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는 굉장히 느긋한 레이무구나! 괜찮다면, 마리사와 함께 느긋하지 않을래?”
자신을 불러세운 한 마리사의 말에 아랫볼이 불룩한 데이부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번진다.
다른 윳쿠리들에 비해 할 줄 아는 일이 별로 없다는 레이무종 중에서도 가일층 무능한 쓰레기들이라는 데이부.
그런 데이부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다른 마리사를 결혼이라는 덫으로 사로잡아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 뿐이다. 하지만, 마리사라고 해서 모두 앞뒤 분간도 못하는 멍청이들만 있는 것은 아닌 법. 원래 이 데이부의 신랑(이라고 부르고 노예라고 쓰는)이던 마리사는 이미 며칠 전에, ‘느긋할 수 없는 데이부는 여기서 혼자 느긋하지 않게 살라구! 마리사는 갈거라구!’ 라고 외치곤 집을 뛰쳐나가 버린 것이다. 어떻게든 빨리 새로운 노예를 구하지 않으면-하고 정처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던 중에, 마침 딱 형편좋게 새 노예가 이렇게 제발로 굴러들어온 셈이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감추려고 노력하며 데이부가 말한다.
“흥! 무슨 소리냐구! 데이부는 데이부라구!! 굉장히 느긋한 윳쿠리라구! 이런 달콤달콤 선물도 뭣도 없는 멋대가리없는 프로! 포즈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구! 흥흥!!”
“느응-역시 그렇겠지. 달콤달콤도 없는 마리사 같은 무능이 레이무처럼 느긋한 윳쿠리를 신부씨로 맞을 수는 없는 거구나. 미안하다구. 마리사는 이만 가겠다구.”
“느, 느느?”
망설임없이 선선히 돌아서서 뿅뿅 뛰어가는 마리사의 모습을 보고 데이부가 대경실색한다. 이미 요 며칠간 먹은 것이라곤 이전 노예가 집안에 모아뒀던 약간의 밥씨밖에 없는 상황. 당연히 노예로 들어올 줄 알았던 녀석이 가버리는 모습을 보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데이부가 외친다.
“뭐, 뭐하는 거냐구! 잠깐 기다리라구!! 마리사는 무능하지만, 데이부는 관! 대! 한 윳쿠리라구? 마리사가 그렇게 데이부와 느긋하고 싶다면 느긋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구! 일단 데이부를 모시고 살면서 달콤달콤은 나중에라도 구해오면, 그걸로 용서해줄 수 있는 거라구! 흥흥!!”
“느와-이! 레이무는 정말 맘씨 고운 윳쿠리구나! 고맙다구 레이무! 마리사, 힘내서 레이무를 느긋하게 하겠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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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리사를 자신의 집(좀더 정확히 말하면, 집을 뛰쳐나간 이전의 노예 마리사의 집이지만)으로 데리고 온 데이부가 마리사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짝이 생기면 곧바로 아가야를 낳으려 하는 것은 취약한 생태적 지위상 모든 윳쿠리가 취하는 본능적 행동이라고 하지만, 데이부는 특별히 그런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이 데이부는 당장이라도 노예와 상쾌해서 느긋할 수 있는 데이뷰 아가야들을 만들고 싶지만, 이전 마리사가 집을 뛰쳐나간 제일 큰 원인이 겨울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아가야를 만들자는 강짜에 질렸던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잠시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레이무! 마리사는 레이무를 닮은 아가야들을 느긋하게 보고 싶다구!! 레이무와 상쾌하고 싶어!!”
“느느?”
마리사가 먼저 상쾌를 요구해 온다는 예상외의 전개에 잠시 멍해져 있던 데이부지만, 이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답한다.
“정말!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상! 쾌! 라니! 마리사는 색골이구나!! 어쩔 수 없지! 함께 상쾌해지자구!!”
“고마워 레이무! 그럼 상쾌해지자구! 부-비 부-비!!”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윳쿠리 커플이라는 레이마리 조합이지만, 사실 상쾌! 에 있어 항상 두 종의 의견이 맞는 것은 아니다. 보통 직접 먹이를 구해오는 마리사종은 페니페니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적은 수의 아가야들만 태생출산으로 비교적 힘들지 않게 먹이고 키울 수 있는 페니마무 상쾌를, 상황불문하고 아가야가 많은 것이 최대의 행복이라는 레이무종은 줄기가 돋아나는 부비부비 상쾌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녀석도 분명 페니페니부터 들이밀텐데 어떻게 설득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던 데이부의 걱정과 달리, 마리사는 몸 전체를 깊숙이 들이밀며 적극적으로 부-비 부-비를 해왔다. 제발로 굴러들어온 새 노예에 잔소리 없는 부비부비 상쾌까지, 마치 자기 뜻대로만 풀리는듯한 하루에 데이부도 보기흉한 헤픈 미소로 입이 헤 벌어진 채 침을 흘리며 온몸을 비틀어 부비부비를 해간다. 그래서 깨닫지 못했다.
웃고 있는 얼굴과 달리 마리사의 눈이 차가운 비웃음을 띠고 있음을.
부-비 부-비를 하며 몸에서 나오고 있는 생식용 체액은 오직 데이부의 체액 뿐이고, 마리사의 몸에선 어떤 체액도 나오고 있지 않음을.
“으, 응호오오오오! 사, 사, 사, 상쾌애애애애애애!!”
그렇게 한동안 부비부비를 하며 몸에 체액이 흥건해진 데이부가, 소리높여 상쾌!를 외치고 이마에서 줄기가 쑥쑥 돋아나더니 열매윳들이 맺힌다. 데이부답게 하는 일 없이 마리사를 부려 무위도식하며 살아왔기에 영양상태가 좋았던 덕인지, 이제 막 생긴 열매윳들 주제에 머리카락까지 나 있다.
“아가야들이 느긋하다구우우우!!”
데이부에겐 놀랍게도(이 상쾌가 사실상 자가수정이나 마찬가지였음을 떠올려 보면 사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데이부의 줄기에 맺힌 8마리의 열매윳들은 모두 검은 머리카락의 데뷰종이었다. 팔불출처럼 아가야들의 모습을 보고 입을 헤 벌리며 좋아하던 데이부였지만, 곧 마쨔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슬쩍 마리사의 눈치를 살핀다. 물론 자신을 닮은 새끼가 하나도 없어서 남편이 상심하지나 않았을지 걱정해서는 아니다. 모처럼 굴러들어온 노예가 ‘어째서 마리사님을 닮은 아가야가 없는거냐구!!’를 외치며 뛰쳐나가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것일 뿐.
“느! 역시 레이무의 아가야들이구나! 모두들 레이무를 닮았다구! 마리사, 며칠 후가 기대된다구!!”
“느후훗, 노ㅇ…아니 마리사는 보는 눈이 있는 윳쿠리구나!! 그래! 데이부의 아가야들은 데이부를 닮아서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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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뭐하는 거냐구 이 무능한 마리사! 데이부는 임! 씬! 하고있다구? 소중하다구? 영양이 필요하다구? 느긋하게 해주지 않으면 안되겠찌이이이!!”
“느느! 미안해 레이무! 그럼 마리사, 곧바로 나가서 다시 사냥해 온다구!!”
데이부의 호통에 방금 사냥에서 돌아온 마리사가 모자에 담아온 질 좋은 잔반을 바닥에 쏟은 다음 곧바로 사냥하러 나가고, 데이부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그 자리에서 혀를 뻗어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먹기 시작한다.
“우-걱 우-걱, 행복!!”
데이부와 마리사가 상쾌를 통해 아가야들을 가진지도 벌써 일주일 후, 그간 데이부는 새로운 유능한 노예를 부려 양껏 느긋하게 지냈다. 처음 하루는 뭐든 자신이 하자는대로 다 하는 모습에 혹시 독립한 지 얼마 안되어 세상물정을 모르는 마리사가 아닌가 의심도 했지만, 노예는 굉장히 쓸만한 노예였다. 사냥해오는 음식물의 양과 질도 이전 노예보다 확실히 한결 나았고, 데이부가 뭔가를 무리해서 시키더라도 거역하는 일 없이 충실히 수행했던 것이다. 기껏 힘들게 모자 가득 사냥해온 다음임에도 자신은 한 입도 대지 않고 바로 다시 사냥하러 나가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시피.
덕분에 이제 줄기에 달린 데이뷰들도 이미 리본 등의 머리장식을 모두 갖추고 토실토실하게 여물어 무겁게 쳐졌고, 줄기도 그런 데이뷰들을 지탱하기 위해 크고 두껍게 자라난 상태. 일부러 판매용 줄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공소 등에서 약물을 써서 만든 경우를 제외하면, 이 데이부의 머리에 달린 줄기는 자연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중 최대로 자라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행뽀오오옥! 느후후, 데이부, 느그태서 미아내!!”
아아, 행복하다. 역시 데이부의 삶이란, 쓸만한 노예를 들임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데이부도, 데이부의 귀여운 아가야들도, 모두, 잔뜩잔뜩 느긋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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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아름다운 데이부가, 느그타게 이러났다구!! 기여워서 미안하다구!!”
다음날 아침, 그날도 양껏 잠을 잔 데이부가 마음껏 자화자찬하며 아침 인사를 한다. 하지만 여태 그랬듯이 돌아와야 할 노예의 찬성과 칭송 인사가 돌아오지 않았다. 불쾌해진 데이부가 인상을 가득 찌푸리고 소리친다.
“느아아아아아!! 노예에에에!! 뭐하는거야아아아!! 설마 데이부님보다 느께이러난거냐아아아!!”
이정도면 됐다. 데이부님의 분노를, 머리나쁜 노예도 분명히 인식했겠지-하고 있지만, 골판지 안은 여전히 쥐죽은 듯 고요하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데이부가 옆쪽을 둘러보지만, 데이부님을 느긋하게 해야 할 검은 모자 노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느응?’ 하고 당황한 데이부가 다른 쪽도 샅샅이 훑어보지만, 아무데도 노예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뿐만 아니라, 어제까지만 해도 노예가 사력을 다해 쌓아두고 있던 식료의 산도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느, 느느? 이게 무슨 일이냐구우우우!! 노예에에에!! 어서 나와아아아!! 지그미라면 용서해준다아아아!!”
원래도 혼자선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 데이부.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머리에 무거운 줄기와 열매들까지 매달아서,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급히 자신을 수발 들어줄 노예를 찾지만, 골판지 집 안 어디서도 응답은 없다.
“어째서냐구…어째서…데이부님의 노예가 보이지 않는거냐구….”
데이부의 팥소뇌로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저번 노예처럼, 자신을 섬기기 싫어서 도망간걸까?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웃는 얼굴로 폭언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 도망갔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없는걸까….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는 난제를 쓸모없는 팥소뇌를 필사적으로 굴려 매달리고 있는 데이부의 몸에서, 이상징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줄기에 매달려 있는 데이뷰들이 아침식사를 대신해 모체의 팥소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느, 느갸아아악?! 그, 그마나라구 아가야드으으을!! 엄마야도 아직, 식사를 모태따구??”
필사적으로 소리쳐 봤자 이제 막 의식이 생길까 말까 하는 단계의 열매윳들이 그것을 알아들을 일은 없다. 설령 알아듣는다 해도, 데이뷰들이 과연 어미를 위해 굶주림을 감수했을까 감수하지 않았을까. 이미 보통의 아기윳이라 해도 별 문제 없을법한 크기의 열매윳 여덟이 한꺼번에 양껏 팥소를 빨아들이자, 데이부의 몸이 눈에 띌 만큼 홀쭉해져간다. 잠시 아우성치고 애원하며 열매윳들을 막으려던 데이부가 결국 외친다.
“느갸아아아아아아!! 이 아가야드른, 느그타지 모탄 게쓰라구우우우!! 데이부의 여플 지키지 않는 느그타지 모탄 씨발노예의 파쏘가 서낀 애새끼들답따구우우우!! 이딴 아가야들 피료업써!!”
분을 이기지 못해 양 귀밑털을 들어올린 데이부가 줄기를 잡고 꺾어버리려 하지만, 홀쭉하게 힘이 빠진 몸으로 꺾기엔 이미 줄기는 너무 크고 두껍다. 만일 데이부가 아니라 성실하게 생활을 영위하던 다른 윳쿠리였다면 약간 홀쭉해진 상황에서도 힘을 다해 줄기를 꺾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데이부는 데이부답게 평소 아무 일도 하지 않아 귀밑털도 전혀 단련되지 않고 힘이 약한 것이다. 필사적으로 입 밖에 꺼내지도 않던 혀까지 쭈욱쭈욱 뻗어 같이 줄기를 잡고 꺾으려고 하지만, 게스 데이뷰들이 달린 줄기는 원망스럽게도 미동도 없다.
“느, 느느으? 파쏘씨…흘러들어 가는거 멈췄다구. 데이부…사른거냐구??”
데이뷰가 여덟 마리라 해도 열매윳은 열매윳이기 때문에, 평소 마리사 덕분에 잘 먹고 지내던 데이부를 한번에 말려 죽이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다. 그 덕에 목숨을 부지한 데이부. 하지만, 아무 먹을 것도 없는 집 안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줄기를 달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 이 데이부는, 그렇게 원하던 데이뷰들에게 천천히 생명을 빨리며 고통스럽게 죽어갈 일만 남은 것이다.
골판지 집 바깥 바로 옆쪽에서, 골판지에 그간의 고된 노동으로 홀쭉해진 몸을 살며시 기대고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던 마리사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모자와 입안 가득 담고 가져왔던 집 안의 식료 중 일부를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아무튼, 다음 데이부를 ‘사냥’하러 가려면 체력을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비단 데이부뿐만 아니라, 레이무라는 종 자체를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다산’이다. 보통 동물형이면 하나에 식물형이어도 너댓 정도의 아가야로 그치는 다른 윳쿠리들과 달리, 레이무의 경우 동물형이어도 두셋에 식물형이면 열 마리도 넘는 아가야를 낳는 경우도 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산성과 마리사 종과 짝이 된다는 일반적인 사회적 조건에 힘입어, 레이무종은 항상 윳쿠리 전체에서 수적으로 1등이란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산성은 때로 모체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방금 데이부의 사례에서 봤다시피, ‘옆에서 식료를 상시 공급해줄 호구 마리사가 없다면’.
“어이.”
“느, 느늣? 무, 무슨 일이냐제? 이, 인간씨….”
“재밌는 짓을 하는 녀석이네. 너, 일부러 저 데이부랑 결혼한 다음에 버린거지? 죽게 만들려고?”
“…그렇다제.”
“왜 그런 짓을 하는거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