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2.16 23:32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1-

mad
조회 수 278 추천 수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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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으으, 오늘도 풀씨밖에 없냐구?"

"어쩔 수 없다제, 마리사들은 이제 노숙윳이라제?"

 

여긴 공원 어딘가의 풀숲으로 가려진 곳.

이곳에 골판지상자를 하나 주워와 보금자리로 삼은 두 윳쿠리가 있었다.

마리사와 레이무, 둘 다 장식이 조금 떨어져 나가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완윳이었던 이 두 윳쿠리는 주인의 명령을 어기고

멋대로 아가야들을 잔뜩 만들었단 이유로 아가야들을 모두 살해당하고 버려진 것이다.

애완윳으로써의 삶에 익숙해져 있었던 그 둘에겐 노숙윳으로써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뱃지씨가 있었다고 호소해도 아무도 데려가주질 않는다.

자신들의 불쌍한 처지를 설파해도 인간씨들은 들어주질 않는다.

결국엔 살기 위해 그동안 하찮게만 봐왔던 다른 노숙윳들의 행동을 따라하며

삶을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느긋하지 못한 밥씨, 느긋하지 못한 집씨, 느긋하지 못한 바깥씨는 그들에게 버거운 것들 뿐이었다.

 

"어째서 레이무들이 이런 꼴이 된거야! 레이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레이무가 허공에 대고 울며 호소해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랬을 터였다.

또각또각

구둣소리가 두 윳쿠리에게 들려왔다.

그리고 풀숲을 헤치고, 흰 가운을 걸친 한 남자가 두 윳쿠리를 발견했다.

 

"느아아악! 인간씨!"

"마, 마리사들은 아무 잘못도 안했다제? 그저 공원씨 속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제?"

"흐음... 너희들, 애완윳쿠리였다가 버려진거구나?"

"느? 인간씨, 그걸 어떻게..."

"뱃지가 있을만한 데만 찢어진 머리장식, 노숙윳이라기엔 어설픈 생태, 그리고 방금 전에 허공에다 호도한 억울함.

그정도면 원래 애완윳이었다가 버려진 녀석들이라 추측 가능하지."

"느으? 레이무는 뭔 소린지 모르겠다구?"

"뭐, 그건 아무래도 좋고. 너희, 날 따라오지 않을래?"

"느? 그게 무슨 소리냐제?"

"내가 너희의 새 주인이 되어주겠다고. 너흰 다시 애완윳이 되는거야."

"느으! 정말이야 인간씨?"

"그럼, 난 너희한테 관심이 많거든."

"고맙다제 인간씨! 빨리 마리사들을 데려가달라제!"

"마리사! 레이무의 불쌍함을 이 인간씨가 알아준거네! 레이무 정말 행운아씨야!"

 

흰 가운의 남자는 마치 아기를 품듯 두 윳쿠리를 품에 안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남자의 품에 안긴 두 윳쿠리는 서로에게 자신들의 행운을 자화자찬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자의 어둡고 사악한 웃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 여기가 너희의 새 집이야."

"우와아! 멋진 집씨라제!"

"레이무의 집씨로 딱이네!"

 

남자의 집은 제법 넓었다.

일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2층주택, 잔디가 펼쳐진 정원, 주변은 튼튼한 울타리로 둘러져 있고

어딜 둘러보아도 세련된 가구들 뿐이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지만, 값싸보이는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남자의 재력을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층의 방 중 하나는 오직 윳쿠리만을 위한 방이었다.

인간을 위한 가구는 하나도 없고, 윳쿠리용 용품으로만 가득한 방.

벽 한쪽엔 잔디정원이 보이는 미닫이식 유리문과 마루가 있었고

유리문 바로 옆엔 친절하게도 윳쿠리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마치 서양식 주택에서 개나 고양이가 마음대로 집을 드나들 수 있게 만든 애완동물용 출입구마냥

바깥의 마루로 연결되는 윳쿠리용 문이 있었다.

 

"느와아아~! 정말 멋지고 느긋한 윳쿠리 플레이스네!"

"하하, 마음에 드니? 이제 여기가 너희의..."

"여길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한다제!"

"여길 레이무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한다구!"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윳쿠리는 방 한가운데에서 집선언을 했다.

집선언. 그것은 윳쿠리가 그 공간을 자신의 소유라고 인식하는 행위.

그것이 이미 누군가의 소유임에 상관없이 자신이 발견한 장소가 아무도 없는 공간이라 인식되면

그 소유권을 집선언을 함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삼는 인간이 보기엔 어이없는 행위이다.

그리고 제멋대로 하는 집선언은 게스의 기본소양.

남자의 허락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이 두 윳쿠리가 집선언을 했다는 것은

이 윳쿠리들이 이미 게스의 자질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렴."

 

하지만 남자는 웃었다.

분노를 억누른 억지웃음도 아니었다. 남자가 저 둘의 행위의 의미를 모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남자는 정말로 상냥한 웃음으로 둘의 집선언을 받아들였다.

 

"그럼 난 너희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게."

"느와아! 선물씨?"

"뭐냐제? 선물씨 뭐냐제?

"하하, 기대해도 좋단다?"

 

잠깐 부엌에 갔다온 남자는 그 둘에게 접시에 정성스레 담긴 달콤한 과자와 초콜릿들을 가져왔다.

 

"느와아아! 정말 멋진 밥씨라구!"

"마리사는 달콤달콤씨를 우걱!우걱!할거야!"

"그럼, 느긋하게 즐기려무나."

 

두 윳쿠리는 남자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

그저 접시에 담긴 달콤한 간식을 먹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조차도 개의치 않았다.

잠시 뒤, 두 윳쿠리가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남자가 행주 하나를 들고 왔다.

접시 주변은 과자 부스러기로 어질러져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했는지 아주 태연하게

한손으론 텅 빈 접시를 들고 다른 손으론 행주로 바닥을 닦았다.

이 행위는 윳쿠리에게 있어 치명적인 게스촉발행위이다.

남자의 이런 헌신적인 모습은 게스성을 눈뜨고 있는 윳쿠리에게

자신의 존재가 윳쿠리보다 낮다고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남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흐음, 밤이 깊어가는구나. 여긴 너희의 윳쿠리 플레이스니까 너희 마음대로 해도 좋아."

"느느? 정말이야?"

"그럼! 난 너희가 아가야를 잔뜩 만들어도 괜찮단다?"

"인간씨는 정말 느긋할 수 있네! 전의 할망구는 정말 느긋할 수 없었다구!"

"그렇다제! 그 할망구는 마리사의 소중한 아가야들을 잔인하게 죽였다제!"

"저런,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구나. 그럼 이젠 너희가 원하는 만큼 잔뜩 낳아도 좋단다?"

"느늣! 인간씨는 정말 느긋하다제! 마리사가 특별히 노예 1호로 삼아주겠다제!"

"오오, 그거 영광입니다."

"후후, 고마워하라구! 마리사는 정말 느긋하니까 그런 마리사의 노예가 되는 거라구?"

"예, 정말로 영광입니다."

 

남자는 두 윳쿠리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한 뒤 문을 닫고 방에서 나갔다.

 

"느후후, 마리사는 분명 세계씨의 축복!을 받은 거라제! 그러니까 오늘은 아가야를 잔뜩 만들자제 레이무!"

"정말, 마리사도 참~"

 

남자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그 두 윳쿠리가 있는 방에선 상쾌~!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부터 교미 시작인가. 뭐, 나한텐 고마운 일이지만."

"주인님, 실험체 포획 수고하셨습니다. 지하 연구실의 실험체들도 이상 없습니다."

 

남자의 뒤에 한마리의 윳쿠리 파츄리가 나타났다.

그 파츄리는 통상보다 두배가량은 크고, 양옆의 묶음머리는 마치 보디빌더의 근육인 양 우락부락했다.

 

"그래, 수고했다."

"...저 방의 실험체들은 이번엔 무슨 용도입니까?"

"과거 애완윳이었던 윳쿠리가 노숙윳으로써의 삶을 맛만 보다가 다시 애완윳이 되면 어떻게 될까?"

"...저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나도 마찬가지야. 답을 내리기엔 실험횟수가 부족하거든. 아니, 아예 해본 적 없었으니까."

"확실히 그 주제는 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뭐 어차피, 실험체의 보충이 본 목적이고, 그 주제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주제에 지나지 않으니까."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만 들어도 개체 확보는 무리가 없을 것 같군요. 전부 게스겠지만요."

"괜찮아. 지금 필요한 건 게스개체거든. 아주 철저한 게스들이 말이야."

"...죄송하지만 이번 연구의 본제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설거지를 끝마친 남자는 옆에 걸어놓은 수건으로 손을 닦고

그 어둡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자신의 조수를 바라보았다.

 

"게스 인자의 발견. 이제 슬슬 결과물을 내야지?"

"게스 인자...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는 실내에서만 양산한 실험체에 그쳤지만, 이번엔 야외에서 들여온 개체로 시험하는거야."

"비교표본같은 거로군요."

"그래. 저녀석들에게 충실한 노예인 척 해서 저것들이 완전히 게스가 되었을 때, 그때가 수확의 날이 될거다."

"...역시 주인님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입니다."

"그래... 맞아. 너와 같은 개체의 설계도를 완성하는 데까지도 수백마리의 파츄리종이 죽었지.

하지만 난 결국 널 완성시켰지. 난 내가 남들에 비해 미쳐있다는 걸 잘 알아. 그래, 잘 알지...

그래서 뭐? 난 그게 정말 마음에 들어! 이 광기에 넘치는 연구욕이 날 즐겁게 해준다고! 크하하하하하하!

맞아! 난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미치광이 과학자다! 정신나간 연구자다! 너흴 학살하고 그 속에서 논문을 뽑아내는 자다!

넌 정말 우수한 조수야! 내 본질을 아주 잘 아는 조수! 그럼에도 저항할 수 없는 조수! 그러니 내 본질을 불러주렴.

날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불러주렴! 크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당신은 미쳤어...!"

"그래 맞아! 크하하하하하하하!"

 

그 남자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울려퍼지지만, 그 남자의 집은 언제나 방음이기에

흰 가운의 남자가 주워온 두 윳쿠리는 자신들을 언젠가 절망에 빠트릴 그 자의 웃음소릴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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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2014년도부터 생각해온 스토리물입니다.

그리고 제 닉이 mad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즉, 이제 본편 시작입니다.

마음같아선 만화로 하고 싶지만 그렇기엔 아직 그림실력이 후달리는게 한탄스럽군요.

샤프랑 펜으로 하면 그나마 좀 나은데 왜 타블렛만 들면 그림이 개발새발인지...

여튼, 제가 오랜시간 생각해온 회심의 역작, 부디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 ?
    hundredsshootingkill 2017.03.05 09:31
    닉이 mad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쿄우마!
    (최근에 슈타게를 보는중인 사살백두)
  • profile
    십권검 2017.03.05 09:31
    WYE 4화 만들어 주세요!!!
  • profile
    무첸 2017.03.05 09:31
    이분 애호 작품에서 파체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 작품에서 튼실한 파체가 있군요!
  • profile
    미리내미르 2017.03.05 09:31
    퍄퍄 이것도 정주행 개시!
  • ?
    애호학대 2021.07.20 12:06
    정주행 2번째네요 이런작품을 볼수있어서 매우느긋합니다 ㅎㅎ...이런걸로 만화로 나오면 쩔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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