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0.05.31 18:51

anko7342 앨리스와 행복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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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있다는 것을 깜빡했던지라, 뒤늦게 넣었습니다.

 

 

 

앨리스와 행복의 성

도시파응응아키 56KB

 

 

 

 

 

 

 

 

“너는 가족을 죽이고 살아남은 윳쿠리다.”

“...네”

“그걸 잘 새기고 앞으로 살아라. 영원히 괴로워해라. 절대로 느긋하지 마라.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이다.”

“...네”

 

앨리스는 망가진 듯한 모습으로 중얼거린다. 몇번이나 들은 말이었다.

 

“...말하지만 죽는 것은 더 느긋할 수 없으니까, 너도 죽고 싶지 않으니까 저렇게 가족을 죽인 것이겠지? 죽는 것은 무서운 것이니까. 모든 것이 끝이니까. ...음? 왜 그래? 혹시 너 죽고 싶은 거야? 저런 것처럼 되고 싶은거냐?”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이 검지 손가락으로 땅을 가르킨다. 손으로 된 화살표의 끝에는 아빠야 마리사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엄마야인 앨리스의 시체가 포개져 있었다. 아직 아기 윳이었던 자매들은 모두 분해되어 팥 얼룩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그리고 널부러진 시체에서 역한 죽음의 냄새가 피어 올랐다. 앨리스는 그 강렬한 메스꺼움에 드디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저런 것’이 생긴 탓으로 앨리스는 불필요하게 옛날을 기억해버렸다.

 

 

지저분한 들윳의 앨리스가 맑은 날씨의 공원에서 설탕 물 땀을 흘리며 눈 앞의 최대의 적을 가차없이 노려보고 있었다.

 

녹슨 놀이기구가 늘어선 후타바 마을의 중앙 공원 풍성한 덤불 그늘 아래에는 숨은 듯이 지어진 골판지 하우스가 있었다. 그 안에는 뻣뻣한 수건과 벌레, 꽃과 음식물 쓰레기로 구성된 도시파라고 할 수 없는 경단이 있었다. 앨리스는 그런, 들윳쿠리 가운데에서는 유복하다고 할 수 있는 집에서 얼굴을 내밀고 바깥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옆의 큰 나무가 바스락바스락거리고 있었고, 흑바닥에서는 갈색 낙엽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바다색 눈동자는 공원 가운데 있는 ‘자살 기계’만을 꿰뚫어보듯 진지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자살 기계는 새하얀 성 모양을 한채, 오는 사람을 거절하지 않겠다는 듯 열어젖혀진 문을 하고 있었다. 물론 앨리스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앨리스는, 당신 같은 게스의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않을꺼니까…”

 

앨리스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그 기계에 빨려 들어가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농담이 아니었다. 저런 것은 전혀 도시파가 아니었다. 앨리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자살기계를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들어가면 끝내 피부와 팥소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윳쿠리는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릴 것이었다. 저딴 것을 도시파라고, 앨리스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도시에 사는 앨리스 이외의 대부분의 들 윳쿠리들은 생명을 뺏는 저 기계를 느긋하다고 믿으며 ‘행복의 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물론, 앨리스는 자신만큼은 그런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느우, 저런걸 누가 쓸까...쓰면 안된다. 쓰면 안된다. 저런 것이 행복이라니, 모두 도시파가 아냐… 레이무도, 파츄리도, 묭도...그렇다구, 도시파가 아냐, 시골뜨기라구...하지만 영원히 느긋해진다면, 모든 게 끝일텐데…”

 

앨리스의 뇌리에 친구 윳쿠리들의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몇 마리의 아는 윳쿠리들이 망상 속에서 희망을 품고, 그 기계에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이었다. 그렇게 친구가 사라질 떄마다 앨리스는 골판지 집에서 통곡하곤 했다. 모두 이제 없다. 죽음의 냄새가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저 기계는 앨리스를 불행에 빠뜨리는 불행의 성에 불과했다.

저것은 느긋하지 않다.

그렇게 말하며 무리의 윳쿠리들을 설득해보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한 윳도 설득따위로 변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무력한 커스타드 덩어리에 불과했다.

 

지금도 살아있는 윳쿠리 대부분은 저것이 느긋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저 타고난 생존 본능으로 들어가지 않을 뿐이었다. 그 성이 느긋하지 않다고 믿는 윳쿠리는 앨리스가 아는 선에서는 한마리의 마리사뿐이었다...그리고 그 마리사는 앨리스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다.

 

그러던 중 앨리스의 희망도 공허하게, 한 쌍의 들윳 가족이 성 앞에 스스로 다가갔다.

 

“느와아, 죵말 느긋하다규…”

“요기 들어가면 마쨔들 느그테지는거냐규?”

“그렇다구, 가족 모두 들어가서,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자구…”

 

행복의 성 앞에서 윳쿠리 가족이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성체 레이무와 마리사, 그리고 6마리의 아가야들.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뒤로는 얼룩과 찌든때로 더러워져 느긋할 수 없는 들윳들이 30마리 가량 모여 줄 서 있었다. 영양 실조 때문이지 그 어떤 윳쿠리도 심하게 야위어 있었고, 아기 윳쿠리나 아이 윳쿠리 중에는 홀쭉해져 기지도 못하는 것도 있었다. 그들은 그저 눈을 빛내며 성의 웅장한 모습을 우러러볼 뿐이었다.

 

행복의 성은 윳쿠리에게 있어 정말 느긋하다고 느끼게 할 형태를 하고 있었다. 새하얗고 느긋한 성이 구름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이 이 기계의 외견이었다. 그런 환상적인 겉장식 안에는 미윳쿠리나 야채, 달콤달콤과 푹신푹신한 침대가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다. 윳쿠리들이 망상하는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그 자체의 광경이었다.

 

그 성에서 말 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는 달콤달콤이 잔뜩이라구! 모두 하늘로 떠나자!”

 

“느와아아아, 댤콤댤콤”

“댤쿔댤쿔이라니, 태여냐서 한번도 못머거봐따규!”

 

아빠 마리사는 비통한 표정을 하며 아가야들을 외면했지만, 아가야들은 몰래 능야능야 떠들고 있었다.

입구는 열려 있었다.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하나씩 차례로 들어오라구! 아가야들은 한꺼번에 들어와도 상관없다구!”

 

“느우우! 레이뮤들 가챠가 된거 가따규!”

“느그치! 느그치!”

 

달콤달콤도 밥씨도 잔뜩인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갈 것이라 믿으며, 6마리 아가야들이 늣찌늣찌 떠들기 시작했다. 엄마 레이무는 아가야들이 느긋해하는 것을 보며 느긋한 미소를 띄며 성문에 아가들을 넣을 수 있었다.

 

“레이뮤는 가챠씨!”

“마이쨔 마이쨔!”

“모두들! 차례대로라구! 서두르지 않더라도 모두 하늘로 갈 수 있다구!”

 

엄마 레이무는 마지막 모성을 발휘하며 아기 윳쿠리들에게 말을 걸었다. 성문은 어떤 윳쿠리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성체 윳쿠리 평균 크기보다도 2단계는 더 큰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6마리는 아장아장 기으며 쭈욱쭈욱 데굴데굴하며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하늘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느와아아! 문씨가 닫혔다뀨!”

“달굠달굠 신난댜~!”

 

“...우,우우…”

 

가족들에서 떨어진 수풀에서 지켜보던 앨리스는 비통한 표정을 하곤 금발에서 땀을 흘리며 두 눈을 꽉 감았다. 하늘에는 못가는데. 쓰레기처럼 부셔져 죽을뿐인데. 앨리스는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비명 소리는 나지 않았다. 퓨슛하고 뭔가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나면서 윙윙하고 모터만이 작동했다. 10초정도가 지나자 아찔할정도로 조용해지면서 성문이 다시 스르륵 열렸다.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던 아가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죽음의 냄새따윈 어디서도 나지 않았다.

 

 

“아가야들이”

“사라졌다구…”

 

…...보이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신성한 노래가 들려왔다.

 

“느긋한 날-....한가한날-...상캐한날-...”

 

아가야들의 여행을 축복하듯 ‘느긋한날 노래’를 찬송가처럼 재해석한 노래가 윳쿠리가 듣기 좋은 음정으로 공원 안을 울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들윳들이 눈을 빛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공원의 들윳들도 눈을 크게 뜨고 성을 바라보았다. 그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앨리스도 저도 모르게 느긋해 질것 같았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으며 줄을 선 윳쿠리들은 마음속 아래에서부터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침까지 흘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대단하다구!”

 

한쌍 중 레이무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뿅뿅 뛰며 귀밑털로 만세를 했다. 그와 함께 느우느우 기뻐하며 댄스 ★를 추었다. 남편 마리사는 우려하면서도 일단은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아가야들은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간거라구!”

“느우, 분명 그렇다구, 지금쯤 하늘에서 달콤달콤을 잔뜩 우걱우걱하고 있을거라구…”

“느와아…”

 

엄마 레이무는 기쁨시시를 흘렸다. 머리가 좋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욕심에 젖어 남편 마리사에게 요구했다.

 

“마리사! 레이무가 먼저라구! 레이무는 오늘까지 아가야들을 키우느라 정말 힘들었었다구!”

“능...사실은 마리가사 먼저였으면 좋겠지만, 레이무가 느긋할 수 있다면 레이무가 먼저도 된다구.”

“느능! 당연하다구!”

 

이윽고 레이무가 들어가 사라졌고,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이어 마리사도..약간 주저하다가 심호흡과 함께 거기에 들어갔다. 온 가족이 그렇게 사라졌다. 줄을 선 윳쿠리들도 차례 차례 성 안으로 들어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곧 그렇게 성이 가득차자 곧바로 삐-삐-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만원!이다구! 내일 또 느긋히 오라구!”

 

“느걍!”

“첸들도 빨리 느긋하고 싶다구-”

“더이상의 사냥은 싫다묭. 빨리 영원히 느긋해지고 싶다묭.”

“마리사님도 빨리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가고 싶다제! 그래서 미윳쿠리들과 상캐한 뒤 마리사님의 하렘을 만들거다제!”

 

시끌시끌 떠들며 들윳들은 공원을 떠났다. 그러나 앨리스는 알고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간 윳쿠리는 모두 갈기갈기 찢겨져 죽음의 냄새가 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버린 다는 것을. 밤이나 저녁에 오는 가공소 직원이 잔뜩 쌓인 윳쿠리 쓰레기를 밤마다 처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저 성을 이용하는 윳쿠리가 많았다. 현세의 지옥을 살아가는 윳쿠리들에게 하늘은 마지막 희망인 것이었다. 공원을 가득 채우던 윳쿠리들의 목소리도 지금은 많이 줄어들어 상당히 쓸쓸해져 있었다. 공원의 들윳의 수는 한 달 전의 절반뿐이었다. 어제는 무리의 대장이 성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앨리스는 까득하고 설탕 세공으로 된 치아를 악물었다.

 

그 대장이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리다니, 마치 앨리스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잖아!

 

“앨리스 뭐하고 있냐제?”

 

앨리스는 움찔하며 몸을 돌렸다. 어느새 친구인 마리사가 앨리스를 찾아와 있었다.

 

“어머, 마리사….갑자기 말을 걸다니 도시파가 아니라구…”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제.”

 

흙먼지로 얼룩지고 긁힌 상처가 군데 군데 나 있는 마리사는 무리에서 사냥을 가장 잘하는 달윳이었다. 마음씨 좋은 레이무와 짝을 이루어 아가야 다섯마리를 튼튼하게 키우고 있었다. 앨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휴우 하고 내쉬었다.

 

“저 게스를 지켜보고 있었다구…”

“느우, 오늘도 망보는 거제?”

“하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걸. 인간씨의 도구로서 윳쿠리를 많이 죽였는데…”

“...앨리스 말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 같다제. 누군가 듣는다면 재미 없을 것 같다제.”

 

마리사에게 그 말을 들으며 앨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마리사 역시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저런 것으로 영원히 느긋해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늘의 웃쿠리 플레이스와 같은, 그런 편의적인 설정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성에 대한 생각은 들윳들 사이에서 신앙과 같은 것으로 변하고 있었다. 무분별한 비판은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었다. 앨리스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며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마리사 저런 게 느긋할 수 있을 것 같냐구?”

 

앨리스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제. 하지만 들윳 생활은 너무나도 힘들고 괴로운거라제…”

 

마리사는 먼곳을 보았다.

 

“오늘 마리사의 아가야가 혼자 차에 치여서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렸다제.”

“...! 그런, 어제까지만 해도…”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잘 지냈다제. 하지만 윳쿠리는 쉽게 죽고 학대 당하고 불행해진다제.”

앨리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마리사는 시체로 가득찬 백악의 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저런 것에 매달리는 기분도 마리사는 이해할 수 있다제.”

“마리사…”

“앨리스도 분명 여러가지 괴로운 일을 많이 겪었을 거라제. 그러니까, 저런 성, 보지 않는 편이 좋다제. 저런 걸 보고 있다면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 영원히 느긋해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제. 인간씨는 그걸 위해 저 성을 둔 거라제.”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공원 부지를 둘러보았다. 행복의 성 외에도 하늘의 꿈 같은 광경을 그린 간판이 곧곧에 세워져 윳쿠리들로 하여금 자살을 유도하고 있었다. 모두 인간씨가 설치한 것이었다. 그 그림 밑에는 일부 영리한 윳쿠리나 버려진 윳쿠리가 읽을수 있도록 글자로 된 글이 써있었다.

 

-지금 바로 가자, 하늘로 가자, 윳국에는 행복이 가득

 

마리사는 그 문자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인간씨가 정말 교활하다고 생각되었다. 앨리스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알고 있다구...영원히 느긋해진다니, 바보같은 짓은 안 할거라구…”

“그렇다면 좋다제, 마리사는 아는 윳들이 많이 죽어서 정말 외롭다제, 앨리스마저 사라지만 마리사는 정말 슬플거라제.”

“...마리사!”

“뭐, 서로 열심히 사는거제.”

 

앨리스는 뺨을 물들이고 있었지만, 마리사는 알아차리지 못한채 말을 멈추곤 땀투성이가 된 몸을 흔들었다. 검은 모자에서 잡초가 우수수 떨어졌다. 아마 방금 전까지 사냥을 했던 것 같았다. 그만큼 팥에 피로가 쌓인 듯, 군데군데 뭉친 것이 보였다. 앨리스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마리사의 집에 갈게, 자매가 없어진 아가야들도 외로울테고.”

“잘 부탁한다제. 하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다제. 아가야는 아직 4마리나 더 있고, 마리사도 레이무도 잘 있다제.”

 

그렇게 마리사는 등을 돌리고 앨리스의 집에서 떠났다.

 

행복의 성은 여전히 변함없이 공원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었다.

 

 

윳쿠리를 찾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윳쿠리가 스스로 구제되게끔 오게 하면 된다. 그러면 추적하기 위해 사용되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들윳쿠리의 수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어 인간도 애완 윳쿠리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도시가 된다.

 

그런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무기가 한 달 정도 전에 후타바 공원에 설치되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의 성이었다. 설치된 당시에는 너무나도 전례가 없었던 것이었기에 후타바 마을 촌장도, 관공서의 직원도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 끈질긴 윳쿠리들이 자살따위를 하겠는가? 그러나 실험적인 구제의 한 방법으로서 개발을 위탁한 물건을 시험해보는 의도로 설치된 것이었다.

 

공원 중앙에 그 행복의 성이 설치되었을 때, 공원의 윳쿠리들은 그 성의 형태에 느긋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인간씨가 설치했다는 것에 명백한 불신을 보냈다. 물론, 아기 윳쿠리나 아이 윳쿠리, 그리고 머리 나쁜 일부 어른 윳쿠리는 처음부터 느긋히느긋히 들떠 그 주변을 데굴데굴하고 있기는 했다. 또, 앨리스처럼 불안 속에서 느긋하지 못한 낌새를 느낀 이도 있었다.

 

설치가 끝나자, 윳쿠리에 정통한 원래 브리더 출신의 직원이 와서 많은 공원의 윳쿠리들을 앞에 두고 느긋한 성에 대한 설명을 했다. 앨리스도 그 모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 성은 느긋할 수 있다.”

“느우…?”

“느긋할 수 있다…?”

 

웅성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일었다. 느긋할 수 있다는 말이 현실로 와닿지 않았던 탓이었다.

 

더러워지고 수척해진 피부 군데군데 상처를 달고 있는 들윳쿠리들은 태어난 이래 느긋할 수 없었다. 장식물의 손상이나 신체 결함따위의 이유로 느긋함을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윳쿠리도 있었다. 밥은 맛이 없었고, 거리에는 위험이 가득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다가 인간에게 구제될 수도 있었다. 내버려진 게스 윳쿠리의 팥소통을 이어 받은 들윳들이었기에 윳쿠리들 간의 관계도 원만치 못했기에 같은 윳쿠리끼리 신뢰하는 것도 위험했다. 운이 나쁘면 학대 오빠야나 레이퍼 앨리스 등에 살해당했고, 때때로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일제 구제에 대량으로 학살당하기도 했다.

 

언제나 들윳을 싫어하는 인간씨가 들윳쿠리를 느긋할 수 있게 해주겠다니...윳쿠리들은 느긋할 수 있다는 말에 끌리면서도 그 이상으로 불신했다. 많은 들윳 사이에서 약간 몸상태가 좋은(정확히는 덜 더러운) 파츄리가 나와 직원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 공원에서 유일하게 지역 윳쿠리용 구리 뱃지가 달려 있었다.

 

“어째서 그 성은 느긋할 수 있는 겁니까? 확실히 새하얗고, 야채씨도 그려져 있고, 느긋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만...아, 아니, 그, 인간님이 하는 일을 트집잡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무큐, 그, 그저 그냥 알고 싶어서...헤헤…”

 

떨리는 목소리와 비굴한 미소, 그러나 게스화되지 않은 금뱃지 팥소통을 잇고 있었기에 이 공원의 들윳 가운데에서는 인간과 이야기가 통하는 축에 속하는 파츄리였다. 머리가 좋은 만큼 인간과의 힘과 지능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덜덜 떨면서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의 인간씨는 윳쿠리를 직접 죽이런 온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전직 브리더다운 느긋할 수 있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파츄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것을 사용하면 어떤 들윳이라고 하더라도 달콤달콤과 야채씨가 많은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갈 수 있다.”

“그건, 영원히 느긋해진다는 겁니까...?”

“맞아.”

 

“느뱌아아아아아아아아! 죽꼬싶지 아나아아아아아!!!”

“데뷰는 여동쨍 다음 순서가 되고 싶찌 아나아아아아아아!!!”

“아퓬건 시러어어어어어어!!!”

“늣삐이이이이!! 무쪄워어어어어어어어!”

“느와아, 아가야, 조용히!”

“인간씨가 일어난다구…”

 

들윳 생활에는 죽음이 넘쳤다. 영원히 느긋하게 된다는 말이 아가야들의 수많은 트라우마를 자극해버린 듯 했다. 파츄리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직원을 올려다보며 재차 물었다.

 

“파체들을 죽이려는 겁니까….? 이번에는, 몇마리나 솎아내면 되는 겁니까…?”

“아니, 무리하게 죽이려는게 아니야. 이것은 스스로 죽으려는 윳쿠리를 위한 느긋한 기계니까.”

“무큐…?”

“모두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라는 것은 들어본적 있지?”

 

곧 윳쿠리들이 제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저분한 마리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고 있다제. 하늘에는 죽은 윳쿠리들을 위한 윳쿠리 플레이스가 있다고, 살았을 적 느긋할 수 없었던 윳쿠리일수록 느긋할 수 있다고 들었다제.”

 

“응응, 안다구, 알고 있다구-”

 

첸이 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첸의 아가야도 얼마전에 하늘로 갔다구. 태어난 날 모두 응응을 하며 약해져 죽었지만, 하늘에서는 반드시 느긋하게 있을거라 생각한다구.”

“묭의 엄마야도, 하늘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영원히 느긋해질때 말했다묭”

“레이무도 어서 언니야를 보고 싶다구…”

 

그렇게 제각기 추억을 이야기 하던 윳쿠리들을, 직원은 만족스럽게 응시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는 들윳과 야생 윳쿠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믿음이었다. 물론 인간의 종교와 같은 의식이 있는 것도, 체계화된 교의나 사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느긋할 수 없는 생활을 견디기 위해 있는, 악세사리 같은 개념일뿐이었다. 그 내용에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긴 했지만, 윳쿠리들의 상상력 한계 탓인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들윳이라면 인간이나 애완윳에 대한 르상티망(*역자 주 : 강자에 대한 약자들의 격정적 복수감)이 배어있었고, 대체로 다음과 같은 얼개를 가지고 있었다.

 

1.윳쿠리는 느긋해야만 하는 게스같은 인간들때문에 들윳은 전혀 느긋할 수 없다구!

2. 그래서 윳쿠리 신이 들윳쿠리만 죽은 뒤에 하늘에 초대한다구!

3. 인간이나 애완 윳쿠리는 들윳을 괴롭힌 죄로 지옥에나 가라구! 꼴 좋다구!

4. 레미랴들도 들윳을 먹으니 지옥에나 떨어지라구! 느긋히 죽으라구!

5. 그 밖에 통상종의 윳쿠리 중 형편 좋은 녀석들도 모두 지옥행이라구!

6.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 밖에 없는 하늘에는 달콤달콤과 미윳쿠리가 있어서 언제까지 행복!이라구!

7.잘됐다구!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었다. 줄기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죽는 열매 윳쿠리, 태어나서 3일만에 레이퍼에게 습격당해 죽은 아기 윳쿠리, 태어나서 2주만에 가족 피크닉!  

중 차에 치여 죽은 아이 윳쿠리, 운 좋게 성윳이 되더라도 들윳들은 항상 빠듯한 생활을 강요 받는다. 운이 나쁘면 인간이나 다른 동물에게 간단하게 살해당해 윳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 현실에 타협하기 위해 윳쿠리들은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를 믿어야 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라는 곳은 좋은 곳 이지?”

“그렇다구! 마리사들같은 들윳쿠리들도 느긋할 수 있다구!”

“느그치! 느그치! 느와이!”

“응, 그래. 영원히 느긋해진다고 해도 들윳인 너네들에게는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가 있다.”

 

들윳쿠리들의 얼굴에 희망이 가득했다. 비록 죽어버린다고 하더라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갈 수 있다. 지금 느긋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느긋할 수 있다. 그러한 희망을 확인한 다음, 직원이 말했다.

 

“그렇다면 왜 너희들은 당장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지 않는 거냐? 하늘이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지금 당장 죽는 편이 느긋할 수 있다는 말 아니냐?”

 

들윳쿠리들은 머리 좋은 이들부터 직원의 발언을 이해하며 굳어가기 시작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이론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었다. 왜 죽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지금 당장 죽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직원은 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안에 들어가면 통증 없이 바로 영원히 느긋하게 될 수 있다. 윳쿠리 신이 지켜 봐 주니 더 확실하게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갈 수 있다. 들 윳쿠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토록 사후에 희망을 품었던 들윳쿠리들이 죽고 싶지 않다고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넣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영원히 느긋해지고 싶은 녀석들만 들어가라구.”

 

그렇게 직원은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고, 몇 마리의 들윳쿠리가 직원의 발밑으로 다가왔다.

 

“레이무들은 죽고 싶다구.”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고 싶다구.”

“그래그래. 차례대로 한마리씩 이 성에 들어가라구.”

 

대장은 입을 뻐끔뻐금거리며 몸을 떨었지만, 인간에게 대들 용기는 없었기에 죽어가는 윳쿠리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자살을 자원한 윳쿠리들은 개똥같은 취급을 받는 들윳 가운데에서도 특히 억압받는 윳쿠리들이었다. 인간보다는 동족들로부터 업신여겨지는 이들이었다.

 

장식이 찢어지거나, 저부씨가 찢어져 기는 것밖에 할 수 없다던가, 혀가 찢어져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던가 하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윳쿠리들이 한마리씩 성으로 들어갔다. 성에 들어가 사라질때마다 찬송가가 흘러나와 윳쿠리들을 현혹시켜 나갔다.

 

“느긋할 수 있다구…”

“첸도 죽고 싶어졌다구…”

 

장애를 입은 윳쿠리 말고도 그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설득에 곧 포기하기는 했지만, 성에 대한 부러움의 눈초리는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직원은 그렇게 10마리정도의 윳쿠리를 자살로 이끈 성을 만족스럽게 어루만진 다음, 겁에 질려있는 들윳쿠리들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성은 언제나 여기 있을거니가, 느긋해지고 싶다면 언제든지 사용하라구. 오빠야 너무 친절해서 미안해”

“무큐…”

“느긋히 이해했다구…”

“공원 밖에 있는 윳쿠리들에게도 성을 알려줘.”

“알겠습니다…”

 

직원은 그렇게 말한 뒤 산뜻하게 공원을 떠났다.

쥐죽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앨리스는 눈 앞에서 일어난 당의정(*역자 주 : 원문은 달콤달콤한 오블라토입니다. 동의어의 좀더 익숙한 말로 바꿔썼습니다)에 쌓인 자살에 더러워진 반죽 피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대장 파츄리는 직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모여 있는 무리의 윳쿠리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큐...모두들, 이건 인간씨의 작전이라구….인간들이 느긋하기 위해 파체들을 이세상에서 쫓아내려는 거라고. 일제 구제나 마찬가지라구. 그러니까...이 성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권하지 않는다구…”

 

“그,그치만 하늘…”

“느우…”

“느긋하고 싶다구…”

“속으면 안된다구, 모두….모두들 함께 공원의 무리를 앞으로도 지켜나가자구….그것이 가장 느긋할 수 있는 결단이라구.”

”””느긋히 이해했다구...”””

 

그러나 그날 밤 공원에 사는 윳쿠리 일부가 골판지 집에서 벗어나 행복의 성에서 자살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윳부터 죽어가는 늙은 윳쿠리까지. 모두 죽기를 원했던 것이었다. 성은 첫날부터 그렇게 꽉 찼다. 어느덧 윳쿠리들은 그 성을 행복의 성이라 불렀고, 들윳쿠리 생활의 마지막 윳쿠리 플레이스로서 숭배하게 되었다.

 

앨리스는 그런 현실에 반항하며 몇번이고 몇번이고 주위 윳쿠리를 설득하려했다. 그러나 아는 윳쿠리와 친구 윳쿠리들은 한마리 한마리 성의 찬송가에 유혹되어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간 것이었다.

앨리스는 오늘도 살아갔다. 윳쿠리로 가득 찼던 공원은 점차 숭숭 비기 시작했고, 죽음의 냄새가 밴 듯 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의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모두가, 팥소에서부터 더이상 살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앨리스와 같은 윳쿠리는 얼얼할정도로 그 감정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앨리스는 골판지에서 나와 덜컹거리는 성을 노려보았다. 가공소의 직원이 성의 덮개를 열고 있던 참이었다. 거기에서는 형형색색의 팥소가 엉망진창으로 담긴 투명한 상자가 나왔고, 앨리스는 구역질한뻔했다. 인간에게는 그저 단순한 팥소였지만, 윳쿠리에게는 내장이나 다를 것 없었다. 내장이 담긴 병을 보여준 격이었다.

 

“오오 오늘도 만선이구나.”

“아기 윳 포함 211마리라, 오늘도 많이 죽었네.”

 

직원 중 한명이 성 안의 카운터를 보며 수중의 수첩에 메모했다. 윳쿠리가 몇 마리 죽었는지 일일이 기록하는 것이다. 체격 좋은 남자가 웃으면서 상자를 놓았다.

 

“와하하, 이야, 멋대로 죽어줘서 정말 편하네. 정말이지.”

“너무 편해져서 인원 감축이나 안했으면 좋으련만.”

“야야, 재수없는 소리마”

 

그렇게 말하며 두꺼운 자루에 윳쿠리 시체를 붓고, 투명한 상자에 다시 분말과 액체를 보충했다. 내부에 남은 팥소를 청소하고 윳쿠리들이 속는 성 외관을 반짝반짝 닦아내며 시시한 잡담과 함께 인간들은 돌아갔다. 앨리스는 울고 있었다. 잘 모르는 숫자기는 했지만, 많은 동료들이 죽었다는 것은 저들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느, 느우, 우읍.,...”

 

앨리스는 옛날을 떠올리며 상처난 마음에 커스타드를 토했다. 토한 뒤에 배가 비기에 토사물을 삼키곤 팥소로 되돌렸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윳쿠리들은 많이 자살했다.

 

 

그렇게 살아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 기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윳쿠리들은 죽어나갔다. 고통없이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끔직하게, 괴로워하며 윳생을 후회하며 격통 속에 몸부림치며 죽어나갔다. 독신인 앨리스는 날마다 사냥을 나와야 했기에 일반적인 들윳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어가는지 아프도록 알 수 있었고, 알면서도 외면해야 했다.

 

여름 햇살을 받으며 앨리스는 뽀용뽀용 콘크리트 위를 뛰어갔다. 앨리스가 처음 공원의 일원이 되었을 때에는 공원에는 윳쿠리들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후타바 마을의 들윳쿠리 방지 정책의 일환으로 윳쿠리들이 먹을 수 있는 풀들은 제초제에 의해 제거되고 있었다.

 

공원 밖으로 나가 풀이 무성한 공터나 관리가 허술한 쓰레기 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상가의 뒷골목이나 골판지가 늘어선 오솔길을 지나며 앨리스는 매일같이 들윳의 절망을 깨달아야 했다.

 

도로 가장자리를 튀어가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아간다….뒤에서 느릿한 차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앨리스는 반사적으로 겁을 먹고 길가에 굳어버렸다. 죽기 싫다. 그 차는 서행하며 앨리스의 곁을 지나갔다. 앨리스는 안심했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그 차는 차체 위쪽에 있는 스피커로 들윳쿠리들에게 자살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느긋히 죽으라구! 들윳은 아프고 괴로울 뿐이라구! 공원의 성에 들어가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자구!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서 달콤달콤을 잔뜩 먹자구! 느긋히 죽으라구! 느긋히 죽으라구!”

 

앨리스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차를 올려다 보았다. 관공서가 위탁한 가공소에서 운용하고 있는 들윳쿠리를 향한 자살 권장 차량이었다. 길가에 나뒹굴어 죽어가는 레이무 가족도, 아이 윳쿠리인데도 사냥에 나선 마리사도, 너덜너덜한 사나에종의 매윳부도, 그렇게 절망 속에 굳었고, 일부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느게, 느게에엑”

“마쨔 쥭기 실타제…”

 

그러나 그 중 몇마리는 오늘 자살하거나 사고따위를 당해 죽을 것이었다. 앨리스는 죽을 마음은 없었지만, 죽고 싶어하는 윳쿠리의 표정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간판이나 성과 달리 소리는 구석구석까지 닿는다. 골판지 속에 숨어 떨고 있어도, 두눈을 꼭 감고 있어도 자살 권유 차량의 메세지는 닿는다. 앨리스는 그 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라진 뒤에도 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가 없어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사냥하고 있던 아이 윳쿠리는 충격 속에서 기절해버렸다. 별 것 아닌듯한 말이라도 궁지에 몰린 들윳쿠리에게 있어서는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 듯 했다. 앨리스는 차가 사라진 뒤 떨면서 중얼거렸다.

 

“정말 인간씨는 아무것도 모른다구….들윳이라고 해도 조금씩은 느긋할 수 있다구…”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커스터드를 되집어 생각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그할 수 있는 추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약간의 느긋함 정도는 있었지만, 100배의 불행으로 사소한 행복이 덧칠되었다.

 

그리고 자살 권유 차량의 말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앨리스는 사냥 중 느긋할 수 없는 광경을 맞닥뜨렸다.

 

다리를 지나 상가로 빠져나가기 위한 골목에 들어서다 윳곰팡이에 오염된 가족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로테스크한 광경과 응응 시시의 악취에 앨리스는 몸서리치며 구역질했다. 뒷골목 골판지 속에 모자나 리본을 단 짙은 녹색 물체가 움찔움찔 경련하며 굳어있는 것이었다. 초록색 응응이나 시시가 골판지 하우스 아래에 달라 붙어 있었다.

 

“쥬…”

“늣찌…”

“쥬겨,줘….”

 

앨리스는 그 녹색 물체를 보며 떨면서 골목으로 되돌아갔다. 자칫 녹색 물체의 옆을 지나다가 숨이라도 쉬다간 팥소에 곰팡이가 침식되어 통증과 절망 속에서 숨을 거두어버릴 것 같았다.

 

앨리스는 그 가족과 구면이었다. 저들은 원래 공원에 살던 들윳이었다. 사이 좋은 가족이었고, 부모 모두 사냥이 능숙했지만, 3주 정도 전에 아가야 중 한마리가 윳곰팡이에 감염되며 가족이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핀 아가야를 버리라는 대장 파츄리의 조언을 듣지 않고, 가족간의 유대를 주장하며 대장을 게스라고 부르며 온 가족이 함께 공원을 떠난 것이었다.

 

가족들의 보살핌이 있다면 윳쿠리 신이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곰팡이라고 하더라도 낼름낼름하면 나을지도 모른다...그 결과가 저 초록색 물체인 것이었다. 애당초 낼름낼름을 하게 되면 수분이 공급된다. 부모의 간병이 곰팡이에 영양을 공급하고 있던 셈이었다.

 

윳곰팡이의 치료는 어렵다. 자연치유따위는 거의 불가능했다. 인간 수의사조차 치료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애완 윳쿠리는 풍부한 영양에 의한 면역력으로 곰팡이에 좀처럼 걸리지 않았고, 만약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초기에는 투약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었다. 또, 중증이라고 하더라도 중추팥만 감염되지만 않았다면 외과 수술을 통해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에게 보호받는 애완 윳쿠리의 이야기였다. 들윳의 경우 호흡이나 식사로 안쪽에 곰팡이가 뿌리 내리게 되면 온몸에 곰팡이가 퍼져 어쩔 수 없게 되고, 표면에 곰팡이가 핀 것뿐이라고 해도 적절한 대체를 하기 힘들다. 피부를 찢어 팔토를 노출시킨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몇 없었다. 오히려 찢는 도중에 죽이거나, 노출된 팥소가 오염되어 더 심하게 감염되기도 하였다.

 

고통받기 싫다면 곰팡이에 걸린 날 죽는 것이 나았다. 처음에는 피부나 팥소가 가볍게 아플 뿐이지만, 근육의 유동으로 인해 곧 온몸이 오염되어 3일쯤 지난 날에는 몸 전체가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일주일이 지나면 피부가 녹색으로 물들어 가며, 중추 팥에 침식된 곰팡이로 중증의 정신 장애를 앓게 되며 심신 양면에서 철저하게 고통받게 된다.

 

그로부터 한 달에 걸쳐 서서히 생명을 잃게 된다. 새로운 숙주를 찾기 위해 전자동으로 돌아다니는, 오로지 곰팡이만을 위한 탈것으로서 연명하게 되는 것이다. 온종일 죽여달라고 외쳐도 곰팡이 투성이인지라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지도 못한다. 대개는 중추판이 곰팡이에게 파괴되는 그 순간에서야 윳쿠리는 마침내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린다. 죽은 후에도 곰팡이는 만쥬를 침식하며 그 자리

에 머물다가 다가온 윳쿠리를 길동무로 삼는다.

 

저 가족이 떠나게 된지 얼마나 되었을까. 말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죽을 날은 아직 멀었다. 앨리스는 들키지 않도록 슬금슬금 지나가려했지만, 철퍽하는 소리를 들으며 무심코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곰팡이 만쥬가 골판지 밖으로 기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앨리스의 존재를 눈치챈 것인지도 몰랐다.

 

“주겨줘어어어어어어어어!!! 주겨줘어어어어어어어!!!”

“죽기 시러어어어어!!! 죽기 실타구우우우우우우!”

“느그타지 않아도 되니까, 아픈거 규마아아아아안!!!”

 

가족들의 뒤틀린 절망의 절규에 앨리스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그곳에서 온 힘을 다해 달려 나갔다. 다행히 윳곰팡이 대가족은 저부씨를 움직일 근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듯했기에 앨리스는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뒷끝은 최악이었다. 앨리스는 아는 윳들을 모른척한 것이었다.

 

“...저길은 앞으로 못 다닐 것 같다구요…”

 

저곳을 지나면 자신까지 윳곰팡이에 걸려 죽을지도 몰랐다.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곰팡이에 걸려도 무서워 죽지 못하고, 자살도 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 그저 괴로워만 하게 될지 몰랐다.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죽는 것은 싫었다. 아픈 것도 싫었다. 그렇게 앨리스는 다른 뒷골목으로 우회하다가 들윳쿠리 빈민가를 지나게 되었다. 들윳쿠리 세계 자체가 슬럼가 같은 것이기는 했지만, 거기는 걔중에서도 특히 가난한 곳이었다. 앨리스가 그곳에 저부씨를 디딘 순간 골판지 가운데서 탁구공같은 윳쿠리가 와글와글 벌레처럼 튀어나왔다.

 

“앨리슈 언니야, 느그치 마무마무 쓰는고녜! 페니페니도 상관없댜규!”

“마리쨔의 페니페니 댄쓔라구~ ☆ 느느느~ 상캐~ 음식물 쓰레기를 주면 상캐해준다구~”

 

저런 꼴이니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이 뒷골목에는 부모 잃은 아기 윳과 아이 윳이 모여있었다. 사냥을 할 수 없는 아가야들은 다른 아가야를 습격해 식윳을 하거나, 시체를 먹거나 응응을 먹기도  

한다. 시체나 응응의 악취가 싫다면 매윳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아가야들은 후자인 것이었다. 아기윳을 대상으로 매윳을 하는 이들은 대개 레이퍼 지건의 앨리스가 많았다. 앨리스는 여기를 지나갈때마다 그런 레이퍼 예비군으로 오해를 받곤 했다. 몇번 주의를 했지만 앨리스에 대한 오해는 사라지지 않았다. 애당초 이곳을 지날때마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가야가 바뀌고 있었다.

 

“응호~앨리스가 대신 사용해준다구~”

 

다른 앨리스가 혀를 낼름거리며 아기윳에게 바짝 다가갔다. 앨리스는 그 틈에 아기윳 무리로부터 도망쳤다. 빈만가에 나타난 레이퍼가 되기 직전의 만쥬에 아기윳 무리가 와글와글 몰려갔다. 레이퍼 앨리스는 어딘가 기쁜듯 페니페니를 우뚝 솟아올렸다. 두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아가야들 중 한마리를 골라 긴 혀로 핥짝였다.

 

“느늣, 느그치 이쯔라규! 마리쨔는 마리쨔라규!”

“일단 당신으로 할까나. 대금은 쓰다쓰다의 잔디씨도 괜찮지?”

“느능, 잔디씨는 응응보다 느그탈 수 있댜규! 마리쟈노 마무마무에 오라규!”

 

그러나 성윳이라면 모를까, 아가야 매윳은 약간 많이 하드했다. 페니페니에 의해 중추팥이 눌리거나, 정자팥을 받고 줄기 투성이가 되거나. 운 좋게 손님의 마음에 들게 되면 피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조차 실패해 줄기 투성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매윳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똥이나 시체를 먹는것이 그만큼 느긋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리쨔의 마지막이 시작되었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쨔의 버진인 마무마무가 찌져져어어어어어!!!”

“응호오오오오! 버진!이었던거네에에에!!앨리스 흥분해서 야수가 되어버려어어어어어어!!! 절륜!해서 미안해해애애애애애!!!!!”

 

앨리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로지 골목 출구를 향해갔다. 레이퍼에게 페니페니로 살윳을 당하고 있는 마리쨔의 절규를 들으며 아기 윳쿠리로 가득한 뒷골목을 빠져나와 상가로 나왔다. 오늘은 아마 휴일인듯했다. 남녀 노소 뚜벅뚜벅 구두 소리를 내며 앨리스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상가를 오가고 있었다. 걔중에는 포대기를 찬 애완 윳쿠리를 껴안고 있는 인간씨도 있었다.

 

“마리사는 달콤달콤 스위츠가 먹고싶다제!”

“금뱃지 시험을 봐야하니까 참고서를 사주었으면 좋겠다도…”

“느우우우! 예방접종씨는 무섭다구우우우우우!”

 

마지막 비명만큼은 느긋하지 않았지만, 정말이지 훈훈한 비명이었다. 그 사이 뒷골목에서는 아까 그 마리쨔가 마지막으로 경련하기 시작했다.

 

“춈텨 느규치…”

“어라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은거네에에에에에!!! 그치만 앨리즈는 시간도 괜찮다구우우우우우우!”

 

마리쨔는 유언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성게알처럼 되었다. 시꺼멓게 변하고 줄기에 난 쌀알같은 열매 윳쿠리들도 뚝뚝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퍼는 괘념치 않고 몸을 앞뒤로 왕복하며 매윳부 마리쨔의 몸을 페니페니로 갈기갈기 찢어저버렸다. 주위의 아기 윳쿠리들은 꺄꺄 비명을 지르며 앞다퉈 레이퍼로부터 도망치려하고 있었다.

 

“응호오오오오!! 엉덩이를 흔들면서 귀엽게 도망치다니 이 얼마나 귀여운 아가야들인거야아아아아아아아!!”

“능야아아아아아아!!! 시져어어어어어어!!”

“마이쨔는 응응 먹겠즙니다아아아아! 레이파랑 매윳하는 건 시져어어어어!!!”

 

그러나 그 레이퍼는 닥치는 대로 아기 윳쿠리들을 레이프래서 갓 태어난 생명을 지옥에 차례차례 떨어뜨리고 있었다. 골목골목에 죽음의 냄새가 넘쳤다. 이렇게 아기 윳쿠리들이 학살당해도 며칠 지나면 다시 보충되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었다. 이곳은 원래 무계획적으로 만든 아가야를 버리기 위한 편리한 쓰레기장이었다. 지금도 성체의 매윳부나 밥줄이 끊긴 부부따위가 아가야의 행복을 형식적으로 바라곤 이곳에 휙 던지러 오는 것이었다. 간혹 포식종의 아이가 버려져 대학사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곳의 아가야가 전멸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앨리스는 우울한 기분으로 슬금슬금 기어가며 목적지인 레스토랑의 뒷편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식당은 윳쿠리가 쓰레기를 뒤지지 못하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었기에 밥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일부 저렴한 음식 체인점은 과다한 인건비 등으로 윳쿠리 대책까지 손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곳은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에 들윳의 식량원이 되는 곳이 적지 않았다. 애호파 중에는 베풀어 주기 위해 일부러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갈 수 있도록 쓰레기를 풀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앨리스가 그런 쓰레기장에 왔을 때 이미 그곳은 더러운 들윳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뿐이라면 좋았지만, 초췌한 들윳끼리 싸우고 있었다. 상점가 부근의 불량해보이는 무리가 먹이를 취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느라아아아아!!! 네녀석들 당장 나가라제에에에에!!”

“응호오오오오! 너희야말로 앨리스들의 상캐 도시파 세력권을 침범하지마아아아아아아!!!”

 

마리사와 레이퍼는 각각 20마리 정도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늘에서 지켜보던 앨리스는 윳쿠리들의 말다툼에 움찔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 비교적 온화한 공원에서 자란 앨리스는 저런 불량해보이는 윳쿠리를 혐오했다. 상가 주변에는 저런 무리가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가 근처에서는 느긋할 수 있는 식사를 얻을지도 몰랐다. 조금이라도 도시파스러운 생활을 하고 싶어 이렇게 발을 디디고 마는 것이었다. 그런 소망이 보다 더 강한 이들은 저런 무리의 동료가 되었다.

 

앨리스는 들키지 않도록 전봇대 뒤에서 동태를 살폈다. 쓰레기장에는 쓰레기 봉투가 여럿 있었고, 고기서는 느긋한 향기가 앨리스에게까지 풍겨오고 있었다. 맛있을 것 같았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저놈들이 어디로 가면 남은 음식을 취하도록 하자. 하지만 다들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 인듯 자동차 밑이나 길가 등에서 눈치를 보는 들윳이 적지 않았다.

 

“주거어어어어어어어!!!”

“해봐아아아아아아아!!!”

 

위협전이 그렇게 끝나고 서로의 실력행사가 시작되었다. 먹이 싸움은 들윳끼리의 싸움 중 가장 추악하다. 보스들도 체면이나 권력 때문에, 졸개들은 오늘 먹을 밥때문에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싸움은 총력전이 된다. 여기서 물러서면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동족끼리 팥소를 터뜨리고, 갈색과 노란색 팥소로 도로가 더럽혀져 갔다. 레이무가 아기 윳쿠리를 밟아 으깼고 아이 앨리스가 파츄리의 아냐루를 씹어 뜯었다. 약한 것부터 죽어가기 시작했다. 곧 수는 반이 되었고, 10마리 간의 대치가 시작되었다. 그 때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튀어나와 양동이 가득 찬 물을 들윳쿠리들에게 뿌렸다.

 

“으아아! 가게 뒤에서 떠들지마! 찌부려 뜨린다!!”

“느삐이이이이!! 쟤셩합니다인거제에에에에에!!”

“앨리즈들도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구우우우우!!”

 

머리가 어느정도 돌아가는 지능이 있는 듯 화낸 인간을 보자마자 쌍방의 보스는 비굴한 웃음과 함께 쏜살같이 도망쳤다. 방금 양동이의 일격으로 4마리 정도의 윳쿠리가 영원히 느긋하게 되었다. 20마리 이상의 윳쿠리가 죽으면서도 두 집단 모두 밥을 얻지 못한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는 투덜투덜 불평하면서 윳쿠리 시체를 정리했다.

 

“젠장. 일거리나 늘리기는...점장은 언제 윳쿠리 대책을 세워줄라나.”

 

앨리스는 덜덜 떨며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떠났다. 도시파스러운 밥을 먹고 싶기는 하지만 죽는다면 의미가 없었다. 그 뒤로도 앨리스는 상가의 쓰레기장을 일부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앨리스는 그제야 포기하고 공터를 둘러다니며 잡초를 모았다. 오늘 밥도 느긋하지 못했다.

 

저녁이 되어 녹초가 된 상태로 앨리스는 다리를 건넜다. 상가쪽으로 간 탓에 쓸데없이 체력을 썼다. 이상한 희망은 이제 버리고 공원 근처에서 사냥을 하는 편이 나은 것일까. 그러다 앨리스는 다리 중간에서 자살하려는 첸과 묭의 가족을 목겨해버렸다. 앨리스는 모른척하며 그대로 지나가려했지만, 푸른 눈동자는 제멋대로 그 작을 보았고, 몸은 멋대로 귀를 곤두세웠다.

 

“묘오오오온! 묭은 아직 죽고싶지 않다묘오오오옹!!!”

“느그타고 싶다규우우우우우! 알고 이쯔라규우우우우!!”

 

떼쓰는 아가야들을 부모들이 엄하게 꾸짖었다.

 

“그런말 하는 거 아니라묭! 산다고 해서 느긋할 수 있을리가 없다묘옹!”

“느성은 언제나 만원이니까 아가야들은 여기서 하늘로 가는거라구-. 알겠다구-”

 

그러나 그렇게 말하며 아가야들을 달래는 부모들도 본능적인 공포에서 부들부들 떨며 다리 밑의 맹수들을 보고 있었다. 미끈미끈한 갓파 윳쿠리, 율쿠리 니토리들이 푸른 머리카락으로 솜씨좋게 수영하며 가족의 자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니토리의 식량 사정도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최근 떨어져오는 자살 윳쿠리는 하늘의 은혜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랑스럽게 싱글벙글거리며 다리 위 들윳의 자살을 종용하고 있었다.

 

“캇파파-! 맹윳들이 살아간다고 해도 아무런 행복!은 없다구!”

“빨리 빠져-! 그러면 니토리들이 먹어주는 거라구-!”

“편하게 죽여줄테니까 빨리 뛰어내리라구! 캇파!”

“아가야들에게 신선한 시체를 가져가고 싶다구-”

 

그 말에 아가야들은 거꾸로 삐삐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가야들을 상대해서는 언제까지도 영원히 느긋하게 될 수 없었다. 부모들은 각오를 다졌다. 꼬리와 몸을 사용해 아기 윳들을 강에 떨어뜨려 갔다.

 

“아가야! 함께 느긋해지자구-! 알겠다구-!”

“아픈건 한순간 뿐이다묭!”

“느뺘아아아아아!!!”

“모르게써어어어어어어!!!”

 

일곱마리 정도의 아가야들이 노을을 배경으로 툭툭 떨어져갔다. 그리로 니토리들이 단체로 몰려들어 아가야들의 피부를 뜯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죽음에 통곡하며 자신들에게 타이르듯 외쳤다.

 

“죽으면 하늘로, 죽으면 하늘로”

“하늘에는 달콤달콤, 하늘에는 달콤달콤.”

“느긋할 수 있다구 느긋할 수 있다구.”

“두렵지 않아 두렵지 않아”

 

죽지 못한 윳쿠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기도의 말을 되뇌이고 그렇게 절규하며 첸과 묭은 강에 몸을 던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앨리스는 얼굴을 파랗게 질린 채 다리에 뚫린 구멍 사이로 아래 모습을 확인했다. 물보라가 첨벙첨벙 솟아올랐고, 그 주위에 니토리들이 모여 제멋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니토리의 입은 그다지 크지 않다. 아기 윳쿠리라면 몰라도 성체라면 피라냐가 그러듯 조금씩 물어 뜯기며 천천히 목숨을 잃게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씹는 방식은 매우 난폭했다.

 

“갸아아아아아아아아!!! 아파아아아아아아아!! 전혀 쉽게 죽는게 아니쟈묭!!!!!”

“빠진다구우우우우우우!느그탈수 없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첨범첨벙 날뛰는 두 짝과 그에 달라붙어 배를 채우려는 니토리로 수면에는 흰 파문이 몇개씩 일어났다. 수면에 비친 노을이 어른거리고 물이 점차 갈색과 흰색으로 오염되어 갔다. 앨리스는 차마 끝까지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집이 있는 공원까지 달려갔다.

 

돌아오는 길에, 앨리스는 다시 자살 권유 차량을 만났다.

 

“느긋히 죽으라구! 들윳은 아프고 괴로울 뿐이라구! 공원의 성에 들어가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자구!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서 달콤달콤을 잔뜩 먹자구! 느긋히 죽으라구! 느긋히 죽으라구!”

 

아침보다 더 납득하며 사실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납득해버리는 자신이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죽는건 싫다! 죽는건 싫다! 죽는건 싫다!

 

...어느새 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설탕물 땀에 미끈미끈 젖으면서 앨리스는 공원 부지로 들어갔다. 날이 저물기 시작한 무렵인지라 공원은 아침보다도 더 조용했다. 거기서 앨리스는 마주치고 말핬다. 앨리스의 친구인 마리사가 새하얀 성에 기대어 희망을 잃은 눈으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며 중얼중얼 헛소리를 되뇌이고 있었다.

 

“느후, 느후, 느후후후후…. 레이무, 아가야, 모두 하늘에 있는거제….? 마리사, 모두랑 함께 하늘에서 느긋해지고 싶다제….”

 

앨리스가 말을 걸어도, 마리사는 우후후 마리사라도 된것마냥 느후느후 웃을 뿐이었다.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았고, 앨리스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 시골뜨기 감정을 드러내기라도 하려는 듯 잡초를 마구마구 씹었다.

 

 

다음 날 앨리스는 일어나자마자 마리사의 집으로 향해 마리사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마리사는 자고 일어나서 약간 기운을 되찾은 듯 했다. 우후후 마리사는 아니게 되어 대화도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걱정하게 만들었다제.”

“무슨 일 있었어?”

“그날 낮에 아가야가 인간 아가야에게 죽임을 당해서...레이무는 파피푸페포 망가져버렸다제. 완전히 망가져버렸던 거제. 마구 날뛰면서 울었다제. 그리고 갑자기 집에서 뛰쳐나가 행복의 성으로 들어가버린거제.”

 

마리사는 땅을 빤히 보고 있었다. 그 어두운 눈동자는 땅을 보고 있는지, 죽은 가족을 그리는지 앨리스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마리사는 아가야들이 무리의 영윳이 되어 세상을 바꾸길 바랐다제. 하지만 그런건 마리사의 망상에 불과했던 거라제. 아가야들은 인간 아가야에게 눈동자를 떼굴떼굴 당했고, 찢겨지고 시궁창에서 헤엄치게 되었고, 자매끼리 배틀!하게 되었던 것 같다제.”

“...되었던 것 같다?”

“레이무가 제멋대로 소풍을 데리고 갔었으니까…! 마리사는 그꼴이 될줄은 돌아올때까지 몰랐다제…!”

 

그러다 마리사는 피식 웃으며 아침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예브다제.”

“....그렇다구”

 

푸르스름한 여름 하늘에는 뭉게 구름이 지나고 있었다. 윳쿠리들은 큰 솜사탕이라고 생각하고 혀를 내뻗고는 하지만, 하늘에 있는 구름 따위를 먹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라면 뷔페일까. 앨리스는 그런 것을 생각하다가 무서워져 눈을 감았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앨리스…”

“...느?”

“산다는게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제…?”

 

그날도 앨리스는 사냥에 나섰다.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리사는 사냥도 하지 않고 골판 

지 집에서 새우잠을 잤다. 앨리스가 돌아왔을 무렵 마리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리사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공원의 윳쿠리들은 드디어 드문드문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숫자가 되었고, 불필요한 외로움이 앨리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래도 공원 밖에서 온 윳쿠리로 인해 행복의 성은 여전히 만원이었다. 행복의 성이 만원이었기에 다리에서 뛰어 내리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자살하는 윳쿠리도 흔해졌다. 그리하여 들윳쿠리의 자살이 후타바 마을의 전체의 유행이 되며 마을의 들윳쿠리는 격감하게 되며 도시는 죽은것처럼 조용해지게 되었다. 행복의 성의 여유는 반전되어 나날이 늘어갔다. 만원이 될 때마다 닫혀있던 성은 24시간 열려있게 되었다.

 

 

태어난 이래 앨리스는 거의 느긋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느긋할 수 없는 것을 자신의 숙명이라고 앨리스는 팥소 어디선가부터 계속 생각해온 것이었다.

 

앨리스의 양친은 게스화된 은뱃지 마리사와 애완 윳쿠리를 유혹한 들윳의 앨리스였다. 허락없이 아이를 만들고 게스화된 탓에 주인에게 버림 받고 비참한 들윳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앨리스를 포함한 아가야가 7마리정도 태어났지만, 영양실조로 2마리가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 상황을 맞닥뜨린 부모가 생각해낸 것이 아가야를 대동한 집선언이었다. 아직 아기 윳쿠리였던 앨리스는 부모를 필사적으로 말리려 했다. 윤리적인 이야기 이전에 절대로 성공할리가 없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게스화된 부모와 그 팥을 짙게 이어받은 자매는 인간씨는 응응에 불과하다며 작전을 강행해버리고 말았다. 동의하지 않으면 죽을 뻔했기에 아기윳이었던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 선언을 계획한 부모를 따라갔다.

 

부모는 인간씨의 집 유리창을 깨뜨리고 그 곳에 있던 금뱃지의 파츄리를 범하고 죽인 뒤, 집 안의 달콤달콤을 탐식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런 나쁜짓은 쉽게 발각되었고 생각만해도 아찔한 제재를 받게 되었다. 바늘로 중추팥을 고문 당한 아기윳이었던 앨리스는 격통 속에서 절규했다.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죽을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자매들과 배틀 로얄을 하게 되었다. 앨리스는 필사적으로 가족과 싸워 자매를 죽이곤 살아남았다. 집주인이 부모와 자신 중 어느쪽을 살릴 거냐고 묻는 질문에 앨리스는 망설임없이 자신을 선택했다. 그만큼 죽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후 3일이 된 아기 윳쿠리 앨리스는 온 가족을 잃고 길거리에 내던져진 것이었다.

 

살해당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부모나 자식을 죽이고도 개운치 않아 아기 앨리스를 길거리라는 생지옥에 떨어뜨린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앨리스의 어린 시절은 지옥조차 미지근할 정도의 생지옥이었다. 그 시절의 앨리스는 목숨을 걸고 매윳과 음식물 쓰레기 뒤지기, 게스 윳쿠리의 응응 노예 등을 해가며 기적적으로 아이 윳쿠리까지 자랐다. 다행히 은뱃지 부모의 양질의 팥소 부분을 이어받은 앨리스는 대장 파츄리의 테스트를 통과해 공원의 무리에 가입해 한 무리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곳은 이전보다 훨씬 나았다.

 

공원의 무리는 인간에게 순종했다. 들윳들은 비교적 풍족한 대우를 받고 있었으며, 그 혜택 속에서 앨리스의 생활도 점차 나아져갔다. 물론 느긋할 수 있다고 생각될만한 것은 여전히 거의 없었다. 윳쿠리 시체를 보기 십상이었고, 학대 오빠야와 인간의 아가야에 의해 죽는 윳쿠리도 보았다. 동족끼리 살육하거나 고문하는 윳쿠리도 있었다. 앨리스 자신 또한 규칙을 어긴 윳쿠리의 제재에 동참하며 동족을 죽인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앨리스의 안쪽의 ‘죽고 싶지 않다’는 기분은 부정하기 힘들정도로 강해졌다.

 

한번은 사냥의 달윳인 마리사에게 반해 아가야를 만들기를 꿈꾼 적도 있었다. 아가야를 키워, 도시파스러운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가야는 자신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존재였다. 앨리스는 죽고 싶지 않았다.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에 마리사는 레이무와 결혼하고 말았다. 약간의 후회가 뒤따랐다.

 

그리고 그 날 공원의 무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살 기계가 설치되어 윳쿠리의 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씨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페이스로, 윳쿠리들은 자살했다. 초기의 자살자는 불행한 장애 윳쿠리나 질병이나 부상을 입은 윳쿠리뿐이었는데, 그 상황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변해버렸다.  

 

우수한 윳쿠리들이 자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냥꾼이나 대장을 보좌하는 간부가,...무리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윳쿠리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아갔다. 우수한 윳쿠리일수록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 공원 윳쿠리 무리의 세계였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라는 말이 머리에 배어 떠나지 않았고, 그렇게 한윳한윳 하늘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가족에게 알리고 떠나는 이들도 있었고, 가족 몰래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이윽고 대장 파츄리도 간신히 얻은 지역 윳쿠리 뱃지를 반납하고 무리의 동료들에게 사과하며 행복의 성에 들어갔다. 배지가 달린 이들은 행복의 성을 이용할 수 없기에 대장 파츄리는 뱃지를 떼어내야 했다. 그러나 뱃지 반납을 인간씨에게 트집잡을 수 없어다. 인간씨를 위해 일해온 지역 윳쿠리 겸 공원 무리의 대장인 파츄리였지만, 들윳의 수가 줄어들어 이들을 통제하고 견제하기 위한 지역 윳쿠리도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린 탓이었다.

 

무능해진 무리는 곧 와해되었지만, 그 수가 줄었기에 분쟁은 생기지 않았다. 새로운 대장을 자처하는 데이부 등이 나타났지만, 조정을 일임하는 대장이 필요한 환경이 아니게 되어버렸기에 결국 누

구에게도 상대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하나 둘씩 윳쿠리들이 죽어나갔다. 공원 밖의 윳쿠리들도 찾아와 기뻐하며 자살을 선택했다.

 

마리사가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나자, 공원의 무리는 텅 비었고, 앨리스와 몇 마리의 윳쿠리만이 꾸역꾸역 생활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들윳으로 넘쳐났던 공원에는 대신 인간씨의 아가야들이 몰려들었다. 인간씨의 아가야들은 무리의 집회장이었던 곳을 짓밟고 추억의 모래밭을 점령했다. 그러나 앨리스는 화내는 대신 무서움 속에 덜덜 떨면서 공원의 더 안쪽으로 거처를 옮겼다. 행복의 성도 이제는 아이들이 노는데 방해가 된다고 공원 구석으로 옮겨졌다.

 

들윳쿠리들이 희망을 잃고 무더기로 자살한 뒤에도 앨리스는 죽음의 공포에 질려 골판지 속에 숨어 들었다. 더 이상 친구도 없었고, 아는 윳도 없었다. 앨리스는 정말 외톨이가 되고 만 것이었다.

 

 

다시 어느 날 해질녁 공원.

 

“아가야, 이제 곧 느긋하게 해주겠다구. 느긋히 무서워하지 말라구.”

 

들윳의 어미 레이무가 줄기에 매달린 아가야들을 늘어뜨린 채 행복의 성 문 앞에까지 와 서 있었다. 느후느후 웃는 레이무는 매윳부였고, 너덜너덜해진 마무마무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끈질긴 들윳쿠리 중 한마리였다. 이 윳쿠리는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라는 생각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살아 남고 있었다.

 

이마를 대문 쪽으로 내맨지, 줄기의 뿌리를 땅바닥에 긁적긁적 문질렀다. 그러자 초록색 줄기가 우지끈 부러지고, 고통스러워하던 열매 윳쿠리들만이 대문 안쪽에 남겨지게 되었다. 그렇게 문이 닫이고, 안에 들어간 윳쿠리들이 처리되며 듣기 좋은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레이무는 기뻐하며 뿅뿅 튀었다.

 

“상캐-! 레이무는 오늘도 아가야들은 행복!하게 해주었다구!”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고 줄기가 사라진 이마를 쓰다듬으며 어딘가 망가진 콧노래를 부르며 공원을 뿅뿅 떠나갔다.

저 레이무는 항상 이곳에 줄기를 꺾으러 왔다. 여기서 죽이면 자기에게 아가야는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느긋할 것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노래가 기분 좋았다.

 

앨리스는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태어나지도 않은 열매 윳쿠리들로 인해 시작된 찬송가를 애처롭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 천천히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다들 하늘에 있는 것일까.

 

정말로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가 있어, 아직 오지 않는 앨리스를 향해 모두 웃고 있는 것일까.

 

노을이 진 하늘에 떠가는 환상적인 흰구름을 바닷빛 눈동자가 찬찬히 쫓았다. 혼자 남은 앨리스는 점점 마음이 약해졌고, 자살에 대한 욕망이 날로 강해지고 있었다. 들윳쿠리의 수는 줄었지만, 삶은 여전히 고달팠다. 후타바 마을은 구제 예산을 삭감하고, 들윳쿠리가 정착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윳쿠리가 먹을 수 있는 풀을 남김없이 제거해 나갔고, 윳쿠리가 살만한 곳을 철저히 없애 갔다. 음식점들에 대해서도 조례로 들윳쿠리 대책을 의무화시켰다.

 

앨리스는 공원에 머물러 살고 있었지만, 언제 인간이 와 늘어선 골판지를 철거할지 몰랐다. 그것이 앨리스가 있을 때 이행된다면 분명 그대로 살해되고 말 것이었다.

 

죽는 것은 싫지만, 한 순간에 죽을 수 있다면….그걸로 하늘에 갈 수 있다면. 무리의 동료들과 함께 달콤달콤을 둘러쌓고 왈츠를 추며 도시파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앨리스는 이루어질리 없는 소망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투영하고 있었다. 위험한 징후라는 것은 앨리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죽은 윳쿠리들도 현실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느긋함을 찾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따윈 없다. 인간들이 편하게 구제하기 위해 윳쿠리들의 희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앨리스는 그렇게 생각해보았지만, 저부씨가 제멋대로 행복의 성으로 튀어 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떨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골판지 집에 잡초가 남아있으니 그걸 먹고 나서 죽어도 좋지 않을까. 뿅뿅 뛰던 것은 이윽고 슬금슬금 기는 것이 되었다. 저녁이 된 공원에는 인간의 아가야도 거의 없었고,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유별난 윳쿠리들만이 골판지 집에서 느릿느릿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앨리스는 친구들의 목숨을 앗아간 백악의 성을 바라보았다. 달콤달콤과 미윳쿠리, 야채와 푹신한 침대가 있는 너무나도 느긋한 플레이스처럼 보였다. 여기 들어간다면 어쩌면 잔뜩 분의 1의 확률로 정말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투명한 윳령이 되어 둥실둥실 하늘에 올라 찬송가를 들으며 윳쿠리 히지리가 목탁을 두들기는 가운데 36마리의 미윳쿠리들의 인도를 받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안내 받을지도 몰랐다. 거기에는 마리사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있을 것이

다. 그리고 소심하지만 머리 좋은 대장 파츄리가 있어 앨리스를 안내해주는 것이다.

 

윳국의 문을 통과한 뒤에는 금과 은으로된 화초가 가득한 꽃밭이 있다. 슈크림과 양갱이 달린 과자 나무 가로수들을 지나, 설탕 모래 밭에서 놀고 나면 초콜릿 강물을 낼름낼름 한다. 전병으로 만들어진 배로 복숭아와 함께 둥실둥실 하류까지 떠내려가 무지개빛 바다를 바라보며 스펀지로 된 항구에 도착한다. 많은 윳쿠리들이 모여 사는 느긋한 집 중 하나에 앨리스는 살아간다. 아가야는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아가야를 많이 만들어도 땅과 집이 과자이므로 음식 부족으로 곤란할 것도 없다. 느긋한 윳쿠리만을 위해 만들어진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앨리스는 그렇게 영원히 느긋함을 영위하는 것이다.

 

현실로 돌아와 앨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문이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향하는 입구라면, 앨리스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의와는 다른 죽음의 공포로 몸을 땀 투성이로 만들며 후욱후욱 호흡하며 슬금슬금 문에 다가간다. 저부씨의 반정도만이 성안으로 들어갔다.

 

-죽으면 하늘로, 죽으면 하늘로

 

-하늘에는 달콤달콤, 하늘에는 달콤달콤.

 

-느긋할 수 있다구 느긋할 수 있다구.

 

-두렵지 않아 두렵지 않아

 

앨리스는 푸른 눈동자를 두리번거리며 성 안쪽의 모습을 살폈다. 천장은 닫혀 있었지만, 작은 구멍이 몇 개 뚫려있었다. 살찐 성체 윳쿠리도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만한 넓이였지만, 이 안에서 지나다닐만한 넓이는 아니었다. 앨리스는 땀을 줄줄 흘렸다. 개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가 온 것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갈 수 있었다. 응응같은 현실에서 게또 와일드 할 수 있었다.

 

-묭의 엄마야도, 하늘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영원히 느긋해질때 말했다묭

 

-죽는 것은 더 느긋할 수 없으니까

 

-데뷰는 여동쨍 다음 순서가 되고 싶찌 아나아아아아아아!!!

 

-그렇다면 왜 너희들은 당장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지 않는 거냐? 지금 당장 죽는 편이 느긋할 수 있다는 말 아니냐?

 

-파체들을 죽이려는 겁니까….? 이번에는, 몇마리나 솎아내면 되는 겁니까…?

 

-주겨줘어어어어어어어어!!! 주겨줘어어어어어어어!!!

 

-느후, 느후, 느후후후후…. 레이무, 아가야, 모두 하늘에 있는거제….? 마리사, 모두랑 함께 하늘에서 느긋해지고 싶다제….

 

-하지만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린다면, 모든 것이 끝일텐데….

 

앨리스는 천천히 저부씨를 움직여 몸을 성 안으로 집어 넣어갔다. 그러자, 행복의 성 안에 있던 센서가 반응하며 성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그 순간 움찔했다.

 

“....!!!!”

 

그대로 날았다. 뒤로 날았다. 닫혀가는 문을 박차고 앨리스는 공원 흙 위로 굴렀다. 데굴데굴 세 바퀴정도 구르며 설탕물 땀에 흙을 두르며 앨리스는 팽이처럼 회전했다. 이윽고 곧장 침착하게 일어나 원래의 자세로 돌아왔다. 그 사이 행복의 성은 다시 문을 열어 앨리스를 유혹했다.

 

“무서워…”

 

앨리스는 엉엉 울었다. 무섭시시와 무섭응응을 함께 흘리며 공원의 흙 위에 굳어버렸다.

 

“어째서 다들 간단하게 들어가는 거야….? 죽는게 무섭지 않은거야….?”

 

눈물을 흘린다. 뺨 위로 주르륵 주르륵 눈물이 굴러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괴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윳쿠리 나름의 직감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 따위가 있을락 없었다. 앨리스만은 그 신앙을 공유할 수 없었다.

 

“모두들, 놔두고 가지마, 앨리즈는, 도시파라구요….!”

 

앨리스는 훌쩍훌쩍 울면서, 아기윳처럼 떨었다. 그때 그 앞을 너덜너덜한 유카가 휘청휘청거리며 가로 질러갔다. 비교적 깨끗해보이는 것을 보아 주인에게 버림받은 애완 윳쿠리인듯했다. 레이퍼에게 습격이라도 당한듯 마무마무에서는 정자 팥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줄기에는 말라비틀어진 아가야들을 매달고 있었다.

 

“아...아…”

 

유카는 부족한 윳쿠리처럼 신음과 함께 기어가,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라는 일말의 모래알 같은 희망을 찾아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문이 닫히고 푸슛하는 소리가 났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 뒤 문이 열리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앨리스의 귓가로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찬송가가 다시 반복되었다.

 

앨리스는 입을 다문 채 석상처럼 굳어 해질녘의 공원에서 응응 투성이가 되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러나 앨리스는 성 안에 들어가는 대신, 수풀 뒤편, 그 안쪽의 인간씨에게 거슬리지 않을 장소에 있는 앨리스만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돌아가 잠시간의 안락을 취했다. 설탕물 땀으로 흙이 피부에 달라붙어 응응처럼 더러웠지만, 앨리스는 목숨이 다할때까지 들윳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앨리스라는 생물의, 느긋할 수 없는 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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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륭돵 2020.05.31 21:09
    윳쿠리 자살 프로토콜이로군....
  • profile
    윳살파 2020.05.31 21:34
    윳....포....칼립스
  • ?
    느구우 2020.06.02 00:24
    번역 감사합니다.
    일부러 하루 제한을 둔다는 게 포인트군요 ㅎㅎ
  • ?
    성수[레오] 2020.06.04 22:53

    고결하구나

  • ?
    Tuf 2020.06.05 20:30
    장문에다가 내용도 심오한데 번역도 깔끔하게 정말 잘하셨네요. 느긋하게 읽었습니다~
  • ?
    령아 2020.06.06 01:31
    오오, 효율적, 효율적, 오오
  • ?
    얏얏 2020.06.13 07:48
    잘봤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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