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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쿠야를 똑바로 놓은 뒤 몇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준다. 어짜피 브리더의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을테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뽀얀 만쥬피 위로 드러난 표정이 이 윳쿠리가 첫 외출을 얼마나 강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가감없이 나타내는걸 보며 사나에가 픽 웃는다. "어디 전쟁이라도 나가게?" "느읏."

그리고, 이 작은 꼬마 윳쿠리에게 노랗게 물들어진, 펫 샵에서 인간들의 기준으론 싼 값에 판매되고 있는 포대기를 두른다. 털실로 짜진 부드러운 포데기에 감탄하며 몸을 쭉 늘려보는 샤쿠야, 신축성이 강한걸까, 포대기도 그만큼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포데기를 씌웠다고 끝난건 아니다. 자신이 옛날에 쓰던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작은 골판지 상자를 꺼낸다. 처음 보는 물건들에 호기심을 느낀 샤쿠야가 물건들을 살짝살짝 만져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은 체 상자 깊숙히에 감춰져 있던 모자를 꺼낸다.

"녹짹?"

"엉, 이거 내거였거든."

"져, 져는 아가찌꺼는 쯜 쭈 어는데..."

그러든지 말든지 모자를 샤쿠야의 머리에 씌운다. 몇번 버둥대다 포기한 샤쿠야. 미리 빼냈던 머리 장식을 모자에 씌우니 썩 괜찮게 보이기 시작했다. 녹색이랑 노란색이 은근 잘 어울린다 싶어 쿡쿡 웃는 사나에에 샤쿠야가 히죽히죽 거린다.

준비가 되었다 싶어 문을 열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만 무성한 정원이라지만 그것마저 처음 보는 샤쿠야는 신이 난 모양이다. 날이 추워서 그런걸까 흔히 보이던 길 윳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사람은 많이도 보였다. 사나에를 아는 몇몇 사람들이 사나에를 향해 손을 흔든다. 심지어 자신의 애완 윳인 키메에마루를 동반한 모히칸 학대파도 친절하게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반긴다. 이래뵈도 이 마을에선 꾀나 알려진 윳쿠리가 사나에였다.

윳쿠리 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최대한 빨리 윳쿠리 공원에 가고 싶다고 어리광 부릴줄만 알았던 샤쿠야였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처음 보는 길거리를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느긋한 모양이었다.

윳쿠리 공원에 도착하기 까지는 약 오분 정도가 소모되었다. 낮은 게시판에 붙어있는 글귀- '들 윳쿠리의 출입을 금함' 과 높은 게시판에 붙어있는 글귀- '애완 윳쿠리를 보호합시다' 를 확인하고 진입하던 중 금뱃지의 키메에마루에게 저지당했다.

"오오, 사나에 아닙니까? 근데 그 옆의 윳쿠리는 누구죠? 아이인가요? 남편은 누구십니까? 어디있죠? 붕붕마루 구입할래요? 구입하신다구요?"

"주인이 새로 구입한 윳쿠리인데."

"그래요? 붕붕마루 사시죠."

오늘따라 유난히 활동적인 키메에마루를 내버려 두고 뱃지를 보여준다. 이 키메에마루는 일종의 문지기로, 공원에 출입하려는 윳쿠리들을 통제한다. 뱃지가 있다면 출입이 허가되나, 뱃지가 없다면 곧바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공원의 신문 배달부로, 반절 이상이 그녀 스스로의 상상에 불과한 신문을 팔고있다. 예전에 호기심에 한 매 구입해서 읽어봤더니 이상한 소설이 쓰여있기에 버려버렸다. 아마 '잊혀진 환상의 도시 환상향' 이었나,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다.

"붕붕마루 사실래요? 사실꺼죠? 사신다구요?"

"느으그에에..."

어느 새 샤쿠야를 붙잡고 신문을 강매하려 했기에 슬쩍 빼왔다. 공원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여 보니 애완 윳쿠리들이 모여 무리지어 놀고있고, 그 주인들은 벤치에 앉아 가만히 그들을 구경한다. 대부분 애호가들 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공원까지 윳쿠리를 데리고 나올 이유가 없다.

사나에가 어린 윳쿠리들 사이에 샤쿠야를 내려놓는다.

"아가찌?"

"여기서 얘들이랑 놀고있으렴, 알았지?"

"하, 하쮸 있어요!"

큰 소리로 대답하는 샤쿠야에게 근처 윳쿠리들의 시선이 쏠린다. 한 다여섯 쯤 되는 아이 윳쿠리들이 샤쿠야에게 몰린다.

처음 받아보는 다수의 관심에 당황한 샤쿠야가 에베베 거리지만 곧 적응할 것이다. 샤쿠야를 내버려 둔 체 사나에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벤치에 앉는다.

"어머, 사나에 아니니? 요즘 안보이길래 무슨 일 있는줄 알았지."

브리더들은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사나에가 이 공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남자는 사나에가 무리에 끼어 놀기를 바랬다. 성윳이었던 사나에는 당연히 성윳의 무리에 끼게 되었고, 단 십분 만에 남자에게로 돌아왔다.

공원의 윳쿠리들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윳쿠리끼리 모이게 된다. 아기 윳은 아기 윳 끼리 모이고, 아이 윳은 그들끼리 모인다. 몸첨부도 성윳도 모두 마찬가지다.

다찬 사나에는 말 그대로 특이한 윳쿠리여서 그런지 성윳이 되었을 쯤엔 이미 정치 스캔을 안주 삼으며 술을 들이키는 기묘한 윳쿠리였다.

결국 남자가 직접 무리에 끼어 억지로 무리와 어울리게 해보려 시도까지 해봤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는 무리와 즐겁게 어울리고 있었고 사나에는 밴치에 앉아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남자는 공원에 가는 빈도가 줄었고, 사나에 혼자 바깥 나들이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러면서 적당히 브리더들과 친분을 맺게 되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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