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어느 레이무의 자살 - 上

by 다섯개 posted May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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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 하나 올립니다.

상, 중, 하의 3편짜리이며, 나머지는 곧 올리겠습니다.

쓰다보니 어디서 본것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긴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줄기 너머에서 흘려오는 달콤달콤.

팥소 아래에서 올라오는 충만한 자신감.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레뮤는 느긋할 수 있었다.

눈을 뜨지 않아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소한 시각의 미도래는 아직 레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토록 지금 느긋할 수 있으니, 앞으도로 쭈욱 느긋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아름다운 엄마야, 씩씩한 아빠야, 넓고 느긋할 수 있는 집, 입 안 가득 머금을 수 있는 달콤달콤.

담백하지만 순수하게 느긋한 상상 속에서 레뮤는 그렇게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느읏?

 

그리고 그런 느긋함의 연속 속에서 레뮤는 정수리가 간질간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레뮤는 자신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뮤는 입술을 달싹이며 다가올 느긋한 탄생을 기다렸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아직 마주하지 못한 느긋함을 태어나 마주할 수 있어 느긋할 수 있었고,

세상은 이토록 귀여운 레뮤의 탄생으로 느긋할 수 있을 것이었다.

모두가 만족할 사건이 지금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곧 간지러움은 점점 더 분명한 감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레뮤는 정수리에서 톡하는 감촉을 느꼈다.

동시에 기분 좋은 부유감이 레뮤를 감싸안았고, 그렇게 레뮤는 땅에 떨어졌다.

 

"기여운 레뮤가 느그타게 태어냔다규!"

 

즐거운 추락. 느긋할 수 있는 외침과 함께 레뮤는 눈꺼풀을 떴다.

 

"느삣!"

 

그리고 레뮤는 차가운 바닥에 떨어졌다. 차가운 감촉과 예상치 못했던 충격에 레뮤는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그리 높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덕분이지, 저부가 터져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취약하기 그지없는 윳쿠리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아기 윳쿠리인 레뮤로서는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이런 고통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레뮤였기에, 팥소 아래로부터 고통과 의문, 억울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뮤는 성실한 윳쿠리였고, 자신이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라고 생각하는 이였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장하게도, 고통을 참으며 탄생 인사를 올렸다.

 

"느삐...엄마야, 아빠야, 느그타게 이쯔라규!"

 

"느그타게 이쯔라규!"

 

"느그타게 이쯔라졔!"

 

힘차게 한 인사, 그리고 되돌아 온 느긋할 수 있는 인사들.

레뮤는 느긋할 수 있는 인사에서 오는 느긋함을 느끼며 함껏 웃었다.

그러나 그 직후, 레뮤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느에?"

 

그리고 곧 레뮤는 이상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곳에는 그녀의 엄마야와 아빠야는 없었다.

대신 차가운 리놀륨 바닥을 채운 수많은 아기 윳쿠리들만이 있을뿐이었다.

 

"느, 늣! 엄마야! 아빠야!"

 

레뮤는 황급히 엄마야와 아빠야를 찾았다. 그녀는 아기 윳쿠리였고,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몸이었다.

수많은 윳쿠리들이 있었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충만함과 안도는 같은 아기 윳쿠리 얼마나 있든 채울 수 없었다.

물론 지금 가공소 23번 라인에서 인간을 위해 몸바쳐 봉사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들은 이곳에 없었다.

아무리 불러도 부모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레뮤가 깨닫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레뮤는 울음을 터뜨렸다.

 

"느에에에에엥!"

 

"느, 느, 느애애애앵!"

 

레뮤의 울음은 곧 전염되었다.

그렇게 이 작은 방에 모인 수많은 아기 윳쿠리들이 저마다의 부모를 찾으며 빼액빼액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기 윳쿠리들은

그녀들이 깨닫지 못했던 방문이 열릴때 까지 계속해서 울었다.

 

-철컥

 

"아, 다들 태어났네."

 

문이 열리고 한손에 바구니를 든 한 명의 청년이 들어왔다.

그와 함께 지금껏 울고 있었던 윳쿠리들의 시선은 일제히 청년에게로 향했다.

 

"느?"

 

레뮤 역시 청년을 보았고, 청년을 확인하자마자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아기 윳쿠리들 또한 매한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느에?"

 

윳쿠리들의 표정이 실망으로 변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혹시나 부모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하고 기대했었던 그녀들이었기에 처음보는, 그리고 전혀 느긋할 수 없는 정체모를 생명체 - 인간 -의 등장은 조금도 느긋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기 윳쿠리들의 실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은 대충 손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아아, 안녕, 나는 너희들의 브리더다. 반갑다."

 

"브리더찌?"

 

"느푸풋, 느그타지 못하게 생겼다졔."

 

"느애애애앵! 엄먀아아아아!"

 

대충 건낸 브리더의 인사에 윳쿠리들은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눈물 젖은 눈으로 호기심을 보이는 레이뮤,

브리더를 비웃는 마리쨔,

아직도 빼액빼액 울부짖는 앨리쮸.

레뮤는 그 가운데에서 초조함을 감추지 않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자자, 얘들아 조용히 하렴."

 

시끌시끌한 아기 윳쿠리들을 향해 브리더가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조금도 윳쿠리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었다.

 

"느애애앵!"

 

"배고퍄! 배고퍄!"

 

분명 브리더의 말은 윳쿠리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쉬운 것이었다.

그러나 윳쿠리들은 제멋대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떠들뿐이었다.

브리더는 자신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는 윳쿠리들을 보며, 머리를 짚었다.

 

"어휴..."

 

한숨을 내쉬며 브리더는 들고 온 바구니를 옆에 놓았다.

물론 그가 그러는 사이에도 윳쿠리들은 시끌시끌하게 떠들고 있었다.

브리더는 바구니를 놓은 다음 근처를 둘러보았다.

그 광경을 보며 레뮤는 정체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때, 한마리의 마리쨔가 브리더 앞으로 오며 비뚫어진 웃음을 지어왔다.

 

"느푸풋. 죵말로 느그타지 모타게 생긴고졔."

 

아마 윳쿠리 제일주의가 박힌 개체인듯 했다. 브리더는 혀를 한번 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살짝 손을 들어올렸다.

 

"마리쨔라면 저렇게 생기면 자샬해따졔. 느그타지 모탄 인간쒸가..."

 

쾅!

 

그리고 그렇게 브리더의 손이 마리쨔를 내리쳤다.

 

"느삣!"

 

레뮤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본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일천한 팥소뇌로도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느긋할 수 없는 죽음의 냄새 풍겨왔다.

 

"느꺄아아아아아!"

 

감은 눈 너머로 비명이 들려왔다.

그 가운데, 짝짝하는 박수 소리가 들리며 브리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먹고 있었네. 자,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한단다."

 

"느아아아아아악!"

 

"느애애애애앵!"

 

"살윳마! 살윳마!"

 

태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레뮤는 세계가 느긋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본 것,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조금도 느긋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토팥할 것 같은 지독한 죽음의 냄새를 간신히 참으며 레뮤는 덜덜 떨었다.

윳쿠리 특유의 자기 기만과 비대한 망상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정도로 명백한 현실이었다.

그러던 중, 비명과 혼란으로 가득한 아기 윳쿠리들의 비명 가운데, 브리더의 외침이 들려왔다.

 

"조용히 하라고 했지!"

 

쾅!

 

그리고 그와 함께 직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충격음이 들려왔다.

 

"느힉!"

 

쪼르르...

 

레뮤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움찔거리며 시시를 흘렸다.

곧 보다 더 생생한 죽음의 냄새가 밀려왔다.

레뮤가 기절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자신조차도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덕분이었다.

이미 공포와 죽음의 냄새로 혼란스러운 레뮤의 정신 너머로 브리더의 말이 이어졌다.

 

"휴, 이제야 조금 조용해졌네."

 

잔뜩 질린 레뮤의 정신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내 말만 잘 들으면 훌륭한 애완 윳쿠리가 될 수 있단다. 알았지?"

 

너무나도 거친 방식으로 윳쿠리들을 조용하게 만든 다음, 브리더는 조금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해왔다.

레뮤가 느끼기로는 윳살마의 말로서 이보다도 더 뻔뻔한 말을 없을 것 같았다.

 

"...느..."

 

그러나 레뮤는 물론이고 가장 활발한 종인 마리쨔 종조차도 이에 반발하지는 못했다.

고작 시끄럽다는 이유로 윳쿠리를 뭉갠 사람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순식간에 뭉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죽음의 냄새가 남아있는 공간 아래서 만용을 부릴만한 윳쿠리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러나 반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브리더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이, 대답해야지?"

 

"느, 늣?!"

 

브리더의 말에 윳쿠리들이 일제히 기겁했다. 곧 그녀들은 그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답은 간단했다. 브리더는 순종을 원하고 있었다.

 

"느,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느그타게 이해해쪄!"

 

"느긋...느긋하게!"

 

산발적인 대답이 윳쿠리들로부터 터져나왔다.

정돈되지 않았지만 브리더는 대충 만족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고개를 까닥거린 다음, 가져온 바구니를 다시 들어올렸다.

 

"자, 일단 밥부터 먹자."

 

"느와아아아!"

 

"뱝씨! 뱝씨!"

 

브리더의 말에 윳쿠리들이 공포를 이기고 일제히 환호했다.

생각해보면 태어나고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녀들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줄기를 먹고, 하루 종일 5~6끼를 먹는 아기 윳쿠리들로서는 공포가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배고프다고 울었을만한 환경이었다.

 

"얘들아 조용히."

 

시끌시끌한 윳쿠리들을 보며 브리더가 귀찮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레뮤는 그 모습을 보며 중추팥이 아릿하는 기분을 느꼈다.

만약 그녀가 인간이었다면, 방금 그 기분이 일종의 트라우마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기에 그저 느긋할 수 없다는 기분을 느꼈다.

레뮤는 곧 입을 다물었고, 아직도 브리더의 말을 무시하고 떠드는 다른 윳쿠리들을 불안감 속에서 보았다.

 

"뱝! 뱝!"

 

쾅!

 

그리고 레뮤는 자신의 몹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다시 마주해야했다.

브리더는 밥을 부르짖는 레이뮤를 그대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순식간에 다시 죽음의 냄새가 퍼져왔고, 윳쿠리들은 충격 속에 말을 잃었다.

 

"다시 말하지만, 내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알겠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브리더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밥 먹기 전에 브리더는 윳쿠리들에게 누차에 거쳐 일렀다.

 

"밥 먹을 때는 조용히 해야합니다."

 

레뮤는 이해할 수 없었다. 행복을 부르짖는 것은 그녀가 전승받은 지식에 의하면 느긋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윳쿠리는 느긋함을 향유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그런데 느긋함을 스스로 포기해야한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이해와 같은 배부른 것을 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느긋할 수 없게도 잘 알고 있었다.

 

"우물...우물...꿀꺽"

 

밥은 그럭저럭이었지만, 허기가 짙었기에 목 아래에서 행복!이라는 소리가 튀어나오려 했다. 레뮤는 그 말을 간신히 참으며 밥을 먹어나갔다.

 

"우꺽! 우꺽! 해애애앵복!"

 

그리고 그때 저편에서 마리샤 한마리가 소리 높혀 행복을 외치고 있었다.

레뮤는 마치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것마냥 사색이 되며 브리더를 보았다.

그리고 이미 브리더는 오른손을 치켜 들어올리고 있었다.

 

쾅!

 

레뮤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그 충격음을 들으며 태어나기 전 그녀가 가졌던 환상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안타깝게도 레뮤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그 충격음이

그녀가 앞으로도 익숙해져야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공뷰씨는 전혀 느긋할 수 없다구!"

 

"맞다구!"

 

쾅쾅!

 

브리더의 교육에 불평을 하던 앨리슈와 레이뮤가 그대로 죽었다.

 

 

"이거 마덥쪄! 댜콤댜콤을 가져오라쪠!"

 

쾅!

 

밥씨를 먹는 것을 거부하고 달콤달콤을 요구하던 마쨔가 그대로 죽었다.

 

 

"무큣! 우웨에엑..."

 

쾅!

 

죽음의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토팥했던 파쮸리가 그대로 죽었다.

 

 

"느애애앵! 응응 나와! 나와버렷!"

 

-뿌지직

 

"마리샤!"

 

"브,브리더씨!"

 

"이,이건 마리샤가 실수한거라묭! 한번만 봐주면 안되겠냐묭!"

 

쾅쾅!

 

실수로 응응을 화장실씨가 아닌 곳에 싸버린 마리샤와, 그녀를 변호하던 묭이 죽었다.

 

 

"느히이이이익! 모르게써어어어!"

 

쾅!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도망치려던 첸이 죽었다.

 

 

윳쿠리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 앞에서 수많은 윳쿠리들이 죽어나갔다.

죽음의 냄새는 만성적인 일상이 되어갔고, 전날 사귄 친구가 내일 죽는 나날이 이어졌다.

오로지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뿐. 레뮤는 오늘 죽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꾸역꾸역 브리더가 가르쳐주는 것들을 습득했다.

 

-윳쿠리가 해야할 것, 윳쿠리로서 누려야할 것은 오로지 인간이 정한다.

-윳쿠리의 가치는 오로지 인간이 부여할 수 있다.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윳쿠리의 삶의 목적이다.

 

윳쿠리로서는 굴욕적이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중추팥에 각인시켜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점점 굴욕감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브리더에 대한 원망은 희색되어갔다.

 

느긋함을 지향하던 레뮤는 그렇게 애완 윳쿠리가 되었다.

 

 

 

 

 

 

[은뱃지 레이무. 3만원]

 

폭력적인 교육의 나날 끝에서 어느새 레뮤는 자신을 레이무라고 자칭하기 시작했고,

그 쯤에 있었던 시험 끝에 한 펫숍에 도달하게 되었다.

 

펫숍에 도달한 첫날 레이무가 느낀 것은 외로움이었다.

분명 이곳은 거친 교육도, 눈 앞에서 죽어나가는 친구들도 없었지만

매대는 분리되어 있었고, 각 칸에 한마리씩만 배치되어 있었다.

본래 윳쿠리는 외로움을 싫어하는 존재였다.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인사하는 것도, 스스로의 행동을 하나하나 외치는 것도 모두 다른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잠잘때만큼은 서로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없는 이곳은 레이무에게 있어 너무나도 외로운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 펫숍이 작은 도시의 자그마한 펫숍이라는 것이었다.

규모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은뱃지 통상종에 불과한 그녀도 그렇게 나쁜 자리에 배치되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팥소로 얼룩진 교육이기는 했으나, 은뱃지를 딴 레이무는 펫숍의 의미도, 애완 윳쿠리가 된다는 것의 의미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윳쿠리가 누릴 수 없는 느긋함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들.

 

물론 윳쿠리 특유의 망상처럼 애완 윳쿠리가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입 교육 중 가장 초점이 되는 것이, 애완 윳쿠리는 인간을 위한 것이고, 윳쿠리는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충실하게 세뇌된 이들처럼 인간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하관계와 권력관게만큼은 제대로 박혀있었다.

 

"레이무는...사육주씨를 느긋하게 해주겠다구..."

 

첫날 잠자리에 들면서 레이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머나, 이거 정말 귀엽네요."

 

"그렇죠? 우량 팥소통으로 태어난 아이라, 교육도 잘 되어있습니다."

 

흐뭇해하는 손님에게 폣삽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했다. 손님은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이 아이로 구매할래요."

 

"예, 사료랑 가구도 같이 보시겠습니까?"

 

"좋아요."

 

직원은 곧바로 손님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느으..."

 

그렇게 레이무는 사나에가 팔려가는 장면을 보았다.

 

"레이무도 귀여운데..."

 

팔려가는 사나에를 보며 레이무는 중얼거렸다.

펫숍에 온지 벌써 한 달.

레이무는 은뱃지였기에 날짜를 어느정도 셀 수 있었고, 한달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그녀는 통상종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를 깨달아야 했다.

 

"소영야, 가게 닫아라."

 

마지막 손님이 나가자, 주인이 점원에게 말했다. 점원은 대답과 함께 가게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점원이 가게를 닫는 것을 보곤, 주인은 천천히 매대로 다가왔다.

 

"음... 이녀석이랑 이녀석은 너무 자랐군..."

 

그 얘기를 들으며 레이무는 흠칫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다가온 이 시간이 두렵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느를!"

 

"무큣!"

 

레이무보다 조금 큰, 그러니까 윳쿠리로 치면 아성체라고 불릴만한 마리사와 파츄리가 꺼내어졌다.

무감정한 동작으로 점장은 그렇게 꺼낸 두 마리를 가게 한켠에 난 방으로 가져갔다.

 

"우~ ...했...다도!"

 

"느,느힛...!"

 

방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매우 작게 새어나온 소리였지만, 레이무는 저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브리더에 의한 교육으로 색바랜 팥소 전승된 지식이었지만, 포식종에 대한 공포정도는 남아있었다.

레이무는 저기로 끌려간 파츄리와 마리사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헛된 희망일뿐,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이렇게 끌려가는 윳쿠리들을 보며 레이무는 불행하게도 어느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준이 아마 몸 크기라는 것 역시 어렴풋이나마 짐작되었다.

 

"하암..."

 

철컹

 

그리고 그런 레이무의 번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점장은 불을 끄고 하품을 하며 그대로 가게를 나갔다.

 

"느,느으..."

 

불꺼진 가게 안에서 레이무는 그렇게 끙끙댔다.

 

 

 

 

 

그렇게 다시 또 일주일이 지났다.

이 펫숍의 점원은 미묘하게 게으르면서도 성실했기에 이미 아성체에 가까워진 레이무를 차별하여 박대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데 옮기거나 하지도 않았다.

되려 여느날과 같이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그럭저럭 맛 푸드를 주고 평범하게 관리를 해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상의 평온함 속에서 레이무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포식종이 있는 방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아 식사량을 줄였지만, 반대로 그 탓에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손님에게 제대로 어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기력한 하루 속에서 현실화된 공포가 레이무를 좀먹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브리더의 말을 들어 여기까지 살아난 레이무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탈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딸각

 

그때 레이무의 칸의 문이 열렸다. 가볍게 기대했지만, 레이무는 이내 점원이 청소를 위해 문을 연 것이라는 사실에 실망했다.

 

"소영아, 오늘 처분할만한 얘 있냐."

 

그때 점장이 점원에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마침 청소 때문에 문이 열려있어 여과없이 그대로 들려왔다.

레이무는 처분이라는 단어가 가진 섬뜩함에 움찔했다.

그러는 사이, 점원은 사무적인 눈빛으로 레이무를 한번 보고는 대답했다.

 

"어... 있네요. 한마리."

 

순간적으로 레이무는 부정의 목소리를 내려했다.

그러나 교육으로 습관화된 복종은 그녀가 목소리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곧 청소가 끝나고 케이지의 문이 닫혔다.

딸깍하는 소리가 처분을 예고하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레이무를 사달라구!"

 

"보라구! 쭈욱쭈욱!"

 

"언니야! 언니야를 느그하게 해주겠다구!"

 

처분령을 들은 이상, 레이무는 그날 그간 자제했던 호객행위를 필사적으로 전개했다.

그러나 손님들은 레이무의 열렬한 추파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고, 대개는 희소종을, 그리고 가끔 파츄리나 첸을 사가지고 갈 뿐이었다.

해가 지는 것을 보며, 그리고 매정하게 떠나는 손님들을 보며 레이무는 점점 더 필사적이 되었다.

죽기 싫다는 생각만이 팥소를 가득 매운 가운데,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느, 느, 느, 느, 느..."

 

자제하려 해도 절로 팥소떨리는 두려움이 레이무를 괴롭히고 있었다.

눈에 두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포식종이 있는 방의 문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와 같은 점원의 시선이 두렵게만 다가왔다.

 

"소영아."

 

시계를 한번 보던 점장이 점원에게 말했다.

그것을 보며 레이무는 절망했다.

죽지 않기 위해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무색하게 이렇게 포식종에게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일반적인 윳쿠리라면 특유의 망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겠지만, 레이무의 중추팥은 그정도로 팥소뇌까지는 아니었다.

 

"네."

 

점원은 담담히 대답하고 일어나 가게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손님 한명이 들어왔다.

 

"어, 문 닫나요?"

 

젊은 여성은 문을 닫으려는 점원을 보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점장은 일어나, 젊은 여성을 반기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어서 오세요. 아직 장사합니다."

 

젊은 여성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점장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여성에게 물었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이번에 윳쿠리를 한번 키워보려하는데요. 그, 가격이..."

 

"희소종 은뱃지는 15만원, 금뱃지는 50만원정도 합니다."

 

"어우..."

 

점장의 안내에 젊은 여성은 살짝 기가 죽는 표정을 지었다.

 

"제일 싼건 얼만가요?"

 

"제일 싼건... 뭐, 학대용이 두당 2500원이긴 한데... 그건 애완용이 아닌지라..."

 

"은뱃지 중에서 제일 싼거요."

 

"그건..."

 

점장은 턱을 쓸어만진 후, 살짝 고개를 돌려 레이무를 보았다.

 

그렇게 레이무는 그날 윳쿠리의 생사를 인간이 쥐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그리고 또다른 형태로 깨달았다.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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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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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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