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짓을 하는거냐?”
“마리사도 원래는 일부러 이런 일을 하고 다니는 윳쿠리는 아니었다제. 결혼을 하고, 함께 아가야들을 낳고, 아가야들의 행복을 마리사의 행복으로 알고 사력을 다해 살아가던 윳쿠리였다제.”
“흠, 그런데?”
“힘들고 더럽고 운이 없으면 인간씨들에게 걷어차여도, 아가야들이 웃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참고 살수 있었던고제. 하지만…그런 작은 행복조차 끝나버리고 만고제.”
“왜?”
“아내라고 생각했던 그 레이무, 아니 데이부 때문이라제. 원래부터 데이부였는데 마리사를 낚기 위해 아닌 척 했던건지, 아니면 같이 살면서 데이부가 돼버린 건지는 모르겠다제. 확실한 건…어느 순간부턴가 데이부가 되어 버렸다는 것 뿐인고제. 언제부턴가, 마리사를 닮은 아가야들이 이상해졌다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지 얼굴도 초췌하고, 몸도 비쩍 마르고, 표정도 어두웠던고제. 심지어 뭔가에 맞고 부딪혔는지 몸 곳곳이 찢겨서 조금씩 팥소를 흘리는 아이들도 있었던고제. 마리사는…마리사는 사실 알고 있었다제. 마리사가 자리를 비운 집 안은 데이부가 관리하고, 마리사 닮은 아가야들이 이상해진 건 데이부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지만, 안 그래도 성격이 이상해진 데이부와 충돌했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될까봐, 유일한 행복이었던 가정마저 없어지게 될까봐 애써 외면했던고제. 하지만…하지만!! 어느날 집에 돌아왔더니 보게 된 것은, 응응투성이가 되어서 영원히 느긋해진 마리사 닮은 아가야 둘과, 데이뷰 새끼들의 아냐루를 억지로 핥고 있는 남은 아가야 하나였던고제. 더는 참을 수 없었던고제!! 눈이 뒤집혀서 데이부에게 달려들었지만…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건 가족이라 생각했던 데이부들과 마지막 남은 아가야의 시신뿐이었던고제.”
“그거 참 안된 일이네. 그래서.”
“마리사는…마리사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던 고제. 죽은 아가야들을 생각해서라도 그 몫까지 느긋해져야 한다고 애써 생각하고 다른 신부씨를 찾으려고도 해 봤지만, 왠지 마리사의 페니페니는 예전처럼 우뚝 서지 않았던고제. 부비부비를 해도 물씨가 나오지 않았던고제. 마리사는…고윳이 돼버렸던 고제.”
심리적인 충격으로 고윳이 된 경우인걸까. 인간이라도 있을 수 없다고 할만한 일은 아니다. 믿음이나 정신적인 면이 신체적인 것까지 좌우해버리는 윳쿠리라면 특히 더.
“더 이상 살아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죽으려던 마리사를, 마리사의 은인인 인간씨가 주어주었던고제….”
“뭐? 인간이?”
“그런고제…완전히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눈을 하고 있는 마리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고, 은인씨가 마리사를 주어 주었던고제. 이미 세상을 버리기로 한 마리사는 주어지건 말건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은인씨가 들려주는 여러 좋은 얘기들을 듣는 과정에서 점차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은고제.”
“그거 흥미롭네. 무슨 얘기를 해줬길래?”
“마리사의 은인씨는…‘부초님’이라던가 하는 분을 믿는 분이었던고제. 은인씨는 그 부초님이나 아니면 부초님을 따르는 훌륭하신 분들의 이야기나 말을 마리사에게 많이 해주셨던고제.”
“호오, 그래?”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불교적인 것을 윳쿠리에게 얘기해주는 사람이라니.
“은인씨는 마리사에게 여러 좋은 얘기를 해주었지만, 어려워서 잘 모르겠는 얘기도 있고 마리사도 알 수 있는 얘기도 있었던고제. 어쨌건…그 중에서 마리사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얘기는 ‘서원’씨에 대한 얘기였던고제.”
“응? 서원?”
“그렇다제. 은인씨는 말한고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부초님들이지만, 부초님들 다음으로 훌륭하신 것은 보살님들이라고. 보살님들은 자신만 느긋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변까지 모두 느긋하게 하기 위해 부초님이 되는 것까지 미루고 계시다고. 보살님들이 주변을 느긋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맹세하신 것들이 ‘서원’씨라고 은인씨는 말해준고제.”
“넌 좀 독특한 윳쿠리구나. 그래서, 그 서원의 뭐가 그렇게 네 관심을 끈거냐?”
“마리사는 이미 느긋할 수 없는 몸이 된고제. 페니페니도 서지 않고 아가야도 낳을 수 없는, 겉만 멀쩡한 속빈 강정이 돼버린고제. 하지만…마리사 자신이 느긋해질 수는 없어도, 다른 윳들을 느긋하게 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남아 있는고제. 마리사는 비록 보잘것없긴 한윳이긴 하지만, 은인씨가 말해준 보살님들처럼 ‘서원’을 세워서 주변을 느긋하게 해주기로 맹세한고제.”
“데이부를 죽게 하는것도 그 서원의 일환이냐?”
“그런고제. 다른윳들을 느긋하게 해주기 위해선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데이부들의 얼굴이었던 고제.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옛 마리사처럼 데이부들때매 고통받고, 윳생을 망치는 윳들이 하나 가득인고제. 설령 마리사가 모든 데이부를 없애진 못한다고 해도, 머리닿는 한에서 데이부들을 없앤다면….”
“그래서 방금 같은 방법을 생각해 낸건가. 영리하네.”
데이부들은 보통 잘먹고 무위도식하며 지내기 때문에 몸집이 크다. 만일 일반적인 방법으로 데이부들과 싸워서 죽이려고 했다면, 이 마리사도 아마 몇 마리 죽이지도 못하고 뭉개진 팥소 덩어리가 됐으리라.
“그렇다제.…인간씨는 학대오빠인고제?”
“응?…겉으로 보기에도 티가 나나?”
“그런고제. 인간씨를 본 순간 뭔가 느긋할 수 없는 게 느껴진고제.”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윳쿠리들을 뭉개온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뭐, 난 게스만 학대하는 사람이야. 개념인 윳쿠리는, 그러니까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제대로 살아가는 윳쿠리는 안 건드려.”
“…마리사는 이제 어떻게 되는고제?”
“죽게 될까 겁나나?”
“마리사는 이미 느긋할 수 없는 몸인고제. 설령 마리사가 여기서 죽는다 해도 이미 미련은 없는고제. 서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
“널 죽일 생각은 없다. 단순히 주변에 폐끼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을 느긋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사는 윳쿠리를 본다는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네가 그렇게 복수만을 목표로 남은 삶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좀 안타깝다. 나와 함께 갈 생각은 없냐? 내가 널 느긋하게 해주마. 비록 아가야는 낳을 수 없더라도, 다른 것으로 느긋해질 방법은 아직 남았을지 모르지.”
“들 윳쿠리가 인간씨에게 키워지는 것이 거의 기적이나 마찬가지란 것은 알고 있다제. 고맙다제, 인간씨. 하지만…마리사는 이미 서원을 세운고제. 마리사가 비록 부초님이 되기 위해 수행하는 인간씨들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굳은 뜻을 가진 한윳이라제. 지금의 마리사에겐 서원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고제.”
“…정말 뜻을 바꿀 생각은 없는거냐?”
“그렇다제. 인간씨.”
“그래…그렇다면 잘 가라. 여기서 널 더 잡는것도 네 의지를 무시하는 게 되겠지.”
“고맙다제, 인간씨.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만일 마리사가 세상의 데이부를 모두 없애는 데 성공하면…그때는 인간씨들을 느긋하게 하기 위한 방법도 생각해 보겠다제.”
강한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나와 골판지 집을 뒤로 하고 좁은 골목길을 나아가는 마리사. 그 등은 윳쿠리답게 조그마했지만, 왠지 내 눈에는 거인의 크고 듬직한 등처럼 보였다. 보낼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었기에,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따봉으로 마리사의 뒤를 배웅했다.
“어이, 윳쿠리.”
앞으로 나아가던 마리사의 앞을, 골목이 꺾어지는 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 모히칸이 막아선다.
“방금 내가 들은 말이…사실이냐? 다른 모든 윳쿠리들을 느긋하게 하기 위해, 데이부들을 죽인다고?”
“그, 그렇다제?”
“어째서 그런짓을 하는거냐아아아??”
“느, 느느? 인간씨? 무슨 문제라도….”
“데이부가 없어지면…윳쿠리들이 느긋해져 버리잖아? 윳쿠리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모히칸이 느긋할 수가 없잖아?!”
“이, 인간씨? 지, 진정하는고제? 윳쿠리들도 살아있다제? 데이부에게 시달리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제?”
“닥치라고! 윳쿠리들을 느긋하게 하려는 윳쿠리는 느긋하지 않게 죽어!!”
모히칸의 두꺼운 가죽 신발을 신은 큼직한 발이 마리사를 짓뭉개고, 내 눈앞에 남은 것은 뭉개진 만쥬 덩어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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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는 사실 불교적인 것의 핵심을 좀 엉뚱하게 파악하고 있었지만
팥소뇌 퀄리티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해 주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