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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2 17:43

골판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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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상자 안에서 살아가는 아기 마리사. 아래쪽의 골판지가 접혀있어. 성윳인 엄마야와 아빠야는 꿀렁꿀렁 넘어갈 수 있지만. 아직 태어난 지 1달 밖에 안된 마리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느읏.... 느으읏...."

 

아직 젖살이 빠지지않은 볼로 열심히 골판지를 밀어보지만. 힘이 부족해 미끄러지기만 할 뿐. 넘어갈 순 없다.부모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마리사의 자존심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힘으로 바깥세상을 보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아가야~ 아빠야가 왔다제~"

"엄마야도 왔다구~?"

 

그 말이 들리자마자 깔려죽지 않기 위해 상자의 안으로 도로 들어가는 마리사. 깔려죽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마리사는 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느으으~"

"엄마야랑 아빠야가 왔다구우~"

"뉴으으..~"

 

저 느긋한 저부로 높디 높은 벽을 구렁이 담 넘든 넘어오는 부모들의 느긋한 자태를. 마리사는 보고 싶었던 것이다. 곧이어 부모들이 넘어와 사냥해온 내용물을 풀자. 그중 적당한 크기의 먹을 것을 집어 입에 넣어 씹는 둥 마는 둥 하며 부모인 레이무에게 달려든다. 말랑말랑한 만쥬의 따듯한 촉감이 여린 마리사에게 전해져 온다.

 

"삐이....삐이..!"

"늣!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뉴그똬궤 이쯔랴졔!"

 

다른 윳쿠리들이 듣는다면 웃음을 지을 발음이어도 괜찮다. 그 미숙함을. 보듬어 주며. 또한 이끌어 주어.

미숙함이란 나약함을 성숙함이란 강인함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야 말로 부모의 역할.

 

"느응~ 아가야 낼름낼름~"

"유꺄아~!"

 

바들바들 몸을 떨며.마무마무에서 시시를 지린다. 아직은 리본도 생기지 않은 작고 약한 모자도 괜찮다. 언젠간 저도 그리 될 테니깐. 괜시리 의문은 품지 않는다. 그것보단 부모가 자기에게 주고 있는 느긋함에 몸을 맡기자.

 

"늣후! 역시 집이 편하다제~"

 

찰떡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소리를 내며 부모 마리사가 눕는다. 골판지 상자의 한 켠을 차지할 정도로 느긋한 크기다. 마리사도 또한 그리 될 것이다. 아직 부드러운 저부로 약간은 거친 골판지의 바닥을 미끄러지듯 기어간다. 

 

"유이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아버지의 등짝을 살핀다. 먼지와. 땀이 엉겨붙고. 또한 무언가에 의해 당한 듯한 여러 상처들. 그리고 저부에 있는 달궈진 듯한 자국과 찔린 듯한 상처가. 아직은 그 흔적의 댓가를 알지 못하는 아기윳에게는 그저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보인다.

 

"아가야 이제 자자구!"

"유으!"

 

이제 시간이 늦었다. 상자의 위에 있는 전봇대가 켜질 즈음에. 마리사는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그 꿈 속에서. 골판지를 넘는. 느긋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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