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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탐험대 아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별로 크지도 않은 그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햇빛은 지면을 향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공원 한가운데, 높은 시계탑 아래에서 남자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겨울의 맑고 찬 공기가 코 속에 싸늘한 기운을 가져왔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은 없을지언정 몇 마리의 들윳쿠리가 사냥이라는 이름의 낙엽모으기에 여념이 없었을텐데, 오늘은 그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히 공원 안을 걸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발치에서 들리는 낙엽 부서지는 소리, 이따금 부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뒤흔드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윳쿠리가 나타나기 전과 같은 아늑하고 고요함에, 남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런 날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남자가 공원을 찾은 것은 입구 게시판에 붙여진 한 장의 종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12월 20일, 일제 구제 예정일'

가공소에 의한 일제 구제를 알리는 전단지였다.

 

윳쿠리는 번식력이 강해, 몇 주만 지나면 구제 전 상태까지 개체 수가 늘어난다.

일제 구제 따위 사실상 하나마나 한 일이었지만, 남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그 날짜였다.

20일. 바로 어제였다.

 

구제 다음 날인데 설마 윳쿠리가 있겠어? 하는 마음에 찾은 공원.

남자의 생각대로, 공원은 쓸쓸하지만 편안한 정숙에 휩싸여 있었다.

 

잠시 공원을 걷다 몸을 풀듯 기지개를 켠 남자는, 근처에 있던 벤치에 걸터앉았다.

목제 널빤지의 싸늘함이 바지를 타고 엉덩이에 전해졌다.

조용한 건 좋은데, 가능하면 좀 더 지내기 편한 계절, 그러니까 봄이나 가을에 일제 구제를 하면 참 좋겠구만. 남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서야 오래 있을 수가 있나.

담배 한 대 다 태우면 공원을 나서자.

라고 생각하며 안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유와아아아아아아!! 마리쨔,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 봤다졔!! 역시 아빠야는 사냥의 천재다졔에에에에!!"

 

아이 윳쿠리 특유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남자의 발밑에서 들려왔다.

무심코 그쪽을 쳐다보니, 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꾀죄죄한 아이 윳쿠리 한 마리가 남자의 두 다리 사이에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이거 전부 마리쨔 밥씨다졔! 우~걱우~걱, 행뽀오오오오오오오오옥!!!!"

 

온몸에 기쁜 기색을 내비치면서, 아이 윳쿠리는 행복을 외쳤다.

남자는 아이 마리사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들윳쿠리가 갑자기 발밑에 나타났다는 데 대한 불쾌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수상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시점에서는 구두 사이에 있는 아이 마리사가 뭘 먹고 있는지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발에 있는 그것이 한 마리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아이 마리사가 이야기하는 밥도, 아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아이 마리사가 저부를 앞으로 향하며 슬금슬금 구두 사이를 빠져나왔다.

 

"유와아아아아! 엄마야! 여기에도 밥씨가 있다졔!! 우~걱우~걱, 해, 해, 해, 행뽀오오오오오오오오옥!!"

 

남자는 더욱 인상을 찡그렸다.

아이 마리사는 만족스럽게 뭔가를 우물거리고 있지만, 남자 눈에는 뭘 먹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판토마임을 하듯,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입을 쩍 벌린 뒤 물어뜯는다.

아이 마리사가 보여준 것은 그런 동작이었다.

 

"유윳? 동섕아, 부~비부~비 하고 싶냐졔? 유후훗, 알겠다졔!! 마리쨔가 부~비부~비 해주겠다졔!"

 

다음으로 아이 마리사가 취한 행동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뺨을 갖다댄 뒤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이었다.

미숙윳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머리장식도 멀쩡하고 말도 또박또박 잘했다.

남자는 무릎 위에서 턱을 괴며 흥미진진하게 아이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윳꺄꺄! 아빠야의 높이높이는 느긋할 수 있다졔~!"

 

데구르르 넘어진 아이 마리사가 해맑게 웃어댔다.

그 표정은 수많은 들윳쿠리가 보여주는 기아의 고통이나 죽음의 공포와는 무관계한, 말 그대로 느긋한 표정이었다.

 

남자는 아이 마리사를 집어들고 그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유와아~! 마리쨔, 칠흑의 날개를 손에 넣었다졔~!"

 

남자가 얼굴 앞에 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낄낄대기만 하는 마리사.

그 눈동자는 빛을 잃고 공허해져 있었다.

잘 보니 뺨에는 눈물이 흐른 흔적이 여러 개 나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 팥소 튄 자국이 마치 점이 난 듯 묻어있었다.

남자는 그제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뭔 일인가 했네. 그냥 일제 구제로 가족을 잃고 정신이 나간 것 뿐이잖아.

 

"윳꺄꺄! 레이뮤, 앨리쮸! 동섕아! 마리쨔를 따라오라졔! 마리쨔 탐험대, 츌발~!"

 

손 안에서 탐험대 놀이 꿈을 꾸는 마리사를, 남자는 윳쿠리용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쓰레기통 안에서 메아리치는 아이 마리사의 행복한 웃음은, 이윽고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 소리 속에 파묻혀버렸다.

공원에 다시금 정적이 찾아오자 남자는 서둘러 그 자리를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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