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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레이무의 자살 - 中

by 다섯개 posted May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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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입니다.

나머지는 내일 마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지에 실린 채 이동하며 레이무는 다시금 다짐을 하였다.

물론 그녀도 윳쿠리에 불과했기에 절로 느긋한 상상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완 윳쿠리로서 달콤달콤을 먹고 푹신푹신에 기대어 느긋함을 만끽하는 광경들이 팥소를 지나갔다.

 

하지만, 목전까지 다가온 죽음, 그리고 중추팥 깊이 각인된 기억은 그녀로 하여금 동시에 긴장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떠오르는, 느긋함을 누리려다 브리더에게 뭉개졌던 윳쿠리들을 상기하며 레이무는 가볍게 몸서리쳤다.

더군다나 바로 직전에 그녀의 생사가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상황이었다.

 

-철컥

 

그러는 사이 케이스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 레이무는 케이지가 바닥에 놓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나오렴."

 

케이지 문이 열리고, 새로운 사육주가 된 언니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무는 침을 한번 삼키고 우물우물 케이지 밖으로 나왔다.

 

평범한 원룸이었지만, 레이무는 언니야의 집을 보며 가볍게 감격했다.

수많은 윳쿠리들이 모여 있었던 교육실, 펫숍의 매대.

언니야의 집은 지금껏 그녀가 있어왔던 곳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넓었다.

순간 중추팥 한 구석이 간질거려왔다.

집선언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아직 교육받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집선언 대신 언니야를 돌아보며 방글 웃어보였다.

 

"느그타게 이쓰라구!"

 

"그래, 그래, 느긋하게 있으라구."

 

언니야의 인사를 받으며 레이무는 왈칵 눈물을 흘릴뻔했다.

브리더도, 점원도, 점장도 그녀에게 느긋한 인사를 돌려준 적이 없었다.

 

"레이무는 언니야를 느긋하게 해주겠다구!"

 

그렇게 레이무는 진심을 담아 선언했다.

 

 

 

 

그러나 레이무는 세 가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는 언니야가 상당히 충동적으로 레이무를 구매한 것이라는 것.

두번째는 언니야가 업무로 인해 매우 바쁘다는 것.

세번째는 아무리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윳쿠리가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언니야! 이것 보라구! 데굴데굴!"

 

"으응."

 

언니야를 느긋하게 해주기 위해 회심의 데굴데굴을 선보였지만, 언니야는 건조한 반응만을 보여주었다.

 

 

"언니야! 레이무가 도와주겠다구!"

 

"됐어."

 

언니야를 느긋하게 해주기 위해 어디선가 구해온 걸레로 바닥을 닦으려했지만, 언니야는 걸레를 뺏고 직접 청소를 할 뿐이었다.

 

 

"언니야! 기분이 안 좋아보인다구..."

 

"조용히 좀 해줘."

 

일을 다녀온 언니야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지만, 언니야는 발로 레이무를 대충 밀며 곧바로 침대로 몸을 던졌을 뿐이었다.

 

 

레이무는 자신의 노력이 조금도 닿지 못한다는 사실에 점차 초조함을 느꼈다.

윳쿠리의 식견으로 보아도 자신이 언니야를 조금도 느긋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윳쿠리 푸드는 언제나 차 있었고, 집은 넓었다. 죽음의 냄새는 나지 않았고, 포식종의 울음소리를 들을 것도 없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계속해서 언니야를 느긋하게 해주지 못한다면, 다시 펫숍이나, 브리더에게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조금 느긋해지지 못하자, 점점 더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어졌다.

평일 언니야가 일을 가고 홀로 집에 남아 있으면, 외로움을 느껴야했고, 언니야가 돌아오면 무력한 자신을 마주해야 했다.

어쩌다 노래를 부르거나, 느긋함을 만끽하기 위해 조금 이기심을 부르려고 할 적에는 브리더가 주입한 공포가 다시 상기되며 괴로워 해야만 했다.

 

그녀가 바라던 느긋한 생활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언니야의 집에 온지 3개월이 지났다.

중첩된 스트레스 속에서 레이무의 목표는 점차 언니야에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되어 있

었다.

 

"언니야 산책 나가고 싶다구!"

 

레이무는 긴장 속에서 언니야에게 말했다.

이기심을 말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언니야가 반응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응응을 아무데나 싸거나 하는 것보다는 훨씬 온건한 방법으로 언니야로부터 관심을 끌어보려던 나름대로의 복안이었다.

언니야는 책상에 앉아 평소 만지더 찰칵찰칵씨 - 노트북 -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대충 대답했다.

 

"안돼."

 

"느읏..."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말한 것이었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냉담한 언니야의 반응에 레이무는 다시 각오를 하고 입을 열었다.

 

"느에에에?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냐구?"

 

말을 하며 레이무는 브리더가 주입한 공포가 다시금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윳쿠리의 모든 것은 인간이 정한다. 그 규칙에 반하면 뭉개진다. 그 사실이 재차 떠올랐다.

아무리 단순한 생물체인 윳쿠리라고 하더라도 동족 수십마리가 죽으며 각인된 트라우마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상기되는 공포도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레이무의 각오가 무색하게, 언니야는 여전히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말했잖니. 언니야는 오늘 일해야된다고."

 

"느으...그, 그러면 레이무 혼자만이라도..."

 

"안돼."

 

"느엣?"

 

"혼자 다닐 수 있는 것은 금뱃지부터란다."

 

"그, 그럼 금뱃지 시험을..."

 

"돈 없어."

 

추가적으로 떼를 쓰면서도 레이무는 중추 팥이 옥죄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쯤되면 버려져도 이상할 것 없다는 자각이 레이무에게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언니야는 놀라울정도로 레이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레이무는 이 방법으로도 언니야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느긋할 수 없음을 느꼈다.

 

레이무는 엉금엉금 기어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결계!씨로 쓰는 블록으로 입구를 대충 막은 뒤, 레이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은 윳쿠리의 생사조차도 너무나도 쉽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반면, 윳쿠리는 죽음을 각오한 방법으로도 인간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팥소 저리게 다가왔다.

 

-띵동

 

그렇게 우울하게 있던 중, 케이지 밖으로, 그리고 언니야 집의 결계 -문- 너머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무는 블록 너머로 빼꼼히 시선을 옮겼다.

곧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열렸다.

 

"엄마?"

 

비밀번호를 아주 자연스럽게 풀고 들어오는 손님에 대해, 언니야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놀러왔다."

 

그러나 들어온 것은, 레이무에게도 익숙한 언니야의 친구였다. 언니야의 친구는 가슴팍에 파츄리를 안은채,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아, 어서와."

 

그토록 레이무가 떼를 써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던 언니야는, 친구의 방문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이지에서 나오던 레이무는 그 사실이 느긋할 수 없었다.

 

"레이무도 안녕?"

 

친구씨는 레이무의 번잡한 속내도 모르고 반갑게 인사를 건내왔다.

레이무는 성실한 윳쿠리였고, 은뱃지에 불과했지만 인간과 윳쿠리의 권력 관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윳쿠리였다.

자신의 복잡한 속내와 별개로 레이무는 친구씨의 인사를 받았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무큐하게 있으라구."

 

레이무의 인사에 친구씨에게 안겨 있던 파츄리가 인사했다.

그러던 중, 언니야가 문득 파츄리의 모자씨에 달린 뱃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 파츄리, 뱃지가?"

 

"아아, 이번에 금뱃지 시험에 통과했거든."

 

친구씨는 파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파츄리는 친구씨의 쓰다듬음에 무큐큐 즐거워하는 소리를 내었다.

 

"오, 대단한데?"

 

"무큐, 언니야가 도와준 덕분이라구."

 

언니야는 턱을 쓸어만지며 대충 칭찬했고, 파츄리는 친구씨를 힐끔 보며 즐겁게 대답했다.

 

"레이무도 시험보고 싶은데..."

 

그 대화를 들으며 레이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친구씨는 흐뭇한 표정을 한번 짓고는, 파츄리를 땅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자자, 여하튼, 파츄리랑 레이무는 같이 놀고 있으렴."

 

 

 

 

[쭈욱-쭈욱-]

 

[느꺄꺄! 느꺄!]

 

찰칵찰칵씨 -노트북-에서는 윳쿠리용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마리쨔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쭈욱쭈욱 신나게 놀고 있었다.

윳쿠리용 예능답게 윳쿠리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기에 인간이 볼때 유치하더라도 잔뜩! 느긋할 수 있는 방송이었다.

평소라면 언니야가 일을 하느라 틀어주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기에 레이무로서는 반길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레이무는 방송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레이무는 저쪽에서 친구씨와 즐겁게 대화하던 언니야를 힐끔 한번 보고는, 조심스럽게 파츄리에게 말했다.

 

"느으... 파츄리"

 

"무큐?"

 

방송을 보고 있던 파츄리가 고개를 돌리며 레이무를 보았다. 레이무는 파츄리의 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뱃지 만져봐도 돼냐구?

 

"무큣. 여기."

 

레이무의 말에 파츄리는 작게 웃고는 뱃지를 귀밑털 재주 좋게 떼어, 레이무에게 건냈다.

레이무는 금뱃지를 받아 눈앞으로 가져갔다.

 

"느와아..."

 

레이무는 가볍게 탄성을 내뱉었다.

레이무가 따지 못했던 금뱃지가 눈 앞에 있었다.

물론 금뱃지에 대한 욕망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러운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언니야는 시험조차 보게 해주지 않고 있었고, 나아가 레이무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는데,

파츄리는 친구씨와 함께 뱃지 공부를 하고, 뱃지를 딴 것이다.

누가보더라도 애완 윳쿠리에게 쏟는 관심의 정도가 달랐다.

 

"느으...여기 있다구."

 

레이무는 곧, 파츄리에게 금뱃지를 건냈다.

파츄리는 레이무로부터 금뱃지를 받아 역시 귀밑털 재주 좋은 모습을 보이며 모자에 금뱃지를 달았다.

파츄리는 금뱃지를 달고 나서, 레이무를 빤히 보았다.

그리곤 걱정스럽게 레이무에게 물었다.

 

"무큐.... 그나저나 레이무, 기운이 없어보인다구."

 

"늣? 느..."

 

레이무는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파츄리에게 털어 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레이무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가진 욕구는 애완 윳쿠리로서 건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것이었고,

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레이무를 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언니야가 레이무를 버릴 정도로 적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레이무로서도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었지만,

여하튼 쓸데없는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아니라구..."

 

"무큐..."

 

레이무의 대답에 파츄리는 미심쩍은 얼굴을 지었다. 여전히 윳쿠리 예능이 시끌시끌하게 떠들고 있는 가운데, 파츄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고민이 있다면 언니야한테 말하면 된다구..."

 

"느읏..."

 

파츄리의 말에 레이무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파츄리로서는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레이무는 그 위로가 조금도 와닿지 않았다.

언니야의 무관심, 자신의 무력함에서 오는 걱정을 언니야에게 말해서 해결될리가 없다는 것을 레이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무큣! 아, 딴거 보는거 어떠냐구!"

 

여전히 처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파츄리가 문득 말했다. 그녀는 익숙한 동작으로 찰칵찰칵씨를 만졌다.

아마 친구씨의 집에서 비슷한 것을 조작해본 경험이 있는 듯 했다.

 

[사나에와의 우정]

 

그리고 그렇게 다른 프로그램이 틀어졌다.

 

 

 

 

 

상편

http://kimchimanju.com/xe/creation_write/97049#4

중편

http://kimchimanju.com/xe/creation_write/97107#2

하편

http://kimchimanju.com/xe/creation_write/971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