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8.02.22 09:20

anko2430 아, 무정

조회 수 2510 추천 수 11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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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

 

· 일체의 대사 없음

 

· 짧음

 

 

 

 

 

 

  레이무는 도망가고 있다.

  느긋할 수 없는 인간씨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자문자답의 반복. 대답은 없다.

 

  레이무는 들 윳쿠리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들이었고 태어났을 때부터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괴로운 일은 없었고, 무엇보다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느긋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지금은 이미 무너졌다. 인간씨가 레이무들을 잡으러 온 것이다.

 

  레이무는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은 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인간의 집에 들어간 것도, 하물며 인간씨를 만났던 일조차도 레이무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다르다. 인간에게 윳쿠리는 식별 따위 되지 않는다. 윳쿠리는 모두 같다.

  비록 그 개체가 뭔가를 하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것이 뭔가를 했다면 같이 취급된다.

 

  하지만 레이무들 가족을 덮친 비극은 따로 구제 등을 이유로 한 것은 아니었다.

 

  레이무는 보았다.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도망갈 때 아버지를 사정없이 집어던지던 인간의 얼굴을.

  레이무는 보았다. 악마 같은 행위를 웃는 얼굴로 하는 인간의 얼굴을.

  레이무는 보았다. 치아가 부러지고 피부가 찢어지고 입이 찢어져 눈물과 분뇨를 흘리는 아버지를 비웃는 인간의 얼굴을.

 

  무서웠다.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었다.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냅다 밀치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같은 일을 당했던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아버지의 비통한 외침이 레이무의 몸을 굳히고 눈물을 흐르게 하고 다리를 멈추게 만든다.

  그러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여기서 멈추고 돌아보면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레이무를 도우려 한 어머니의 사랑이 헛되이 되고 만다.

  레이무들은 인간에게는 이길 수 없다. 절대 이길 수 없다. 알고 있다. 알고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간에게 도전했다.

  레이무를 돕기 위해. 인간이 레이무를 놓치게 하기 위해.

  그래서 레이무는 뒤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뛴다. 지금까지 이렇게 전력으로 오래 뛴 적은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쳐야. 그 일념으로 뛰었다.

 

  ---어머니의 비명이 들렸다.

 

  뒤돌아보고 싶어진다. 어머니를 돕고 싶어진다. 무모하다고 생각해도, 유일하게 남은 육친. 돕고 싶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아버지의 욕설이 들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말이 중단.

  어머니가 아버지를 부른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이름을 외친다.

  지상에 내려치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어머니의 둔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가 뚫리는 짧은 소리가 들린다.

  다시 둔한 소리가 난다.

 

  아버지는 말을 이루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 아버지의 목소리는 들어 본 적 없다. 용감하고 착하고, 너무 느긋했던 아버지가 지금은---.

 

  어머니의 목소리는 차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혼탁했다.

  벌써 노래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또 부드러운 목소리로 레이무와 말할 수도---.

 

  도망친다.

 

  도망친다.

 

  도망친다.

 

  도망친다.

 

  계속 얼마나 뛴 것일까.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도 방금 전에 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 이후론 들리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것 같다.

  레이무의 몸도 한계를 넘었다. 레이무는 발을 멈춘다.

 

  뒤돌아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확인해야 한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깨닫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뒤돌아본 레이무는------

 

 

 

 

 

  인간씨로부터 도망쳐 나오지 못한 것을 알았다.

 

 

 

  도망쳐 나오는 일 같은 건 없다.

  레이무는 아기 윳쿠리인 것이다.

 

  영양 상태도 좋은 것은 아닌 환경.

  살 수 있을 정도로밖에 영양을 받지 못한 레이무의 몸은 갓 태어난 아기 윳쿠리 무렵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작은 몸으론 얼마 뛸 수도 몇 분 정도 계속 나아갈 수도 없다.

 

  결국 레이무가 나아간 거리는 2m도 채 되지 않았다.

 

  당연하다. 한 번의 도약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단 몇cm.

  게다가 몸이 작기 때문에 도망치기 위해 한 번 뛸 때마다 아무리 서둘러도 몇 초가 지나 버린다.

  달아나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사의 각오도 결국 헛되이 되고 말았다.

 

 

 

 

  레이무는 보았다.

  자신의 거의 눈앞에서 장식이 아니면 전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 된 부모를.

 

  레이무는 보았다.

  그 부모의 시체를 짓밟고 웃고 있는 인간님.

 

  레이무는 보았다.

  인간씨가 레이무에게 겨눈 그 악의에 찬, 미소,를.

 

 

 

 

 

 

  청년은 오늘도 인기척 없는 골목으로 간다.

  윳쿠리를 찾기 때문이다.

  어제 가족은 걸작이었다.

  아이를 보내고 자신이 방패가 된 것까진 좋았지만.

 

  아이가 멈추기 전까지 이겼다는 얼굴을 하고 아이가 뛰어가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볼 때는 죽는 줄 알았다.

  웃음이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아이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밟아 부수기 전에 녀석들의 아이를 보여주니, 순간 안색이 바뀌었다.

 

  그 절망해 버린 얼굴은 청년에게 좋은 잔치거리다.

  자신들의 행동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 분한 것이다.

  그런 얼굴인 채 청년을 올려다 본 그 부모는 짓밟힌 후까지 청년이 사랑하는 표정을 한 채 죽었다.

 

  그리고 도망쳤다고 생각해 뒤돌아 본 아기 윳쿠리도 청년을 봤을 때 절망했다.

  청년은 견딜 수 없었다.

  안도감을 얻으려고 돌아봤는데 절망을 직시하는 처지가 된 그 표정.

 

  청년은 그 레이무를 느긋하게 내용물을 조금씩 쥐어짰다.

  절망에 물들여진 그 표정 그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 외치면서 터져나간 레이무.

 

  청년의 마음은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청년은 오늘도 또 인기척이 없는 골목으로 간다.

 

  윳쿠리를 찾을 수 있다.

 

 

 

 

 

 

 

~ 끝 ~

 

 

 

 

  • ?
    saelosc 2018.02.22 12:33
    심리적인건 좋지만 좀 더 해줬으면 했어... 그치만 이걸로도 충분히 좋은 학대물이죠. 감사합니다
  • ?
    몹딕 2018.02.22 12:43
    즐겁게 봐줬다니 기쁘다구요!
  • ?
    윳큐리사랑 2018.02.22 17:39
    느긋한 작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몹딕 2018.02.22 17:44
    고맙습니다! 다음 작품도 열심히 번역할게요!
  • profile
    클라토 2018.02.22 17:54
    번역 감사합니다!
  • ?
    몹딕 2018.02.22 18:07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류민혜 2018.02.22 19:53
    번역 감사합니다!
  • ?
    몹딕 2018.02.22 20:03
    감사합니다!
  • profile
    김병투 2018.02.22 20:38
    그냥 학대가 아니고 크기나 이동속도 같은 요소가 고려된게 참 좋네요. 나의 추천을 받아라!
  • ?
    몹딕 2018.02.22 20:42
    고마워요 추천맨!
  • ?
    얏얏 2018.03.11 13:49
    크 매우느긋한 작품! 씨라구요
  • ?
    몹딕 2018.03.11 1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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