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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8 18:50

anko10620 명물 없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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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에 있는 그 마을엔 명물이라 부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농촌이긴 하지만, 특별히 희귀 품종의 쌀과 야채를 기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에서 물고기가 잡히는 것도 아니다.

이 마을 특유의 향토 요리도 없다. 보고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도 없다.

 

그런 실정이었기 때문에 얼마 전 현의 이벤트로 각 시정촌 대표가 지역 명물을 추렴해 품평회가 개최됐을 때도

각지에서 출품한 희귀 농산물이나 예로부터 전해지는 특별한 과자 향토 요리 등이 테이블을 떠들썩하게 하는 가운데, 이 마을 촌장은 자신들의 부스에 진열된 단순한 팥떡에 크게 당황했다.

 

"이 마을에도 뭔가 명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돌아온 촌장이 흘린 한 마디로 마을에 새로운 명물을 탄생시키려는 계획이 시작됐다.

 

 

 

명물 없는 마을

 

 

 

서둘러 면사무소 직원이 주축이 돼 개발팀을 편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당면 목표는 한 달 후에 열릴 현 식품 제조자 연맹 주최 신작 과자 • 요리 경연 대회에의 출품이다.

따라서 결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말할 나위도 없이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가? 그리고 또 어떤 형태로 출품할 것인가.

전자에 관해선 팀 리더인 동사무소 직원 토시아키가 이미 후보를 거론했다.

그것은 이 마을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의 명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공통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었다.

 

"모란나베나 단풍나베 등으로 대표되는 밭을 망치는 해충들을 활용한 향토 요리는 어떨까"

 

멧돼지나 사슴이나 곰처럼 이 마을에 산으로부터 내려와 농작물에 악영향을 주는 바로 "그것"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팀 구성원 대부분이 가족 중에 농민이 있거나 본인이 농민이거나 하기도 해서, 아키의 제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재료가 정해지면 다음은 어떤 조리법으로 상품화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어쨌든 당장 쓸 재료가 없다"는 멤버들의 발언에 따라 일단 회의를 끝내고 곧 토시아키는 "그것"을 잡으러 밭으로 향했다.

 

 

아키가 밭에 도착하니 야채 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가 살짝살짝 보일 듯 말 듯 했다.

가까이서 보면 바로 목표인 "그것"이 막 출하 직전인 양배추를 갉아 먹고 있다.

축구공만한 크기의 개체가 1마리에 소프트볼 크기의 개체가 2마리. 모두 노랑머리인 부자다.

아이 쪽은 한참 먹을 시기일까. 여기저기 엄청난 양의 검고 작은 배설물이 흩어져 있었다.

덧붙여서 "그것"중엔 이것과 다른 검은 머리나 보라색 머리를 한 개체도 있으며, 각각 다른 특징과 "장식"이란 머리카락이 변질된 물건을 갖고 있다.

산의 생태계에서는 특이하게도 주행성이기 때문에 농사짓던 주민과 우연히 만나는 일도 다반사다.

 

정신없이 양배추를 탐내는 부자에게 토시아키는 그것들 동료끼리의 인사 울음을 흉내 냈다.

그러자 부자는 곧바로 먹는 움직임을 멈추고 토시아키 쪽을 돌아봤다. 그리고 녹색 찌꺼기를 앞으로 흩뿌리면서 같은 울음소리를 내왔다.

도시에 있는 개체는 다소 얘기가 다른 것 같지만, 이 산에 사는 "그것"들은 흥미롭게도 기본적으로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부자 역시 아키의 존재를 알고도 도망가려는 기색도 없고, 반대로 뭔가를 전하려는 것처럼 토시아키를 향해 각자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키는 아이 1마리를 집었다.

그러자 "그것"은 습성에서 오는 것인지 한층 큰 울음소리를 내며 땋은 머리채를 힘껏 뻗었다.

잠시 후, 아키의 손가락 사이에서 투명하고 후텁지근한 액체가 떨어졌다. 아키는 무심코 손에 든 "그것"을 바닥에 던졌다.

 

"아차"

 

잘 경작된 부드러운 흙 위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무너져 물 풍선을 떨어뜨렸을 때처럼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 "그것"의 검은 내용물을 보면서 토시아키는 혀를 찼다.

그것들은 매우 취약하다. 특히 어린 유체는 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만지지 않으면 곧 죽어버릴 만큼 피부가 부드러운 것이다.

 

시체에 접근해 고함에 가까운 애통한 소리를 내지르는 친자. 동료 의식이 강한 그것들은 태도를 일변해 토시아키를 향해 적대감을 보였다.

2마리가 나란히 눈을 감고 훅 숨을 들이마시더니 토시아키를 향해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것은 단순한 위협 행동이 아니라 외적 격퇴와 영역 다툼에 쓰는 어엿한 공격 행위다.

그것을 보고 토시아키는 부자를 지참한 마대자루에 던져 넣었다. 이번엔 뭉개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음 날, 다시 회의가 열려 "그것"의 조리법을 모색했다.

 

"역시 소재 모두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나베가 어떨까"

 

기술이 있는 조리사가 없다는 것도 있지만, 여기에 더해 시골 특유의 소박함을 내기 위해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 조리법을 취하기로 정해졌다.

어제 토시아키가 잡은 노랑머리 친자.

똥빼기를 하려고 하룻밤 새장 속에 방치하고 있었는데, 아이 쪽은 거무스름해져 죽어 버렸기 때문에, 부모를 써서 요리의 프로토타입에 도전했다.

장식물을 벗기고 피부 표면을 깎아 머리털을 떨어뜨릴 때마다 고통스런 울음소리를 부르짖고 마치 눈물 같은 액체를 눈에서 흘리는 노랑머리.

그것들은 담백하게 죽는가 하면 의외로 생명력이 강한 구석도 있어서, 마지막에 칼로 심장을 두 동강 낼 때까지 그 울음소리는 계속됐다.

 

토막 낸 그것의 흰 부분을 냄비에 던져 넣고 살균 소독도 겸해 데친다.

소쿠리에 건져내 물기를 닦고 뚝배기로 옮겨 내장인 검은 부분과 배추 파 우엉 등 지역에서 생산된 야채와 함께 끓여 마지막으로 간을 하면 완성이다.

곧바로 시식에 들어간다.

 

"...독특한 풍미가 있군요"

 

검은 내장 부분은 강한 단맛이 있어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야채와는 맞지 않는단 의견이 두드러졌다.

이래선 요리로는 실패다.

 

"다시 잡아올 테니, 이번엔 야채를 빼고 만들어 보자"

 

그렇게 말하고 토시아키가 회의를 끝내려고 했는데, 한 직원이 자신도 "그것"을 준비해 왔다고 마대를 테이블에 올렸다.

안에는 검은 머리 친자가 들어 있었다. 서둘러 요리에 착수한다.

 

우선 아이 쪽을 뭉개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테이블에 여러 번 두드린다.

이렇게 함으로써 맛이 깊어지는 것 같다. 부모 쪽이.

 

"이렇게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킴으로써 더 맛있어 진다고 합니다."

 

토시아키와 마찬가지로 이 계획에 열심인 젊은 직원은 밤새 "그것"의 올바른 조리법을 공부했다.

곧 숨도 끊어지지 않을까 싶은 상태가 된 아이를 싱크대의 삼각코너에 던지고 부모 쪽을 앞의 노란 머리처럼 심판한다.

이번엔 야채와 조미료를 넣지 않고 완전히 "그것"만 들어간 냄비.

 

"이것은 좋다"

"너무 따뜻해"

"어딘가 시원하면서도 그리운 맛이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먹어본 적 있는 것만 같아 망향의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소박한 맛.

모두 극찬하는 멤버들. 아키는 마음속에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그 후 토시아키는 몇 번이나 밭에 다녀와 검은머리 및 노랑머리를 붙잡아 몇 번이나 시도를 거듭해 명물 후보의 품질을 갈고 닦아 갔다.

 

"대회 직전인데, 성공할 수 있을까"

"최곱니다 촌장. 우승은 틀림없습니다."

"그런가. 그날은 나도 가니까, 기대하고 있지요."

 

마을의 새로운 명물 탄생에 종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아키는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맞이한 대회당일.

각자 취향을 살린 창작 과자나 요리가 테이블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이 마을의 촌장은 현지 부스에 늘어선 '산 윳쿠리 나베'라고 적힌 단순한 단팥죽에 완전히 당황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역자의 말 : 여기 달린 댓글 중에 '처음에 출품했다는 단순한 팥떡은 설마...'하는 댓글이 인상적이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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