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2.21 23:59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4-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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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어느 집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집의 주인은 현관을 열었다.

연구원이나 의사들이나 입을 것만 같은 백색의 가운을 걸친 남자가 문을 여니

그의 앞에는 와일드한 올백머리를 한 남자가 한 손엔 무언가 여럿 담긴 봉지를 들고는

마치 오랜만에 친구라도 만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백의의 남자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다 쿄우진."

"웬일이냐 마츠다 마사오."

"어이 어이, 생판 남이라도 보듯이 풀네임으로 부르네. 좀 놀러왔다. 시로이 쿄우진."

"그래, 들어와라."

 

시로이 쿄우진( ​)

그 남자의 이름이다.

성의 유래는 지금은 아는 자가 없지만

그의 이름은 강한 인의를 품고 살라고 그의 조부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성과 이름은 그의 본질과 지금의 모습에 어울리는 다른 뜻의 이름이 되었다.

시로이 쿄우진(白衣 狂人)

백의의 광인.

지금의 그에게 실로 어울리는 이름이다.

광기에 도달한 연구욕으로 윳쿠리를 연구하는 것에만 매진하는 그에게

이만큼이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그리고 연구에만 매진하느라 친구 하나 없을 것 같은 이 남자에게도

절친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하나 있다.

그가 바로 이 마츠다 마사오.

모히칸을 하지는 않지만 윳쿠리는 무조건적으로 학대하고 보는 전형적인 학대파이다.

또한 그 백의의 미치광이의 본질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이다.

 

"넌 여전하네. 아직도 그 똥만쥬들 연구하고 있는거냐?"

"너희가 똥만쥬라 폄하하는 그것들이 얼마나 연구할 거리가 풍부하고 가능성이 넘치는 생명체인지 모르지?"

"그딴 걸 생명체라 부르다니, 그것만큼은 진짜 동의 못하겠다."

"탄수화물계 생명체가 지금껏 발견된 적 없었을 뿐이야."

"우와, 여긴 완전 윳쿠리 전용 방이네. 무슨 윳쿠리 물품이 이렇게 많아?"

"덫이야."

"...응?"

"주변에서 포획한 노숙윳이나 집에 침입하려는 녀석들이 도망칠 생각조차 안들게 잡아두는 곳이지."

"뭐야 그거."

"이 화려한 방을 봐. 호사스런 생활을 갈망하는 윳쿠리들이 이 방에서 나갈 생각을 하겠어? 완벽한 덫이지."

"어... 그러니까 여기 들어온 녀석들은 귀여워해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연구에 쓰기 위해 그때까지 잡아둘 뿐인 것이지."

"와우, 니 집념 하나만큼은 알아줘야겠다."

"유리창이 깨지지 않게 일부러 바로 옆 벽에 윳쿠리용 출입구도 만들었다고. 이걸로 집침입의 피해도 제로."

"주인님, 손님이십니까?"

"뭐야 이 파츄리!? 뭔 파츄리가 이렇게 커!?"

"내 조수다. 오랜 연구 끝에 개조에 성공한 특제품이지. 보통의 파츄리와는 비교도 안되게 똑똑하고 튼튼하지."

"정말 보기만 해도 우락부락하다. 특히 저 귀밑털. 무슨 보디빌더 근육이냐."

"마쵸리의 몸첨부 아닌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편할거다."

"아아, 그럼 좀 이해가 가네."

"너같은 돌대가리 수준에 맞춘 설명이니까 이것도 이해못하면 안되지."

"뭠마 임마!?"

 

마사오는 거실의 테이블에 자기가 가져온 맥주캔들과 안줏거리를 늘어놨다.

덤으로 콜라캔 하나까지.

 

"나 술 안하는 거 알고 일부러 이러는거지?"

"앜하하하하하하핰 니 마실 건 그 콜라 하나닼ㅋㅋㅋㅋ"

"너도 참 여전하다."

"넌 더 미쳤고 말이지."

"집주인이 아무것도 안내오는 것도 좀 그렇지. 파츄리, 냉장고에서 과자 좀 가져와."

"주 종류는 뭘로 하면 됩니까?"

"아무거나 상관없어. 적당히 가져와."

"알겠습니다."

 

테이블은 파츄리가 가져온 과자와 초콜릿까지 합쳐져 제법 가득 찼다.

둘은 서로의 마실 것을 마시며, 먹을 것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그래서 말야, 그 레이무놈이 지 새끼를 보호하겠다고 입안에 넣었길래 그대로 찜통에 넣어서 쪄버렸지!"

"아아, 그래? 결과는?"

"어미는 물론이고 새끼까지 완전이 찐 만쥬가 됐지 뭐야? 꺄하하하하하하핰!"

"모성본능에 비해 행할 수 있는 행위의 한계를 이용한 거군."

"...뭐야 이거, 나만 수다떨고 니 반응은 재미없고. 너도 뭔가 좀 말해봐."

"취했구만 너."

"아직은 아녀. 근데 너 진짜로 내 말에 대충 대꾸만 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 난 학대파가 아니라 말이지."

"주인님의 연구는 그 어떠한 학대파보다 더하지만요."

"니 조수 신랄하구만. 화 안나냐?"

"맞는 말 하는건데 뭐. 난 내가 미친놈인 거 알고, 그게 기분나쁘긴 커녕 오히려 즐겁다고."

"니 조수가 저런 식으로 반항하는 건?"

"그래도 우수하잖아. 내게 반감가진 건 알아도 우수하니까 써먹을 때까진 써먹어야지."

"...그 말은 쓸모없어지면 버릴 거란 말처럼 들리는데?"

"맞아. 내 말을 잘 따라 조수역할을 충실히 하면 버릴 일이 없겠지. 그렇지 않게 되었을 때가 버릴 때겠지만."

"...그 말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래. 명심해두거라, 조수."

"쨌든, 너도 뭔가 재밌는 얘기 해봐. 응?"

"너같은 부류의 인간이 재밌어할 일이라면..."

 

쿄우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얼마 전에 했던 실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1375번 레이무에 대한 것.

그 레이무는 살아있는 동안엔 온갖 행복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살아왔지만

최후의 최후엔 공포와 절망이 가득한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때의 죽음이란 운명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던 그 처절한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우와, 너도 이렇게 보면 어지간한 학대파 못지 않네 진짜."

"실험에 쓰고 남은 잔해를 처분했을 뿐이야."

"니가 인간이 아닌 윳쿠리에게 관심을 돌린 건 진짜 천운이었다."

"그러게. 내가 윳쿠리의 존재에 깨닫지 못했으면 연쇄살인범이라는 귀찮은 제약을 달고 연구를 했겠지."

"...고작 그정도로 생각하는거냐? 진짜 니 광기는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누가 이걸 이해하겠어? 이건 오직 나만의 것인데."

 

어느샌가 캔음료의 음료도, 접시의 먹을 것도 모두 바닥났다.

 

"오모나~? 내 안줏거리가 읎다제~? 누가 훔쳐갔냐제~?"

"게스 호르몬 과다분비된 마리사종 흉내냐?"

"꼭 그렇게 학문적으로 받아쳐야겠냐?"

"기대하던 반응을 원하면 다른사람을 찾아. 난 근본적으로 연구광이라."

"그러게.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난 이만 가볼란다. 캔은 내가 가져가서 버릴게."

"그래. 고맙다. 길가다가 취기에 민폐부리지 말고."

"내가 게스냐? 그보다 넌 이제 뭐할거냐?"

"오늘 저녁에 초대받은 곳이 있어. 그곳에 가는 스케쥴이 있다."

"호오? 어딘데?"

"아마다 제과의 회장이 여는 연회."

"뭐? 그 윳쿠리 애호파로 소문난 양반이 운영하는 거대 제과기업 말하는거냐?"

"어. 맞아."

"너가 그런 데 초대받은 것도 놀랍지만, 그 사람이 널 초대했다는 게 더 놀라운데? 그런 애호파가 널 왜?"

"크크큭, 그 양반, 너희가 알고있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숨기고 있거든."

"...응?"

"어이쿠, 이 이상은 극비사항이라 말이지. 더는 못 말해줘."

"어, 어어... 그럼 언제 다음에 보자."

"적어도 내 연구가 바쁠 때에는 오지 마라."

"얌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그렇게 마츠다 마사오는 자신의 미친 친구와 인사를 하고 그의 집을 떠났다.

 

"주인님, 현재시각 오후 4시 45분, 예의 약속은 9시까지입니다."

"7시에는 나가야겠군. 이번엔 내 연구성과중 하나인 너도 데려가야겠다."

"그럼 그때까지 준비해 두겠습니다."

"크크큭, 세상은 모르지. 아마다 영감의 가면 속 얼굴을 말이지. 나같은 그의 뒷세계에 초대된 부류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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