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패러디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 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윳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윳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윳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씨윳!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새끼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점순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 지게 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윳 새끼 못 낳으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윳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윳을 잡아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윳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아, 이년아! 남의 윳을 아주 죽일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암윳을 내팽개친다.
"에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암윳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팥똥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새끼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애! 너 배냇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뭐 울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점순이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 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점순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윳벼슬을 좋아한다면서도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수윳을 몰고 와서 우리 수윳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수윳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수윳이 두며 눈깔이 팥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수윳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모이를 쥐고 와서 꾀어내다가 쌈을 붙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