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8.01.05 07:06

새해의 뒷골목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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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제가 왔답니다!! 어서 새해 참배 가셔야죠!!"

두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여장남자 녀석이 현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후훗, 달링이라면 분명 늦잠을 자서 참배를 놓칠까봐 제가 챙겨드리러 왔어요. 여기 옷도 이렇게..!"

그렇게 말한 녀석은 만화에서나 보던 화려한 옷을 나에게 내민다. 정말 비싸보이지만 녀석에겐 아무것도 아닌거겠지.

"아니 저기.."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입는법은 제가 마스터해왔습니다!! 그러니까 달링은 옷만 벗으시면..."

음흉한 눈빛으로 바뀐 녀석.

"저기 말이야.."

"에이 달링도 참, 제가 비록 여기 출신은 아니지만 달링을 위해서라면 동양의 문화는 열심히 공부해서 잘 알고 있다구요. 새해에는 이렇게 옷을 입고 신사에.."

"누군진 몰라도 네 녀석의 달링은 이 나라 사람이 아닌가보다."

"에?"

"우리나란 그런 옷 입지도 않고, 새해는 음력으로 따지거든. 그리고 신사라는곳도 없다. 아니 뭐.. 수십년전에 세운게 남았을진 모르지만 그건 난 모르겠고. 어쨌든 1월 1일은 그냥 휴일일 뿐이니까... 으하암... 잘가라."

"에에에에에?!?!?"

"옷은 두고 가라. 이쁘네."

 

 

 

 

새해의 태양이 밝아왔지만 길윳들은 그런걸 알지 못한다. 그저 또다시 버텨야 할 하루가 왔을 뿐.

 

이제 햇살이 도시를 막 비추어주기 시작한 아직 거리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즈음의. 뚱뚱한 사람은 지나갈 수조차 없을법한, 뒷골목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좁디 좁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그곳으로 윳쿠리 몇마리가 슬금슬금 들어간다. 

드디어 도착했다는듯 안도하는놈. 아직도 두려운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놈. 자신의 소지품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놈. 봉투를 질질 끌고 온 놈.  주변을 살펴보는놈.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수많은 윳쿠리들.

돌아온 윳쿠리들중 한놈을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 새끼윳들, 굶주린 배를 쓰다듬으며 침을 흘리는놈. 그리고 돌아온 윳쿠리들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한 놈....

 

"마리..마리사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한 레이무가 돌아온 윳쿠리중 한 마리사에게 묻는다

마리사는 고개를 떨구곤 가로저을 뿐.

그걸 본 레이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울음을 터트렸지만. 3초도 안되어 주변에 있던 윳쿠리들이 그 입을 틀어막았다.

 

"마리사는 돌아오다가 봉투씨가 찢어져서 사냥한 밥씨가 쏟아져버렸다제... 마리사는 쏟아진 밥씨를 다시 줍다가 인간의 씽이 마리사를..... 미안하다제.."

마리사는 자신의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소리죽여 우는 레이무의 앞에 조금 놓고는 조용히 자신의 집을 향했다. 고양이용 사료였다. 그리고 다른 윳쿠리들도 조금씩 조금씩 그 앞에 내려놓았다.

슬피 우는 레이무의 뒤에 아직 어린 새끼들은 그걸보고 입에 침이 잔뜩 고였지만 제 어미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고는 차마 그 먹이에 덤벼들지 못하고 군침만 삼킬 뿐이였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았다제...."

스티로폼 하우스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반려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온 마리사는 차마 반려를 잃은 레이무에겐 할수 없었던 말을 꺼냈다. 운이 좋았다. 인간에게도, 길고양이에게도 걸리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찢어 먹을만한걸 제법 얻고. 길고양이의 먹이도 제법 훔쳐올수 있었다. 돌아오다가 사고로 윳쿠리 한마리 정도는 잃어버린건 불운 축에도 속하지 못했다. 사냥을 나간 윳쿠리중 단 한마리도 돌아오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으니까.

 

"아버지는 어떠시냐제."

먹이를 집 구석의 작은 상자에 다 넣은 마리사는 스티로폼 상자 구석에 추욱 늘어진 한 마리사를 보며 반려에게 물었다.

"겨우 잠드셨다구..."

마리사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이 뒷골목을 그나마 윳쿠리가 살만하게 만들어놓은, 영윳이라면 영윳인 윳쿠리였지만 일주일전 이 구역에서 벌어진 일제 구제때 중성화 당해버린 충격으로 앓아 누워버렸다. 죽는것보단 거세가 낫다. 실제로도 격렬히 저항하던 윳쿠리들은 그대로 죽임을 당해서 윳쿠리의 수가 반으로 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말이 좋아 중성화 수술이지 실제로는 가위로 잘라낼 뿐. 그나마도 다른 윳쿠리들을 거세한 가위를 씻지도 않고 잘라낸것이다. 온갖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제대로 중성화되지 않은 마리사종이 어처구니없게도 가위에 묻어있던 크림때문에 잉태되어 머리위에 앨리스종의 새끼가 맺혀있기도 했고 미숙한 공무원의 실수로 잘라야 할곳이 아닌 아나루를 잘려버린 윳쿠리도 있었다. 마리사의 아버지는 재수없게도 너무 많이 잘렸다. 봉합수술따윈 당연히 해주지 않았기에 아비 마리사는 죽기 직전까지 팥소가 흘러나왔고 간신히 멎었을때는 이미 팥소를 너무 많이 흘려서 폐윳이 된 후였다.

 

"아버지. 식사 하시라제."

발작으로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입 안을 채워놓은 솜을 빼내자 마리사의 반려가 입 안에 음식물 찌꺼개를 넣어준다. 그래도 살고싶은 본능은 있는지 폐윳인 아비 마리사는 게걸스레 음식 찌꺼기를 씹어먹는다.  

 

"사흘은 갈것 같다구. 푹 쉬라구."

마리사의 반려는 상자의 뚜껑을 닫으며 마리사에게 말했다.

사냥은 위험했다. 식량이 있다면 안나가는게 낫다.  마리사는 더러운 천쪼가리 침대에 몸을 뉘이며 반려를 바라보았다.

반려는 아름다웠다. 비록 이젠 쪼가리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지만 아직 리본은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고 다른 윳쿠리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거죽을 나름대로 핥고 닦으며 꺠끗히 유지하는. 아마 이 뒷골목에선 가장 아름다운 윳쿠리일것이다.

마침 사냥을 나가있었기에 중성화를 피할수 있었던 마리사는 반려의 뒤태를 보고 잠깐 동하였지만. 밖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는 금새 죽어버렸다.

"좀 쉬겠다제."

자신이 죽어버리면 험난한 세상에 아기들은 버려지고 만다. 저런꼴이 날 바에는 아예 만들지 말자.

반려를 잃은 이웃 레이무의 울음소리는 종족번식의 본능마저 짓눌러버렸다.

"잘 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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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소는 포맷할때마다 잊어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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