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패러디
하루는 우리 수윳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장독대로 갔다.
쌈윳에게 고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 한다.
장독에서 고추장 한 접시를 떠서 윳 주둥아리께로 들여 밀고 먹여 보았다.
윳도 고추장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 접시 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시는 용을 못쓸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횃속에다 가두어 두었다.
밭에 두엄을 두어 짐 져내고 나서 쉴 참에 그 닭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점순이만 저희 울안에서 헌옷을 뜯는지 혹은 솜을 터는지 웅크리고 앉아서 일을 할 뿐이다.
나는 점순네 수탉이 노는 밭으로 가서 윳을 내려놓고 가만히 맥을 보았다.
두 윳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었다.
멋지게 쪼는 바람에 우리 윳은 또 팥을 흘리고 그러면서도 땋은머리만 휙휙하고 올리고 내리고 올리고 할뿐으로 제법 한번 때려 보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번엔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펄쩍 뛰더니 이빨로 눈을 하비고 내려오며 이마를 쪼았다.
큰 윳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물러난다.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우리 수윳이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이마를 쪼니 그제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 없다.
옳다 알았다, 고추장만 먹이며는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윳쌈을 붙여 놓는 데 놀라서 울 밖으로 내다보고 섰던 점순이도 입맛이 쓴지 눈쌀을 찌푸렸다.
나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잘한다! 잘한다!"
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뻐치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큰 윳이 한번 물린 앙갚음으로 호들갑스레 연거푸 쪼는 서슬에 우리 수윳은 찔끔 못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점순이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다.
나는 보다 못하여 덤벼들어서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고추장을 좀더 먹였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장독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고추장을 들이댔다.
흥분으로 말미암아 그런지 당최 먹질 않는다.
나는 하릴없이 윳을 반듯이 눕히고 그 입에다 궐련 물부리를 물리었다.
그리고 고추장물을 타서 그 구멍으로 조금씩 들여 부었다.
윳은 좀 괴로운지 독!독!하고 재채기를 하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괴로움은 매일 같이 피를 흘리는 데 댈 게 아니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두어 종지 가량 고추장물 먹이고 나서는 나는 고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던 윳이 왜 그런지 고개를 살며시 뒤틀고는 손아귀에서 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볼까 봐서 얼른 홰에다 감추어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계집애가 필연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홰에서 꺼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윳을 잡아다 가두고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