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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2 16:08

[단편] 윳쿠리 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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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 : 어떤 언어의 어휘를 이루고 있는 각 음절 위에 배치된 의미있는 일정한 높이(高低, Pitch).

-국어국문한 자료사전 中

 

여기는 어떤 마을의 공원. 윳쿠리들이 세상에 나타난 이후 어느 마을이 다 그렇듯이 여기서도 공원에 사는 노숙 윳쿠리들이 많다.

 

"유윳!! 마리사가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한다제!! 레이무, 아가야들! 오늘도 느긋하게 지내는 거다제!"

 

그런 흔한 공원 윳쿠리중에서도 더더욱 흔한 마리사-레이무 구성의 4윳 가족. 집도 골판지 박스라는 너무나 흔한 가족이지만, 그 평범함은 오늘 산산조각으로 깨어질 것이다.

 

"............"

 

짝인 레이무는 마리사의 아침선언에 전혀 대꾸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으로 마리사를 보고 있을 뿐이니까. 아가야들 역시 레이무처럼 차가운 눈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말똥말동 아빠 마리사를 바라볼 뿐이다.

 

"유윳?! 레이무, 아가야들? 무슨 일 있는 거냐제?"

"............."

 

차가운 레이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리사는 팥소를 굴려 생각해본다. 레이무가 이렇게 차가운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때는 화가 났을 때 뿐이다. 이런 적이 있었던가. 아, 한두번 있긴 했다.

 

레이무가 먹으려고 아껴뒀던 푸딩씨(인간의 아가야가 먹다 흘린 것을 주웠다)를 마리사가 우-걱우-걱 했을때.

둘째 마리사를 임신! 했을때 메뚜기씨가 먹고싶다고 해서 풀숲을 뒤졌지만 여치씨밖에 못가져와서, 그 여치씨가 레이무의 뺨을 깨물었을때.

그리고.........한 달 전에 레이무와 같이 사냥나갔을 때, 산책 했던 금뱃지 엘리스의 씰룩거리는 아냐루를 보고 유헤헤헤 므흣한 미소를 지었을때. 그때 레이무는 정말 무서웠지.

 

"유헤헤헷, 레, 레이무, 한 달 전에 일 때문에 그런거다제? 미안했다제, 이제는 안그런다제? 약속할수 있-"

"바람씨는 느긋할수 없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마리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럭하는 레이무. 깜짝 놀란 아가야들이 융야융야 울지만 레이무는 아가야들을 진정시킬 생각도 없이 마리사를 몰아붙인다. 아가야들을 언제나 잘 돌봤던 레이무가 이정도로 화를 내다니.......앨리스대도 이러진 않았는데?

 

"유? 유유? 바, 바람씨라니 레이무 무슨 소리냐제, 마리사는 바람피지 않았다 유부붑!"

"거짓말하는 느긋할수 없는 입씨 다물라구 이 바람둥이 게스으으으으으!!"

 

어제 사냥해온 사과씨를 마리사의 입에 어거지로 집어넣고선 레이무가 외친다.

 

"앨리스 아냐루를 보고 유헤헤헤 거려서 레이무가 싫어하니까 이제 다른 레이무로 바꾼거냐구우우우!! 같은 레이무라도 레이무는 용서 못한다구? 일부 다처제는 느긋할수 없다구 이 색마, 게스!! 음탕한 윳쿠리는 느긋할수 없다구우우우우우!!"

"유? 유유???"

"느긋할수 없는 바람둥이 윳쿠리는 당장 나가라고, 당장이면 좋다구!!"

"유유유유유유유유유?!?!?!?"

 

강제로 레이무에게 끌려나가는 마리사. 원래 체력적인 면에서 마리사종이 레이무종보다 강하니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워낙 황당한 일을 겪은 마리사로써는 저항할 정신적 여유도 없는듯 하다. 한참 뒤에야 어째서?!?!?!? 라고 마리사가 외쳤지만 레이무는 여전히 마리사를 골판지 집 안에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후후후, 과연과연.

 

이 아침드라마를 공원 수풀 속에서 몰래 지켜보며, 가공소 직원인 나는 음흉하게 웃었다.

마리사는 진짜로 다른 레이무종과 바람을 핀걸까? 아니다. 앨리스 엉덩이 보고 웃은게 전부다. 내 옆 놓인, 라디오처럼 생긴 직사각형 기계. 이게 바로 마리사를 바람둥이 윳쿠리로 만든 원흉이다. 아직 상용화된 물건은 아니고 테스트중이긴 하지만 이정도 성능이면 합격인데.

 

여러분들은 윳쿠리, 희소종도 아닌 통상종인 레이무와 마리사가 개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한 적 없는지?

물론 장식이 미묘하게 다르다거나 하는 것도 있지만, 장식물 판별법은 제약이 많다. 특히 윳쿠리처럼 진화에 걸리는 기간이 다른 생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짧은 생물, 적응력'만' 강한 생물이라면 하도 머리장식을 빼앗아대는 인간들에 대비해 다른 방법으로의 개체 판별법을 진화시킬법도 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윳쿠리 성조'다.

윳쿠리들에게만 들리는 특수한 음의 높낮이로 같은 마리사종들도 너와 나를 구별할수 있는 것이다. '마리사'종을 예로 들어보자.

 

다른 윳쿠리가 마리사를 부를때는 우리들에겐 평범한 목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녀석도 마리사, 저 녀석도 마리사. 그러나 윳쿠리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마→리→사→

마↗리↗사↗

마↘리↘사↘

 

벌써 세 가지의 다른 '성조'를 적용해서 세 마리의 마리사를 다른 개체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공원만 해도, 마리사종의 숫자는 30마리가 넘는다. 이 마리사들이 상대 윳쿠리들에게 혼동되지 않는 것도 이 윳쿠리들만 인식할수 있는 성조 시스템 덕분이다.

 

그리고 내 옆의 이 기계는, 그 특수한 성조를 교란시키는 전파를 발사하는 기계고.

 

따라서 마리사가 레이무를 불러봐야, 가족인 레이무가 아닌 엉뚱한 레이무를 부른 것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 덕분에 배우자 레이무는 마리사가 바람을 핀 것이라고 의심하게 분노해서 마리사를 내쫓어버린 것이다. 아가야들에게도 아빠야가 엉뚱한 레이무의 이름을 부르자 멍하니 있던 것이지.

 

이 가족뿐만이 아니다. 벌써 공원 여기저기서 윳쿠리들의 막장드라마를 생중계로 볼수 있다.

 

"바람피우다니 거름냄새나는 촌뜨기네요!"

"모르겠어어어어어어어어?!"

"바람피운 남편에게 앨리스의 도시파적인 매력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되겠네 응호오오오오"

"모, 모르겠어모르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바람친 남편 첸에게 분노해 레이퍼가 된 앨리스.

 

"마, 마리사가 바람을 피다니, 파, 파체는 충격이라구요?"

"아 아니라제 바람 안피웠다제?! 마리사의 모자씨를 걸고 말한다제 파츄리 진짜 아니다제!"

"아, 아직도 다른 파츄리의 이름을 부르다니, 어쩜 그렇게 태연한 얼굴로 뻔뻔스레 거짓말을 할수 있죠? 무큐 무큐, 뮷, 유게에에에에엑"

"유아아아아아아?! 파, 파츄리 크림을 토하면 안된다제에에에에에에에!!"

 

바람핀 남편 마리사에게 축격먹고 크림을 토하는 파츄리.

 

"유아아아아아아레이무, 레이무 자살씨라니 느긋할수 없다제에에에에!!"

 

마리사에게 직접 따지는 대신 마리사가 사냥간 틈에 독열매를 먹고 아가야들과 함께 영원히 느긋해진 레이무.

 

"바럄피우는 아뺘-야뉸 느그턀수 업따규!"

"그러타졔! 엄먀-야에게 사과하뉸 고다졔!!"

"아, 아가야들까지?! 진짜 아빠야는 바람 안피웠다제?!"

"고짓말쟹이 윳쿠츼다제!"

"엄먀-야에게 느그탸게 사과 안하묜 레-뮤는 아빠-야랑 안놀고야!"

"아니라제에에에에에!!"

 

아가야들에게도 느긋할수 없는 아빠야가 되버린 마리사 등등. 단 하루만에 수많은 공원 윳쿠리들의 가정이 파탄난 것이다. 이런 파탄난 가정에서 아가야 키우기가 제대로 될리가 없고, 공원 윳쿠리들이 늘어나는 것도 막을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만족스럽게 윳쿠리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기계에 대한 성능 소견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람둥이 윳쿠리는 느긋할수 없다구, 이혼씨라구! 위자료씨는 달콤달콤으로 줘, 잔뜩이면 좋다구!"

"융야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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