비틀고 뜯고 뽑고 뜯고 찢고 뜯고 찢고 뜯고 찢고 뜯고파고찢고뜯고찢고뜯고찢고뜯고파고찢고뜯고파고파고파고파고파고파고파고파고...
...........
......
.....
.....
..
"...헉."
간신히 진정하게 된 오빠야가 가로등에 기댄 채 주저앉고 자신의 손과 한 때 윳쿠리였던 것을 번갈아 보았다. 윳쿠리를 잡아 뜯던 손에는 처참한 살윳...의 증거로 짜부라진 팥소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비단 손만이 아니였다. 주변의 온 사방이 팥소와 한 때 윳쿠리였던 것의 피부조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를 겨우 매장했다고 생각했더니, 아주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였다. 빌어먹을 똥만쥬 덕분에 겨우 잊어버렸던 과거가 다시 떠올라 버린 것이다.
"망할 똥만쥬 같으니."
그가 요 근래 처음으로 욕을 되뇌이며 팥소만 남은 손을 움켜쥐었다. 팥소의 끈적거림이 손에 묻어나와 상당히 불쾌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전에 벽에 처박혔던 꼬맹이 만쥬는 어떻게 됐을까. 아비마리사가 죽어가는 순간까지 반응이 없던 것에 갑자기 의문이 들던 차였다. 아이마리사가 날려간 방향으로 돌아본 오빠야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완전히 맛이 갔네."
시선의 끝에는 시시를 지린 채, 퀭해진 눈을 껌뻑이는 아이마리사가 있었다. 몸을 떨면서 같은 느그치! 느그치! 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리는 꼴을 보니 무슨 정신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
'하긴...'
일단은 아이라 불릴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 놈이였다. 바로 눈 앞에서 가족들이 몰살당해버렸으니 정신이 붕괴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게다가 아빠라는 놈이 직접 자신을 버리겠다고 말했던 사실이 더 컸을 것이다.
"아하하하, 꼴 참 웃기게 됐네."
죽이겠다느니, 노예로 삼아주겠다느니. 자기들 좋을 대로 말을 늘어놓더니, 결국 결과가 이 꼴이다. 아비는 가족을 모조리 사지로 몰아넣고선 버리고 도망치려다 죽고, 그렇게 아가야를 아끼던 어미는 자식을 죽이고 따라 죽었다. 아빠야를 믿던 아이들은 버려진 채 죽었고,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린 녀석도 있다.
'아무리 게스라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도시의 거리윳들은 대부분 이러한 게스들이 판치는 곳이였다지만, 가족까지 버리고 도망치려고 하는 놈은 그로써도 처음봤기에 그 충격은 그로써도 꽤나 큰 편이였다. 꽤나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만쥬들에 대해 알게된 지식은 그로썬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도 느긋히 따위를 중얼거리며 땋은 머리만 씰룩거리고 있는 아이마리사는 이제 눈 앞의 오빠야를 인식도 못하는 듯했다. 사실상 폐윳쿠리와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사지가 멀쩡해도 살아남기 힘든 게 거리윳쿠리들의 현실이지만, 이대로 놔두면 어떤 식으로든 죽을 테니까. 그럴 바엔...
"...내가 마무리 짓는 게 더 깔끔하겠지? 안 그래, 마리사?"
폐윳쿠리가 되어버린 마리사를 보는 오빠야의 두 눈에 묘한 웃음기가 서린채, 마리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이후 마리사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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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
이야... 안녕하세요.
윳쿠리에 꽤 빠져있는 사람입니다. 핸드폰으로 소설을 보는데 무척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글을 한 번 쓰고싶은 충동으로 기를 팍팍 넣어서 써 보았습니다만...
현실은 시궁창이로군요 허허허...
다시 읽어봐도 글 번역물이나 창작물을 쓰는 사람들 보면 감탄이 나오네요. 이 글이 과연 이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글을 보면 알 수 있으시겠지만 하나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 좀 더 써 볼 생각입니다...만 밖에 일이 많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윳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일요일 하루가 또 지나가네요. 다들 월요일날부터 힘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