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윳게엑!!"
"유와아아아아!! 집씨에서 살아가게끔 최적의 진화를 한 레이무의 마리사가아아아아아!!"
"엄먀야 됴와달랴졔에에에에엣!?!"
"유와아아아아아!! 적은 음식씨로도 살아갈수 있도록 효율적인 진화를 한 레이무의 아가야들이이이이이이!!"
뿌직뿌직뿌직
"유와아아아아아아아!! 모든 생물들 위에 있는 진화의 정점에 선 레이무의 우수한 유전자를 담은 생명의 요람이!!"
...........말같지도 않은 자화자찬 더는 못들어주겠네 진짜. 짜증난다, 죽어라!!
"유윳?! 자, 잠깐 인간씨 레이무를 살려달라구우우우!! 레이무는 지구상 모근 진화의 정점에 선 우수한 윳쿠-유뷰게엑?!"
횡설수설 헛소리를 떠들어대던 어미 레이무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죽였다. 윳쿠리들 특유의 말랑거리는 밀가루 반죽 피부가 과도한 압력에 터지고 속에 든 알량한 팥소 내용물들이 사방으로 퍼져 내 지문이 찍힌다. 이렇게만 보면 그냥 손가락에 묻은 팥소를 혀로 핥아먹으면 그만이겠지만 그럴 순 없다. 이 녀석은 집윳쿠리니까.
마리사-레이무 부부와 아기 집윳쿠리 열마리, 부화하지 않은 알이 스무개나 되는 제법 규모 있는 무리. 집 구석의 먼지 부스러기들을 뭉쳐놓은 '둥지씨' 를 만들어 살았기 때문에 전부 꼬질고질 지저분 하므로 이 녀석들을 먹는다는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인간의 집에 몰래 들어와 살도록 최적화된 윳쿠리인 터라, 평소에 관리하지 않는 가구 뒷쪽 틈새나 싱크대 배관 근처 등 가장 구석지고 관리가 안되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 산다. 따라서 항상 먼지를 뒤집어 쓰고 사는 지저분한 놈들인 것도 어쩔수 없다. 윳쿠리의 탈을 뒤집어 쓰고 유창하게 말할수 있는 바퀴벌레와 다를게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걸로 벌써 열번째다.도대체 어디서 이 녀석들이 들어오는 걸까......같은 고민도 그렇지만, 요즘들어 나처럼 집윳쿠리의 침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일이 터졌다.
'이상하잖아요!! 집윳쿠리들도 윳쿠리의 일종인데, 왜 윳쿠리는 보호하면서 집윳쿠리는 보호하면 안되죠? 집윳쿠리에게도 윳쿠리 보호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마침 켜져있는 tv에서는, 뿔테안경을 쓴 뒤룩뒤룩 살찐 남자가 책상을 쾅 내리치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티셔츠는 미소녀 풍 그림체로 상당히 미화된 사랑스러운 레이무가 그려져 있다.
'아, 저기 애호파 대표인 id '카레와 나' 씨, 너무 감정적인 발언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네에에에~? 감정적인 발언이라뇨!! 윳쿠리는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고통스러워 한다구욧!! 윳쿠리는 다른 동물보다 더 특별해욧!!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엄연한 생명체라구요?! 학대파 쓰레기들 수천만명보다 집윳쿠리 한마리가 더 중요한걸 모르시나요?! 생명은 소중하잖아요, 꾸웨에에엑!! 정부는 당장 집윳쿠리 보호법을 제정하라아아아!!'
..........돼지 멱따는 소리로 되도 않는 소릴 지껄이는 애호파 단체 대표 카레와 나인지 오뚜기 3분 카레인지 하는 놈의 헛소리에 눈쌀을 찌푸렸다. 그렇다. 윳쿠리 애호파들의 압력으로 결국 윳쿠리 학대는 소위 '게스', 나쁜 성격을 가진 윳쿠리만 학대할수 있도록 법적 규제가 가해졌다. 윳쿠리를 가공해서 빵이나 케이크 등을 만드는 가공소도 게스 윳쿠리만 가공할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길거리의 윳쿠리들이라도 특별한 민폐를 끼치지 않으면 그냥 무시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조치에 대해서 불만은 없다. 일단 착한 윳쿠리들을 괴롭히는건 인간으로써 양심에 찔리고, 게다가 사람의 말을 유창하게 하기 까지 하므로 더더욱 찔린다.
그러나 문제는 tv에 나온 저 사람처럼 애호파들은 집윳쿠리처럼 사람의 집에 침입해서 집을 더럽게 하는 위생해윳들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뭔 헛소리야!! 집안에 바퀴벌레가 들어왔는데 성격이 착한지 나쁜지 알아보고 가려 죽자는 헛소리와 뭐가 달라!
'카레와 나'는 계속 헛소리를 주절거리고(윳쿠리가 얼마나 공감능력이 뛰어난지, 윳쿠리를 괴롭히는 인간들은 죄다 사회낙오자에 인성쓰레기라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 등등) 사회자는 그걸 말리기 여념이 없다. 결국 참다못한, 가공소 간부로 보이는 말쑥한 정장 차림 학대파 대표가 입을 열었다.
'카레와 나 씨, 혹시 햄버거 좋아하십니까?'
'꾸웨에에엑 아몰랑 윳쿠리는 위대해, 윳쿠리는 애호파만이 짱이야, 단팥빵 살살 녹는......에? 조, 좋아하죠. 그런데 왜요?'
'그 햄버거 패티는 뭐로 만들죠?'
'쇠고기죠.'
'쇠고기는 소를 도살해서 얻는 거죠?'
'그런데요?'
'그렇다면 카레와 나 씨는 도살할 소들을 하나하나 다 성격검사해서, 착한 소는 살려주고 나쁜 소만 도살한다는 도축장을 보신 적 있습니까?'
'카레와 나'의 살찐 얼굴이 슬적 일그러진다.
'그런 식으로 도축하는 도살장은 없습니다. 착한 소든 나쁜 소든 인간의 필요를 위해 도축당하는 겁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의 세계에서도 사자가 토끼를 잡아먹기 전에 토끼의 성격검사를 해서 나쁜 토끼만 골라 잡아먹는건 아니잖습니까? 그런걸 하나하나 다 따지자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어요.'
'꾸웨에에엑!! 그래서 지금 사람처럼 말할수 있고 사랑스러운 우리 레이무쨩을 마음껏 괴롭히고 죽이겠다는 말씀?! 이것 보세요, 윳쿠리가 얼마나 공감능력이 좋은 생명체인지-'
'끝까지 들으세요. 물론 윳쿠리는 사람의 말을 할줄 아는 생명체니까, 아무래도 성격이 착한지 나쁜지 알아보기는 훨씬 쉽지요. 그래서 우리 가공소 업계도 게스들만 가공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윤리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직원들의 정신건강 같은 효율성 측면에서도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집윳쿠리처럼 사람의 위생을 더럽히는 위생해윳들에게깢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건 너무 비현실적이란 거지요.'
'꾸웨에에엑!! 그게 지금 무슨소리에욧!! 집윳쿠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진화의 정점에 선 콤!팩!트! 한 존재라는걸 모르시나요!! 인간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진화를 거친 집윳쿠리들의 노력을 존중해달라구욧!!'
짜증나서 결국 나는 tv를 끄고 말았다. 애호파 쪽 대표를 사람이 아니라 윳쿠리로 데려오는 편이 더 나을 지경이로군.
말도 안되는 의견이지만, 사회는 이성과 합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게 참 문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눈리도 이성도 없이 그저 목소리만 큰 사람이 이길 때도 조금, 아니 많이 있는 것이다. 표 얻을 생각만 하는 국회의원들이 벌써 슬금슬금 집윳쿠리 보호법 제정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같다.......안돼, 그럴순 없지. 나같은 사람들이 있는 이상!
내가 누구길래 그런 사회를 막을거냐고?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가공소 연구팀 직원이다.
윳쿠리를 가공해 팥빵으로 만드는게 가공소의 일이고, 내 가공소도 윳쿠리 식품사업부가 가장 크고 영향있는 부서지만 윳쿠리 빵만 갖고는 업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규모가 큰 가공소는 서서히 윳쿠리에 관련된 모든 사업에 손을 뻗쳐나가는게 이 업계의 일반적인 구조다. 애완용 윳쿠리의 품종개량, 게스 윳쿠리를 학대하는 학대 아이템들, 윳쿠리를 가공해 만든 악세서리 등등......그리고 나는, 저런 물건 생산 부서를 뒤에서 지원하는 윳쿠리의 생태나 습성 등 윳쿠리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팀 소속이다. 윳쿠리 생물학 연구소라고 할까?
어쨌든 지금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집 윳쿠리의 기원에 대해서, 라는 프로젝트. 집 윳쿠리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과연 저 카레와 나 같은 애호단체의 극성맞은 헛소리처럼 착한 집윳쿠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착한 윳쿠리를 학대하지 말자는게 윳쿠리 보호법의 요지인 만큼, 나쁜 윳쿠리만 집윳쿠리가 된다면 집윳쿠리를 보호법에 넣을 명분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나는 주섬주섬 출근 준비를 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