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11.08 02:14

마리사의 행복한 일상 -2-

조회 수 240 추천 수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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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장마가 끝난 다음의 윳쿠리들의 삶은 더욱 각박해지고, 잔혹해진다. 차라리 장마철에 비에 맞아 온몸에 구멍이 뚫리는 고통이 더욱 느긋할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녀오겠다제... 레이무..."

 

 마리사가 살고 있는 골판지 집은 햇빛이 그렇게 들지 않고, 집과 담벼락 사이에 위치한데다 지붕이 비도 막아주기에 다행히 장마도 버틸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살아있을 수 있었다. 장마철에 곰팡이가 슬지않았던 것은 장마철 내내 끊임없이 돌아가던 실외기의 바람이 골판지 상자속의 습기를 날려버렸기 때문일까.

 

"오늘도 밥씨는 많은고제..."

 

 다시 공원으로 가서 개밥그릇에 기웃거리는 마리사다. 이 기간에 그나마 좋은 것은 여름더위에 개도 일찌감치 지쳐서 집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배가 고파지고 윳쿠리들이 충분히 모인다면 언제든지 달려오겠지만, 그래도 마구 뒤섞인 밥에서 그나마 맛있는 부분을 여유있게 고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마리사를 비롯한 공원에 오는 윳쿠리들에게도 좋은 것이다.

 

"여기는 마리사님의 윳쿠리 플레이스인거제! 게스는 빨랑 꺼지는 고제!"

 

 물론, 음식이 있는 곳에 위험이 없어진다는 것은 다른 성격을 가진 윳쿠리들이 더욱 잘 모이게 된다는 또 다른 위험을 몰고 온다. 하루 세번 느긋한 밥씨가 주기적으로 쌓이는 공간. 그런 곳에 닥치는 위험도도 낮아진다면, 필히 게스 윳쿠리를 불러오게 된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여름더위 사흘만에 뾰족한 나뭇가지를 든 게스 마리사가 추종자 몇몇을 끌고 벌써 구역선언을 하는 모양이다.

 

"여기가 어째서 마리사만의 구역인거냐고! 레이무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밥씨를 구해온거라고!"

 

"첸도 마찬가지인거야!"

 

 물론, 이전부터 다양한 윳쿠리들이 이용해왔던 공간이다보니 게스에 반발하는 윳쿠리들과 자연스레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개밥그릇 주변의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이런.. 위험한고제!"

 

 상황이 심상치않음을 느낀 마리사는 급히 모자속에 밥씨를 퍼담았다. 마리사와 같은 생각을 한 윳쿠리 몇몇도 자신이 가진 식량조달수단에 급히 밥씨를 퍼담고 약속이라도 한듯 급히 흩어졌다. 그런 윳쿠리들이 밥씨를 가져간걸 아는듯모르는듯, 게스 윳과 터줏대감 윳 사이의 실랑이는 계속된다.

 

"밥씨를 독점하려는거제? 독점은 게스나 하는 짓인거제!"

 

"게스는 마리사겠지!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뭐?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 그런걸로 따지면 레이무는 레이무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 시절부터 이 플레이스에서 살아왔다고!!"

 

"감히 마리사님께 대드는고제? 안되겠다제. 마리사님의 엑슈칼리바씨의 맛을 보여줘야겠다제!"

 

"느아앗!!!"

 

 마리사가 나뭇가지를 들어올린다. 한눈에 봐도 뾰족한 나뭇가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몇 윳쿠리에게 상해를 입혔는지 검은 팥소가 약간씩 묻어있다. 마리사의 공격적인 행위에 레이무는 겁먹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레이무의 머리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늣? 어떻게된거야?? 게스는 어디로 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도 뾰족한 나뭇가지가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느낌이 없기에 레이무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크르르릉!"

 

 시끄러운 마리사를 발로 곤죽을 만들고 있는 개의 모습을. 식욕을 충족하고자 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저렇게 앞발로 거세게 마리사의 몸을 때리면서 팥을 이리저리 흩뿌리지 않을테니깐. 마리사가 저항을 한듯 하지만 그렇게 자랑하던 나뭇가지는 두동강이 난채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단숨에 윗턱이 날아간 머리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의 체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릉! 크릉!!"

 

 개가 레이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명백한 분노가 보인다. 자신의 낮잠을 방해하고 이 뜨거운 땡볕아래 나오게한 레이무와 게스 마리사를 향한 분노가. 하지만 마리사는 죽었고, 아직 개는 화가 풀리지 않았다. 레이무의 음부에서 시시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시시가 개의 분노를 잠재우지 않는다. 레이무는 도망쳐야한다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샤려줘!!! 레이무는 아가야가 있는 몸이라고!! 여기서 영원히 느긋해지면 안된다... 능야아아아아아!!!"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급히 목숨을 구걸하려하지만, 윳쿠리의 소리를 개가 이해할리 없다. 오히려 자신을 눈앞에 두고 다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레이무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머리를 물어뜯었다.

 

"체... 첸은 느긋히 도망간다고! 알고 있어!!!"

 

 그와중에 개의 출현에 얼어붙어있던 첸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도망쳤다. 신속하다는 첸종의 특성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공원 한 가운데의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수확이 좋다. 게스들이 시끄럽게만 하지 않았어도 더 좋은 것을 챙길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만이 아쉬웠다.

 

"레이무! 오늘은 수확이 좋다제! 고추가룻씨를 최대한 뺐다제!!"

 

 한국인의 음식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고춧가루가 들어간다. 사람의 입맛에는 조금 매울 정도지만, 윳쿠리의 입장에는 목숨을 걸어야하는 것이다. 마리사의 경우 집에 오기전 미리미리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아가야에게 그나마 덜 매운 부분을, 레이무와 자신이 고춧가루가 있는 부분을 먹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더운 여름에 그나마 즐길 수 있는 행복이었다. 오랫만에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식사였다. 아침(이지만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을 넘기고 마리사와 레이무는 한바탕 낮잠을 자기로 했다. 이렇게 더운날에는 성체 윳도 위험하다. 차라리 그늘 속에서 낮잠을 취하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편이 나았다.

 

"늣...늣... 늣!!"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도중, 불청객은 느닷없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뜨겨워어어어!!! 뜨겨뜨겨인교제!!!!"

 

 참을 수 없는 아기 마리사가 먼저 비명을 지르고,

 

"뜨거워!! 뜨겁다고!!!"

 

 레이무가 비명을 지르고.

 

"기계씨! 너무 더운고제!!! 바람씨를 내보내지 말아주는 고제!!!"

 

 그 다음으로 참지 못한 마리사가 실외기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빌고 있다. 하지만 마리사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외기는 웅웅소리를 내면서 뜨거운 바람을 바깥으로 배출한다.

 

"능야아아아!! 뜨겁다고! 마리사! 어떡해든 해줘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제! 기계씨! 마리사들을 제발 도와주는고제!!! 뜨거운 바람씨는 아가야에게 치명적이라제!!!"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은 뜨거울뿐만이 아니라 건조하기까지 하다.  습기찬 여름의 습기가 아무의미없게 만들정도로. 마리사의 이마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레이무도 마찬가지고, 아기 마리사도 마찬가지, 특히나 땀을 흘리는 것은 아기 마리사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장마철에 그나마 모아두었던 용수를 아기에게 우선적으로 먹이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되면 너무나 위험했다.

 

"능야!! 실외기씨 너무한고제!!!!"

 

 마리사가 눈물을 터뜨리면서 비명을 지르지만 실외기는 묵묵무답이다. 차라리 공간이 넓었으면 골판지 상자 뒤로 넘어가서 바람을 피할 수라도 있었겠지만, 담벼락과 집벽사이의 공간은 딱 골판지 상자 하나가 자리할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고, 골판지 상자 뒤쪽으로 넘어갈 방법은 마리사와 가족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상자 입구를 닫아도 바람은 어떻게든 틈을 찾아서 들어온다. 차라리 꿈나라로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뜨거운 공기와 더불어 돌아가는 실외기의 시끄러운 소리는 잠을 자는 것 조차 방해한다. 이사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사갈 마땅한 공간은 없었다. 공원으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다른 구역에는 다른 윳쿠리들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 게다가 사람 눈에 띄지않는 안전한 공간은 이곳밖에 없었다. 결국 저녁 늦게까지 돌아가는 뜨거운 바람을 마리사와 가족들은 그대로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뮤...뮤울..."

 

 기진맥진한 아가야에게 물을 먹이는 레이무. 레이무 또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마리사도 마찬가지. 그나마 바람을 막아보겠다고 문쪽에 서있었던 마리사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잠들고 싶었다. 너무나 건조해서 피부가 갈라졌는지 뒤쪽이 자꾸 가려웠다. 레이무가 할짝할짝을 해준다. 그나마 가려움이 가라앉고 심리적으로 나아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가 지고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어두워진다. 지금은 잠들어야할 시간. 마리사는 문밖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닫는다. 여름이 계속된지 한창이지만, 아직 남은 여름의 시간은 길고 길었다.

 

-계속-

 

어째 자유 다음 내용이 왜 여기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어찌되었든 참으로 행복한 가정이 아닙니까? 오늘도 살았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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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뭐라짓지 2017.11.08 02:29
    차라리 그냥 개가 달려올때 멈추는게 나을지도...
  • profile
    클라토 2017.11.08 03:45
    잘보고가요! 역시... 게스는 죽음을 부르는구나...
  • ?
    RLAWNGUS 2017.11.08 06:44
    다친것도 없고 아직 안 죽었으니 행복한 가족 인정합니다.
  • ?
    Hatrte 2017.11.09 02:54
    죽음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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