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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크로우
원출처 : NAVER CAFE 숨은 은신처



어느 노뱃지 앨리스의 이야기
크로우(fait****)
2014.08.05 15:22



#서문

사실 예전에 윳쿠리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가슴아파하던 시절, 생각해뒀던 구상이 있었습니다. 애호도 학대도 가능한 세계관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쓸 수 있게 하자, 그리고 여러 가지 장르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그런 공용 세계관을 여러 개 만들자, 라는 거였죠.
하지만, 생각하던 중, 제가 짠(짜집기겠지만) 세계관에서 학대물이 나왔을 때 제 기분이 어떨까를 생각하고 잠정 보류했고, 그 뒤, 지금은 이미 그 때만큼 아이디어가 팍팍 솟아나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오늘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①그런 배부른 생각은 일단 세계관을 하나라도 확립시킨 다음에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②지금도 학대 세계관에 가까운 세계관에서 애호물을 이미 써버렸는데, 크게 달라질 건 없지 않은가, ③소설을 썼을 때의 성취감이 그립지 않은가, 뭐 그런 생각들이지요.
뭐, 생각해보면 저로서도 파츄리의 뒷이야기를 써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죠.

아마, 요즘 제 페이스라면 연재중지나 마찬가지인, 한 편 한 편이 한두 달에 한 편씩 나오는 페이스, 혹은 그보다 느릴지도 모릅니다. 뭐, 오히려 이렇게 미리 기대치를 낮춰두는 편이 서로 편하겠지요. 저로서도 독촉을 받는 건 싫으니 말이죠.

일단 소설 자체는 애호이므로 소설 내용이나 등장 윳쿠리를 학대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면 규정위반이 됩니다만, 이 서문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다가 학대 관련 단어가 튀어나오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제 멘탈이 깎여나갈 것 같으니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

#1. 출생

"느그타게 이쯔라규!"

앨리스가 태어난 곳은, 어떤 케이지였다.

"느... 느늣?"

보통의 윳쿠리에게는 낯선 광경일 터이지만…… 어째서인지 앨리스는 케이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부모에게 물려받은 지식 중 하나였겠지.
앨리스가 당황한 것은, 어디에도 자신의 부모 윳쿠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앨리스가 확인한 것은, 자신이 태어난 줄기였다. 앨리스가 가진 지식대로라면 앨리스가 태어남과 함께 엄마 윳쿠리의 머리에서 떨어져서, 갓 태어난 아기 윳쿠리에게 더없이 맛있는 식사가 되어야 할 그것은, 엄마 윳쿠리 대신에 설탕물이 든 유리잔에 꽂혀 있었다. 물론 그게 자동으로 컵에서 빠져나와줄 리는 없다.
그 줄기에서, 아마 자신의 동생들인 다른 앨리스들이 태어나려고 하나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단단히 고정된 줄기는 컵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앨리스는 순간 본능적으로 자신의 동생들을 바닥에 부딪히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형 임신의 경우, 야생의 부모 윳쿠리는 아기 윳쿠리가 떨어질 때 다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풀 같은 걸 깔거나 한다. 하지만, 지금 부모는 보이지 않는다. 풀더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느와아, 앨리쮸의 둉섕들! 쬬끔만 기다리랴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앨리스는 급히 동생들을 받치기 위해 달려갔다…… 달려갔어야 할 터였다. 마치 미끄러지듯, 앨리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을 뛰었지만, 계속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어다.

"느와앙, 어쨰셔!"

필사적으로 달리는 앨리스였지만…… 그 노력에도 보람없이, 앨리스는 제자리에서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이제 막 또다른 아기 윳쿠리가 떨어져내리려고…… 그리고, 톡 하고,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떨어졌다.
사람으로 쳐도 아직 5살 정도나 될까말까한 앨리스는, 일순간 절망을 겪었다. 그리고…… 동생이 앨리스 옆에 떨어지고, 앨리스보다 눈높이가 낮아진다 싶었더니(앨리스는 그걸 동생이 터졌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앨리스는 갑자기 튕겨나갔다.

"느삐이이잇!?"

사실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기 윳쿠리들의 예상 낙하 지점에는, 적당한 크기의 흰색 쿠션(케이지 바닥에 깐 담요와같은 색의)이 딸랑 하나 놓여있었던 것이다. 작은 쿠션을 여러 개 놓았다면 더욱 친절했겠지만. 그리고, 쿠션의 푹신푹신함과 탄력 때문에 아기 윳쿠리의 힘으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고, 그 상태에서 옆에 동생이 떨어지자 튕겨나간 것이다.
물론, 튕겨나갔다고 해도 대포로 쏘아낸 건 아니다. 하늘을 나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들지 않을 정도로 잠깐, 아주 낮게 살짝 떠서는, 앨리스는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쿠션에서 굴러떨어지면 기다리는 건 담요지만, 줄기에서 바로 떨어지는 거라면 모를까, 이 정도 높이(쿠션 가장자리에서 담요)의 낙하라면 담요로도 충격을 흡수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아기 윳쿠리라도 쿠션이 아닌 담요에서라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

"느에에에엥! 언냐 어디쎠!"
"앨리쮸의 둉섕! 언냐는 뮤샤햐댜규! 둉섕은 괜챦냐규?"
"언냐 뮤쌰햬쪄! 느에에엥, 댜헁이랴규! 느그탸게 이쯔랴규!"

앨리스는 동생 앨리스와 안부를 확인하며 서로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셋째, 넷째, 다섯째 앨리스가 태어난다.

"느와아... 앨리쮸의 둉섕들이 먆아! 둉섕들, 느그타게 이쯔랴규!"
"언냐 느그타게 이쪄!"

부모 없이 태어난 앨리스들은 서로에게 부-비부-비를 해주며 무사히 태어난 기쁨을 나눴다.
그러던 중, 셋째 앨리스가 말을 꺼낸다.

"그련뎨 언냐, 먀먀량 퍄퍄는 어듸 계셔?"
"느으... 앨리쮸도 모르계땨규..."

낙담하는 앨리스들. 다음으로, 넷째 앨리스가 말했다.

"언냐- 앨리쮸의 가죡은 앨리쮸뱌꼐 없는 거야? 레-뮤나 먀-쨔는 없쪄?"
"그련 것 가탸. 됴시퍄져긴 앨리쮸 댜셧 쟈먜녜."

조금 실망한 눈치의 넷째 앨리스를, 둘째 앨리스가 달랜다.

"아먀 졜료 됴시퍄져긴 앨리쮸 뷰뷰여쓸 겨랴규! 그럐셔 앨리쮸들먄 태어나쓸 꺼야!"
"느와아! 먀먀랑 퍄퍄는 대댜냐네!"

넷째 앨리스는 나름대로 납득한다.
그 와중에, 다섯째 앨리스는 정말로 단순한 말을 한다.

"언냐들, 앨리쮸 뱨고퍄..."

그 말에, 앨리스들은 잊고 있던 것을 깨닫는다.
어째서인지 자신들이 먹어야 할 줄기는 저기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덕에, 10여 분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
다들 머리를 굴려본다. 다섯 명의 아기 앨리스가 힘을 합치면 저 줄기를 빼낼 수 있을까? ──무리다. 다섯 명이서 직립으로 탑을 쌓는다 해도 (물론 쌓을 수 없다) 저 높이까진 닿지 않는다. 그렇게 방법을 생각하던 중에…….

"오오, 이 녀석들 태어났어!"
"어? 정말이에요?"
"그럼. 이놈들 아주 건강한데?"

누군지 모를 '인간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들은 순간, 단순한 야생 윳쿠리라면 지니지 못했을, 인간에 대한 알 수 없는 막연하지만 깊은 공포심을 느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씨는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인간씨에게 대항하면 안된다는 것, 인간씨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 또한 떠오른다.
동생들이 떠는 사이에, 케이지에 다가온 인간씨에게, 앨리스가 먼저 인사를 한다.

"느그탸계 이쯔라규! 인간씌는 느그턀 쮸 있는 인간씌야?"

용기를 내서 인사한 앨리스였지만, 인간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흐음…… 역시 야생 윳쿠리의 자식이라 인사나 존댓말 같은 기본 교육은 안되어있나?"
"느늣……?"

동생들과 함께 떨면서도, 앨리스는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말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었다. 그 노력을 인간씨가 알아봤는지, 인간은 말을 꺼낸다.

"아아, 느긋할 수 있는 인간씨다…… 라고 하고 싶지만, 너희가 하기에 따라 달렸지. 너희가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라면, 나도 느긋하지 못하게 되지 않으면 안 돼."
"느늣……? 뮤슌 쇼리야?"
"그래 뭐, 말해주는 게 낫겠지. 너희는 내일부터 교육을 받을 거야. 그리고 한두 달 정도 지나면 그 교육의 성과에 따라 너희의 가치가 결정되겠지. 뱃지급인지, 그럭저럭 키울 정도는 되는지, 아니면 식료품으로밖에 못 써먹을 녀석들인지."

인간씨의 말에 앨리스들은 겁에 질린다. 그런 앨리스들의 표정을 보고는, 인간씨는 소탈하게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이것저것 알려줄테니, 잘 따라와주면 문제없어. 너희는 똑똑하다고 들었으니, 그 똑똑함을 보여주면 돼. 그럼, 오늘은 이걸 먹고, 배변은 여기다 하도록 해."
"뱨변?"
"아, 그러니까 응응이랑 시시는 여기다 두라는 거다. 한 곳에 몰아놓는 편이 깨끗함을 유지하기 좋다는 건 알고 있지?"
"""""느그탸게 이햬햬쪄!"""""

인간씨는 그렇게 줄기를 컵에서 빼준다.

"""""우-껵, 우-껵, 행뽀옥!"""""

그렇게 앨리스들이 식사를 맛있게 하는 걸 확인하고는, 인간씨는 나간다.
식사를 마친 앨리스들은 잘 준비를 했다. 일단 이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해도 필요할 나이도 아니다. 더군다나 이 곳은 따뜻하니까 밤 걱정은 필요없다.

"느으~ 됴시퍄인 앨리쮸의 둉섕들~"
"언냐도 됴시퍄랴규!"
"앨리쮸들, 힘냬쟈규? 인간씌갸 갸르츼는 거, 잘 뱨워서 다가치 느그타쟈규!"
""""느와-이!""""

그렇게, 앨리스들의 생후 첫 날은 느긋하게 지나갔다.



#2. 교육과 시험과 점수

앨리스들은 다음 날, 이곳이 한 펫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날부터, 앨리스들은 꽤 힘든 교육을 받았다. 애완 윳쿠리의 혈통이라면 금방 익혔을 것들을,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웠다. 인간이 윳쿠리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 애완 윳쿠리는 주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 멋대로 아이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 등,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는 지식은, 왠지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보다는, 존댓말을 하는 법이나, 운동 등은 꽤 힘들었다. 그럼에도, 다들 열심히 해냈다.

그러면서 앨리스들도 자랐다. 아이 윳쿠리가 된 앨리스들은, 교육의 마지막 날까지 수료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앨리스에게는 걱정이 있었다. 다같이 느긋하자는 말을 꺼낸 것은 자신인데, 정작 자신의 성적이 동생들보다 뒤쳐진다. 보통이라면 질투를 느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앨리스가 느끼는 감정은 엉뚱하게도 미안함이었다. 이대로라면 약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라는, 언니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미안함.

그리고…… 마지막 시험을 본 날 밤에, 앨리스는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느으... 뷰죡햐댜규..."

앨리스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뱌른섕활 20졈 먄졈에 20졈, 댤리기 10졈 먄졈에 4졈, 국어듣긔 30졈 먄졈에 26졈, 외국어듣긔 30졈 먄졈에 12졈…… 느으, 벌쎠 28졈이나 꺆여버려땨규…… 3졈만 더 깎이면…… 앨리슈는, 앨리슈는……."

그 소리에 곤히 자던 둘째 앨리스가 일어난다.

"언냐……? 뮤슌 뵥쟙햔 계샨을 하는 거냐규?"
"둉섕…… 앨리슈, 둉섕들과 함꼐 느그타지 모턀 것 가탸……"
"늣……?"

순간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한 둘째 앨리스였지만, 자고 있는 세 동생들을 생각해서 참아낸다.

"언냐……? 그계 뮤슌 쇼리냐규?"
"앨리슈 계샨을 해봐쎠…… 졈슈가, 먀지먁 시험 졈슈가 3점먄 더 깎여도…… 앨리슈, 둉섕들이랑 함꼐 이찌 모턔……."
"느, 느, 그려니꺄, 느늣……?"

둘째 앨리스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도 계산을 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단순한 계산의 문제라면 의심의 여지는 없다. 언니의 계산은 여태까지 틀린 적이 없다. 하지만, 이건 이상하다. 누구보다도 느긋한 윳쿠리인 언니가, 자신들과 함께하지 못한다고……? 자신들보다, 못한 윳쿠리라고?

"둉섕들은 댜들 안젼하계 금뱃지급 윳쿠리랴규…… 마지먁 시험 졈슈가 최햐인 0졈이 되더라도 총졈으료 만회할 슈 이쎠. 하지먄 앨리슈는 졈슈가 많이 모자랴…… 금배찌는 물 건너갔고…… 3졈만 더 감졈당하면 뱃지급조차 들지 못한다규…… 앨리슈, 느그타지 못한 촌뜨기인가봐……"

"그, 그렇지 않아 언니야!"

……이번에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동생들이 부스스 눈을 뜨기 시작한다. 다른 케이지의 아이 윳쿠리들도 깨우고 만 모양이다.

"모르게쎠…… 지금 자는 거 아니었어……?"
"마리샤 피곤하다졔…… 댤콤댤콤의 산의 꿈을 꾸고 있었다졔……"
"……미, 미안, 앨리슈가 실수해쎠. 느그타게 잘쟈."
"괜찮다졔.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라졔 느후아아아암."
"알고이쎠. 앨리슈가 이렬 졍도면 사졍이 있는 거녜. 그치만 아침에 이야기했으면 한다규…… 느후아아아암……."

아이 윳쿠리들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이 방은 착한 윳쿠리들을 모아놓은 방이다. 잘 이해해주고 넘어간 모양이다.

"……작은 언냐…… 친규드를 깨우면 안된다규……"

셋째 앨리스가 부스스 일어나서 살짝 주의를 준다. 넷째와 다섯째는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잠든 모양이다.

"……근데 무슨 일이야, 큰 언냐, 작은 언냐……?"
"……언냐갸, 언냐갸…… 앨리슈들이랑 함께할 슈 없쓸찌도 모른댸……"
"……그렇구나, 느후아암…… ……느에?"

비몽사몽간에 무슨 말인지 모르고 흘릴 뻔했지만, 셋째 앨리스에게도 이 소식은 충격이었다. 자신도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이미 먼저 똑같은 실수를 한 둘째 앨리스가 '쉿' 하고 주의를 준다.

"……그, 그계 무슌 마리야 큰 언냐?"
"……계샨을 해봐따규. 졈슈가 아슬아슬하댜규…… 아마, 어려울 거랴규……"
"그, 그러면……"

앨리스의 계산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은 셋째 앨리스 또한 아는 사실이다. 앞으로 허용되는 감점은 2점까지…… 하지만, 이쯤에서 밝혀두자면, 오늘 본 마지막 시험은 빨리 걷기였다. 그리고, 앨리스의 체력은 야생의 같은 연령대에 비하면 확실히 낫지만, 애완 윳쿠리가 되기 위한 교습을 받는 윳쿠리들 중에서는 명백한 하위권이다. 10점 만점에 8점 이상…… 절망적인 기준이다.
어쩌면, 이미 틀렸다는 걸 앨리스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말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결국, 앨리스는 울음을 터뜨렸다.

"느와앙…… 앨리슈, 촌뜨기라규…… 둉섕들과 함꼐해쥬지도 못하는 촌뜨기라규……"
"크, 큰 언냐…… 큰 언냐는 촌뜨기가 아니라규, 됴시퍄랴규, 부-비, 부-비……"
"언냐…… 느그타게 이쓰라규, 부-비, 부-비…… 느에엥……"

이미 시험은 끝났다. 무슨 짓을 해도 결과는 부정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두 동생 앨리스는 앨리스를 위로하기 위해 부비부비를 해주었다. 자신들도, 결국 울음을 터뜨리면서, 날이 새도록…….



#3. 스펙으로 평가받는 세상 (上)

다음 날 아침, 윳쿠리들의 방에 들어온 인간씨…… 이쯤에서 밝혀두자면 중년 남성 A(가명)는, 무언가의 종이를 들고 있었다. 윳쿠리들의 시선은 그 곳으로 집중되었다.
날이 새도록 함께 울다 지친 세 앨리스를 제외하면.

"어, 언냐들, 인간씨가 와쎠! 이러나라규!"
"……느으…… 핫!?"

푹 자고 일어난 넷째 앨리스가 세 앨리스를 깨운다.
A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시작한다.

"자, 그럼, 마지막 시험 결과 말인데…… 다시 말하지만 점수는 10점 만점이다. 다들 기억하고 있지?"
""""""""""네~에!""""""""""

그리고, 한 명 한 명, 윳쿠리들마다의 점수를, 케이지 순서대로 부르기 시작한다.
1번 케이지.
1번 첸, 9점.
2번 란, 9점.
3번 첸, 8점.

……

6번 케이지.
이 말을 들은 앨리스들은 귀(비유적인 의미의)를 쫑긋 세웠다.
특히 앨리스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1번 앨리스, 7점.

아직 총점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앨리스의 머리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끝나있었다.
총점 69점.
1점이 모자란다.
그 1점 때문에, 마지막 시험까지 얼마나 힘냈는데. 그 1점을 위해 탈진할 것 같은 것을 참고 계속 걸었었는데, 그 1점이면, 비록 마지막에는 각자의 주인을 찾아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동생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할 수 있는데……!

2번 앨리스, 10점.

지금까지 나온 적 없던 10점이라는 점수에 다른 케이지의 윳쿠리들이 감탄하지만…… 정작 둘째 앨리스는 그걸 듣지도 못했다.
어째서 언니는 자신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 딱 1점은 언니를 피해서 도망가버린 걸까. 어째서── 자신은 언니보다 총점으로 20점도 넘게 앞서는 점수를 받아버린 걸까. 고작해야 100점 만점인 시험에서.

3번 앨리──

그 순간, 앨리스의 시야는, 여태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노랗게, 마치 개나리꽃 빛깔로 변하고……
의식이 흐려졌다.



#4. 스펙으로 평가받는 세상 (下)

잠시 뒤, 앨리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머리에 뭔가 무거운 것이 달려 있었다.
오렌지 주스를 넣어놓은 앰플이었다.

"……정신이 드니, 앨리스?"

앨리스는 아직 멍한 상태였지만, 배운 대로 예의바르게 "네" 하고 대답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딱히 보건실 같은 곳으로 옮겨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여기는 케이지고, 여전히 A는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있다.

"모르게쎠……? 앨리슈, 어째셔 쓰려진 거야?"
"아마 빨리 걷기 시험을 너무 열씨미 본 거랴졔……?"
"무큐…… 앨리슈, 아퓨면 이야기해요? 파체가 할-짝 할-짝 해셔 낫게 해줄 거에요?"

앨리스는 이를 악물었다.
동생들과 헤어지는 것도 괴롭다. 하지만, 저들 중 대부분과도 이제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인간씨는 총점을 불러줄 것이다. 맞을 매라면, 차라리 자진해서.

"인간씨…… 말해쥬세요. 오늘 배지급으로 분류된 윳쿠리들은, 케이지씨에서 뗘나 쇼윈도씨에 드려가게 되는 거죠?"

A에게 있어서는 왜 당연한 걸 묻는지 의아할 만도 한 질문이었지만, A는 곧 앨리스의 의도를 눈치챘다. 하지만, 아직 다른 윳쿠리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앨리스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앨리스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이건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대답은 바로 앨리스가 요구한 것이다.

"아아, 그렇다."
""""""""" 느와-이! """""""""

아이 윳쿠리들이 환호한다. 아마, 다들 자신은 뱃지급이 되기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반면에, 그 중에서 앨리스는 결의를 굳힌 듯 다시 이를 악물고 있었고, 둘째 앨리스와 셋째 앨리스는 얼굴을 숙이고 있었다. 넷째 앨리스와 막내 앨리스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그저 같이 좋아하면서도, 언니들의 독특한 반응을 조금 이상해하고 있었지만……

"──그럼, 말해쥬세요"

그 소란을 다시 깬 것은, 다시 앨리스였다. 다시 조용해지기를 기다려서, 앨리스는 말을 이었다.

"앨리슈의 총졈은…… 69졈이죠?"

순간, 좌중이 침묵에 빠졌다.

"……늣?"

제일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넷째 앨리스였다.

"……처, 첫째 언냐…… 그게 무슌 쇼리야?"

넷째 앨리스가 앨리스에게 급히 물었지만, 앨리스는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느, 느으, 느에에에……"

다섯째 앨리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되어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모, 몰랐었어- 그럼, 어젯밤에 이야기해떤 계……"
"어, 어떻게 된 거냐졔? 어째셔 앨리슈의 졈슈가 70졈이 되지 않는 거냐졔?"
"무큐…… 그, 그렬 리갸, 그렬 리갸……"

누구보다 착하고, 열심이고, 동생들을 아끼고, 게다가 자신들은 못 하는 것(예를 들어 계산)을 척척 해내는, 정말 느긋한 윳쿠리인 앨리스가, 은뱃지급에도 들지 못하다니……
아니, 사실 등급은 상관없다. 진짜 문제는…… 이대로 헤어져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태어나서 처음 치르는 시험에서조차 탈락한 되다 만 펫 윳쿠리의 말로라는 건…… 다행히 두 번째, 세 번째 기회에 어떻게든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실패한다면 결국 가공소행이다. 펫샵에 따라서는 세 번째 기회, 아니 두 번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몇 개월을 더 산 윳쿠리는 당연히 더 어려운 시험을 보게 된다. 두 번째 응시라고 결코 전보다 쉬운 게 아니다.

"……인간씨, 말해쥬세요. 69졈, 이죠?"

앨리스는 입술을 다시 한 번 깨물고는, 마치 처형장으로 가는 죄수의 심정으로 마지막 선고를 부탁했다.
윳쿠리들이 침묵한다. 둘째, 셋째 앨리스는 이미 말이 없다. 나머지 윳쿠리는, 설마 아니겠지, 앨리스가 계산을 처음으로 실수하기라도 한 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A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A로서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69점짜리라고는 해도, 앨리스가 총명한 윳쿠리라는 것은 윳쿠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시험을 감독한 A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윳쿠리들도, 사실은 앨리스의 계산이 틀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희망을 갖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희망도 희망 나름이다. 허상일 뿐인 희망은 차라리 빨리 부수는 게 낫다.

"……그래. 69점이다. 결과는 알고 있겠지"

그 말로, 마지막 희망이 끊긴다.
뱃지급으로 인정받아 새 주인을 만날 기분에 들떠있던 방은, 그 말로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로 변한다.

"……느, 느와아아아앙! 첫째 언냐……!"

막내 앨리스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 인간 씨! 어떻게 안되는 거에요? 언냐는, 언냐는 정말 느그탄 윳쿠리입니다! 앨리슈가 하지 모타는 어려운 슈쨔 계샨도 쳑쳑 합니다! 어떻게 안 된다면 차라리, 차라리 앨리슈도 탈락시켜주세요!"

둘째 앨리스는 필사적으로 간청한다.

나머지 윳쿠리들이라고 왜 울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겠는가. 다만, 다들 이를 악물었다. 자신들은 떠나갈 윳쿠리들이다. 그런 자신들의 애도와 위로가 도움이 되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더욱 앨리스를 슬프게 만들 뿐이다.

그렇게 모두들 애써 울음을 참고 있을 때.

"──앨리스, 그리고 모두들. 잠깐 이야기를 하나 해도 괜찮겠나?"

A는 말을 꺼냈다.

"……네?"

무심코 앨리스가 대답했다. 다시 한 번, 조용해진다.
A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원래, 한 회사의 부장을 하던 사람이었다."

회사의 부장이었던 A는, 제법 사람을 보는 눈도 있었다. 그래서 A는 항상 일을 잘 할 사람을 찾아내어, 신입사원으로 추천하고, 인사에 천거했다. 때로는,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올리도록 천거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들이 보는 것은 소위 말하는 스펙이었다. 인성은 어쨌든 좋고,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학점은 얼마인가, 자격증은 있는가 등등.
A는 결국 실망하여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대신 하게 된 것이 이 펫샵의 점장 겸 윳쿠리 교육 담당인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가 직원간의 다툼이 임원까지 번지면서 쪼개져서 양쪽 다 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추천했던 몇몇 사람들은, 그 회사가 망하고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서, 가게는 커져서 건물의 지하층을 교육용으로, 지상 1층을 판매용으로 통째로 임대하게 됐고, 입소문으로 손님들은 많아졌다.

"너희는 그 녀석들을 본 적이 없겠지. 태어나자마자 있던 곳은 이 지하였고, 기껏해야 케이지 단위로 방을 옮겨다녔을 뿐이니까."

"……인간 씨……"

앨리스는 경청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A를 불렀다.

"정부에서 요구한 기준이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난 이런 시험 따위가, 금뱃지니 은뱃지니 하는 것 따위가 솔직히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잘해봐야 금뱃지로 갈수록 개념 있는 놈들이 '많다'라는 경향성 정도지, 100%라 할 수도 없는 구분법이지. 일단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이니, 너희 모두에게 뱃지급을 내려줄 수 있으면 내려주고, 여건만 된다면 아예 금뱃지 시험까지 치뤄주고도 싶지만…… 그런 거에 너무 신경쓰지 말란 거다."

"그, 그럼……"

둘째 앨리스도 놀란 표정으로 변한다.

"1번 앨리스는 정말로 느긋한 윳쿠리다. 인간의 말로 하면, 착하고, 상냥하고, 예의바르고, 아무튼 좋은 수식어를 몇 개를 갖다붙여도 부족하겠지. 그러니까 약속하마. 이 앨리스는 가공소에 팔아넘기지 않아. 포식종 애완 윳쿠리의 사료로 주거나, 학대파에게 넘기지도 않는다. 내가 책임지고,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줄테다. 그 때까진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아."

모두들 놀라움에 말을 잃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들을 점수로 평가하고, 모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하려는, 사람으로 치면 군대 교관에 가까운 이미지였던 A는,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모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앨리스도, 동생 앨리스들도, 다른 윳쿠리들도.

"……자, 그럼, 총점과 그에 따른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지. 한 번만 말할테니 잘 들어라."

그리고 A는 점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6번 케이지의 1번 앨리스, 즉 앨리스의 점수는 부르지 않고 뛰어넘었다.
누구 하나,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윳쿠리는 없었다.

이걸로, 방에 남는 윳쿠리는 앨리스를 포함한 넷, 그리고 동생 앨리스 넷을 포함한 나머지 윳쿠리는 쇼윈도로 가게 되었다.



#5. 이별

뱃지급 윳쿠리들을 쇼윈도로 보낼 준비로, A뿐만 아니라 윳쿠리들이 처음 보는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케이지에서 나왔다. 본래라면 남는 쪽인 앨리스가 케이지를 차지해도 괜찮다. 그렇지만, 동생들에게 자신과 함께했던 추억을, 동생들끼리 함께했던 추억을 조금 더 남겨주고 싶었다. 자신은 잊지 않을테니까.

직원이 6번 케이지, 즉 앨리스들의 케이지를 들어올린다.

"언냐!"

그 때, 둘째 앨리스가 외쳤다.

"언냐는 느그타지 못한 윳쿠리도, 촌뜨기도 아니라규! 도시파라규! 만약에 느그타지 못한 윳쿠리가 되더라도, 촌뜨기가 되더라도…… 언냐는 항샹 앨리슈들의 언냐라규! 그러니까…… 앨리슈들을 잊지 말고 느그타게 이쓰라규!"

둘째 앨리스가 소리높여, 인삿말을 전했다.

"작은 언냐 말대로라규! 큰 언냐는 졍말졍말 느그탄 윳쿠리라규! 좋은 쭈인님을 만나셔 느그타게 이쓰라규!"

셋째 앨리스도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인간씨 말대로라규! 69졈이니 뭐니 하는 건 상관없다규! 첫째 언냐, 느그타게 이쓰라규!"
"느, 느에에에에엥! 가치 느그타고…… 가치 느그타고 시펴!! 느그타게 이쓰라규 첫째 언냐……!"

넷째, 다섯째 앨리스도 작별의 말을 입 밖에 낸다.
앨리스는 기쁨, 슬픔으로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한 번 삼키고는 대답한다.

"……고마워, 졍말졍말 느그탄 됴시퍄 둉섕들! 각자 쭈인님이 다를찌 어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앨리슈의 마음은 둉섕들과 함꼐할 꺼라규! 느그타게 이쓰라규……!"

그렇게, 동생들의 모습은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되어간다.



#6. 남겨진 아이들

그렇게 몇 시간 전까지 함께했던 자매들과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윳쿠리는 넷. 앨리스 이외에 남은 윳쿠리는 레이무종, 마리사종, 그리고 치르노종 각각 하나씩.
조금 맹한 구석은 있지만 다들 느긋한 윳쿠리들이다.

그렇게 남겨진 윳쿠리들은, 공부도 하고, 지하에서 (점장 A의 허가하에) 잠시 나오기도 하는 등, 몇 주 정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아이들도 팔려나갈 날이 왔다.
처음에 주인이 나타난 것은 레이무. 약간 맹하지만 예의가 바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지어내는 레이무는, 한 여성 아나운서가 사가게 되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진실만을 말하는 자신과 꾸며낸 이야기를 재미있게 말하는 레이무는 찰떡궁합이라고.

다음에는 치르노의 차례였다. 치르노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노인과 함께 살게 되었다. 시한부 선언으로 우울증에 걸리기 직전이었던 그 노인은, 아무 걱정 없이 "이몸 최강-!"을 외치는 치르노를 보면서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조금 훗날의 이야기를 말하자면, 그 노인은 가족들과 치르노가 지켜보는 병상에서 치르노를 부탁하고,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가족들로서도 유언을 어길 생각도, 노인을 끝까지 지켜봐준 치르노를 배신할 생각도 없어서, 치르노와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치르노가 어른 윳쿠리가 되면, 반려로서 루미아를 구해줄 거라고 한다.

마리사를 데려간 것은 예의 그 여성 아나운서였다. 레이무의 반려라면 역시 마리사라는 생각에, 마침 그 때 같이 있었던 마리사라면 소꿉친구나 마찬가지니 좋은 부부 사이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사왔다고 한다. 레이무도 마리사도 아직 아이를 가질 나이는 한참 멀었기에 걱정은 없고, 나중에 가지게 되면 허락을 받든지 그러지 못하면 펫샵에 팔든지 할 거라고 한다. 어쨌든, 레이무도 마리사도 그녀를 충분히 좋아한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앨리스 혼자 남게 되었지만, 앨리스는 쓸쓸하지 않았다. 때로는 동생들과 친구들이 어떤 주인을 만났을까를 상상하며, 때로는 자신을 데려갈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며 느긋하게 흥얼거렸고, 때로는 점장에게 부탁해서 이런저런 공부를 하기도 했다.
어쩌면 사실은 쓸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앨리스는 점장의 약속을 믿었다.



#7. 주인 언니야!

아이 윳쿠리라도 나이에 따라 발음의 차이가 크다. 애초에 아기, 아이 윳쿠리가 기계적으로 나눠지는 것은 아니니만큼, 당연한 결과다. 그렇게, 앨리스의 발음이 거의 다 완성될 무렵, 그 만남은 일어났다.
여고생쯤 되어보이지만 오피스 우먼인, 어느 동안 언니야가, 펫샵에 찾아온 거다.

이 때, 앨리스는 모자랐던 체력을 스스로 관리해서 보강해서, 드디어 은뱃지급을 달고 쇼윈도에 있었다. 물론, '뱃지급'이라는 건 '뱃지' 자체는 아니다.

언니야는 쇼윈도에서 앨리스를 빤히 쳐다봤다.
앨리스는 언니야를 올려다봤다. 보통 애완 윳쿠리로는 아기 윳쿠리를 선택하는데…… 아무리 은뱃지급이라고 해도 뱃지도 달지 않은, 게다가 반쯤은 자란 아이 윳쿠리를, 유심히 봐주는 것이다.

언니야는 가게로 들어가서, 점장과 대화를 나눴다.

"이 앨리스는 은뱃지급이라고 가격표에 써 있는데, 비슷한 개월수의 금뱃지급보다도 비싸네요?"
"가격은 제가 매기는 거니까요."
"그렇네요. 그럴 만한 뭔가 특별한 장점이라도 있나요?"
"음, 일단 착하고 예의바른 녀석입니다. 근데 이건 우리 집 뱃지급 대부분이 그러니 내세울 건 안되고…… 음, 이걸 말씀드려야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헤에?"

언니야는 점장의 말에 흥미가 생긴 듯, 입을 벌리는 시늉을 하며 물어본다.

"이 녀석, 윳쿠리 중에서는 숫자 계산을 굉장히 잘 하더라고요. 그래봐야 초등학생 수준입니다만."
"아하하, 정말이에요? 대단하네~"

언니야는 웃고는, 쇼윈도의 반대쪽에서 고개를 숙여서, 언니야를 따라 몸을 돌린 앨리스와 고개를 마주쳤다.
유리창 때문에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언니야는 장난기어린 웃음을 짓고, 앨리스는 난생 처음 보는 표정에 언니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같이 밝게 웃어주었다.

언니야는 결정한 듯 박수를 치고는 점장에게 간다.

"역시 꽂혔어요! 이 아이로 주세요!"
"음, 좋습니다. 결제는 카드죠? 아, 그런데 손님."
"네?"
"실은, 자랑할 거리가 없었어도 앨리스를 사가셨을 거죠? 금뱃지급보다 비싼 가격인데 말이죠."
"아하하, 들켰네요. 그거 장사꾼의 감이라는 거?"
"뭐, 오랫동안 하다 보면 가끔 보이거든요. 첫눈에 반했다라든가, 천생연분이라든가, 그런 게 남녀사이에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점장은 슬쩍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내가 이래뵈도 사람 보는 데는 도가 튼 사람입니다' 하는 말을 금방이라도 꺼낼 듯한 자신감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니야는 결제를 마치고, 이동용 장에 넣기 위해 앨리스가 있는 쇼윈도 케이지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언니야가 앨리슈의 주인님이 되실 분이에요?"
"으응~ 그래~ 우리 같이 잘해보자~!"
"느와아! 앨리슈 기뻐요! 느긋하게 있으세요!"

앨리스는 연신 얼굴을 굽히고는, 점장에게도 인사를 한다.

"점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앨리슈 행복할게요!"
"아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느긋하게 있으렴~"

그리고 이동용 장 안에서, 앨리스는 처음으로 펫샵 주변이 아닌, 바깥 세상의 모습을 보게 된다.
도심지란 이렇게나 번화한 곳이구나.
공원이란 이렇게나 활기찬 곳이구나.
인간씨의 집이란 이렇게나 넓은 곳이구나.

"느늣, 앨리슈 기뻐요! 주인님, 감사합니다!"
"같이 살 건데 뭐 어때~"
"늣, 그런데 주인님. 앨리슈, 배변패드씨는 어디 있어요?"
"아, 그거 미리 사놨지. 저기~"
"감사합니다, 주인님! 느긋하게 있으세요!"

그리고 뿅뿅 뛰어가는 앨리스를, 언니야는 살짝 들어올린다.

"늣?"
"예절교육을 잘 받은 건 좋은데~ 사람마다 원하는 건 다르니까 말야. 그냥 언니야라고 부르고, 말 놓지 않을래?"
"느, 늣……?"

잠시 당황한 앨리스였지만…… 아마, 언니야는 앨리스를 대등한 친구, 내지는 동생으로서 인식하고 싶은 거겠지. 기쁜 마음이 들었다.

"늣! 알았어 언니야!"

그 날, 앨리스는 정말 행복했다.



#8. 은뱃지 금뱃지

그렇게 함께 산 지도 약 한 달 된 어느 날, 언니야와 앨리스가 TV를 보던 중, 언니야는 갑자기 말을 꺼냈다.

"앨리스."
"늣? 왜에 언니야?"

언니야는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앨리스는 은뱃지나 금뱃지가 달고 싶어?"
"느…… 늣! 뱃지 달고 싶어!"

잠시 고민하던 앨리스는 달고 싶다고 대답했다.
단순히 과시용이 아니다. 뱃지를 달면, 어쩌면 동생들을 만날 기회가 좀 더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동생 앨리스들은 전원 금뱃지급을 받았으니까.

그러자, 언니야가 갑자기 두 손을 붙이고 사과하는 포즈를 취하고, 실제로 사과했다.

"……느? 언니야?"
"미안해, 사실은 나 뱃지 시험을 치게 해줄 만큼 수입이 많지가 않아……!"
"……늣……."

앨리스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수입이라는 게 뭔지, 그 수입이라는 게 얼마 정도면 많고 얼마 정도면 적은 건지, 완전히는 아니지만, 앨리스는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입이 적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배운 바 있다.

펫샵에서 파는 '뱃지 윳쿠리'와 '뱃지급 윳쿠리'는 가격에 큰 차이가 난다. 당연히, 뱃지 시험에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은뱃지 윳쿠리가 금'뱃지급' 윳쿠리보다 더 비쌀 정도이다. 물론, 그 둘을 놓고 고르라면 필자는 금뱃지급 윳쿠리 쪽을 고르겠다.

"미안해, 다른 주인이었으면 뱃지 시험 정도는 몇 번이라도 치게 해줬을텐데…… 아니, 이렇게 된 이상 사채를 써서라도 시험을……!"
"느, 느늣, 느아아!?"

앨리스는 당황했다.

*그런 거에 너무 신경쓰지 말란 거다.*

앨리스의 기억에서, 점장님의 말씀이 스쳐지나갔다.
잊고 있었다. 뱃지 윳쿠리가 아니면 어떤가. 뱃지 윳쿠리, 뱃지급 윳쿠리가 아니라고 동생들이,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했던가.
앨리스는 '미안해요, 점장님!'을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정확히 내뱉었다.

"그러지 말라구, 언니야! 엘리슈는 금뱃지보다, 플래티넘 뱃지보다도, 언니야랑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게 더 좋다구!"
"그, 그런 거야? 훌쩍."

언니야가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어, 언니야, 울지 말라구-"
"우와앙, 언니 감동먹었어~ 앨리스으~!"
"느와아!?"

눈물을 닦는 척하더니 앨리스를 껴안고 부비부비하는 언니야.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처음에는, 언니야는 앨리스의 반응을 보려고 장난을 쳤던 거다. 이 날은 4월 1일, 만우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앨리스의 대답에, 언니야는 적잖이 감동했다. 그걸 숨기려고 마지막까지 장난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첫눈에 반했다라든가, 천생연분이라든가, 그런 게 남녀사이에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앨리스가 점장님의 말을 떠올릴 때, 언니야도 점장님의 다른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 하지만 언니야에게 돈이 없다는 건 진짜다. 그래서 아직도 앨리스는 뱃지를 못 달았다.



#9. Girl meets Girl (上)

그리고 며칠 뒤, 앨리스는 언니야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언니야가 출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도시를 고른 것은, 애완 윳쿠리들이 살기 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원 내에 자전거 금지 구역이 있을 정도이니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곤 해도, 아직 뿅뿅으로 언니야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이동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가격이라 색깔을 고르는 데 상당히 고심했다. 투명한 재질을 사용해서 주위의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바깥 구경을 할 수 있으면서도, 철조망 모양의 라인을 넣어서 투명한 벽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한, 굉장히 실용적인 아이 윳쿠리용 이동장이다.

그렇게 산책을 하던 언니야와 이동장 안의 앨리스는, 마침 반대쪽에서 다가오던 한 남자와 금뱃지 파츄리를 만났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 시간에 항상 산책을 하시나요? 윳쿠리와 함께 산책하는 건 처음이라."
"안녕하세요. 귀여운 앨리스네요."
"안녕하세요 오빠야! 파츄리 언니야도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를 받아주고 파츄리에게도 인사를 하는 앨리스.
……그런데.

"……무, 무큐? 앨리스……?"

앨리스를 본 파츄리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언니야와 남성은 인간인 이상 구별하지 못하지만, 윳쿠리들은 고유한 이름을 가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같은 종이라도 인간이 알아채기 어려운 미세한 억양이나 발음의 변화로 서로의 호칭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그렇기에, 앨리스는 알 수 있었다. 지금 파츄리가 부르는 앨리스는 자신이 아니다. 자신에게서 다른 앨리스를 투영해서 보고 있는 것일까?

"……파츄리 언니야? 앨리슈는 앨리슈에요?"
"무규규…… 애, 앨리스, 어떻게 여기에……?"
"……파츄리 언니야……?"
"무, 무규규, 무규규규──"

파츄리는 경련까지 하기 시작했다. 파츄리의 상태가 이상해진 것을 알아채고, 남성이 급하게 파츄리를 진정시킨다.

"파츄리, 진정해! 이 앨리스는 네가 아는 앨리스가 아니야! 설령 살아있다고 해도, 이런 데 있을 리……."
"……네? 무슨 말이죠?"
"……늣?"

언니야와 앨리스는 뭔가 심각한 사정이 있다는 걸 알고 들으려 했지만, 남성은 "죄송합니다. 다음에 설명할게요!" 라고 말하면서, 급하게 파츄리를 안아들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10. Girl meets Girl (下)

다음 날, 퇴근한 언니야와 남성은 거의 똑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무, 무큐. 애, 앨리스."

이번에는, 제대로 이쪽의 앨리스를 부르고 있다.

"파츄리 언니야, 느긋하게 있었어요? 앨리슈 걱정했어요!"

앨리스도 그 부름에 화답한다.

"자, 그럼 아이들 일은 아이들끼리 해결하게 두고…… 우린 살짝 떨어져서 우리끼리 이야기할까요, 아가씨?"

남성은 언니야를 불러서 살짝 자리를 피해주었다.
남성이 자리를 비켜준 걸 확인하고, 파츄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파츄리는 펫샵에서 태어난 윳쿠리였다.
펫샵에서, 파츄리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길윳쿠리의 천박함과 무능함이었다. 길윳쿠리는 자신들이 다대일도 아니고 무려 일대일로 인간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이고, 더러운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을 찾아 먹는 비위생적인 녀석들이며, 애완 윳쿠리와 주인의 보금자리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서 멋대로 흐뜨려뜨리고 애완 윳쿠리에게 폭행을 가하는 무법자에, 애완 윳쿠리를 임신시켜서 집에서 쫓겨나게 하는 꽃뱀이다. 파츄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일종의 잘못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츄리는 한 길윳쿠리 앨리스를 만났다. 처음에는 여태까지처럼 길윳쿠리 앨리스 또한 길윳쿠리의 한 명으로서 파츄리의 멸시 대상이었다. 게다가, 그 도시는 애완 윳쿠리들과 길윳쿠리들의 감정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었기에, 파츄리가 갖는 첫인상은 더욱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파츄리를 보고, 길윳쿠리 앨리스는 아무 악의 없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있으라구!"를 말해주었다.
파츄리는 혼란스러웠다. 일단 예의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있으라구!"로 대답했지만, 첫 번째 만남은 그 이외의 대화는 나누지 않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그렇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만날 때도, 길윳쿠리 앨리스는 "느긋하게 있으라구!"를 말해주었다. 점점 혼란스러워진 파츄리는, 일곱 번째 "느긋하게 있으라구!"를 들었을 때 똑같이 대답하는 대신 물었다. "파츄리는 애완 윳쿠리이고 앨리스는 길윳쿠리에요. 어째서 계속 느긋하게 있으라는 인사를 하는 거죠?" 길윳쿠리 앨리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윳쿠리끼리 그런 구별이 중요해? 구별을 계속해봐야 느긋하지 않은걸."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은 파츄리였지만, 그렇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 날의 어떤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여기서 파츄리는 잠시 목소리를 낮췄다. 앨리스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건 오빠야에게도 비밀, 이라면서……. 무슨 사건이었는지 언니야와 오빠야는 듣지 못했지만, 문맥으로 보면 분명 파츄리에게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겠지.
그 이후로, 파츄리와 길윳쿠리 앨리스는 함께 다니며, 함께 사냥을 하고(파츄리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말해두자면, 쓰레기봉투를 찢는 쪽이 아니라, 공원의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쪽이다) , 함께 산책도 하거나 하며, 서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길윳쿠리 앨리스는, 예전에 애완 윳쿠리였던 반려 레이무를 파츄리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곧 레이무도 파츄리와 친해졌다. 셋이 함께 이런저런 쓸데없는 소문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어느 더운 여름날, 일제구제가 일어났다.
주된 이유는, 집선언의 증가. 돌로 유리나 방충망을 뚫고 들어가서, 그 집이 자신의 윳쿠리 플레이스라고 주장하는, 길윳쿠리 유해조수론의 근간이 되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자 다소의 재산상 손실을 발생시키는, 그 덕분에 윳쿠리에 대해 아무 생각 없던 사람을 학대파나 구제파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행동이다. 물론 어느 쪽이 무시무시한가 하면, 인간이 입는 피해는 사실 별 것 없고, 그 결과로 윳쿠리 자신이 입는 피해와 그 무리 전체가 입는 피해, 그리고 그 행동으로 늘어난 학대파나 구제파가 평생 살아가면서 전세계의 윳쿠리에게 끼칠 피해의 기대값이야말로 무시무시하다.
강화유리를 사용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이고, 강화유리 수십 장만 배포하면 매년 일제구제하느라 소방차를 출동시킬 것도 없이 몇십 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지만, 그 도시에서는 굳이 일제구제 쪽을 택했다.

일제구제가 실행되었다는 것을, 파츄리는 4시간에 걸친 일제구제가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날부터, 파츄리는 길윳쿠리 앨리스와 반려 레이무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녔다. 둘 다 영리한 윳쿠리이고 인간에 대해서도 반려 레이무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으니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을 격려하면서. 같이 놀았던 곳, 같이 사냥했던 곳, 같이 이야기하며 거닐었던 곳, 어디 하나 빠뜨리는 곳 없이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종일 뛰어다니면서.

길윳쿠리 앨리스를 찾을 때까지, 평생이라도 찾아다니려 했던 파츄리였지만…… 안타깝게도 파츄리에게는 제한시간이 있었다. 일제구제가 실행은커녕 고지되기도 전에, 오빠야는 집에서 독립해서 파츄리와 단둘이 살기로 하고,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것을 예정한 것이다. 그것은 알고 있었고, 그 전날까지 함께하다가 길윳쿠리 앨리스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결국 작별인사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고 말았다.

그 이후로, 파츄리는 이사온 이 도시에서는 길윳쿠리들과 애완 윳쿠리들이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하며, 서로간의 지식을 교환해서 길윳쿠리들이 인간에게 무모한 짓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간에게 무모한 짓을 하면, 죽는 것은 그 윳쿠리 하나가 아니라 무리 전체이니까…… 라고, 파츄리는 이야기했다.

"늣, 슬픈 이야기네요……"
"……그리고, 무큐…… 다른 앨리스를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앨리스를 봤을 때, 어째서인지 앨리스가 파츄리의 눈앞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큐. 하지만…… 앨리스가 살아있을 리 없어요 무큐…… 착각…… 이겠죠."
"느으…… 파츄리 언니야……"

이동장 때문에 부-비부-비는 해줄 수 없었지만, 위로의 눈빛을 보낸 앨리스는, 말을 잇는다.

"그래도, 파츄리 언니야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파츄리 언니야가 이렇게 지금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 아마 그 앨리스 언니야도 바라고 있을 거에요."
"……!"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을까. 파츄리의 눈이 순간 커지더니, 곧이어 동공이 작아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다.

"……그, 렇군요, 무, 큐…… 지금을 힘내서 살아가고, 하나의 윳쿠리라도, 단 하루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게…… 단지 파츄리 멋대로의 도피는 아니었군요…… 그게 앨리스의 바람이자…… 파츄리가 할 수 있는 속죄이기도 한 거군요 무큐……"
"……느긋하게 있으라구요, 파츄리 언니야. 파츄리 언니야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
"……큐흑, 큐, 뮤큐…… 큐와아아아아앙……!!"

그렇게 파츄리가 펑펑 울기 시작할 때쯤, 언니야와 남성이 돌아왔다.

"착하구나 우리 앨리스, 우쮸쮸~"
"늣, 느늣~"

언니야는 앨리스를 꺼내서 부-비부-비를 해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언니야와 앨리스를 보며, 남성은 파츄리가 울기를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츄리에게 물었다.

"……후련해졌어, 파츄리?"
"그럭저럭요, 무큐."

파츄리도 괜찮아진 듯하다. 아마 가슴 속의 응어리가 조금 풀린 거겠지.
그걸 느낀 남성은, 앨리스에게 예를 표한다.

"고맙다, 앨리스. 덕분에 파츄리 마음이 좀 편해졌어."
"느늣, 당연한 일을 한 건걸요."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가족은 헤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파츄리는 그 일을 계속하고 있고, 앨리스 또한 그 마을에 살고 있다.



#11. 퍼펙트 산수 교실

……그러고 보면 한 가지 덧붙일 게 있다.
현재 앨리스와 파츄리의 관계인데……

"무큐. 이렇게 해서 이차방정식 씨의 근의 공식 씨가 유도되는 거란다 무큐. 한 번에 외우긴 어려우니까 원리를 파악해보고 몇 번 생각해보도록 해 무큐."
"느늣, 앨리슈, 도시파적으로 이해했어요!"

……이렇다.
보통 윳쿠리는 인간으로 치면 문과 쪽의 재능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앨리스는 독특하게도 이과, 특히 수학에 관심이 많은 조금 독특한 윳쿠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설명으로 눈치챘겠지만, 그건 앨리스가 첫 시험에서 뱃지급에 탈락한 중대 이유였기도 하다. 대부분이 문과인 윳쿠리의 시험은 문과와 신체능력만으로 되어있는데, 허약해서 깎인 달리기 -6점과 빨리 걷기 -3점은 사실 그것만으로는 금뱃지급에서조차 탈락시키지 못하는 점수다. 국어듣기 -4점은 그렇다치고 외국어듣기에서 무려 -18점을 받아버렸던 앨리스는, 그 시점에서 상당한 페널티를 먹어버린 거다.
이런 앨리스가, 그것도 같은 윳쿠리인 스승을 두고 배우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그게 실제로 일어난 것은, 아마 행운이라기보단, 운명이겠지. 얼마나 낮은 확률로 태어날지 모를 이과 위주에 지능까지 높은(뭐, 앨리스나 파츄리나 지능 강화 건강식을 먹고 있긴 하지만) 파츄리가, 그것도 코 닿으면 엎어질 거리의 집에 사는데다, 게다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가 이과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파츄리가 알려줄 기분도 만땅인데다 마침 매일 밤 수학 공부까지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운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파츄리가 앨리스에게 말을 놓은 건, 뭐, 앨리스 쪽의 제안이다.
그리고……

"……앨리스."
"네, 파츄리 언니야?"
"그 날 이후로 앨리스(길윳쿠리)가 파츄리를 원망하지 않을 거라고 들어서, 마음의 짐은 덜었지만 무큐…… 그것과 별개로, 아직도 가끔, 앨리스(애완)의 모습에서 앨리스(길윳쿠리)의 모습이 보여 무큐. 우연이려나 무큐?"
"느~응~……"

파츄리는 지금도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에 대해, 앨리스는 착하게도 몇 번째 하는 말이냐고 묻지도 않고, 매번 똑같이 받아넘긴다.

"아마 도시파적인 공통조상 앨리스가 있는 걸 거에요 느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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